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황야>를 다운받아 넣고, 뉴로피드백을 끼고, 그리고 설명서에 적힌대로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의 눈앞은 새까맣게 바뀌면서 바람소리만 황량하게 들렸다.
머리, 목, 어깨, 허리, 팔, 다리, 엉덩이, 발. 손가락끝의 신경 하나하나까지 느낌이 살아나자, 그는 입술을 당겨 씨익 웃었다. 게임에 들어왔군.
그는 눈을 깜빡거리며 시야에 적응을 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봐도 <황야>의 세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무도, 풀도, 꽃도, 심지어 산도, 언덕도 없었다. 이곳에는 오직 검은 흙이 가득한 땅, 회색 구름, 그리고 은은한 어둠 뿐.
그가 처음 느낀 감각은 피부에 느껴지는 바람, 발바닥에 닿는 흙, 그리고 아랫도리의 허전함이었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그의 몸만 있었다. 그는 축축한 땅 위에 서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 한 마디로, 그는 벌거벗은 올누드 상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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