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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밀이국 님의 서재입니다.

라그랑주로 가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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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밀이국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9
최근연재일 :
2023.05.19 15:16
연재수 :
7 회
조회수 :
58
추천수 :
1
글자수 :
32,824

작성
23.05.15 16:24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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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전생 6 (아나키스트)

DUMMY

“스님 저는 조선으로 돌아온지 10년째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하에 숨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손에 피를 묻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생을 저질러야 하는 천명도 진정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그 동안 대장이 주도한 대일본 테러와 부역자들을 처단한 살인이 50 여건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암의 말에 가슴 깊숙히 짖눌려 있던 살인의 죄책감이 밀려 오는 것이다.

대장의 무거운 음성을 듣던 한암의 눈동자가 더 또렸해진다.


“죄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죗값을 치러야 함은 알고 있습니다. 스님!”


“다만 업으로 갚을수 있을만큼 갚아보는 방법 뿐이겠지요!”


“각오 하고 있습니다···언젠가는 그리 될것이라고”


“천명을 따르는 대장에게 하늘이 과보를 주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천명을 내리시겠지요!”


“예? 또 다른 천명이라 하셨습니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님”


한암은 대장이 올려 놓은 한암비기를 자신의 앞에 가져다 놓는다.


“3일 밤낮으로 이 책을 읽어 보셨지 않습니까?”


한암은 대장이 비기를 열심히 읽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읽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이···도무지···무슨 소린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쓴 것입니까?”


“경허께서 제게 남기신 것입니다.”


대장은 놀란 토끼눈이 된다.

경허는 1912년 입적한 대선사로 그의 제자들만 하더라도 만공 혜월 수월 등으로 조선땅 불교의 큰 이름들이다.

한암스님이 경허스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나 비기를 남길 정도로 직접 거둔 제자인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른께서는 늘 제자들에게 속세 일에 대한 관여는 일체 말라 하셨지만 제게는 달리 말씀 하셨습니다.

업을 거두고 명을 따르는 종이 되라고 말이지요”


대장은 여전히 알수 없다는 표정이다.


“한암비기는 백년의 천명을 이행 하라는 지도 입니다.”


“숫자로 표기된 것들이 모두 년도를 뜻하는 것입니까?”


“그렇지요 앞으로 15년 정도 후에는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이 독립을 할 것입니다.”


“1945년8월 붉은 달이 지고 나면 낮이 아닌 낮이 온다 라고 ?”


“그렇습니다. 독립은 될것이나 온전한 해방이 아닐거라는 것이지요!”


“1권은 조선의 100 년을 예견하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른께서는 부처님의 제자인 아나율 못지 않은 천안통이 열리신 것 같았습니다. 미래를 훤히 보시고 조선 땅이 가련하다···가련하다 반복 하시며 이 비기를 밤낮으로 쓰셨습니다. 그 시기에 제가 잠시 시봉을 들고 있던때라 제게 남기시며 여러 말씀도 보태셨지요!”


“듣고 싶습니다 스님”


“1930년이 되는 해 소승에게 의기를 가진 3인의 선남이 찾아오실 것이니 그로부터 100년 후에 벌어질 일본의 조선 침략을 그 선남자들을 통해 대비하라 말씀 하셨습니다.”


“100년 후에 일본이 다시 조선을 병합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비기에도 정확히 2030년이 되는해 큰 변고를 적어 놓으셨습니다.

물론 그리 되기까지 과정 또한 있는 것이니 조금이라도 그 과정에 관여해 변고를 막아보라는 뜻입니다.”


“백년 후에 벌어질 변고를 스님이나 제가 어찌 막을수 있다는 것입니까?”


“역사의 큰 줄기는 바꿀수 없는 것이지요···하지만 시간을 건너 다닐수 있고 또 볼수 있다면 변곡점은 만들어 볼수 있을 겁니다.”


“스님!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건너 다니고 볼수 있다는 것인지요?”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는 것은 인간의 고정관념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은 중첩되어 있고 인식하지 않을때는 멈출수도 있습니다.”


대장은 한암의 설명을 듣고 있지만 물리를 거스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암이 누구인가?

당대 최고의 선승으로 불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조선 총독인 사이코 마코토 도 월송사에 방문해 스님과 사진을 찍고 함부로 대하지 못할 뿐 아니라 허리를 숙이는 일까지 있었다.

일제는 조선의 수많은 불교 유적을 파괴하고 헤아릴수 없이 소중한 유산들을 전리품으로 가져갔지만 월송사는 함부로 하지 못했다.

한암의 오랜 수행 과정과 깊은 도력을 그들도 두려워 했으리라!.


“제가 아둔해 스님의 뜻을 알수가 없습니다.”


“허허허”


한암은 대장의 표정을 보더니 호탕한 웃음을 보이며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1회


한암의 검지 손가락을 쳐다보던 대장은 갑자기 시야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것이 대체 무엇인가?

황홀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인가?’

2~3초가 더 지났을까 대장의 시야에는 다른 세상이 빠른 속도로 열려 보인다.


1976년 4월 경상남도 군단위의 어느마을


“좀더 힘을 줘봐···좀더···!”


할머니 두 분이 그다지 넓지 않은 시골집 방 안에서 아이를 받아내고 있다.

양수가 터지고 진통을 시작한지 꼬박 12시간이 넘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는듯 하다.


“하이고 사돈 이대로는 안되겠소···이러다가 아도 몬살리고 아 엄마도 죽겠구마는!”


연신 땀을 닦으며 아이를 꺼내려 끙끙대던 할머니도 사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병원으로 가입시다···안되겠다···!”


“봐라 유서방 어서 택시 불러라 병원으로 가자!”


밖에서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던 신랑은 방안에서 들려오는 장모님의 고함에 대답도 없이 택시를 부르기 위해 전화가 있는 마을회관으로 달려간다.

갑자기 비는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더니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다.


“에이씨···갑자기 뭔 천둥번개고!”


신랑은 우산을 챙길 정신이 아니다.


갑자기 방안이 어두워지고 산모의 고함은 더 커져간다.


“아···악···윽···읍···!”


“하이고 이거를 우짜꼬···아가 거꾸로 섰던 갑다···다리가 먼저 보이노?”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는 12시간 만에 다리를 할머니에게 보여준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두 할머니는 손자의 다리를 붙잡고 천천히 꺼내기 시작한다.


“야야···힘줘라···힘···얼라가 계속 거꾸로 서 있으면 탈난다···머리부터 나와야 하는긴데···우짜꼬 이거를!”


어느정도 몸통이 빠져 나오지만 아기의 어깨가 자궁에 걸려 쉽사리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택시는 불렀나?”


폭우 때문에 시골길에 탈이 생겼는지 택시도 구급차도 도착할 기미가 없다.

그렇게 훌쩍 5시간이 더 지날 즈음 아이의 어깨가 조금씩 빠져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고···아이고···나온다···나온다”


산모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 더 이상 소리도 내지 못한채 겨우 약간의 힘을 줄 뿐이다.


“야야 나온다···인자 됐다···나온다”


“아이고···고추네 고추···!”


아이가 몸을 세상 밖으로 다 내밀었지만 울음 소리를 내지 못한다.


할머니 두 분은 그런 아이를 보고는 놀란 눈이 되어 서로를 쳐다보더니


“우짜꼬···우짜꼬···이 고추 아까버서 우짜꼬!”


할머니는 태어난 손자가 아깝고 외할머니는 딸의 상태가 우선이다.


“야야 괜찮으나? 정신 차리야 된데이”


딸의 얼굴을 확인하니 다행히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산모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려 벽을 쳐다보며 흐느낀다.


“괘얀타···괘얀타···아는 또 낳으면 된데이···니가 살아야제···됐다···됐다···.고마!”


아기의 외할머니는 딸을 달랜다.


탯줄을 끊고 따뜻한 물로 아기를 씻기고는 하얀색 무명 이불에다 눕히고 아기의 전신을 하얀 천으로 덮어준다.

방안으로 들어온 신랑도 그냥 멍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 볼 뿐이다.

밖에는 이제서야 택시와 구급차가 도착했는지 온 동네 사람들이 모인듯 시끌벅적 하다.


“하이고 얼라가 안됐는갑네···너무 진통을 오래 틀었는 갑다···쯔쯔쯔”


대문 밖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일가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도 안타까운 상황을 듣고는 발길을 하나둘 돌린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하얀천에 덮여 있던 아기의 다리가 꿈틀하고 움직이는 것을 산모가 알아차린다.


“어무이···저···저···우리 아기···울 아기···!”


산모는 몸을 일으키려 하고 할머니는 며느리의 표정을 보고는 바로 아기를 덮고 있는 하얀천을 벗겨낸다.


“응애···앙···!”


기다렸다는듯 천이 벗겨지자 마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기는 팔과 다리를 파닥거리며 울음을 내뱉는다.


“아이고···우짜노···아이고 우리 손자 살았네!”


“산신할매요 고맙심더···고맙심더”


아기의 깨어남을 확인한 산모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졸음이 몰려온다.

눈을 반쯤 감고 잠이 들지 않은채 몽롱한 상태로 천장을 보고 있는데 선명한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여유있게 휘저으며 누군가를 꾸짖고 있는 모습이다.

상대방은 검은색 옷을 입고 날카롭게 생긴 젊은 남자로 보이고 할아버지의 꾸중이 많이 무서운 듯 쩔쩔매며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눈치다.

산모와 눈이 마주치자 검은옷의 사내는 흔적도 없이 천장의 그림에서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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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생 7 (아나키스트) 23.05.19 8 0 11쪽
» 전생 6 (아나키스트) 23.05.15 8 0 9쪽
5 전생 5 (아나키스트) 23.05.12 8 0 10쪽
4 전생 4 (의병으로) 23.05.11 8 0 12쪽
3 전생 3 (의병으로) 23.05.11 6 0 9쪽
2 전생 2 (의병으로) 23.05.10 5 0 13쪽
1 전생 1 (의병으로) +1 23.05.10 1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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