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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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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toccata
작품등록일 :
2023.11.04 18:14
최근연재일 :
2024.06.04 21:46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5,499
추천수 :
16
글자수 :
561,416

작성
24.01.30 19:25
조회
36
추천
0
글자
7쪽

산타 할머니도 선물을 갖고 싶을 때가 있어!

.




DUMMY

미오는 꿈을 꿨다. 굴뚝을 넘나들며 열등한 유전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꿈이다.


-

코가 빨갛고 귀여운 순록 두 마리가 그녀를 위해 하늘을 달린다.


미오는 내부가 빨갛게 장식된 예쁜 썰매를 탄 채로 채찍을 휘둘렀다.


조금 세게 때린 건지 그들의 등짝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순록들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감히 산타 할머니에게 반항하려 들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썰매가 빨라졌으니 좋은 일이다.


썰매 옆자리에는 리본으로 장식된 보따리에 선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선물이 뭘까?'


미오는 선물이 뭔지 궁금했다. 본인이 고르고 포장했을 텐데 말이다.


순록들에게 물어도 그들은 부루퉁한 얼굴로 앞만 보고 달렸다. 괜히 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어보고 다시 묶지 뭐!"


-

선물들은 근사했다.


예쁜 아키오 인형,


멋진 아키오 장난감,


귀여운 아키오 리본,


달콤한


아키오


바이브레이터..


잠시만 뭐라고?


-

미오는 이 선물들이 모두 갖고 싶었다.


하지만 이 선물들은 모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준비된 선물 아닌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그녀가 직접 준비했을 것이다. 미오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늑대가 없이도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주먹을 꽉 쥐었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불변의 법칙을 보여주면 될 일이다.


-

첫 번째 꼬마의 집으로 갔다.


"산타 할머니! 오셨군요!"


역시 요즘 아이들은 산타 할머니가 굴뚝으로 내려온다는 사실쯤은 아는 건지 벽난로에 불도 피우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미오는 멋쩍게 웃었다.

"널 위해 선물을 준비했단다."


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요?"


"그래. 하지만 이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통과의례가 있어."


"뭔데요? 뭐든 할 수 있어요!"

아이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


"올 한 해 동안 울지 않았니?"


아이는 아주 씩씩했다.

"당연하죠 산타 할머니!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어요!"


미오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럴 것이라고는 쉽게 예측했었다.

"이리 오렴, 선물을 주마."


아이는 귀여운 잠옷에 자기 몸보다 큰 양말을 끌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 좋은 얼굴로 열등한 유전자 녀석의 이마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따악!'


"아야!.. 흐아아앙!"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미오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런, 울어버렸구나. 내년을 기약하렴. 산타 할머니는 이만 가보마."


-

굴뚝을 다시 오르며 생각했다. 이건 어디에 신고도 못한다! 자기가 운 것을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그렇게 산타 할머니 미오는 전국의 아이들의 이마에 혹을 만들어주었고,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아이는 없었다.


-

"여기가 마지막이구나. 선물 주는 일도 힘드네."


선물은 단 한 개도 주지 않았지만, 주먹질이 조금 힘들었다. 어깨가 뻐근하다.


'역시 선물을 주는 일도 체력이 좋아야 하는 거구나.'

새삼 자신의 남편일 산타 할아버지가 존경스러워졌다.


-

이번 아이의 집은 조금 심상치 않았다.


크리스마스 날 저녁에 벽난로를 미친듯한 화력으로 틀고 있었다.


굴뚝을 타고 쉼 없이 올라오는 연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여기로 내려갔다가는 맛있는 통구이를 선물로 주겠는데?.."


-

결국 미오는 밧줄을 타고 집의 유리창을 깨부수며 들어갔다.


방범벨이 울렸지만 별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온에 강한 두꺼운 오리털 산타복은 유리조각이 신체에 박혀 산타복이 완전히 붉어지지 않도록 해주었고, 자신은 산타 할머니기 때문에 이 정도 침입은 허용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이걸 고소한다면, 분명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이다.

'법원도 내 편을 들어줄 거야.'


'전 세계 공인 침입자 아닐까?'

미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산타 할머니 미오는 방을 샅샅이 뒤져 숨어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어디서 학대라도 당한 건지 아주 꾀죄죄했다.


"역시 교육을 받지 못해서 크리스마스에 벽난로를 킨 거지?"

아이에게 웃으며 욕을 해주었다.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괜찮아. 너 같은 아이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단다."

그렇게 말하고 늘 하던 대로 보따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파란색 포장지에 핑크 리본이 달려있는 선물이었다.


"헉!"


빌어먹을, 달콤한 아키오 바이브레이터다!


이것만은 꼭 사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부터 꼭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도 아이들의 이마를 쥐어 박아 퉁퉁 부어오른 주먹이었지만 힘을 꽉 주었다.


"..정말요?"

그 여자아이는 소심하게 물었다.


미오는 힘겹게 웃었다. 웃는 일도 이제 힘들어 입꼬리가 마비될 것 같았다.

"정말이지, 올 한 해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았니?"


여자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거짓말임을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이유는 딱히 없지만, 아무튼 울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저건 분명 거짓말이다.


"거짓말 아니야?"

미오는 말이 거칠어졌다.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부모님은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올 해는 울지 않았어요.."


"알았어. 그러면 이리 와."

미오는 그 여자아이가 본인의 사정거리 안까지 오기를 잠자코 기다렸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장아장 걸어왔다. 양말도 없는지 들고 오지 않았다.


그녀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순간, 미오는 그녀의 이마에 꿀밤을 강하게 놔주었다.


-

"아야!"


-

미오는 울었다.


그녀는 빌어먹을 돌머리였다.


그 여자아이는 소심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사악하게 웃었다.

"그러면 이제 이건 제가 가져도 되는 거죠? 울보 산타 할머니!"


그녀가 쥔 그 선물은 자기 다리보다 더 길고 컸다.


"제대로 쓰지도 못할 거야 넌!"

미오는 눈물이 더 나왔다.

"안 돼.. 그건 내 거라고!"


"올 한 해 동안 운 적이 있니?"

여자아이는 감히 산타 할머니의 단골 멘트를 흉내 냈다.


"..안 울었어."

미오는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거짓말!"

여자아이는 아주 고약한 표정을 하고는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놔주었다.


뇌가 흔들릴 정도로 아팠다.


미오는 그대로 철퍽 엎어져 기절했다.




.


작가의말

어렸을 적 산타 할아버지를 포획하기 위해 잠자리채를 들고 밤을 샌 적이 있습니다. 


선물을 모조리 약탈하여 풍족한 성탄절을 보내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산타 할아버지는 그날 다른 방에 선물을 두고 가셨습니다.


분한 마음에 침대를 강하게 주먹으로 쳤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그 해 받았던 선물이 바이브레이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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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자율주행 서비스 24.03.25 19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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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우리, 잘하던 걸로 자살하자. 어때? 24.03.13 20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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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내 발에 편지가 붙어있는 줄 몰랐다니까! 24.02.22 19 0 4쪽
113 "아탕." 24.02.18 21 0 5쪽
112 산타 할머니의 칠면조 요리 24.02.16 19 0 4쪽
111 종속 계약은 라면 하나를 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24.02.14 35 0 4쪽
110 로맨스 영화는 달콤해! 24.02.13 32 0 6쪽
109 금잔화 그림이 담긴 사탕 병 24.02.12 30 0 6쪽
108 영화관 데이트 하기 24.02.08 35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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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탈출구를 아는 열쇠는 팔다리가 꼭 있었다 24.02.02 64 0 5쪽
103 전쟁이 끝난 후의 모습 24.01.31 32 0 6쪽
» 산타 할머니도 선물을 갖고 싶을 때가 있어! 24.01.30 37 0 7쪽
101 무덤에 마네킹을 넣었거든? 24.01.29 38 0 7쪽
100 핫도그와 햄버거를 먹는 건 엄청 엄청 어려워! 24.01.28 37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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