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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8179_9871js 님의 서재입니다.

괴뢰전(傀儡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3.28 22:00
최근연재일 :
2023.05.02 20: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078
추천수 :
79
글자수 :
124,613

작성
23.04.01 22:39
조회
185
추천
5
글자
11쪽

공백체

DUMMY

"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 넌 아니지만 저 아이들은 연단의 재료가 되겠지. "


" 재료요? 우리를 죽일 거란 말입니까? "


백칠이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거 같아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 글쎄 죽는다고 해야 하나 아니라고 해야 하나. 감정을 뽑혀 사람 구실을 못할 테니 죽는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또 모잘한 대로 살 수는 있으니 아니라고 해야겠지 "


" 바보가 된다는 말이군요. "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전 어떻게 되는데요? "


" 글쎄다. 이건 내 생각이다만 부도자는 아마도 널 예비용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


" 예비용요? "


" 그래 부도자가 아이들로 납치하는 이유는 사실 자신의 부상을 치료하기 위함이다. 이곳은 영기가 존재하지 않아 영초가 없는 세상이다 보니 그의 특기인 연단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놈은 마도에서 조차 금하는 삼색단을 만들어서 부상을 치료할 속셈이지 하지만 그 방법으로 부상이 온전히 치료될지는 그놈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 "


노인은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널 잡아 놓은 것일 거다. 상처 치료가 제대로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다. "


백칠은 노인이 하는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야기의 맥락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백칠이 다시 물었다.


"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제가 마데카솔도 아니고... 저 같은 아이가 상처 치료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잡아 놓는 건지는 아직 이해를 못하겠어요 "


" 그건 네가 공백체이기 때문이지. "


" 아까도 저보고 공백체라고 하셨는데 공백체란게 도대체 뭔데요? "


" 공백체는 뭐든 담을 수 있는 특이한 신체를 말한다. "


" 담다니 뭘 요? 몸에 칼로리 말고 뭘 담을 수 있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백칠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이 특별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노인의 말에 시큰둥하기만 했다.


" 기운의 형태라면 뭐든 담을수 있다. 쉽게 말하면 그릇이라 말할 수 있지. 그 능력 덕분에 전설의 천무지체(天武之體). 공령신체(空靈神體). 그리고 천신의 축복을 받아야 타고 난다는 삼령순양지체(三領純陽之體) 와 더불어 4대 신체로 취급 받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것 뿐이다. 정작 신체의 주인은 딱히 타고 나는 능력이 없다..... 물론 평범한 범인들의 몸 보다야 좀 튼튼하지만.. 굳이... 맷집 좋아봐야 어디다 쓴다고......"


노인은 헛기침을 몇 번 토해내며 말끝을 얼버무렸다. 생각해보니 방금 자신이 백칠에게서 진한 손맛을 느꼈던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쓸모가 아예 없진 않구나 '


노인은 마지막 생각을 굳이 소리내 말하지는 않았다.


"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굉장히 귀하고 특이한 신체는 맞지만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는 몸뚱아리는 아니란 말이잖아요... "


말하는 내용과는 다르게 백칠의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다.


별로 낙담하지 않는 모습을 본 노인은 백칠이 생긴것과는 다르게 심지가 곧은 아이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건 그가 지구인의 성정을 몰라서 하는 생각이었다.


천무지체. 공령지체. 삼령순양지체. 그런 걸 믿는 지구인이 누가 있단 말인가. 백칠 역시 자신이 공백체란 걸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다만 노인이 너무 진지하게 말하고 있어서 말을 끊었다가는 또다시 폭력이 가해질까 두려워 맞장구를 쳐 주고 있는 것 일 뿐이었다.


" 굳이 그렇게 자존감 떨어지게 말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하늘이 내린 신체임은 틀림이 없으니까. 혹시 아느냐? 그 몸에 꼭 맞는 기연을 만나 화려한 꽃을 피울지. 하늘이 하는 일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


백칠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 위로에 별로 소질이 없으신 거 같은데.. 그런거 말고 공백체에 정확히 뭘 담을 수 있는지나 자세히 좀 말씀해 주세요.."


" 안 그래도 말해줄 참이었다..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공백에는 대부분이 악기(惡氣)로 가득차있다.."


" 악기요? "


" 그래 이 정도 악기가 몸에 쌓이려면 꾸준하게 큰 욕을 얻어 먹었을 터 그 말인즉슨 넌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미움을 받았거나 치욕을 당했을 거란 말이지.. "


" 맞습니다. "


" 그리고 그때부터 네 체중이 급속도로 늘어났을 것이고 "


" 정말 용하십니다. "


심드렁하게 노인의 말을 듣고 있던 백칠의 눈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그랬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는 비록 통통하기는 했지만 뚱뚱한 체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희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부터 급속도로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었다.


음식을 잘 먹지 않는데도 체중이 늘어나서 백칠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욕을 너무 많이 얻어 먹어서 그런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 말도 안됩니다..진짜로..욕을 많이 먹어서 살이 쪘다니.. "


황당함에 정신을 놓아버린 백칠은 문득 언젠가 반 친구들이 비아냥 거리며 했던 소리가 귓가에 환청처럼 맴도는 걸 느꼈다.


[ 욕도 너무 많이 먹으면 살 찐 다니까 ]


어떤 새끼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똑똑한 놈이 분명했다.


" 그 정도 악기를 쌓을 수 있는 걸 보면 다행히 네 공백의 그릇이 작지 않다. 그릇이 작았다면 진작에 악기 흘러 넘쳐 심성에 영향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걸 보면 제법 타고난 그릇이 크다는 말이겠지. 나름 대인의 자질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 그릇에도 종류와 크기가 다 다르니까요. "


" 그렇지 잘 아는구나. 작은 간장 종지가 있는 반면 큰 항아리도 있는 법이니까. 아무래도 뭐든 작은 것 보다는 큰 게 좋지 않느냐.. "


그렇게 말하며 노인의 시선에 언뜻 백칠의 바지춤으로 향했다. 그의 눈빛에는 분명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 대충 공백체가 뭔지는 알겠는데 제가 왜 부도자란 사람의 예비용인지에 대한 말씀은 아직 안 해 주셨습니다. "


" 간단하다. 공백체는 기운만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쉬운일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영혼도 충분히 담을 수 있지. 그 이유 때문에 부도자는 상처 치료가 잘못될 상황을 대비해 네 몸을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


"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한 일입니까? "


이번 만큼은 백칠도 제법 놀라 다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 가능하다. 빙의라는 게 괜히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몸을 갈아타면 평생을 노력해 이룬 경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몸과 영혼이 정확하게 맞지 않으면 서서히 육체가 망가지는데 그 고통이 끔찍하지. 이렇게 감수해야 하는 일이 많아 대부분의 수도자는 죽을 상황이 오면 그냥 환생을 택하는 것이다. "


" 제 몸은 좀 다르단 말이군요 "


" 그렇다. 공백체는 그 모든 부작용을 없애준다. 경지도 지킬 수 있고 몸이 붕괴하지도 않지. 괜히 공백체를 4대 신체로 취급해 주는 게 아니다. "


" 그래서 제가 예비용이군요 "


그제야 노인의 말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백칠은 노인의 이야기를 전부 신뢰하는 건 아니라서 맹목적으로 믿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부도자가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잠깐씩 보여주는 신비로운 능력은 지구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니까 말이다.


' 절정의 전승자들은 가능하려나? '


아마 그들도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가에 잠긴 백칠은 일단 노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고 노인 역시 경계의 대상으로 올려 놓았다.


백칠은 일단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한 모든 걸 의심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 내가 너에게 신체의 일부를 나눠주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느냐? "


당연히 궁금했다. 그가 노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었던 이유도 사실은 노인의 정체와 속셈이 궁금했기 때문이었으니까.


" 궁금합니다. 할아버지의 정체도 궁금하고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이유도 당연히 궁금합니다. "


" 솔직해서 좋구나. 내가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한 이유는 너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까. "


" 거래요? 거래란 서로에게 필요한 게 있어야 이뤄지는 게 아닙니까? 저 같은 어린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필요한 게 있을까요? 혹시 할아버지도 제 신체가 필요하십니까? "


" 그런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약선령인 난 육신의 굴레가 필요 없는 존재이니까. 덕분에 영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


" 하지만 이곳은 영기가 없다 하셨잖아요. "


" 맞다. 그래서 난 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도자를 죽여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혀야하지. 이 정도면 너와 내 목적이 충분히 겹치지 않느냐. "


"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것 같구나. "


노인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어갔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절대 부도자가 알아선 안된다. "


이후 노인은 전음이란 걸 사용해 백칠에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제법 자세한 걸 보니 노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일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 별로 어렵지 않지?.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그럼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다. "


노인의 말대로만 되면 성공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이는 계획이었지만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노인의 말만 믿고 행동하려니 자꾸만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왠지 모를 껄끄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과연 믿을 수 있을까? '


고민하던 백칠은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대답을 잠시 뒤로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을 좀 주십시오. "


" 시간이 많지 않다. 우유부단하게 굴다 일을 망칠 수도 있다. "


" 부도자란 사람은 저희를 붙잡아 두고 있을 뿐 특별한 위협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저 녀석들과 같이 나가야 합니다. 그러니 제 나름 상황이 파악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


" 어리석은..놈 저 녀석들은 당장 오늘 밤도 넘기지 못할 텐데.. 네가 무슨 수로 아이들을 살려내! "


백칠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자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져 버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본연의 표정으로 돌아간 노인은 백칠에게 몇 마디 말만 남겨 놓고 다시 천장의 구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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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찌 아셨습니까? 23.05.02 83 0 12쪽
24 기문갑 23.05.01 9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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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고마웠습니다. 23.04.21 144 1 11쪽
21 귀환 23.04.19 143 3 11쪽
20 이별 23.04.18 128 3 11쪽
19 단혼환(丹混丸) 23.04.17 131 4 11쪽
18 절정에 오르다. 23.04.16 136 3 11쪽
17 백태패공기 23.04.15 135 2 11쪽
16 신궐혈 23.04.14 142 4 11쪽
15 칠색 과일 23.04.13 145 4 12쪽
14 일류에 들다. 23.04.12 141 3 11쪽
13 파산검 23.04.11 149 3 11쪽
12 이세기 23.04.10 144 4 11쪽
11 섬에서 생활 8개월 째 . 23.04.06 152 4 11쪽
10 섬 생활 15일 째. 23.04.05 151 4 11쪽
9 너구나. 주인님이 말씀하신 게? 23.04.04 156 4 11쪽
8 내 반차(槃車)에 오줌 묻히며 아래로 던져 버린다. 23.04.03 171 3 11쪽
7 50년이나 이곳에 있으셨어요? 23.04.02 186 5 11쪽
» 공백체 23.04.01 186 5 11쪽
5 지구에는 처음 오시나 봐요? 23.04.01 208 5 11쪽
4 맛있을 것 같아서 데려왔습니다 23.03.30 223 3 11쪽
3 내가..그런데.. 아니라고 23.03.30 221 3 11쪽
2 여자 팬티나 훔쳐보는 변태 색기 +2 23.03.29 252 3 10쪽
1 조우 +2 23.03.28 36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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