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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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크게 다그치거나 혼내지는 않았다.
다만, 죽기로 결심을 했다.
항상 여기서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왔는데,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함을 느꼈다.
"저기.. 미오."
미오는 늑대에게 대답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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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가 크게 밉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서 살 용기를 잃어 그에게 죽음을 통보하기 미안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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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시간이 지나 미오는 그의 품으로 돌아갔다.
지구의 공기는 이제 너무나 추워 도무지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끊임없이 옆구리 안이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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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는 잠에 들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늑대 앞에 섰다.
한 손에는 베개를 꽉 쥔 채.
스스로를 속이는 연기도 이제는 힘들어 그만두었다.
"늑대 씨, 내가.. 그게 너무 외로워서. 혼자 자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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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미오는 약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죽여놓고도 점차 눈꺼풀이 감기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만든 문학들을 보면 이런 슬픔을 너무나 잔혹스럽게 표현하던데.
며칠을 잠에 못 든다거나, 밥을 먹지 않는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깜빡이다 옆에 조용히 누운 늑대의 말을 들었다.
"..죽을 거지?"
그 말이 막 부끄럽진 않았지만, 미안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 가슴팍에 고개를 박은 채 잠든 척 했다.
"미오는 아직 인간의 감정이 남아있어?"
그 말에는 조금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응"
당장의 슬픔이 아마 그 증거일 것이다. 졸린 것도, 배운 것과는 다르게 배가 생각보다 정말 많이 고픈 것도..
늑대의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그는 배를 헐떡거리며 좋아했다.
"다행이다. 나는 미오가 정말이지 죽은 줄 알았어."
"..응, 살아있어. 나."
그렇게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새 늑대와도 많은 게 종속되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키오가 죽은 첫 날은 어땠어?"
미오는 조금 당황했다.
그가 그런 말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도저히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돌했고, 그 답지 않아 정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음.."
"미오가 계속 살아있고 싶으면, 잊어야 할 거야."
늑대는 오늘 무언가 이상했다. 그런 강한 어조를 사용하는 모습이 너무나 어색했다.
"응.."
"미오는 이제는 날 동생으로 보지 않지? 마치 흉기로 보는 거지?"
미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게 아.."
"어차피 죽겠다고 마음을 먹어버리면 나는 말릴 수 없으니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죽지 않으리라고 약속해 줄 수도 없었다.
정말이지 이제는 인간이 된 것처럼, 인간들이 가지는 허무맹랭한 구두 약속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미오, 세상에 정답은 없어."
"으응.."
낮게 신음하듯 대답하자 그는 한숨을 조금 쉬었다.
그 말이 약간은 듣기 싫었다.
'그건 우주에서 사는 너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 라고 반박해 주고 싶었다.
"나는.. 이제 스즈키 미오를 조작할 힘이 없어. 아키오 씨를 잊을 힘도 없고."
말을 시작하자 머리가 뜨겁게 달궈지는 듯 혀에 힘이 실렸다.
"정답이 없다고 했지? 응, 정말 그런 것 같아. 아키오 씨가 죽고 나니까 이젠 정말로 정답을 찾을 수가 없어."
"그 말이 아니야 미오. 정답이 없으니까.. 정답을 만들면 안 될까?"
"멍청한 소리 하지 마."
"미오, 너가 살아있다는 게 정답인 걸."
사탕 발린 소리가 왜 이렇게 쓰게 느껴지던지.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건 우주에서 편하게 사는 너나.."
"나는 계속 지시받은 대로 사니까, 여기는 지구랑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미오가 대답을 않자 늑대는 이어서 말했다.
"이게 정답인지 오답인지 미오가 바로 알려주니까, 다른 선택을 해볼 생각을 잘.. 못하거든."
"정답이 없으면, 나는 자살을 정답으로 할 거야."
"그래도, 그건 정답이 아니야."
"아까는 정답이 없다면서?"
"여기에 살아있는 것을 전제로 골라야 해. 여기에서 존재하는 건 미오가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이전의 문제야."
"살고 싶어서 억지를 부리는 거지?"
늑대는 묵묵히 그 말을 듣다 고개를 숙였다.
"이젠 정말 나를.. 도구로 보는구나."
"응, 나는 너를 도구로 봐. 억울하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할퀴면 되잖아? 저항도 못하는 너는.. 누가 봐도 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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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누워있는 걸 좋아합니다.
누워있으면 얼굴이 썩 예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걸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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