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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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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pro
작품등록일 :
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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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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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2 10:20
조회
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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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
10쪽

육군본부 훈령 127조

DUMMY

이중찬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생각이 다르오. 이 박사를 다르게 보고 있소.

난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소좌였고 박 장군도 마찬가지요. 과정이 어떻든 간에 결론적으로 우린 민족 앞에 역사 앞에 죄인은 분명한 것이오.

하지만 이 박사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항일 경력이 있소. 그것이 내가 이 박사에 대항할 수 없는 이유라오.

또 다른 이유는 군은 나라를 지키는 방패로써 본연의 임무를 떠나 정치적인 태풍에 한 번 휩쓸리게 된다면 혁명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을 세계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소.

그걸 알면서 태풍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소.”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박종희의 얼굴이 구겨졌다.


“각하는 이송만이 계속 정권을 잡아 나라가 썩어 악취가 진동해도 망해도 가만히 방관만 하고 계시겠다는 겁니까?

이처럼 책임감 없고 무책임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 겁니까?”

“난 국민들을 믿소.”

“나약한 국민들이 무슨 힘이 있단 말입니까?”

“국민들이 나약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오. 난 민족의 죄인이라 할 말이 없지만, 우리 민족의 저력을 굳게 믿고 있소.

나라가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쳐 일어났던 민초의 저력을 말이오.”

“각하!”

“박 장군! 나를 찾아온 것이 박 장군이 처음이 아니라오.

그동안 원로 군인부터 현역 장군, 젊은 장교, 사회 지도층, 야당 정치인 등 많은 자들이 나에게 혁명을 하자고 했소.

하지만 언제나 내 대답은 한결같았소. 이정도면 내 의사는 충분히 전해다고 보오. 그만 돌아가시오.”


박종희는 더는 설득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경하게 거절하는데 계속 졸라봐야 오히려 역효과만 더 날 테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각하! 전 언제까지 각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생각이 바뀌시면 연락 주십시오.”


거수경례하고 나가는 박종회의 뒷모습을 보던 이중찬은 뭔가 생각난 듯 박종회를 불러세웠다.


“박 장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박종회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았다.


“네. 각하.”


박종회가 이중찬을 멀끔히 바라보자 이중찬의 입이 나직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군은 국가 민족의 수호를 유일한 사명으로 하고 있으므로 어느 기관이나 개인에 예속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변천 무쌍한 정사에 좌우될 수 없는, 국가와 더불어 영구 불멸이 존재하여야 할 신성한 국가의 공기이므로 군인 된 자 수하를 막론하고 국가방위와 민족수호라는 본분을 떠나서는 일거수일투족이라도 절대로 허용되지 아니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정치변동기에 처하여 군의 본질과 군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의식, 무의식을 막론하고 정사에 간여하여 경거망동하는 자가 있다면 누란의 위기에 있는 국가의 운명을 일조에 멸망의 연에 빠지게 하여 한을 천추에 남기게 될 것이다.

충용한 육군 장병 제군, 거듭 제군의 각성과 자중을 촉구하니 여하한 사태에서라도 각자 소임에 일심불란 헌신하여 주기를 바란다.

이는 박 장군이 초안을 작성한 것이니 뭔지 잘 알 것이오. 난 아직도 박 장군이 작성한 육군본부 훈령 127조를 마음에 새기고 있다오.

부디 박 장군도 훈령 127조를 잊지 말고 초심을 끝까지 간직하길 바라오. 이게 내가 박 장군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오.”



***



지프에서 내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1960년 종로 거리를 실제 보다니? 꿈인지 현실인지 신기할 정도였다.

굳이 소감을 말하자면 나름 번화가인 종로이지만 내가 살았던 보육원 시골 읍내보다도 더 시골 같았고 인상 깊은 것은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고 TV나 영화에서 보던 전차가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난 전차를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교복을 입은 여고생 둘이 그런 나를 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왜 웃어? 여고생 눈에는 시골 촌놈이 도시인 서울에 와서 전차를 보고 신기해하며 놀라는 모습으로 비친 것 같았다.

신기하고 놀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난 신문물을 보고 신기해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시대의 문물을 봐서 그런 건데.

그런 사실을 저 여고생들이 알 리가 없겠지. 군복을 입고 올 걸 그랬나? 사복을 입었더니만 괜히 촌놈으로 오해나 받고.

그나저나 전차를 보니 한번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꼭 타야지.


거리 풍경 감상을 그만두고 고개를 돌리니 작은 나무판에 정원이라고 쓰여 있는 촌스러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촌스럽지만 왠지 정겹게 느껴졌다.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촌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쳐졌다. 뭘 바랄까? 지금은 1960년인데.

테이블이 여섯 개인데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낮이라서 그런가?

창가 쪽 빈자리에 앉자 한복을 입은 30대 초반의 여자가 다가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차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어서 오세요.”

“네.”

“못 보던 분인데 우리 가게에 처음 오셨나 봐요?”


물어보는 여자의 얼굴을 보다가 무척 놀랐다.

꽤 미인이었고 순간적으로 과 친구인 유아영인 줄 알 정도로 무척 닮았다. 설마 유아영 할머니는 아니겠지? 맞나?

갑자기 위호문과 유아영이 보고 싶어졌다. 둘은 뭐 하고 있을까?

내가 과거로 왔으니 내가 사라진 걸 알고 있을까? 아닌가? 내 몸이 온 게 아니라 내 영혼만 왔으니 육체는 그대로 있으려나?

그럼 그 육체에 내 영혼은? 모르겠다.


“손님 얼굴을 다 기억하세요?”

“전부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처럼 잘 생긴 분을 어찌 기억하지 못하겠어요?”


장삿속인가? 객관적으로 지금의 얼굴은 준수하기는 하지만 잘생긴 편은 아닌데. 2025년 현대 기준과 지금의 기준이 조금 다른가?


“어디 가서 잘생겼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요.”

“농담이시죠?”


진짜 잘생긴 건가? 이 몸의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기억을 다 못 해서인지 들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았다.


“진짜인데.”

“에이. 농담도 잘하시네요. 젊었을 때 여성들에게 인기 많았겠어요.”


진짜 잘 생긴 건가? 화제를 돌리자.


“사장님인가요?”


뭐가 웃긴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여자였다. 웃는 모습도 예쁘네.


“호호호. 사장님이라뇨? 저는 작은 찻집 주인일 뿐이에요.”


이 시대에는 사장은 기업 오너에게만 사용하나?


“작은 찻집이라도 주인이면 사장이나 마찬가지죠.”

“듣기는 좋네요. 일행분이 또 오시나요?”

“네. 곧 올 겁니다.”

“주문은 그때 받을게요.”

“네.”


주인이 가자 무심한 눈으로 창밖의 거리를 내다보았다.

거리에 차도 드물고 건물도 드물고 그나마 있는 낮은 건물들을 바라보니 작금의 대한민국의 가난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였다.

순간 내 힘으로 내 손으로 찬란한 대한민국으로 발전시키라는 하늘의 거역할 수 없는 숙명을 느꼈다.

마음속으로 반드시 이루리라고 다짐하는데 인기척을 느껴 고개를 돌리니 한 서양인이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오늘 약속의 주인공인 하우스만 미8군 군사고문관이었다.


“뭘 그리 넋을 잃고 바라봅니까?”


얼른 일어났다.


“종로 거리가 왠지 썰렁한 것 같아 쓸데없는 감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앉으시죠.”

“그럽시다.”


자리에 앉았다.


“진 장군은 가끔 보면 군인답지 않게 순진하고 감상적인 면이 있습니다. 시인이나 작가가 되어도 분명 성공했을 겁니다.”


이 몸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하우스만의 말처럼 감상적인 면이 많아 군인보다는 예술 쪽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 몸의 주 관심은 정치나 사회 현실보다는 문학을 좋아하였고 거창하게 거실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작은 방에 책들이 많은 이유였다.


“맞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계속해서 단추를 끼워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입니까? 처음부터 알았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겁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광복 후 대한민국이 어땠는지를요.”


내 말을 긍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저도 잘 압니다. 진 장군 같은 분이 있어 대한민국의 앞날이 밝을 것 같습니다.

오늘따라 진 장군의 새로운 면을 보는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습니다.”


여주인이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어요?”


하우스만이 나를 바라보았다.


“진 장군은 이곳이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이 집 국화차가 맛이 아주 좋습니다. 한번 드셔보시죠.”

“알겠습니다.”


잠시 후 국화차를 마시며 하우스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역사적 사실을 보면 박종회의 516 군사 정변은 너무나 어이없게도 쉽게 성공을 하기에 내가 내년에 쿠데타를 일으켜도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 같았지만 난 그 이후를 생각해야만 하였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미국인들 중 한국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총 4명이었다.

내 앞에 있는 하우스만 미8군 군사고문관, 유엔 사령관 매그루더 장군, CIA 한국 책임자 실버, 주한 미국 대사 월터였다.

다만 월터 대사는 내년 4월에 마셜로 교체되고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기에 그다지 중요도는 떨어진다.

내년에 새로 미 대사로 임명되는 마셜은 4월 27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니 그때 한번 만나면 될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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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본부 훈령 127조 +3 24.08.22 4,414 87 10쪽
3 피어나는 불씨들 +3 24.08.21 4,769 100 11쪽
2 꿈인가 싶었다 +12 24.08.20 5,463 107 10쪽
1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막거나 말리지 않았던 역사적인 사건 +14 24.08.19 6,595 10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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