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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내 제자가 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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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작품등록일 :
2024.03.12 05:24
최근연재일 :
2024.03.19 22:4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89
추천수 :
13
글자수 :
64,229

작성
24.03.19 22:45
조회
24
추천
1
글자
11쪽

7.천재와 유령(3).

DUMMY

7.천재와 유령(3).




촌장이라니.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의 뒤 여관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익숙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을로 돌아왔던 한스 씨였다.


“한스 씨?”

“제이든 씨! 다행입니다. 무사하셨군요!”


내 모습을 발견한 한스 씨는 정말 다행이라는 듯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짓던 촌장은 다시금 걸음을 옮기며 우리에게 말을 붙였다.


“아무래도 제가 와서 놀란 모양이로군요. 모험가님들.”

“아···. 경황이 없어 마을로 들어와 먼저 인사를 드리지 못했군요. 여정에 잠시 마을을 들른 모험가 제이든입니다. 이쪽은 같은 모험가인 예커젝과 제 제자 라일라입니다.”

“반갑습니다. 예커젝입니다.”

“라일라에요!”


공손한 인사에 촌장도 인사를 하며 인자한 미소를 그렸다. 특히 라일라의 모습을 발견하고 좀 놀란 모양샌데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끼어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하긴 흔한 조합은 아니니까.


“그런데··· 그 촌장님께서 이곳까지 오신 이유는?”

“아, 그건 제가 촌장님께 숲속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을 드렸기 때문입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인물이 우리에게 찾아왔다는 것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아무래도 한스가 언질을 줬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숲속의 일이라면··· 숲 마귀할멈에 관한 이야기겠군.


“유령과 대치했다고 들었습니다.”

“촌장님, 그건 유령이 아니라 숲 마귀할멈이라는 마물입니다.”

“유령이든 마물이든,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인 것은 같겠지요.”

“······.”


맞는 말이기에 나와 예커젝은 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녀석을 숲속에 그대로 둔다면 피해자가 나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제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그 위험한 것을 없애주십사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의뢰를··· 하신다는 겁니까?”

“모험가분들이시니 분명 여비도 마련해야 하실 테니 우리에게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마을에 모험가가 당도하면, 마을사람들은 무릇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마련이다. 외지인이기에 껄끄러운 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모험가의 자격으로 세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증표였으니 말이다.


나는 촌장의 말에 예커젝을 바라보았다.


소곤소곤-


“말이 쉽지. 우리에게는 녀석을 없앨 장비도 도구도 없잖아.”


녀석은 조심스레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눈빛은 이대로 마물을 두고 가면 마을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착한 녀석.


이윽고 라일라를 내려다보자.


“스승님···.”


녀석도 마을 사람들이 좀 불쌍한 듯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후우. 자기 마을이 생각났을지도.


‘아오.’


나는 머리를 한참 긁어대다.


“녀석을 없애려면 필요한게 많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내일 낮을 노려야 하고요.”

“···그 말씀은!”


희망을 품은 촌장과 한스의 눈동자에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있으면 하겠다는 겁니다!”






“결국 하겠다고 했군. 제이든. 흐흐흐.”

“···뭘 그리 음흉하게 웃어? 너도 내심 바랐잖아.”


여관에 자리 잡은 우리. 라일라는 여관에 있는 마구간을 구경한다며 여관 주인 꼬맹이 아들과 함께 나갔고, 나와 예커젝은 간단히 술 한잔하며 이야기에 살을 더한다.


이야기의 내용은, 숲 마귀할멈 퇴치 의뢰였다.


의뢰에 성공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 촌장은 약속했고, 나는 결국 그 의뢰를 수락했다. 물론 옆에 있는 예커젝도 말이다.


“그야··· 뭐, 현실적으로는 안 된다는 게 맞지만 마을사람들이 딱하잖아. 마물은 그만큼 위험한 존재라고. 우리가 그냥 넘어가면, 언젠가 숲 마귀할멈은 마을사람들을 노릴 거야.”

“당연하지.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 한, 마을사람들은 그 안으로 들어갈 테니까.”

“그렇지···.”

“게다가 경비에 보탬이 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아. 숲 마귀할멈이랑 싸워본 경험도 있고.”

“오···.”


다행히.


마을에 대장간이 있었다. 물론 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닌 농기구 전문 대장간이었지만 은도금한 단검 하나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참고로 여기에 사용한 은은 촌장 댁에 있는 가보, 은촛대 하나를 녹인 것이었다.


“가보를 내놓다니 이 마을 촌장도 대단하더군.”

“그러게, 말이야.”

“과거 영주에게 하사받은 거라나 뭐라나···. 자기 말로는 마을에 변이 생길 수 있는 지금 상황에 촛대가 무슨 소용이겠냐고 하더라고.”


촌장의 마을에 대한 사랑에 박수.


“최선을 다해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 내일 아침이면 결과가 나오겠지.”

“게다가 귀한 소금까지 얻었으니 말 다했지. 이렇게 도움을 주었는데··· 마물을 잡지 못하면 창피하겠군.”

“큭, 그렇겠군.”


만반의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였다.


으아아아앙-!


“음?”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 아이의 울음소리다.


덜그럭-


“제이든?”

“···라일라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였기에 그 울음의 주인공이 ‘라일라’인 것은 정확하진 않다.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예커젝도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내 뒤를 쫓았다.


또래인 여관 주인 아들과 놀라고 놔둔 것이 화근인가?


‘아저씨들하고만 있으면 답답할 것 같아서 친구랑 놀라고 놔둔 것인데···.’


복잡한 생각을 하며 여관 밖으로 나가니.


“······.”

“으아아앙-”

“···라일라?”

“뭐야 이건?”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우리 두 사람 눈앞에 펼쳐졌다. 처음엔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어린아이 였기에 라일라를 떠올렸는데, 정작 라일라는 덤덤하게 서 있었고.


그 녀석 앞엔 웬 덩치 큰 아이 하나가 자리에 주저앉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마침 잘 되었다는 듯 덩치 큰 아이 주변에 있던 다른아이들이 손가락질하며 고자질한다.


“쟤가 빅터를 저렇게 만들었어요!”

“목검으로 빅터를 흠씬 두들겼다고요!”

“우리도 공격하려고 했어요!”

“맞아! 맞아!”


마을아이들로 보이는 녀석들이 가리킨 인물은 다름 아닌 ‘라일라’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라일라는 당황하면서도 입술을 삐죽 내밀려 고개를 흔든다. 그리곤.


“먼저 조지를 괴롭힌 것은 너희들이잖아!”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에요. 쟤네들이 조지를 놀리고 돌을 던지고 때렸어요. 그렇지, 조지?”

“으, 응. 빅터하고 다른 애들은 항상 절 괴롭히는 애들이에요. 라일라는 잘못 없어요.”


라일라 등 뒤에 숨어 잘 안 보이던 녀석이 드디어 시선에 잡힌다. 여관 주인의 아들. 처음 볼 때부터 조용한 성격을 보였던 조지라는 아이였다. 시퍼렇게 얼굴에 멍이 든 녀석이 그렇게 말하니 확실히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예커젝도 대충 짐작이 간다는 듯하면서도 라일라가 자신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큰 저 덩치 좋은 아이를 쓰러뜨렸다는 것에 놀란 듯했다.


뭐, 나는 놀랍지도 않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의 라일라는 소드마스터가 될 천재였으니까. 주변에서 시기 질투받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날마다 나와 함께 약차를 마시며 체력에도 자신감이 붙었으니 오죽할까?


“조지라는 아이의 몸이 성하지 않은 것을 보니 라일라 말대로 빅터를 포함한 너희 셋이 못된 짓을 한 것이 사실이구나.”

“윽-”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야. 만약 누군가가 너희를 괴롭힌다고 생각해 보렴. 아무이유 없이 말이야.”

“으으···.”

“그건···.”

“괴롭겠지?”


마을의 외지인. 게다가 모험가라는 소문은 이미 마을에 빠르게 퍼졌을 터. 꼬맹이들은 내 말에 아무 말 못 하고 고개를 숙인다.


반면 자기 일이 정당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듯, 라일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깨를 폈는데···.


나는 녀석의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리며 말을 덧붙였다.


벅벅-


“라일라! 너도 잘한 거 없다. 내게서 검술을 배웠으니 너도 엄연한 검사.”

“우-”

“멋지고 훌륭한 검사는 일반인에게 함부로 검을 뽑지 않아. 그것이 목검이라고 해도 말이야.”

“죄, 죄송해요···.”


자기 잘못을 알았는지 얼굴이 붉어지는 라일라의 모습에 나는 괜히 마음속으로 대견했다.


‘경험으로 배워가는 거지. 좋은 경험을 했구나.’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그것을 얼굴로 드러내지 않았다. 오랜만에 스승답게 진지한 얼굴로 아이들의 중심에 서서 교육을 해주었다. 그 덕에 서로 화해했고 하나둘 안아주며 끝났다.


‘뭐··· 내가 어렸을 땐,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은 없었지만 말이야.’


덩치 좋은 빅터와 친구들이 떠나고 난 뒤.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짓는 라일라에게. 나는 부드럽게 갈색 머리칼을 쓸어주며 입을 열었다.


단호하고 진지한 표정이 아닌, 계속 참고 있던 조금 늘어진 그 표정으로 말이다.


“무리하게 검으로 아이들을 상대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나.”


텁-


“어려운 친구를 위해 나선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라일라.”

“스승님···.”

“착하구나. 내 제자.”


라일라는 내 말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마, 처음엔 혼이 나서 시무룩했을 텐데··· 칭찬받으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헤헤.”

“그나저나 꼬마 아가씨 대단한데? 자기보다 커다란 녀석을 쓰러뜨리다니 말이야. 아무리 목검을 들었다지만··· 아니, 그보다 검술이라니? 제이든 너 라일라에게 검술을 가르친 거냐?”


놀랍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흥분하는 예커젝. 그에 나는 어깰 으쓱하며 별것 아니라는 듯 읊조렸다.


“어젯밤에 내 검을 보여줬거든. 라일라가 익힌 모양이야.”

“오. 흉내라도 냈다는 건가? 대단한걸?”


흉내? 하하. 예커젝 너 참 틀에박힌 생각을 하는구나. 흉내가 아니야.


‘한번 본 것을 머릿속에 담았겠지.’


나는 빙긋 웃으며 조지에게 다가가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천재다. 검술에 재능이 하늘에 닿았다는 말이다.


“대단해 라일라! 아까 목검으로 휙휙 하니까 빅터가 아무것도 못 하고 떨어져 나갔잖아!”

“에헴. 우리 스승님이 가르쳐줬으니까. 우리 스승님은 대단하시거든. 부럽지?”

“우와- 멋지다!”

‘과거에도 놀랐었지. 내 검을 보고 금방 따라 움직였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조잡했던 과거 제이든의 검이 아닌, 숙련되고 경험치가 쌓인 오늘의 제이든의 검을 보았으니 더 예리한 움직임을 보였을 테지.


그 제자의 대단함을 스승으로서! 예커젝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크흠. 뭐. 일단 지금은 숲 마귀할멈에 집중하자고.”

“아. 참 그렇지.”


마을에서 의뢰한 숲 마귀할멈 퇴치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마물.


그것은 동물을 사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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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천재와 유령(2). 24.03.18 2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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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다시 만나다. +3 24.03.12 82 3 40쪽
1 1.제자의 죽음. +1 24.03.12 10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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