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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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는 꽃을 꽂았다. 향기가 방 안으로 퍼진다.
"장미는 예쁘네."
"해바라기도 빼놓을 수 없고."
붉은 팬지의 잎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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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는 형형색색의 병들이 있었다.
그녀는 꽃들을 위해 매일 새로운 물을 갈아줬고, 그들이 시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들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해줘, 알겠지?"
금잔화의 대에 입맞춤을 가졌다.
"이제 베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도 해줄게. 좋지?"
혼잣말에도 미오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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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을 더럽힐 수는 없었으므로 그녀는 옆방으로 들어가 철로 된 딱딱한 의자에 앉았다.
의자의 다리에는 족갑이 붙어있어 함부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제어할 수 있었다.
미오는 의자에 앉아 스스로 족갑을 채운 후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십자 드라이버를 집어 들었다.
반대쪽에 있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저도 모르게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진짜 습벽 변태 같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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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웩, 뭐야 이게..!"
무카시와 진세이, 둘은 동성애 관계였다.
미오는 그제야 그들이 왜 그토록 우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지구에서 생활하고 싶어 했는지 알았다.
우주로 나가면 신의 모습을 되찾을 텐데, 그렇다면 그들은 처벌받을 게 뻔했다.
솔직히 그들이 자신에게 숨기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약간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이런 사실을 나한테 숨기고 말이야. 어이가 없네.."
그 말을 끝으로 바이킹을 탔다.
미오는 소리를 질렀다.
"재밌어?"
"응, 엄청 재밌.. 다악!"
엄청나게 무서웠지만, 동시에 이것보다 짜릿한 경험이 없는 듯 입가에 얕게 경련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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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기억의 더미들은 좌석에 앉아 조용했다.
단지 온전한 방향으로 운전하는 미오를 지긋이 바라보며 살포시 웃었다.
"늑대 씨도 타볼래? 안전벨트가 없어 위험할 것 같긴 한데.."
"걱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 미오."
좌석에는 늑대도 얌전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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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가 엄청나게 커 늑대가 맬 안전벨트가 그곳에는 있었다.
미오의 캠핑카는 센치나 미터로 계산하는 크기가 아니었다. 무려 평 수로 계산하는 멋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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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는 자신의 부모가 오래 전 여객선 사고로 인해 죽은 걸로 알고 있었다.
미오는 진실을 말할 용기를 잃었다. 스즈키 미오도 자신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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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는 자신의 아버지를 싫어했다.
이유는 그의 거친 수염이었는데, 미오는 그 말을 딱히 믿진 않았다.
그는 자신을 잘 세뇌하는 부류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진상을 파악해주고 싶었는데, 아키오의 기억은 골다공증에 걸린 환자의 뼈처럼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었다. 그의 일기장을 찾을 수 없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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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아키오가 생전 좋아했던 수많은 행동을 했다.
전혀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는 게 정말이지 신기했다.
예수처럼 아키오가 다시 살아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가 예수처럼 살아나지 않아도 슬프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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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가 좋아했던 행동을 하며 본질적인 행복을 느끼는 미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조수석에 앉은 아키오와 키스를 했다.
"야, 앞 잘 봐야지!" 라고 진세이가 항의했지만 미오는 그저 히죽히죽 웃었다.
"핸들에서 손을 놔도 아키오 씨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갈걸?"
정말 그렇다.
나중에는 이러한 자율주행 같은 게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상의 캠핑카는 그 시대를 초월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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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아직은 자율주행이 무섭습니다.
기계는 무엇보다 정확하지만, 오류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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