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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새65 님의 서재입니다.

헌터 세상의 지역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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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새65
작품등록일 :
2020.05.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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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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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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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기자와 헌터 사이 어딘가 (8)

DUMMY

새내기 직원과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우리는 본격적으로 각자 업무에 들어갔다.


물론 신입기자 교육은 내 소관이기에 나는 석하진에게 빈 책상 하나를 골라서 앉게 했다. 와 저 의자 부러지려고 하는 거 봐라.


솔직히 초면인데다, 워낙 과격한 인상을 가진 신입인지라 대하기가 어렵다. 적응이 필요한 건 석하진 쪽이 아니라 나 일지도?


사람이 어려운 것은 어려운 거고, 일은 일이니 만큼 나도 맘을 다잡으며, 일단 가볍게 기사 작성법과 사이트에 보도자료를 게시하는 방법 등을 교육했다. 그래도 난생 처음 후배기자를 교육하게 된 만큼 나도 꽤나 진심으로 임했다.


그렇게 한 3,40분쯤 그의 곁에 앉아서 그가 하는 것을 지켜본 나는 놀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쉽진 않지만 몇 번 해보면 금방 요령이 생길 것 같지 말임다”


몇 가지 상황에 따른 기사 작성법을 알려준 뒤, 시험 삼아 자료 하나를 주면서 그걸로 단신 기사를 하나 만들어보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어느새 그럴싸한 기사문을 써내려간 것이다. 문장에 어설픈 부분이라거나 맞춤법이 틀린 곳도 없었다.


반성 해야지. 내가 외모에 대한 편견이 이렇게 심한 사람이었나?


처음이니 만큼 아직 그 처리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그건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금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먹물’이라는 별명 값을 하는 것인지, 뉴스 사이트 관리라거나 보도자료를 선별해서 올리는 것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대강의 틀을 이해해냈다.


물론 보도자료를 사이트에 그냥 올리는 것이야 손가락만 멀쩡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을 선별해내거나 내용과 제목 등을 수정해서 올리는 것은 경험으로 길러낸 눈치와 어느 정도의 제반 지식이 필요하다.


이제 처음 해보는 사람이 처음 배워서 하는 일을 이정도로 해내는 것 만으로도 정말 보통 머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립서비스 하는게 아니라, 정말 잘 하시네요. 이 정도면 며칠 안에 사무실 안에서 하는 일들은 완벽히 적응하실 것 같습니다”


내 칭찬에 그가 기뻐하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아님다. 이 기자님이 설명을 잘 해주셔서 그나마 빠르게 흉내를 내게 된 거지 말임다”


배우는 사람이 습득이 빠르니, 가르치는 나도 꽤나 신이 나서 그 밖에 기자로서 알아야 할 여러 노하우들을 생각 나는 대로 하나씩 그에게 설명했다. 외모와는 달리 싹싹한 태도로 그것을 귀담아 들는 석하진에게 나도 처음과는 달리 상당히 경계심(?)을 놓고 친근감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꽤 지난 것 같다. 시계를 꺼내 확인해보니 벌써 오전 11시 30분이다.


동운이도 어느정도 여유를 갖게 됐는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 기자. 특별한 스케쥴 없으면 오늘 점심은 사무실에서 먹자”


“그럴까?”


동운이의 제안에 내가 동의하자 그가 곧바로 백반집에 전화를 걸어 배달을 시켰고, 잠시 뒤 우리 넷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에 들어갔다.


“맨날 혼자 아니면 둘이 먹다가 이렇게 넷이 함께 하니까 복작복작하고 좋네요”

동운이가 감회가 새롭다는 듯이 한마디하자 그 말을 황 부장이 받는다.


“앞으로 직원들이 많이 늘어나게 될 테니, 그 때는 지금처럼 사무실에서 식사하지는 못 할 겁니다”


“몇 명이나 더 뽑을 계획이신가요?”


대강 들은 바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는지라 내가 황 부장에게 질문했다.


“헌터관리부 쪽은 일단 협회에서 비밀리에 지원해주는 기술자 등 전문인력들이 5명 정도 올 계획입니다. 빌딩 다른 층에 들어설 헌터용품점들이나 포터 업체 등 기타 관련 산업 사무실들은 우리와는 별도 법인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고요. 김 대표님. 언론사 쪽은 몇 명이나 충원하시죠?”


“네. 그러니까······ 경리 업무 볼 사람 한명이 일단 급하고, 기자 세명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길호랑 사람 봐가면서 뽑으려고 합니다”


“한번에 다 안 뽑고?”


내가 질문하자 동운이가 고개를 저었다.


“급하긴 한데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어. 너는 그렇다 쳐도 당장 내가 갑자기 확장된 회사를 적응하고 파악하는 것만도 버거우니까 이것 만도 좀 시간이 필요해. 그래서 도움을 받을 경리 겸 비서가 필요 한데, 경리는 내가 아는 꽤 유능한 후배 한명이 조만간 올 거 같아. 근데 문제는 남은 비서랑 기자 충원이야. 우리가 보안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좀 있잖아? 그러니 믿을만한 사람들을 하나씩 뽑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아. 최대한 신중히 접근 해야지.”


“뭐, 그래.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싶어 수긍했다. 두명이서 구멍가게 하나 운영하듯이 주먹구구로 2년을 해온 상황이다. 나나 동운이나 정작 진짜배기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은 없기에 사실상 오늘 들어온 석하진 처럼 바뀐 시스템을 배우고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다 보안 문제도 그렇다. 동운이와 황 부장에게 그동안 들은 것들을 종합해 짐작하건데, 협회가 우리에게 하는 지원은 혹시나 남들이 알더라도 S랭크의 헌터가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며 뻗대면 무마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굳이 알려져서 좋을게 없는 법적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것들도 있는 것 같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 문제 삼으면 귀찮아질 여지가 있다는 거다.


점심을 함께하며 두런두런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점심시간도 금방 지나가게 된다. 식사를 마친 나는 이번에는 데스크 업무를 교육하기 위해 석하진과 외부 스케쥴에 나서기로 했다.


평소 습관대로 책상 위에 놓인 카메라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짊어지고 석하진과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그런 나를 황 부장이 붙잡는다.


“잠깐만요 이 기자님. 혹시 이 기자님이 평소 타던 ‘그 차’로 다니시려는 겁니까?”


“네? 그런데요?”


무슨 의미로 하는 질문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되묻자, 그가 내 옆에선 석하진을 가리켰다.


“하진이 사이즈가 과연 들어갈까요?”


“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 차는 1000CC 미만의 귀여운 경차이다. 프로레슬러 빰치는 체구를 차랑하는 석하진이 편하게 탈 수 있을리 만무하다. 아니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겪이랄까?


내가 그의 말을 알아듣고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짓자, 그가 곧장 주머니에서 자동차키 하나를 꺼내어 내게 건넸다.


“레이드용으로 특수 개조된 지프입니다. 법인차량으로 등록했으니, 앞으로 하진이와 함께 다니실 때는 이 차를 쓰시죠”


“와우. 이제 우리 회사 법인 차량도 있는 건가요?”


“제 차를 빌려드리고 싶지만, 스포츠카라 체고가 낮아 역시 하진이가 타기에는 무리이니 미리 준비 해뒀습니다”


뭔가 삐까뻔쩍해 보이는 차 키를 건네받고 내심 뭉클한 마음이 잠깐 피어 오르다가 예사롭지 않은 그 광택에 ‘그래도 뭔가 이건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불현듯 들며 여태껏 잊고 있던, 아니 내심 무시했던 질문을 그에게 시도해본다.


요즘 갑작스레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 놓치고 있었기에 좀 늦은 것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생각난 김에 꼭 한번은 짚고 가야 하는 문제이다. 이걸 이제야 묻는 나도 참 멍청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 그러니까 정말 감사 한데요. 제가 그럴 주제가 아닌걸 알면서도 그래도 진짜 꼭 한번 제대로 여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김에 질문 하나 해야 할 것 같네요. 정말로 그냥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니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네요.”


“네 말씀하시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최대한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귀한 전력이라는 것도 이제는 대강 이해가 갑니다. 협회 측에서 S랭크 헌터에 대한 편의를 봐 주는 것도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고요.”


“그거 좋은 일이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황 부장님 같은 분이 협회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부분에서까지 본인의 시간과 노력, 재산까지 투자해 가며 사실상 저를 업어 키워주듯이 한다는 부분은 좀 이해가 가질 않네요.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이제와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에 대한 이유를 들을 수는 없을까요?”


내 질문에 그가 잠깐 눈의 방향을 오른쪽 위로 향하게 하며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음······ 말씀하신 대로 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협회의 지원만 있을 뿐 제가 여기에 몸 담는 등의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인적 지원이 있더라도 전담 비서직원 하나를 파견하는 선에서 끝났겠죠.”


“그렇겠죠?”


“이 기자님이 궁금하신 점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제가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건데······ 긴 얘기가 될 것 같으니 자세한 설명은 나중으로 하고, 일단은 개인적으로 제가 정말 바라고 소망하는 것을 이뤄내는데 이 기자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두죠.”


“제가요? 어떤?”


재차 질문하는 내게 그가 고개를 흔들더니 평소와 다른 무거운 눈빛으로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드릴 수 있는 말이 아니고, 아직 그럴 시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는대로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전 이 기자님께 어떤 위해도 끼칠 생각이 없고, 아무것도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이 기자님이 준비가 되는대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오늘 질문하신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약속 드리죠.”


이상할 정도로 간절함을 담은 그의 말에 나는 더 이상 질문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


사실 당연한 얘기이다. 협회가 S랭크의 헌터인 내게 바라는 것이 있기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처럼, 황 부장도 내게 뭔가 개인적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기에 자신의 시간을 들여가며 관심과 지원을 해 주는 것이겠지. 사회인으로서 ‘거래’라는 측면으로 이해하면 매우 간단한 일이다.


다만 애초부터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자칫 ‘거래’가 아닌 ‘채무’ 관계가 될 수도 있어 그 것이 조금 맘에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황 부장에 대한 어떤 의혹이나 유감은 생기지 않는다. 그가 그동안 보여왔고, 오늘 보여준 태도 어디에도 진실성이 없어보이는 부분이 적어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분간 내 지성을 믿는 만큼, 그를 믿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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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 기자와 헌터 사이 어딘가 (9) +1 20.06.01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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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기자와 헌터 사이 어딘가 (7) 20.05.30 21 0 12쪽
25 24화 - 헌터와 기자 사이 어딘가 (6) 20.05.28 25 0 7쪽
24 23화 - 헌터와 기자 사이 어딘가 (5) 20.05.28 24 0 8쪽
23 22화 - 기자와 헌터 사이 어딘가 (4) 20.05.27 24 0 12쪽
22 21화 - 기자와 헌터 사이 어딘가 (3) 20.05.27 23 0 8쪽
21 20화 - 기자와 헌터 사이 어딘가 (2) 20.05.27 24 0 12쪽
20 19화 - 기자와 헌터 사이 어딘가 (1) 20.05.26 37 0 12쪽
19 18화 - 첫 출전(8) 20.05.26 30 0 10쪽
18 17화 - 첫 출전(7) 20.05.09 31 0 9쪽
17 16화 - 첫 출전(6) 20.05.09 36 0 9쪽
16 15화 - 첫 출전(5) 20.05.08 31 0 7쪽
15 14화 - 첫 출전(4) 20.05.08 46 0 11쪽
14 13화 - 첫 출전(3) 20.05.07 38 0 8쪽
13 12화 - 첫 출전(2) 20.05.07 43 0 11쪽
12 11화 - 첫 출전(1) 20.05.06 46 0 7쪽
11 10화 - 각성(7) 20.05.06 43 0 7쪽
10 9화 - 각성(6) 20.05.06 47 0 8쪽
9 8화 - 각성(5) 20.05.04 47 0 8쪽
8 7화 - 각성(4) 20.05.04 48 0 9쪽
7 6화 - 각성(3) 20.05.03 52 0 12쪽
6 5화 - 각성(2) 20.05.03 62 0 12쪽
5 4화 - 각성(1) 20.05.03 61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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