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says…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죽음이 있는 곳엔 그가 있었다.
사무치게 그리운 기억의 그가.
세상을 돌고 돌아,
선한 눈빛 발견한 순간.
내 기나긴 방황도 끝날 줄만 알았다.
바로, 그였다는 생각에.
그러나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
붓을 버리고, 칼을 들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살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그리고 그는
어디에나 있었다.
바로, 내가 있는 곳에.
He says…
까마득한 옛날, 그 어느 날 밤.
공후 소리가 단조로 울려 퍼질 때,
나와 병사들은 그 소리를 따라 달렸다.
나랏법을 어긴 역적들이 게 있다고 했다.
하늘을 가를 듯 스물 현 튕기는 그 소리는,
진정 하늘을 가르려던 그들을 어서 잡으라며
나와 병사들을 이끌었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천지의 주인인 황제가 아닌,
오직 나의 하늘만을 갈랐다.
8년을 알고 사랑했던 나의 하늘을.
작은 세상, 큰 재주 타고난 나의 여인.
나도, 세상도 그댈 감히 품지 못하나니.
여인은 제 길 찾아 홀연히 떠났었다.
그렇게 세상이 우릴 갈라놓은 지 1년 만에,
나는 그대를 다시 보았다.
만나서는 안 될… 죄인의 이름으로.
“죽여주십시오.”
새삼스럽게, 심장을 파고드는 목소리.
나는 님을 살리러 왔는데,
님은 내게 죽여달라 하시네.
그대 없으면, 나도 없기에.
나 또한 인간이길 포기하고
세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내 남은 혼으로 맺은 계약,
그것은 오로지
저승의 사자(使者)라는 이름뿐.
머나먼 곳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있어.
그 어두운 곳에서, 문득 칼이 춤추었다.
그대일까?
2003년 8월 8일, 신참 저승사자 단하는 자신의 담당 명부에 열 번째로 오른 사람의 혼을 거두러 이승으로 내려옵니다. 주로 사고나 각종 재해로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을 담당하다 보니, 이 날도 그가 간 곳은 어느 종합병원 외과 병동 수술실이었지요.
수술실에서는 이수현이라는 젊은 여의사가 막 응급 환자를 받아, 모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습니다. 단하는 빈사 상태가 되어 있는 환자를 지켜보다가, 환자의 죽음이 확인되면 혼을 거두려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문득, 단하는 수현에게서 묘한 기억을 발견하고 흠칫 합니다. 그 자신도 한때는 인간이었지만, 저승에서 대가를 치른 뒤에 환생을 거부하고 사자가 되었거든요. 이와 동시에 인간이었던 기억은 거의 지워버린 상태였습니다.
천 년 전, 그리고 천 년 후. 저승사자와 인간으로 마주치게 된 인연!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맺어질 수 있을까요?
그 과정을 사자(使者)의 연인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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