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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를 딸과 함께 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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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토리
작품등록일 :
2021.11.22 21:04
최근연재일 :
2021.11.23 20:0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19
추천수 :
2
글자수 :
15,175

작성
21.11.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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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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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쪽

프롤로그

DUMMY

“내 불꽃은 네 모든 걸 집어삼켜 불살라 없앨 것이다.”

“유언이냐? 재수 없는 소리 그만 지껄이고 빨리 뒈져.”


쩌적ㅡ 쩌저적ㅡ


모든 것이 얼어간다.

생명력이라고는 한 줌도 없는 대지도.

근처에 있기만 해도 살갗을 형체도 없이 불사를 불꽃도.


나와 사투를 벌인 저놈도.


세상 만물이 얼어붙어 차가운 상자 속에 날 혼자 내버려 두었다.

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기에 부족함 없는 존재, ‘투신(鬪神)’.


놈과의 싸움이 끝났다.

나의, 인간의 승리였다.


“······벤! 레이······ 벤! 레이벤!”


저 멀리서 친구가 날 불렀다.


‘안 죽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술이, 성대가, 허파가, 내 몸의 발성 기관들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가 담은 시야에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한 가지.


딱 한 가지, 친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다.

나는 그 부탁을 위해, 당장에라도 산산이 부서질 것만 같은 몸을 혹사했다.

근육이 움직이지 말라고 고통이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그렇지만 깡그리 무시한 난 품에 안고 있던 ‘얼음 덩어리’를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이, 이건······?”


친구야.

그 얼음 덩어리 안에는 말이지.


나와 그녀의 ‘딸’이 있어.


목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입술을 벌리는 것은 가능했던 나는 희미한 웃음을 머금어 보였다.

그러자 친구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친구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얼음 덩어리 안에 있는 내 딸을 보고선 어떻게 하면 될지 알아챈 것 같았다.

이제 됐다.


‘난, 조금 쉬도록 할게.’


이대로 있으면 목숨이 위험했다.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스스로를 얼음 속에 봉인해, 장시간 몸을 회복하는 것뿐.


‘이 부상으론······ 16년 정도이려나······.’


16년 동안 딸을 볼 수 없는 게 슬프지만. 괜찮았다.

난 목전에 다가온 슬픔을,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참았다.

그리고 이미 친구의 품에 안겨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된 딸에게.


‘16년 후의 네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게.’


친구들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오로지 연인과 딸에게만 허락한 내 최고의 미소를 보냈다.


쿠구궁ㅡ!


“으와악!”


전투의 여파가 몰아쳐 왔다.

나와 싸운 남자의 불꽃은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주변의 모든 것을 잡아먹고 있었다.

놈이 지껄인 유언대로, 모든 걸 집어삼킬 듯한 위세였다.

얼려도, 얼려도 마치 ‘난 아직 여기에 있다.’라고 주장하는 듯했다.

난 최후의 힘을 짜냈다.


쩌적ㅡ!


‘가!’


그리고 친구가 도망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었다.

친구는 금세 이를 파악하고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지금까지, 정말 고생했어. ······네 딸······. 네 딸으은······. 내가! 내가 잘 돌봐줄게!”


몇 년 동안 운 거라곤 여자한테 고백했다가 차인 적밖에 없었던 친구는, 평소였으면 형편없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슬픔으로 범벅된 얼굴이었다.


‘고맙다.’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내 딸을, 내가 없는 16년 동안 잘 부탁······.’

“걱정하지 말고 눈 감아! 네 딸은! 내 수양딸로 삼아서 훌륭하게 키워낼 테니까!”

‘······할.’


······뭐?


근육들아 잠깐 닥쳐봐.

비명 지르지 말아봐.

나 지금 고개 들어야 하니까.


물 흐르듯 옮겨진 내 시야에는 여파를 피해 자리를 뜨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수양······ 딸로 삼는다고?


그게 무슨!


‘야아! 이 미친놈아! 나 안 죽어! 16년 후면 돌아온다고!’

“넌 영웅이야 레이벤! 네 업적은 절대 잊지 않고 후세에 전할게에!”

‘야아아아아아!’


내 이름은 레이벤.


나는, 16년 후에 만날 내 딸이 어떤 모습이 돼 있을지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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