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머니의 칠면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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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는 공포심에 머리카락이 젖기 시작했다.
이런 공포를 안겼던 상대가 있던가?
그 여자는 아무런 기척도 없이 어느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아키오의 뒤에 있었다.
마치 한참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생김새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하지만 그녀는 미오의 모든 능력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늑대와 자신이 다른 인격체라는 것을 어떻게 눈치챈 건지 가볍게 무력화했다.
눈을 가려 시간을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 3월 14일이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본인만 죽으면 몰라도 아키오를 휘말리게 하고 싶진 않아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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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미는 이 남성을 죽일지 말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런 상태라면 쓸모없는데.'
각성을 한다고 해도 그것 또한 두려웠다.
이미 적의를 보여버린 이상 팀원으로 데리고 있기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그냥 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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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휴대전화 버저가 울렸다.
3월 15일.
나즈미의 생일 알람 문자였다.
"나즈미 님 생일 축하합니다." 라는 기계음이 들렸다.
미오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도박 수를 걸었다.
"늑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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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다 예상한 대로야. 정확히는 정해진 대로.. 하지만.."
슬래셔 영화를 기대했던 것 치고는 너무 피떡이다.
"잘리거나, 피가 분수처럼 튀는 게 없잖아.."
고기 구이엔 관심이 없었다.
"저, 주인님.. 그러면 스크림.."
"아!"
그녀는 아주 좋은 생각이 나 비서의 어깨를 후려쳤다.
"아, 미안."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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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의 말이 맞다.
스크림을 보러 가야겠다.
이미 서른 번은 본 것 같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전율이 나오는 수작이다.
영화가 끝나기 전에 영화관을 떠나는 것 만큼 야만인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없는 영화는 그런 취급을 꼭 받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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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는 그를 위해 오후 2시까지 기다리다 지쳐 중간에 잠을 또 잤었다.
빌어먹을 꼬맹이를 혼내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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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으로 들어오니 산타 할머니인 미오의 이마는 잔뜩 부풀어 올라있었고, 고통이 다시 느껴졌다.
그 꾀죄죄한 여자애는 당당하게 선물을 받아 놓고는 그걸 사용하는 법도 몰랐다.
미오는 심술이 나서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에잇!"
화가 난 꼬맹이는 달콤한 아키오 바이브레이터를 작동시킨 채로 던졌다.
그 기구는 바닥에서 요란하게 진동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꼬맹이는 하던 뜨개질이나 마저 하겠다고 흔들의자에 앉았다.
그녀가 앉아 뜨개질을 시작하려 할 때, 바이브레이터가 그녀의 흔들의자 뒷부분에 끼여 의자가 엎어졌다.
꼬마가 마침 앞으로 젖힐 때 끼여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그곳은 우습게도 활활 타는 벽난로 앞이었다.
꼬마는 벽난로 안의 불길에 휩싸여 죽었다.
누더기 같은 녀석의 옷이 먼저 탔고, 미오에겐 이제 익숙한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겼다.
꼬마 아이는 죽기 직전 뜨개질을 미오에게 던졌다.
어차피 구해주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 건지 딱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뜨! 뜨거워!.. 뜨.. 뜨개질을 완성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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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는 그녀의 꿈을 이루어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산타 할아버지의 아내인 만큼 산타 할머니인 그녀 또한 풍채가 컸기에 불룩 나온 배가 정말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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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는 뒤뚱거리며 벽난로 앞에 앉아 잘 구워진 그녀의 팔을 뜯어먹었다.
뜨개질을 할 줄 몰랐지만, 허기짐은 그녀를 무책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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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칠면조 요리를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맛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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