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판타지 소설에서 보면 인간이란 종족의 추악함에 대한 서술은 많이 나와도, 그 인간이 패배하는 결말은 보지 못한 거 같습니다.
결말쪽으로만 한정하면 [정의]로운 [인간]이 [악]을 물리치고 승리한다는 식의 결말이 가장 많지 않을런지요. 그 경우는 주인공이 인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아무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인공이 인간인데 인간이 아닌 이종족만을 편드는 것에는 거부감들이 드시는 듯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인간이 아닌 이종족이며, 처음에는 인간에 대한 혐오나 증오를 가진 캐릭터들도 소수지만 존재하기는 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는 증오보단 혐오 쪽이 더 많았던 거 같습니다만.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도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에 대한 호감이 쌓여가서, 결과적으로 인간을 위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결말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았던가 생각됩니다.
뭐, 그것도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 흔히 소설에 감정이입을 한다 하는 식의 논리로 따지자면 이종족 또는 괴물인 주인공이 독자와 같은 인간을 대량학살한다, 라는 식의 이야기로 전개해 인간을 멸망시킨다는 결말로 끝내버리면 정말 찝찝할테니 말이죠.
그런고로 결과적으로 결말에 갔을 때 승리하는 것, 또는 웃는 것은 인간이나 인간측인 경우가 대부분이긴 할 것입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일테고, 이 경향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부류와는 다른 경향의 소설을 원합니다.
1. 인간이 명백한 악의 종족으로서 다른 종족을 유린하며 세계에 군림하는 것으로 확실하게 묘사되는 소설. 인간이란 존재의 행위에 어설프게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묘사를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 추악함을 드러내는 서술로서 결말을 내는 이야기.
2. 인간이 아닌 이종족이 인간에게 완벽하게 승리하는 결말. 예를 들어 오크, 엘프, 드워프, 심지어 악마나 괴물 같은 녀석들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지성이나 외양이 별로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녀석들이 힘을 모아 단결해서, 그 힘으로 인간을 멸망시키거나 지배하는 결말의 이야기.
이 경우 주인공이 인간에게 어설프게 호감이나 동정을 해서 어정쩡한 대응을 해선 안됩니다. 또한 결말에 휴전이나 화해 같은 것으로 인간과의 싸움을 어정쩡하게 멈추는 것도 안됩니다. 서로 갈 때까지 싸워서 한쪽이 멸망하거나 그에 가까운 결말이 나오는 이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류의 소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결말에 인간이나 주인공이 [정의]가 아니라는 묘사가 나오거나, 아예 인간이 멸망하는 소설은 나올 수 없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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