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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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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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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0.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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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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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2쪽

모키디 도적단 (3)

DUMMY

“얼굴값밖에 없는 자식.”


진혁이 도적단을 괴멸시키기 전에, 모키디가 조나단을 보며 비웃었다.


얼굴값밖에 없다.


그 말을 조나단은 부정할 수 없었다.


모키디와 함께 보낸 아카데미에서의 3년, 그 3년 동안 모키디는 우수했으나 조나단은 우수하지 않았다.

얼굴만 우수하다는 비웃음이 항상 따라다니고 있었으니까.


모키디 또한 조나단을 그렇게 비웃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있는 3년 동안 검기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기초적인 검술만 매진하는 조나단을 비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모키디는 어땠는가.

아카데미에 들어갈 때부터 소드 러너였고, 졸업할 때쯤에는 소드 익스퍼트 중에서도 최상급이라 불렸다.


소드 마스터의 문턱을 두들기는 모키디와 소드 러너조차 되지 못한 조나단.


그럼에도 조나단은 모키디를 라이벌이라 생각하면서 존경했다.

같은 검사로서 모키디는 우상이었고, 이기고 싶은 목표였으니까.


그런데, 그랬는데.


‘모키디가 도적단을 만들었단 말이오?’


이해할 수 없었다.

도적이라는 작자들은 아카데미를 졸업도 못 해서 낙제한 이들이 선택하는 길이 아닌가?

모키디는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도 동기생들 중에 수석이었다.


아카데미 졸업 이후에는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분명히 어딘가에서 좋은 일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모키디 도적단의 모키디가 다른 인물이기를 바랐다.

동명이인이기를 원했다.

한때 자신의 우상이자 목표였던 이가 도적이 되어 나쁜 짓을 벌인다고 생각하기 싫었다.


이렇게 마주친 순간부터 부정할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조나단, 목숨 아까운 줄 알면 비켜라. 넌 아카데미에서의 옛정을 생각해서 봐줄게.”


선심 쓰듯이 말하지만 대놓고 조롱을 하는 모키디, 조나단은 우상이었던 것에게서 흐르는 사악한 기운을 느꼈다.


그래, 우상이었던 ‘것’.


잔혹한 자의 힘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니, 그런 것을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요.”


“뭐가?”


“어째서 그대는 악마가 된 것이오?”


악마가 되는 이들이 적은 것은 아니다.

강한 힘을 손에 넣지 못한 자들이, 강해지기 위해서 힘을 갈구하다가 악마가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으니까.


그런데 모키디처럼 강한 자가 대체 왜?

소드 마스터의 문턱을 두들기고 있었는데 대체 왜?


이해할 수 없어 하는 조나단을 보며 모키디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너 말이야, 혹시 멍청한 거 아니냐?”


“무, 무엇이 말이오?”


“잔혹한 자의 힘을 받으면 단숨에 강해질 수 있어. 그 덕에 나는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었지. 개지랄 염병을 안 떨었는데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고. 알겠냐?”


잔혹한 자의 힘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은, 그저 아카데미가 사상을 잘 심어놔서 그런 것일 뿐이다.

순순히 받아들여서 악마가 되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으니, 황제가 그것이 두려워 정신교육을 시킬 뿐이다.


“웃기는 소리!”


옆에 있던 레이라가 발끈하며 외쳤다.


“나는 아카데미에 들어가지도 않았어! 그런데도 잔혹한 자의 마력을 보고 기분 나빠서 거절했거든? 당신 말은 틀린 거라고!”


“아하, 그래서 네년은 악령이 되었었냐? 그런 걸 두고 등신이라 하는 거다.”


모키디는 이상함을 느끼고는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레이라에게 잔혹한 마력이 느껴지는데 악마가 아니었으니까.

가능성은 악령이 되었다가 정상화가 된 것 말고는 없었다.


“어떻게 정상화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좋았겠어. 일이 다 끝나면 내가 좋은 교육을 시켜주지.”


모키디의 눈에서 음흉한 기색이 돌았다.

그것을 본 조나단은 입술을 깨물었다.


“너는 더 이상 내가 아는 모키디가 아니로구나.”


“그게 뭐 어쨌단 거지? 봐줄 테니 물러나기나···”


탕!


총성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

모키디든 조나단이든 경악하면서 진혁을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조나단은 진혁이 펼치는 기행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강하구나, 저 사람.’


순식간에 도적단을 괴멸시켰다.

자신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고용해준 것일까.


4천만 데르트가 가벼운 가격도 아닌데 말이다.


‘얼굴··· 때문인가.’


용병 길드의 직원은 진혁에게 허세 용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말에 욱하여 대화에 끼어들었었고, 어쩌다 보니 진혁에게 고용되었다.


하지만 직원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에도 얼굴값밖에 없다는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다.

오직 얼굴 하나 때문에 귀부인들한테 고용되는 수준일 뿐이었다.


용병이 되어서 귀부인들에게 얼굴값만 한다.

그러다 보니 몸값은 저절로 올라갔지만,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져갔다.


‘인정하지, 나는 약하다.’


약하지만, 그럼에도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그 많은 이들이 아카데미의 시험들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제했으나 조나단 자신은 통과했다.

졸업까지 해낸 명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용병 같은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황제의 기사가 되어서 명예를 추구하고 싶었다.


약해서 그것을 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 기사가 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혹여나 귀부인 말고 다른 이들이 고용해준다면, 백성을 위하는 기사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돈을 받았으니 책임을 다한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동경해오던 기사, 그런 기사가 되고 싶어서 용병임에도 흉내를 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용주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좋아졌다.

비록 약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붙었다.


그게 좋았다.


같은 용병들이 얼굴만 잘생겼다고 비웃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보면 잘생긴 외모 덕에 평판을 쌓아갈 수 있었던 거니까.


‘검기란 무엇인가.’


검에 어설픈 자가 검기를 사용할 수도 있고,

검을 잘 다루는 자가 검기는 못 쓸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검기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굴값만 한다는 말이 싫어서 조나단은 자기 자신을 부정해왔었다. 그래서 검기를 못 썼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까.


‘얼굴값이면 어떤가. 진혁 씨가 나의 얼굴만 보고 믿어서 고용했다면 어떤가. 그렇다면 그 얼굴값을 해내는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강자가 고용했다는 것은, 그 강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를 막아내기 위해서.


그렇다면 그 임무를 수행해낼 뿐이다.


용병이라서?

돈을 받아서?


아니, 얼굴값을 해내는 조나단으로서의 책임감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이길 수 없지만 모키디의 앞을 막았다.

진혁에게 도망치라고 말했다.

소드 마스터인 모키디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얼굴값을 하려고 해도 진짜 강한 이를 마주하면 소용이 없었다.


그게 분했다.


강함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어째서 모키디는 그 책임을 져버리고 도적질이나 하고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모키디를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책임을 위해 앞길을 막아낼 뿐.


그런데 어째서일까.


진혁은 도망가지 않았다.

그 대신 정체불명의 검을 던져줄 뿐이었다.


“왕의 책임감, 엑스칼리버.”


엑스칼리버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왕의 책임감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왕이라면 자신이 통치하는 백성들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책임감이 없는 왕이라면 백성들에게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다.


그만한 책임감이 있는 자만 휘두를 수 있는 검인가?


그 의문은 조나단이 엑스칼리버를 붙잡은 순간에 확신이 되었다.


‘이 검··· 이 검이 있다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


‘이 검은 대체 뭐지?’


그리고 그 검을 가지고 있던 진혁은 뭐하는 사람일까.

궁금했지만 우선은 임무에 충실하기로 했다.

얼굴값의 책임감을 담아 검을 움직였다.


조나단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키디는 그것을 모를 정도로 하수가 아니었다.

저 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특수하다.

진혁은 역시 특별한 소환수가 맞았고,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했다.


어영부영 있다가 놓쳐서는 안 된다.

도적단을 다 잃었으니 저 소환수라도 가져야 수지가 맞다.


그래서 전력을 발휘하려고 소드 마스터의 검기를 발휘하려고 했다.


일정한 공간에 자신만의 규칙을 적용시키는, 소드 마스터의 검기를.


그런데 발동이 되지 않았다.


‘뭐, 뭐지?’


모키디는 당황스러웠다.

이런 경험은 해본 적이 없었다.

오롯이 상대의 생명력만 빼앗아가는 모키디의 검기, 그 검기가 지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를 않았다.


‘설마···’


소드 마스터끼리 싸우게 되면, 자기 자신의 주체가 더 확실한 자의 규칙만이 적용된다.


모키디는 떨리는 눈으로 조나단을 보았다.


“책임감의 규칙···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여도 책임을 지려면, 특수한 힘이 아닌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법이오.”


모키디의 규칙을 조나단의 규칙이 압도하고 있었다.

모키디와 조나단이 있는 장소에서 그들은 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마력도, 검기도 없이.


오로지, 순수한 검술만으로.


“모키디··· 책임감 없는 그대의 기본은 어떤가?”


“건방진 소리 하지 마라!”


모키디는 소리를 지르면서 조나단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잔혹한 마력에 의존한 그는 기본적인 검술이 서툴렀다.

너무나도 느렸고, 조나단이 그것을 피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일검(一劍).


단 한 번의 검격이 모키디의 목을 베었다.


깔끔하게 그어진 검의 길이었으며 그것은 모키디 도적단의 끝을 선고했다.


또한 조나단이 얼굴값밖에 없는 것이 아닌, 얼굴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일격이었다.


그 일격은 진혁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굉장해.”


진혁 자신도 검술을 구사할 수 있었고, 지구에서도 검을 쓰는 헌터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 검술을 모두 가져와도 지금 조나단이 휘두른 일격만큼 깔끔하고 멋있을 수는 없었다.


이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런 것을 기대하여 도망치기 싫었던 것일까?


진혁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왕의 책임감, 엑스칼리버. 왕이 백성을 통치할 때 품어야 할 정도의 책임감, 그 책임감이 없으면 휘두르는 것조차 불가능한 검.”


─너는 그 누구보다 책임감이 뛰어난 사람임을, 방금 증명해낸 것이다.


진혁은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진혁님의 무기잖소. 돌려드리겠나이다.”


“그럴 필요 없어.”


“어째서요?”


“엑스칼리버는 올 마스터라 불리던 나조차도 못 다루던 무기였으니까. 가지고 있어봤자 계륵이지. 앞으로도 너 말고 다룰 만한 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책임감이 있는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검.

사용자의 책임감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힘이 달라지는 검.


검기 자체가 책임감인 조나단 말고 누가 그 검을 다루겠는가.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평가가 안 좋음에도 고용하고 싶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당신의 우수한 머리가 방금 그 일격을 기억합니다.>


<스킬: 책임감의 일격을 획득하였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가 스킬도 줬다.


‘이 세상에서도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다니.’


의아했지만, 지금 당장은 조나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두는 게 먼저였다.


“어쨌든 고맙다, 너 덕에 우리 모두가 산 거야.”


“나야말로 고맙소. 좋은 검도 얻었고···”


“좋은 검을 잘 쓰는 것이, 좋은 검사의 역량이니까.”


그렇게 모키디 도적단 사건이 마무리되었을 때, 레이라가 깨달음을 얻은 듯이 중얼거렸다.


“이제야 알겠어요.”


옆에 있던 리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을요?”


“······저와 조나단님의 검이, 어떻게 다른지를요.”


작가의말

그것은 엑스칼리버냐 아니냐의 차이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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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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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입학 시험 (2) +2 20.10.09 970 17 12쪽
16 입학 시험 (1) +2 20.10.08 1,049 21 13쪽
15 책임감과 즐거움 +5 20.10.08 1,083 22 12쪽
» 모키디 도적단 (3) +1 20.10.07 1,079 26 12쪽
13 모키디 도적단 (2) +6 20.10.06 1,113 21 12쪽
12 모키디 도적단 (1) +3 20.10.05 1,160 23 12쪽
11 용병 고용 +5 20.10.04 1,294 21 12쪽
10 주작업화 +2 20.10.03 1,375 26 11쪽
9 악령 +4 20.10.02 1,431 27 12쪽
8 킹 고블린 +2 20.10.01 1,543 29 12쪽
7 최고의 소환사 +10 20.09.30 1,706 33 12쪽
6 고블린 전투장 +11 20.09.30 1,773 38 13쪽
5 돈지랄 +11 20.09.29 1,901 35 12쪽
4 +12 20.09.29 2,133 43 12쪽
3 FFF급 소환사 (2) +14 20.09.29 2,517 59 12쪽
2 FFF급 소환사 (1) +8 20.09.29 3,060 53 12쪽
1 프롤로그 +12 20.09.29 3,495 5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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