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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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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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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7,156

작성
20.10.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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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모키디 도적단 (1)

DUMMY

“네? 호위 용병이요?”


레이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리릴의 마력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해도, 진혁의 힘은 진짜일 텐데.

굳이 호위가 필요한 것일까?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조나단도 만만치 않은 강자 같아 보였다.

상대의 강함을 알아보는 안목은 없었으나, 그런 레이라에게도 조나단의 강함이 보일 정도로 숨길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 불안하긴 해.’


조나단에게 얼굴값만 하는 용병이라고 수군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진혁이 등신도 아니고 그 수군거림을 못 들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조나단을 택한 것은, 적어도 조나단의 실력이 그 정도로 무시 받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뭐 때문에 얼굴값이라고 욕먹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까지 속일 수 있을 리는 없어. 이 녀석의 실력은 진짜야.’


아무렴 어떤가.

그 정도로 위험한 적을 만날 가능성은 낮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 때문에 고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베스트겠지.


‘것보다 저 마부.’


레이라가 자기가 고용한 마부라며 소개해줘서 보았다.

그 마부는 틀림없이 힘을 숨기고 있었는데, 진혁은 눈치챌 수 있었다.

틀림없는 강자다.


무엇 때문에 힘을 숨기고 있는가?

왜 마부 따위를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적의 또한 느껴지지 않으니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럼 출발하죠!”


레이라의 활기찬 외침과 동시에 마부가 말에게 채찍질을 했다.

말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가기 시작했고, 마차가 바퀴를 구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덜덜덜,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를 지나기 때문에 진동이 심했다.

결코 자동차를 타고 포장된 도로를 달리는 편안함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느낌도 신선했기에 진혁은 나쁘지 않았다.


“으으, 어지러워서 견디기 힘들어요.”


반면에 리릴은 힘들어했다.

아무래도 멀미가 심한 편인 것 같았다.


“나한테 기대서 잠 좀 자.”


“그럼 민폐잖아요.”


“소환수한테 기대는 소환사가 어때서?”


“그건 그렇지만···”


리릴은 아무리 진혁이 자신의 소환수라고 해도,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진혁과 반대편 벽에 몸을 기대어 잠을 청했다.


저러면 진동 때문에 더 힘들 텐데, 진혁은 걱정이 되었지만 리릴은 머지않아 새근새근 숨소리를 냈다.

리릴은 남에게 기대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이해는 안 돼. 인간이라면 남의 등골을 빨아먹을 생각만 하지 않나?’


이럴 때마다 이해가 안 되었고, 신기했으며 좋았다.

리릴이야말로 진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데 레이라가 대뜸 말을 걸었다.


“진혁님, 진혁님, 조나단님은 어떤 검을 쓰실까요?”


“어떤 검이라니?”


진혁은 의아해하며 조나단을 떠올렸다.

말을 타고 마차 옆에서 함께 오는 조나단, 그의 허리춤에는 틀림없이 롱 소드가 채워져 있었다.


“그거 롱 소드 아니야?”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레이라는 신난 것처럼 떠들어댔다.


“이 세상에서 검의 재능을 가진 태어난 자들은 꽤 많아요.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검술은 모두 다르죠! 검술 또한 마력에 기초를 두고 있으니까요.”


“그렇구나.”


별 감흥은 없었다.

지구에서도 검사들은 체기를 썼으니까.

이 세상의 검사들이 마력을 안 쓴다면 오히려 모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력과 재능은 그 사람의 인생과 직결되어있단 말이에요? 따라서 검사가 쓰는 검술은 그 사람의 인생이 담긴단 말이죠. 그래서 사람마다 자신만의 검술을 가지고 있어요. 공통된 검술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요.”


검사 자신만의 하나뿐인 검술, 그것을 사람들은 검기라고 부른다.

다룰 수 있는 검기의 경지가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검사의 수준도 달라지고.


“검기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것이 소드 러너.”


검기의 응용을 통해 본격적인 검술을 만들어내면 소드 익스퍼트.

검기가 일정한 공간의 규칙을 적용시킬 정도면 소드 마스터.

검기로 공간을 비틀어서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으면 소드 엠페러.


“그런데 소드 엠페러가 지금은 없대요.”


“그럼 언젠가 네가 되면 되겠네.”


“흠, 그러면 좋기야 하겠지만요. 마력도 없는데 뭘 하겠어요.”


레이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드 러너의 경지에도 들어가지 못했거늘, 그 전에 마력을 잃어버렸다.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진짜 다 없어졌다고 생각해?”


“네?”


“네가 살아있다는 건, 마력이 남아있다는 뜻이야.”


진혁은 마력 서적에서 읽었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 있어서 마력은 생명이랑 다를 게 없었다.

심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 곧 마력이었으니까.


그래서 마력을 한계치까지 써버리면 목숨이 위험한 것이고.


“내가 진짜 마력을 전부 불태웠으면 죽었을 걸?”


“그런 거였어요? 와! 그럼 아직 희망이 있네?”


그리 말하는데 마차가 멈추었다.

슬쩍 창밖으로 내다보니, 마부가 말에서 내리며 머리를 쓸어주고 있었다.


“잠시 쉬어야겠군요. 말이 힘들어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쉬면 안 되겠네.”


마부의 말에 진혁이 미소를 지었다.

레이라는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진동이 사라지자 리릴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어라, 저 언제 잠에 들었었나요?”


“잠에 든 게 아니라 기절한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리릴은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내리자. 레이라 너도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까지 힘을 기를 필요가 있으니까.”


“헉, 설마 조나단님이 저한테 검술을 가르쳐주시는 건가요? 그런 것까지 계산하신 거예요? 역시 진혁님!”


“그럴 리가. 조나단 씨는 쉬어야지. 말 타고 가는 게 편하지는 않잖냐.”


“히잉.”


레이라는 혼자 들떴다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러자 조나단이 옆으로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후배에게 알려주고 싶소. 하지만 나의 검술은 후배와 상극일 테지. 가르쳐주기는 애매하오.”


“어째서 상극인가요?”


“그건 후배가 직접 깨우쳐야 의미가 있는 거라오. 내가 알려주면 오히려 후배의 성장이 막힐지도 모르지.”


“치잇.”


레이라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진혁은 그런 레이라의 모습이 어색했다.

억지로 밝은 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버지와도 같았던 사장님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타인과 여행길에 오른 것 아닌가.

침울해하면 남들한테도 그 감정이 전염될 수밖에 없다.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겠지.


속에 생긴 상처를 억지로 외면하고 밝은 척하고 있을 뿐이다.

진혁은 그것을 눈치챘지만, 레이라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줄 생각은 없었다.

레이라는 자신의 소환사가 아니니까.


‘애초에 멘탈 케어는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반면에 수련을 시켜주는 것은 전문 분야다.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 사용한 수련 방식을 레이라에게 적용시켜준다.

그것으로 약간의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격렬히 쓰다 보면 힘든 것도 잊게 되는 법이니까.


“그럼 레이라, 이 녀석이랑 한 번 붙어봐.”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인형을 하나 꺼냈다.

그 인형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키가 커졌다.

레이라보다도 키가 더 큰 인형이었다.


“이게 뭔데요?”


“훈련 인형이야. 1단계 검사로 지금 설정해놨지.”


인벤토리에서 평범한 롱 소드를 꺼내서 인형에게 쥐어줬다.

인형은 검을 붙잡더니 자세를 취했다.

1단계여서 그런지 빈틈이 많고 엉성한 자세였다.


“정말이지, 진혁님은 버너라는 물건도 그렇고 신기한 것을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버너? 그게 뭔데요 리릴님?”


“손잡이를 돌리면 불이 피워져서 요리를 할 수 있는 도구에요.”


“와! 진혁님은 진짜 신이 아닌 건가요? 신이 아니더라도 드래곤이나 정령왕!”


헛소리에 놀아줄 시간은 없었다.


말은 생각보다 빠르게 피로를 회복해가고 있었으니, 서둘러 레이라와 훈련 인형을 한 번 붙여봐야 했다.


그래야 쉬는시간도 의미가 있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레이라, 이 녀석하고 한 번 붙어봐.”


“에이~ 진혁님. 제가 아무리 약해도 저 엉성한 걸 못 이기겠어요? 빈틈투성이구만!”


“붙어보라면 붙어보는 거야.”


코웃음을 치는 레이라.


당당하게 롱 소드를 뽑아들고 훈련 인형에게 덤벼들었다.


결과는 참패.


훈련 인형의 힘 하나 못 이겨내고 검을 놓쳐버렸다.

마력을 아예 안 쓰고 검을 써본 적은 처음이라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치사해요! 저 인형, 마력 쓰는 거 맞죠?”


“넌 저 인형한테 심장이 있어 보이냐? 얘는 그냥 순수하게 검만 쓰는 거야.”


“말도 안 돼··· 내가 저 빈틈투성이한테 졌다고요?”


레이라는 충격에 휩싸여서 일어서지를 못 했다.

마부가 이제는 출발해도 된다고 마차에 타라고 했지만, 레이라는 무력감 때문에 일어서고 싶지가 않았다.


정말 자신은 약한 것일까?

킹 고블린은커녕 그냥 고블린한테도 지는 실력이었을지도 모른다.

고블린들에게 붙잡혀서 무력했던 자신을 떠올리니 힘이 빠진다.


리릴은 그런 레이라를 보다가 진혁에게 소곤거렸다.


“진혁님, 스트레스 풀게 해주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오히려 지금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건든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진혁이 어찌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소환사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도와줬겠지만, 그런 것조차도 아니니 애쓸 명분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조나단이 다가와서 레이라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오, 후배여. 처음부터 강할 수는 없는 법이네. 나 또한 오랜 암흑기를 경험해서 기분은 잘 알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해야만 하네.”


조나단의 말을 듣고 레이라는 레이틀리가 떠올랐다.

레이틀리는 레이라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았으면 했지 않은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넘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넓은 세상을 봐서 무엇 하는가?

예전에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레이틀리를 죽인 킹 고블린은 식탐의 악마가 만들어낸 것, 그러니 식탐의 악마를 죽여서 복수한다.

그러기 위해서 넓은 세상으로 계속 나아가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 생각하니 의욕이 치솟았다.


“감사합니다.”


레이라는 몸을 움직여 마차에 올라탔다.

그 이후로 쉬는시간만 되면 진혁이 꺼낸 훈련 인형과 대련했다.


당연하지만 결과는 패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싸우다 보니 레이라는 마력을 조금씩 느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마력과는 느낌이 미묘하게 달랐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것이니 착각한 거라고 대충 넘겼다.


그것이 착각이 아님을 진혁과 리릴은 눈치채고 있었다.


“레이라 씨가 쓰는 거, 악령의 마력 맞죠?”


“응, 기운이 비슷해. 악함이 옅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과연 다시 악령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일까?

아니면 악령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보다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일까.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여차하면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에 레이라를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기껏 살려놓고 죽이기는 좀 그렇지만.’


하지만 2일이 지나도록 레이라는 악령화를 하지 않았다.

도리어 악령의 마력을 조금씩이지만 사용해가면서, 훈련 인형을 한 단계씩 꺾어나갔다.

극소량의 마력으로 검술을 쓰는 것이 익숙해져갔기 때문이다.


그러다 2일차 밤이 되었을 때는 3단계를 꺾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만세! 3단계 격파다!”


괜한 기우인가보다.

진혁은 그리 생각하며 걱정을 조금 덜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움직이지 마라.”


진혁의 목에 서늘한 날붙이가 느껴졌다.


모키디 도적단의 습격이었다.


작가의말

작가님 대체 도적단은 뭐가 아쉬워서 자살을 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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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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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입학 시험 (2) +2 20.10.09 970 17 12쪽
16 입학 시험 (1) +2 20.10.08 1,049 21 13쪽
15 책임감과 즐거움 +5 20.10.08 1,083 22 12쪽
14 모키디 도적단 (3) +1 20.10.07 1,079 26 12쪽
13 모키디 도적단 (2) +6 20.10.06 1,113 21 12쪽
» 모키디 도적단 (1) +3 20.10.05 1,161 23 12쪽
11 용병 고용 +5 20.10.04 1,294 21 12쪽
10 주작업화 +2 20.10.03 1,375 26 11쪽
9 악령 +4 20.10.02 1,431 27 12쪽
8 킹 고블린 +2 20.10.01 1,543 29 12쪽
7 최고의 소환사 +10 20.09.30 1,706 33 12쪽
6 고블린 전투장 +11 20.09.30 1,773 38 13쪽
5 돈지랄 +11 20.09.29 1,901 35 12쪽
4 +12 20.09.29 2,133 43 12쪽
3 FFF급 소환사 (2) +14 20.09.29 2,517 59 12쪽
2 FFF급 소환사 (1) +8 20.09.29 3,060 53 12쪽
1 프롤로그 +12 20.09.29 3,495 5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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