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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5 님의 서재입니다.

비밀요원의 학교생활기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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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5
작품등록일 :
2020.09.15 03:59
최근연재일 :
2021.05.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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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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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06화] 비밀 (7)

DUMMY

******



에이프릴이 돌아가고 난 뒤, 에릭은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다.


초점이 먼 눈동자에 도시의 어렴풋한 야경이 비쳤다.


“······.”


국장 직속 명령.


그거라면 지금까지 임무 내용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던 것도 납득이 간다.


역시나 그 내용까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만약 정말로 에이프릴이 국장 직속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파견된 거라면 지금 이 지역에서 무언가 중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어지간한 일로는 발령되지 않는 A급 임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오늘 처음 들었다.


아마 에릭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은 도중에 예의 연쇄 살인사건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겠지.


파견 요원 연쇄 살인사건과 A급 국장 직속 명령.


두 단서 사이에 무언가 관련이 있는 걸까.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제시카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참으로 답답했다.


그 제시카가, 배신자로 의심을 받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 제시카가 배신이라니.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제시카가···.


“하아······.”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길게 한숨을 내쉬어보지만, 복잡한 마음의 혼탁물이 가라앉을 일은 없다.


옆에서 침대에 앉은 세라가 알 수 없는 시선을 보내왔다.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이었다.


“세라. 이만 돌아가도 돼. 날도 많이 늦었는데.”


“······.”

「···조금만 더 여기에 있어도 되겠습니까.」


“뭐······?”


드문 일이었다.


세라가 자신의 개인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별로 상관은 없는데, 그 이유를 물어봐도 돼?”


세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 없는 태도로 대답했다.


“······.”

「별 이유는 없습니다만···.」


에릭은 멍하니 세라를 쳐다보았다.


저 모습, 어디선가···.


그래, 과거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심한 태도.


불안하게 허공을 헤매는 시선.


자신 없는 말투.


저 모습은, 분명···.



‘크루엘.’



거기까지 떠올린 에릭은 갑자기 심박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과거 크루엘이 사망하기 직전 보였던 이상 징후.


그것이 세라의 변한 모습과 겹쳐지며 그의 사고를 굳어지게 만들었다.


“···세라.”


“······”

「네.」


“너··· 정말 아무 일도 없어? 혹시 나한테 뭔가 감추고 있는 거 아냐?”


“······.”

「······.」


세라는 잠깐의 뜸을 들이고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내 눈 봐봐, 세라.”


“······”

「보고 있습니다.」


“방금 시선 피한 것 같은데.”


“······.”

「그런 적 없습니다.」


에릭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의자를 밀어 침대에 앉은 세라 쪽으로 다가갔다.


어느새 서로의 얼굴이 50cm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평소엔 멀리서만 보던 서로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였다.


눈꽃처럼 새하얀 피부, 이마를 덮은 고운 은빛 머리카락.


언제 봐도 아름다운 긴 은빛 속눈썹 아래 선명한 붉은빛을 띤 눈동자가 에릭을 담고 있었다.


세라와 눈을 마주친 채, 한참을 가만히 마주보았다.


동요의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그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에릭으로서는 읽을 수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만이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언제 봐도 한없이 아름다운 얼굴이구나, 하는 생각만이 새삼스레 머릿속에 감돌뿐이었다.


웬만한 사람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던 에릭이었지만 정작 그의 파트너인 세라의 감정은 도무지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이 그의 마음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

「에릭···?」


눈을 마주친 채로 한참을 멍하니 있자, 세라가 의아함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불렀다.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바람에 그녀의 은빛 머릿결이 조금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고, 에릭은 제정신이 돌아왔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

「괜찮으십니까?」


“······응.”


순간 세라에게 기대고 싶다고 생각한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자신의 주제에 버팀목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한심하게 의지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


아직도 글러먹었구나.


허탈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

「많이 피곤해보이십니다.」


“···응. 조금 피곤하네.”


“······.”

「눈을 붙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너, 조금 더 여기에 있겠다며?”


“······.”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내가 신경 쓰여. 네가 옆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

「···제가 곁에 있는 것이 불편하십니까?」


순간 세라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운 것 같았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그런 게 있어.”


“······.”

「그런 게 뭡니까?」


“···너 말이야, 오늘따라 유난히 집요한 것 같은데···.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래.”


뭔가 점점 귀찮은 성격으로 변해가는 것이, 과거의 크루엘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강하게 들었지만···.


에릭은 머리가 지끈거려 체념하듯 내뱉었다.


“알겠어. 난 잘 테니까 너 알아서 해. 네 방으로 돌아가든지, 여기서 자든지.”


피곤함에 절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내뱉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의미가 이상한 것 같아 말을 정정했다.


“아니, 방금 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까···.”


“······.”

「여기서 자도··· 됩니까?」


“······뭐?”


생각지도 못한 말이 돌아와 에릭은 굳어졌다.


이 녀석, 오늘 왜 이래?


그런 강한 의문이 머릿속을 채워갔다.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차마 내지 못하고.


“···어···, 뭐, 너만 괜찮다면 난 상관없는데···.”


그저 얼떨떨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세라는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

「알겠습니다. 제 방에서 취침 준비를 마치고 나서 침구류를 들고 오겠습니다.」


“······그러든지.”



******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침대에 누운 에릭은 속으로 생각했다.


침대 옆 바닥에 자신의 이불을 깔고 누운 세라.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전혀 상상도 못했던 사태에, 에릭의 머릿속은 비상이 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 세라가, 대뜸 그의 방에서 같이 자도 되냐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이상했다.


지금 저 수십 센티미터 아래에는 잠옷 차림의 세라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세라의 머릿결에서 풍기는 은은한 샴푸향이 코를 간질였다.


맡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는 달콤한 꽃향기였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지.


애초부터 속을 알 수가 없는 녀석이었으니 세라 본래의 모습이 어떨지는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일을 할 만큼 대담한 녀석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명확했다.


뭐, 몇 달 전에 조셉의 저택에서 같은 방을 함께 썼던 적도 있었으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뭘 의미부여 하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와는 뭔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할까.


자의(自意)와 타의(他意)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만 생각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고.


결국 뇌에 과부하가 걸린 에릭은 나지막이 세라의 이름을 불렀다.


“세라.”


“······.”

「네.」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안 자?”


“······.”

「아직 잠들지 않았습니다.」


“···그래.”


“······.”

「무슨 일이십니까?」


“아, 그냥···. 잘 수 있나 해서.”


“······.”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냐, 모르면 됐어.”


“······.”

「······.」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필시 부족한 설명에 불만을 가졌으리라.


정적이 흘렀다.


서로가 내는 미약한 숨소리만이 방 안에 희미하게 퍼졌다.


째깍.


째깍.


책상 위의 자명종 시계만이 규칙적인 소리를 울리며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1초.


2초.


3초.


4초.


············.


30초 언저리까지 세다가, 에릭은 세기를 포기했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그렇게 마음먹고 에릭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정신이 너무도 피곤했다.


눈을 감으니 정신이 핑 돌며 금방이라도 잠에 빠져들 것 같았다.


에릭의 의식은 점점 멀어져갔다.


“······.”

「···에릭.」


순간 머릿속에 울린 목소리에, 희미해져가던 에릭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응?”


“······.”

「에릭은···」


세라는 조금 뜸을 들이고는 말했다.


“······.”

「에릭은,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에릭은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로 대답했다.


“언제까지··· 글쎄. 임무 기간도 확실하게 정해진 게 아니고, 상부에서 명령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

「···그렇습니까···.」


세라로부터는 시원찮은 대답이 돌아왔다.


“근데 갑자기 그런 건 왜?”


“······.”

「···에릭은,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하십니까?」


“음··· 싫지는 않아. 크게 구속되는 것도 없고, 여유롭기도 하고.”


“······.”

「······.」


“왜,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


“······.”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래?”


“······.”

「···네···.」


대화가 다시 중단되었다.


더 이상은 에릭도 대화주제가 떨어진 터라 둘 사이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나직이 울리는 시곗바늘소리만 계속해서 들렸다.


한참이 지나, 세라가 혼잣말하듯 내뱉었다.


“······.”

「······저는, 불안합니다.」


“불안하다니, 왜?”


에릭이 묻자, 세라가 조금 뜸을 들이며 대답했다.


“······.”

「지금 이 생활이 깨어질까봐···. 모든 것이 변해 버릴까봐 무섭습니다.」


“에이프릴이 말한 사건 때문에 그래?”


“······.”

「···네.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또 뭔가 있어?”


“······.”

「···그냥 감일 뿐입니다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


에릭은 생각에 잠겨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한 달빛이 창문 너머로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세라.”


“······.”

「네.」


“나는, 별로 강하지 않아. 별것 아닌 일에도 금세 무너져버리고, 내 아래로는 아무도 없는 말단 하급 요원일 뿐이야.”


“······.”

「······.」


“어쩌면 넘어질지도 모르고, 강한 힘 앞에 굴복해 무릎을 꿇을지도 몰라.”


“······.”

「에릭···.」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약속할 수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너 하나만은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지켜낼게. 그러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


세라가 숨을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뒤에, 세라는 나지막이 말해왔다.


“······.”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왜?”


“······.”

「에릭이 없으면 제가 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당신의 목숨은 저 따위의 목숨보다 훨씬 더 소중합니다. 함부로 버리려 하지 마십시오.」


“무슨 소리야, ‘저 따위’ 라니, 그런 안 좋은 말 쓰는 거 아냐.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사람이야. 사람의 목숨에 경중은 없어.”


“······.”

「···에릭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부터 계속 느꼈던 건데, 너는 너무 자기 자신을 낮춰서 말하는 경향이 있어. 너 절대 못난 사람 아니야. 난 의무감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널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만약 그랬다면 진즉에 내쳤지. 넌 오히려 나한테는 엄청나게 과분한 파트너야. 자기 비하는 그만 하고,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져.”


“······.”

「······.」


저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그 말을 세라는 차마 밖으로 내지 못했다.


마음이 아팠다.


이런 사람의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엄청난 죄악이라는 것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에릭은 평생 모르겠지.


아니, 몰라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금처럼 올곧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미안해. 세라. 말하다보니 괜히 훈계하는 것처럼 됐네.”


“······.”

「아닙니다. 그런 말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자신감 가져. 너 멋진 사람이라고.”


“······.”

「···네.」


“···흐아아암···. 아··· 나 진짜로 피곤해서 이만 잘게. 잘 자, 세라.”


“······.”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래.”


둘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 났다.


곧 머지않아 에릭은 미약한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들었다.


에릭이 잠든 침대를 살짝 쳐다보다가, 세라도 이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 (8/4, TUE)



“······.”


이불이 스치는 소리에 에릭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초점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눈을 떠 소리가 난 쪽을 살폈다.


세라가 이불을 개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좋은 아침, 세라···. 흐아아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는 커다랗게 하품을 하자, 세라가 움직임을 멈추며 인사를 받았다.


“······.”

「좋은 아침입니다. 에릭.」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이었다.


“잘 잤어?”


“······.”

「네. 에릭은 잘 주무셨습니까.」


“뭐, 그럭저럭.”


“······.”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에릭의 핸드폰에 착신이 있었습니다.」


“내 핸드폰에···?”


에릭은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세라의 말대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유리로부터였다.



「에릭!! 요즘 왜 소식이 없어요!?」

「많이 바쁜가요?」



그리고, 함께 날아온 귀여운 갈색 고양이의 사진.


전에 에릭이 유리와 함께 잡았던 그 고양이였다.


“······.”


핸드폰 화면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에릭은 이내 답장을 입력했다.



「미안. 요즘 바쁜 일이 있어서 미처 연락을 못 했어」

「요즘도 고양이 돌보고 있는 거야?」



그리고는 세라를 보며 물었다.


“세라. 아침 먹어야지. 학교 식당에서 먹을까?”


“······.”

「······네.」


세라가 에릭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잠결에 살짝 흐트러진 세라의 은빛 머리칼이 평소와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에릭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

「···왜 웃으십니까?」


웃음소리를 들은 세라가 이불을 정리하다 말고 다시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아냐. 신경 쓰지 마.”


“······.”

「신경이 쓰입니다.」


“그냥··· 너한테도 그런 모습이 있구나, 해서.”


“······.”

「어떤 모습··· 말입니까?」


“항상 네가 날 깨우러 왔었으니까. 맨날 깔끔하게 정돈된 차림만 보다가 그런 내추럴한 모습을 보니 너도 나랑 같은 인간이었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어.”


“······.”

「······.」


세라는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이불을 든 채로 몸을 홱 돌렸다.


“······.”

「에릭은, 하루라도 저를 놀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으시는 겁니까?」


세라의 말투에 한 눈에 봐도 알 정도로 불만이 가득 실렸다.


“놀린 게 아니라 칭찬한 거야. 세라.”


“······.”

「그런 칭찬은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 사과할게.”


“······.”

「···딱히 사과 받을 일도 아닙니다.」


“알겠어. 미안해.”


- 우웅.


말하는 도중 에릭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니 유리로부터 답장이 와있었다.



「혹시 오늘 바쁘지 않다면 나와서 조금 도와주실 수 있나요?」



문장을 읽다가, 슬쩍 세라 쪽을 쳐다보았다.


세라는 가만히 서서 에릭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회장이 오늘 나와서 도와줄 수 있냐는데.”


“······.”

「···그렇습니까.」


“왜, 가지 말까?”


“······.”

「아닙니다. 다녀오십시오.」


“솔직하게 말해도 돼. 네가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게.”


“······.”

「괜찮습니다. 저도 오늘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들이 있어 오후에는 자리를 비울 예정입니다.」


“넌 어디 가는데?”


“······.”

「월 정기 보고를 위해 기술국장님 저택에 다녀와야 합니다.」


“혼자 괜찮겠어? 같이 가줄까?”


“······.”

「별일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류만 제출하고 바로 돌아올 겁니다.」


“···그래?”


“······.”

「에릭도,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주십시오. 최근 예의 사건 때문에 행동을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 일 끝나자마자 바로 돌아올게.”


세라는 에릭을 쳐다본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 같이 붉은 눈동자가 아름다웠다.


“네 방 가서 준비하고 나와. 나올 때 연락하고.”


“······.”

「알겠습니다.」


세라는 자신의 침구류를 들고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 끼이익.


이윽고 세라가 현관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세라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자다니.


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정말 완벽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후우···.”


···일단 준비하자.


에릭은 침대에서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며 화장실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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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129화] 진실 (17完) +3 21.05.14 61 1 24쪽
128 [128화] 진실 (16) +4 21.04.06 67 3 29쪽
127 [127화] 진실 (15) 21.04.02 32 1 22쪽
126 [126화] 진실 (14) +2 21.03.30 31 1 21쪽
125 [125화] 진실 (13) +2 21.03.26 48 2 19쪽
124 [124화] 진실 (12) +2 21.03.23 32 2 26쪽
123 [123화] 진실 (11) +2 21.03.19 42 2 16쪽
122 [122화] 진실 (10) +2 21.03.16 63 2 21쪽
121 [121화] 진실 (9) +2 21.03.12 32 2 15쪽
120 [120화] 진실 (8) +2 21.03.09 40 2 18쪽
119 [119화] 진실 (7) +1 21.03.05 34 1 17쪽
118 [118화] 진실 (6) +2 21.03.02 33 1 19쪽
117 [117화] 진실 (5) +2 21.02.26 36 2 18쪽
116 [116화] 진실 (4) +1 21.02.23 59 1 15쪽
115 [115화] 진실 (3) +2 21.02.19 30 3 20쪽
114 [114화] 진실 (2) +2 21.02.16 41 3 19쪽
113 [113화] 진실 (1) +2 21.02.12 44 2 18쪽
112 [112화] 등하불명(燈下不明) +2 21.01.27 66 2 10쪽
111 [111화] 비밀 (12完) +4 21.01.26 85 3 24쪽
110 [110화] 비밀 (11) +2 21.01.25 84 1 19쪽
109 [109화] 비밀 (10) +2 21.01.24 61 2 23쪽
108 [108화] 비밀 (9) +2 21.01.23 49 3 17쪽
107 [107화] 비밀 (8) +2 21.01.22 57 2 16쪽
» [106화] 비밀 (7) +1 21.01.21 47 1 18쪽
105 [105화] 비밀 (6) +2 21.01.20 44 2 19쪽
104 [104화] 비밀 (5) +2 21.01.19 43 1 18쪽
103 [103화] 비밀 (4) +2 21.01.18 42 3 19쪽
102 [102화] 비밀 (3) +1 21.01.17 41 3 15쪽
101 [101화] 비밀 (2) +2 21.01.16 42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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