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서 거의 8년간 유령처럼 떠돈 1인입니다.
학교/일 끝나고 평균 주당 10시간 가까이 문피아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간에 군대도 가고, 해외 봉사활동도 가고, 직장도 잡고.. 폐인/백수 수준은 약간 벗어난 사람입니다.
뭐, 저보다 훨씬 오랫동안 활동해오신분들도 계시겠지만요.. 하하.
이 정도 활동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 ‘나는 왜 이 작품들을 좋아할까?’ 였습니다.
그래서 선호작을 다시 보았습니다. 8년간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작은 대략 10편 정도;;
그중 거의 6~7년 넘게 살아남은 작품들은 가비님의 귀혼환령검, 동방존자님의 이소파한, 가글님의 후생기, 그리고 병사 정도가 있겠네요.
그러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서 이 오랜 기간 동안 제 선작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호작들을 쭉 둘러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공통적인 한 가지는 작품들의 공통적인 극악한 연재 주기에도 불구하고 선작 수가 안 빠진다는 것입니다. (작가님들 돌아와 주셔요 엉엉)
이 부분을 보고 무언가 궁금한 점이 또 생겼습니다. 대체 무엇이 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작품들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가?
근 7년 정도 넘게 기다려서 겨우 초반 부분 끝났으니 이제 완결을 보려면 거의 8년 더 걸릴 꼴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듦에도 불구하고 선작을 못 뺍니다. 아니 아예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더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려지덥니다.
그래서 이 한담을 써 봅니다. 댓글이 얼마나 달릴 지는 모르겠지만요..
과연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이 가져야 할 기준은 무엇일까요?
필력? 구조? 참신성? 몰입도? 개연성? 교육성?
무엇이 독자들을 끄는 요소일까요?
한 번 달려봅시다.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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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궁금증 해결
댓글에 기반한다면...
독자들을 끄는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몰입도와 개인의 코드를 끄는 것이 중요하다.
나름 개인적인 해석을 한다면..
몰입도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개연성, 말초신경 자극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주제, 주제의 배열 등등.
개인의 코드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개인이 자라온 사회적 배경, 심리적 과정, 분석적 사고 과정, 개인이 원하는 것들 등등..
흠.. 몰입도를 결정하는 것은 꽤나 원론적인 이야기인듯 합니다. 뭐 좋은 글, 진중한 글이 되겠고... 개인의 코드는.. 아마 그 사회가 만드는 분위기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글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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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님께서 좋은 댓글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댓글에 따라 문피아에서 글을 보는 제 행태(?)를 돌이켜 분석해 봤습니다.
1단계와 2단계로 나뉘는 글에 빠져들기.
ㄱ. 그냥 스윽.. 몇편 올라왔는지 확인한다.
20편 이쪽저쪽은 안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괜히 빠져들었다가 연중되면 분노한다.
(아마 이 성격 고쳐야 쫌생이 안 되겠습니다.)
ㄴ. 글을 일단 쭉 훑어보고 오타/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오타가 많거나 문장 비문이 많으면 무조건 패스... (선입견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오타나 비문이 많다는 것은 작가님께서 작품에 큰 애정을 품고 계시지 않다는 것과 연계되는 그런 못된 생각 1)
ㄷ.일단 전체적으로 괜찮으면 슬슬 “읽는”다.
꼼꼼히 문장문장 잘 읽습니다.
개연성 같은 것이 여기서 튀어나오나 봅니다.
주제와 주제를 펼쳐가는 것(아마 필력)이 여기서 튀어나오나 봅니다.
그리고 작품 전체 완성도는 작가님이 완결 때릴때까지는 결단 보류.
ㄹ.그렇지만 각 편, 각 소주제 구성, 다음 편으로의 연계가 부드러우면 조금 더 신뢰!
대충 이렇게 되겠습니다.
어서어서 아이디어를.. 문피아에 좋은 작품들이 보석처럼 묻혀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거하신 고수분들 아이디어를.. 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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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있다고 열심히 잉여짓을 하는 중이랍니다.
정리한다면..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은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합니당...
독자들이 감동하려면.....?
1. 몰입도가 뛰어나다
2. 각 소주제 구성 및 전개가 뛰어나며, 소주제 간 연결이 자연스럽다.
3. 떡밥떡밥떡밥떡밥떡밥떡밥떡밥떡밥
4. 카타르시스가 강해야 한다.
5. 작가가 자기 작품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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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1~7 정의... 물론 다음은 그저 제 마음대로 정리한거라서...
킁킁...
1. 몰입도가 뛰어나다는 것은
ㄱ. 인칭 시점이 마구 바뀌지 않는다.
ㄴ. 오타가 없다.
ㄷ. 비문이 없다.
ㄹ. 글 문단과 문장 구성이 자연스럽다.
ㅁ. 개념 및 상황 묘사가 적절하다.
ㅂ. 독자로 하여금 주어진 글 상황 안에서 ‘생각’ 및 ‘상상’하게 한다.
2. 각 소주제 구성 및 전개가 뛰어나다는 것은
ㄱ. 인물 간 갈등 발단~결말이 글의 전체 호흡에 맞추어 자연스럽다.
ㄴ. 해당 ‘갈등’이 소주제 제목과 관련이 있다.
ㄷ. 해당 ‘소주제’가 전체 대주제 또는 전체 글의 흐름에 꼭 ‘필요’ 해야 한다.
ㄹ. 등장 인물의 ‘등장’이 적절하다. 뜬금없이 불쑥 나타나거나.. 무슨 단역 배우 쓸 것을 이름까지 주어준다거나.. 별다른 역할이 없었는데도 갑자기 큰 비중으로 등장한다거나... 뜬금없으면. 에에... 과감히 패스.
ㅁ. 갈등 자체의 개연성 역시 중요하다.
ㅂ. 식상한 주제를 가지고 멋진 소주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흔한 ‘복수’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 다 똑같은 ‘쌀’을 가지고 누구는 밥을 짓고, 누구는 쌀전병을 만드는 것 처럼...
ㅅ. 각 소주제 간 연결이 자연스럽다 떡밥이라 해도 괜찮지만.. 이 부분은 좀 더 ‘가까운’ 영향을 말한다. 하나의 소주제가 다음 소주제와 끈끈히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전 소주제 ‘결말’이 다음 소주제 ‘발단’이 된다. 이것을 어떻게 짜임새 있게 엮느냐가 관건인듯...
3. 떡밥떡밥떡밥떡밥떡밥떡밥떡밥
ㄱ. 떡밥 자체가 너무 주제에서 벗어나도 안 된다.
ㄴ. 떡밥은 글 안에서 ‘가볍게’ 슬쩍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ㄷ. ‘글’은 ‘세상’ 이므로, 발단의 모태가 되는 떡밥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ㄹ. 열심히 떡밥을 뿌려대야 작가가 편하다(?)
ㅁ. 밥 먹었으면 싸야 하고, 물 마셨으면 화장실 가야 하는 것이다. 떡밥을 뿌렸으면 고기를 낚고, 과한 떡밥은 건져내고.... 해결을 봐야 한다. 글에서 발단의 모태가 될 떡밥을 던졌으면, 해당 갈등 발생 요소를 열심히 우려먹어야 한다. 낚을 고기는 다 낚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갈등 발생 요소가 영 주제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ㅂ. 떡밥은 떡밥을 낳아야 한다.
ㅅ. 참고로.. 넘쳐나는 떡밥 안 건지면 녹조가 발생하여 물고기가 오지 않는다. (뻘)
4. 카타르시스가 강해야 한다는 말은...
ㄱ. 독자에게 카타르시스 또는 감흥, 또는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교과서나 다름없다. 베고 잠자기에 딱 좋다. (이 글처럼)
ㄴ. 강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려면 독자의 요구를 알아야 한다. 댓글, 추천글에서도 볼 수 있겠으나, 평균적으로 독자는 ‘일반’ 대중임을 기억한다.
ㄷ. 일반 대중은 ‘보통’ 일반적인 도덕 관념과, 일반적인 사회 인식과 일반적인 교육 수준과, 일반적인 이해력과, 일반적인 양심과, 일반적인 감정 지수를 지녔다.
ㄹ. 일반적인 대중을 감흥시키기 위해서 일반적인 글을 쓴다면, 카타르시스가 강하지 않다. 그렇기에 여기서 작가 개성이 나온다. 개그 요소, 사회 반영, 쥔공 굴리기 등등..
ㅁ. 카타르시스는 복합적인 요소를 담은 큰 부분이므로, 이 부분은 그만 다루겠음.
5. 작가가 자기 작품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ㄱ. 작가는 글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
ㄴ. 그렇게 사랑해야 하므로 색안경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ㄷ. 글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 글에게 수정을 가해야 한다.
ㄹ. 독자의 반응대로 글을 다루다간.. 독자들의 글이 되어 버린다. 일반 대중의 글이 되어 버린다. 자기 작품의 색을 정하고 그대로 간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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