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미국으로 간 미어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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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카가 내린 미국은 난장판이었다.
다른 나라보단 나았지만, 공항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북적거렸다.
그건 피서객들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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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었지만, 챙겨온 돈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아직 미국은 직접적으로 재난에 노출된 일이 적어 정부가 유지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애인에게 전화를 했다. 멀쩡히 살아있어 너무나 다행이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가 너무 걱정되었기에 반쯤 울며 전화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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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틀어박힌 채로 벌레처럼 몸을 웅크리고 싶었지만, 숙소에 웅크리든 천문대로 가든 살 사람은 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죽을 거면 피서라도 즐기고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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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들린 곳은 목욕탕이었다. 아키오는 오늘 일정을 소화하기엔 너무나 꾀죄죄했다.
주인은 안전불감증인건지 아니면 이미 삶의 끝에 내몰린 사람인 건지 이런 상황에서도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알몸으로 엉거주춤 걸어 들어오는 아키오를 보고 당황해 보였다.
"무슨 봉변을.."
미오는 그를 몸으로 가리고 말했다. 보여주기 싫었다. 나만 볼 거다.
"성인 하나 아이 하나요."
주인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알겠다고 했다.
"애가 조금 어려서 그런데, 같이 들어가도 되나요?"
여탕을 말하는 것이었다.
주인은 식겁하며 그게 무슨 소리냐며 항의했다.
'호오, 세기말이어도 상도덕은 지켜야 한다는 건가?'
그녀가 왼손을 들어 올리려던 순간, 주인의 부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황급히 뛰어와서 그에게 무언가를 귀띔해줬다.
주인은 이윽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어서 들어가라고 문을 열어주었다.
아마 미오와 그의 얼굴이 세상에 많이 팔린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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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아키오는 이미 벗은 상태였기에 따뜻한 물로 그를 꼼꼼히 씻겨주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씻는 것 보단 남이 씻겨주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한다. 자주 그렇게 씻겨줬었기 때문이다.
"..헥헥거리지 마."
"네."
아키오는 따뜻한 물로 몸을 씻으니 더운지 헥헥거렸다.
지금은 한여름에 에어컨을 쐴 수 없는 방 안에 갇힌 게 아닌데.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씻겨주다 보니 그녀의 옷이 젖어 엉망이 됐다.
'목욕이 끝나면 같이 옷 좀 사러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다.
미오는 그게 뭔지 대략 예측했다. 목욕탕에 들어올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경찰이다.'
"탕에 들어가서 수영하고 있어."
"네."
아키오는 따뜻한 물에 마음이 편해진 건지 표정이 한결 나았다.
그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내비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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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목욕탕 물은 따뜻해서 좋습니다.
미어캣이 서 있는 모습은 엄청나게 귀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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