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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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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pro
작품등록일 :
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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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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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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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피어나는 불씨들

DUMMY

김태승 중령은 지금 무척 곤혹스러웠다.

각하는 평소에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군인의 본분만을 생각하시는 분이라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는 분인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정치적인 그것도 위험한 발언을 하는 각하를 보며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면서도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뭘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각하가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냈다면 막연하게 추측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전혀 없던 분이라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정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자신도 답답하고 한심하고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심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같은 생각이라 술자리에서 이송만 정권을 대놓고 욕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감한 주제라 누가 있나? 누가 듣나? 주변을 둘러보고서는 작게 입을 열었다.


“각하! 무슨 생각입니까?”

“시국이 하도 어수선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자들이 많을 것 같아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북한이 남침할까? 하는 겁니다.”


내 질문에 모범적인 답안을 내놓네. 표정을 봐도 본심인지? 자기 속내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내 의도를 살짝 내비쳐볼까?

그래야 나를 따를지 말지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하겠지. 나도 함께 갈지 말지를 결정할 수가 있을 테니까.

박종회는 대놓고 말하는데 이정도면 문제없겠지.


“난 말이야. 지금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어.

35년간의 일제 강점기 시절을 보내고 광복된 지 5년 만에 3년이라는 긴 전쟁을 겪으면서 그나마 있던 산업 시설도 파괴되고 수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희생되는 등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어.

이런 상황인데 정치권은 여야나 자기들의 권력만을 추구하며 민생을 돌보지 않고 있으니 세상이 뒤집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도 많을 거라고 봐. 오죽하면 한창 교실에서 공부해야 할 어린 중고등학생들까지도 거리로 나오겠어?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또다시 그 나물에 그 밥인 놈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때는 이 나라는 정말 회생 불가능하게 될 거야.

난 올바르고 정통성이 있는 인재가 이 나라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자네 생각은 어떤가?”


오늘따라 평소와 달리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꽤 부담되는 표정이었다.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각하는 올바르고 정통성이 있는 인재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걸 나라고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해? 돌려 말해야겠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군만 해도 만주군 출신과 일본 육사 출신의 장성들이 아주 많아.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그놈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가족과 자신을 희생한 우리 독립군들을 때려잡고 죽인 놈들이야.

난 광복군에 있으면서 만주군 놈들과 많은 전투를 했어.

만주군 놈들에 의해 수많은 우리 독립투사들이 희생되는 것을 옆에서 두 눈 뜨고 다 지켜보았어.”


말을 멈추고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근데 어이없게도 광복되니 그놈들이 동료가 되어 버렸네.

그런 매국 놈들과 공산주의자, 기회주의자들은 올바르지 않고 정통성이 없다고 봐. 그런 놈들이 정권을 잡으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나아지지 않을 거야.

찾아보면 정통성이 있고 올바른 자가 분명 있을 거야. 그런 자가 권력을 가져야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어.”

“저도 각하와 같은 생각입니다.”


당연하겠지.

김태승 중령은 만주군과 일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가난한 농민의 집 출신이니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다면 그들에게 반감을 품고 있겠지.

지금은 광복된 지 15년밖에 지나지 않아 2025년 때 보다는 일본에 반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많으니까.

오늘은 맛보기니 여기서 끝내자.


“알았어. 나가봐.”

“네. 충성.”


거수경례하고 나가는 김태승 부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박종희는 지금쯤 자기와 함께할 사람들을 많이 모았을 텐데 난 현재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박종희가 내년 1961년 5월 16일에 쿠데타를 하니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도 이제부터 내 사람을 모아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아니지. 1년이면 충분하지. 내 사람으로 누굴 할지? 이 몸의 기억을 더듬어 보기 시작하였다.


***



박종회 소장은 진해에 있는 육군 대학 총장 이중찬 중장의 관사 앞에 도착하자 지프에서 내려 헌병들의 경례를 무시하며 2층짜리 건물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건물을 바라보던 박종회는 무슨 결심을 했는지? 무슨 각오를 했는지 입술을 굳게 깨물고는 관사 안으로 들어갔다.



박종희는 거실에서 10분 정도 대기하다가 이중찬 중장이 들어오자 벌떡 일어나 절도있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거수경례를 받은 이중찬이 박정희 앞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자 얼른 두 손으로 이중찬의 손을 잡고서는 박종희가 입을 열었다.


“각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이오. 박 장군.”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니요. 박 장군도 바쁠 것이오. 앉아서 차 한잔합시다.”

“네. 각하.”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를 마시던 이중찬이 박종회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안부차 온 것은 아닐 테고 찾아온 용건이나 말해보시오.”


이중찬의 물음에 박종회가 드디어 때가 왔다는 듯 굳은 얼굴을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각하! 이제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고 봅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제 일어서야겠습니다.”


이중찬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박종회를 말없이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오?”

“아닙니다. 그동안 고민도 많이 했고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지금 이송만 정권의 행태를 보십시오. 어느 누구가 더 참을 수 있겠습니까? 더 늦기 전에 나서야겠습니다.”

“준비는 된 것이오?”

“물론입니다.

현재 부산 군수기지 사령부 1000명, 부산 곡사포 부대 500명, 안동 사단 1000명, 포항 해병 상륙사단 1000명, 대구 2군 기지 500명, 육군본부 결사대 등 4500여 명의 병력을 확보하였고 그동안 수십 차례 혁명 회합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각하는 부족하다고 보십니까?”

“아니요. 지금 같은 사회, 정치 상황이라면 병력 수가 문제가 아닐 것이오. 적은 인원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오.”

“맞습니다.

현재 각계각층 전부 썩어 군부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부터 온 국민이 이송만 정권에 등을 돌린 상황입니다.

군부만 해도 썩어 악취가 진동하는 것을 각하도 잘 아실 겁니다.

대공 첩보비와 군납은 자유당 국방위원회들의 교제비와 정치자금으로 사용되고 또한 군수품은 장성을 시작으로 장교와 하사관, 사병들까지도 주인 없는 것처럼 너도나도 다 해 먹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부정선거도 보십시오. 말이 안 나올 정도입니다. 이러고도 민주주의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러니 세상을 뒤집는 불씨를 누가 지피는 가의 문제입니다. 각하 이제는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이중찬은 심하게 갈증이 난다는 듯 찻잔을 들어 벌컥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박 장군이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보오. 내 생각에 박 장군이 횃불을 들고 나서면 뜻있는 많은 장병이 뒤를 따를 것이오.”

“아닙니다. 저보다는 군의 존경을 받는 각하가 앞장서야 합니다. 그래야 혁명에 성공할 수가 있습니다.

8년 전 1952년에 있었던 부산 정치 파동 때도 각하께서는 군의 정치적 개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일로 참모총장에서 해임까지 되고 반강제로 도미 유학까지 가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각하께서 앞장선다면 군은 물론이고 야권 등 정치권, 국민들이 기꺼이 각하의 뒤를 따를 겁니다.

그러니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난 말이오. 그럴 수가 없소.”


단호하게 대답하는 이중찬을 보니 박종회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박종회는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때 혁명할 기회를 놓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있었다.

그 당시 이용무 장군과 함께 민주 국민당 유준산 의원과 혁명을 모의했었지만, 이중찬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여 좋은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도 또 기회를 날릴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각하! 이번에도 또 비겁하게 도망가시려는 겁니까? 부산 정치 파동 때 계엄사 병력은 고작 2개 중대였으며 비전투 요원들이었습니다.

그때 1개 대대만 동원했어도 이송만 도당을 몰아내고 정권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이송만 정권의 과오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며 현재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겁니다.

더는 그 꼴을 볼 수가 없고 이번에도 가만히 있는다면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욱 개판이 되어 회기불능의 나라가 될 겁니다.”

“박 장군의 말을 전부 부정하는 것은 아니오만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소이다. 어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오.

단정하는 것은 오만이오.”

“아닙니다. 저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저는 8년 전 부산 정치 파동 때 육군 훈령 217호를 작성하면서도 각하께서 부산으로 진군하시길 누구보다 더 바랐고 그때 각하께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것이 지금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10년 후의 나라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했고 상상한 대로 지금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10년 후의 나라의 모습이 어찌 될지 제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질 겁니다.”


이중찬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난 장담할 수 없소이다.”

“아닙니다. 각하는 군의 청렴결백, 공정의 상징으로 군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정신적인 지주입니다.

그런 각하가 장담하지 못하고 자신이 없다면 군과 국민은 누굴 의지해야 한단 말입니까?”

“군은 적을 섬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오. 누가 섬멸할 적이란 말이오?

그런 군이 나선다면 총부리는 누구를 향할 것이며 그 끝은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소. 비극적이며 참혹할 것이오.”

“적은 국민을 무시하며 각종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자기들 멋대로 국정을 농락하는 안하무인 이송만 도당입니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것이 현재 군의 숙명이라고 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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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막거나 말리지 않았던 역사적인 사건 +14 24.08.19 6,561 10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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