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데이트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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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는 2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녀를 바라보며 공연히 눈물을 흘렸다.
우는 아키오를 안은 채로 그때처럼 밝게 놀려주니 더 울었다.
미오는 무언가 창피해 같이 울지는 않았지만 우는 그의 곁을 지켜주며 마네킹이 아닌 인간 아키오를 세게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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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는 자신은 촌놈이라 어떻게 놀아야 할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저 밝은 미오를 계속 보기만 해도 좋은데, 집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안 되겠냐는 말까지 했다.
죽어도 그럴 수는 없었다. 오늘은 엄청 엄청 상징적인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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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이 영화관으로 갔다.
안 그래도 영화가 보고 싶어 몸이 미친 듯이 근질거리던 참이었다.
아키오는 영화가 처음이라고 했다.
어떻게 이런 순수한 청년이 있나 싶었지만, 그에게 첫 영화를 선물해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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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을 봤다.
엄청나게 큰 영화관 한가운데서 아무런 방해도 없이 단둘이 앉아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자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정말 좋았다.
아키오는 영화를 보는 내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봤다.
미오도 영화가 너무 즐거웠다.
아키오와 단둘이 봐서가 아니라, 그냥 정말 재밌었다.
미오는 영화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영화관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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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든 생각은 원래 멤버들이 많이 빠졌다는 생각이었다.
무카시와 진세이는 사정이 있어서 올 수 없었다.
'유즈키는..'
생각해보니 유즈키는 행방불명이다.
'죽었으려나..'
시로와 달리 그녀는 정말 죽었을 것 같았다.
길을 걷다 넘어져 죽더라도 이상할 건 없었다.
폭발의 신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유즈키의 몸이니까.
영화관에 대해 가장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둘만이 지금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어이없어 조금 웃었다.
즐거운 웃음은 아니어서 눈물이 조금 나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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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었어. 무.. 무카시가 왜 아이언맨에 환장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
"앞으로 자주 같이 다니자."
어떻게든 세계가 다시 회복되고 난다면 영화 산업도 발전하겠지. 죽기 전까지 그와 즐길 취미 하나가 늘어서 좋았다.
"그때 약속한 대로, 유즈키랑 미오 친구도 데리고.."
아직도 아키오는 그들에게 반말을 하는 건 어색한 것 같았다.
앞으로 다시는 존칭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반말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말을 아꼈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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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오후 10시 30분.
시로와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시간 30분이 전부였다.
영화관을 나선 도쿄의 하늘은 새까맣고 맑았다.
뭐든 조금이라도 더 해주고 싶어 미오는 마음이 급했다.
"아.. 아키오 씨, 배 안 고파?"
"조금 고프긴 해."
아키오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웃었다.
"..오늘 엄청 폭식하네."
미오는 조용히 그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여린 냄새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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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영화관 데이트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만, 잘 보지는 못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긴 조금 그렇기에, 혹 애인이 생긴다면 애인과 공포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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