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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로우니님의 서재입니다.

언어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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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로우니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5
최근연재일 :
2022.06.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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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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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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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층 2막 안내자 - 12화

DUMMY

2막 안내자 - 12화



분명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비포장 된 길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자신의 바로 뒤쪽에서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에 박태오의 사고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벙 뜨듯 멍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나, 그런 박태오의 상태는 아무런 관심도, 상관도 없는 것인지, 의문에 남성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갈 뿐이었지만 말이다.


[조금이라도 이곳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그따위로 행동해서는 절대로 안 되었을 텐데, 참... 한심한 녀석이라니까.]


[안 그런가?]


“?!...”


여전히 따라가기 벅찬 현실의 박태오는 당황스러웠다.


남성의 정체는커녕, 도대체 언제부터 자신의 뒤쪽에 서있던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의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고, 발버둥을 쳐봐도 도무지 사고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남성의 물음에 박태오는 원하든, 원치 않든 정리되지 않은 현실을 다급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끝까지 모른 척하기에는 저 의문의 남성은 정확하게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저 남성이 바로 자신을 이 삭막한 공간에 데려놓은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저... 그, 그러니까... 그게 누구... 신지...?”


[.......]


남성의 물음에 박태오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현실을 다급하게 받아들여서일까, 박태오의 물음은 남성의 물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뚱딴지같은 물음이었다.


그렇기에 박태오의 입에서 뚱딴지같은 물음이 내뱉어진 순간, 박태오와 의문의 남성 주위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본의 아니게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버린 박태오로서는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내뱉은 말을 당장이라도 주워 담고 싶게 만드는 결과였지만 말이다.


“...저, 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러ㄴ...”


[역시 다른 녀석들과는 확연히 다르군그래. 흐흐...]


[지금 상황에서 내가 누구인지부터 묻다니...]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지만, 그 당연한 것들보다도 자신의 기분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머저리들로 넘쳐나는 곳이었으니 아무래도 상당히 시선한 기분이로군그래.]


박태오의 말이 완성이 되지 않았음에도 의문에 남성은 그에 말을 가차 없이 끊고는 또다시 자신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직 이 삭막한 곳에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한 박태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말들을 섞어가면서 무거운 정적과는 정반대인 어딘가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이다.


[그래. 이제 와서 몇 분 더 늦는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것도 없을 테니 원하는 대로 내 소개부터 차근차근해주도록 하마.]


[잘 듣는 것이 좋을 거야,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을 테니 말이야. 흐흐.]


[난, 이 공간과 그리고 네놈과 같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지긋지긋한 네놈의 불행과 끝도 없는 고생을 지켜보고 유일하게 기억하는 자이기도 하지. 흐흐...]


즐거움이 가득한 남성 아니, 관리자의 웃음소리를 끝으로 관리자와 박태오의 주변에는 또다시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방금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 자신의 숨구멍을 틀어막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는 타살(他殺) 같은 정적이 말이다.


정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박태오는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며 방금까지 혼잣말로 내뱉었던 정신 나간 상황을 본의 아니게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내려앉은 정적은 좀처럼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즐거운 듯 웃음소리까지 내었던 관리자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서서히 식은땀으로 인해 인간 젓갈이 되어가고 있는 박태오도 까딱하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정적 속에서 그저 오도카니 서있을 뿐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말이다.


본의 아니게 인간 젓갈 화가 되어가고 있는 박태오는 오도카니 서있는 겉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현 상황에 대해서 쉴 새 없이 의문을 내뱉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그저, 불만으로만 이루어진 의문을 말이다.


‘뭐야? 도대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야...? 대체 저 인간은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던 거냐고?!’


‘아무리 내가 그 사이코패스 새× 때문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는 해도 나한테 말을 걸어오기 전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속으로 불만 어린 의문을 내뱉고 있는 박태오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서서히 인간 젓갈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소한 문제 같은 건 아무런 상관도 아니,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을 관리자라고 소개한 의문에 남성이 아무런 낌새도 없이 자신의 바로 뒤에 서있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서 말이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흘려보낸 것인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오로지 자신의 기분만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일단 도망쳐야 해.’


‘저 사람이 누구인지 뭐 때문에 나한테 접근한 건지, 어째서 말만 걸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해.’


‘그 사이코패스 새×의 행동이 사실은 모두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이건...!’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저 사람한테서 도망쳐야 된다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은 그대로였지만, 그럼에도 박태오는 결단을 내렸다.


지금의 결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대책이고 뭐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혼란보다도 커다란 두려움에게서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기 위해서 말이다.


하나, 그런 박태오의 생각을 훤히 꽤 뚫어보기라도 한 것일까, 두려움으로 인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박태오의 귓가로 또다시 의미심장한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공포를 가슴속 깊이 심어주는 말들을 말이다.


[뭐야? 나한테는 소개를 시켜놓고 설마 본인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냥 가려고?]


[그건 좀... 매너가 상당히 부족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자고로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엄연히 존재해야 거를... 안 그런가? 박태오.]


“!?...”


자신의 생각을 훤히 꽤 뚫고 있는 것 같은 의미심장한 남성(관리자)의 말에 박태오는 공포로 인해 전신에 소름이들 듯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하나, 곧이어 남성(관리자)의 입에서 분명 알려준 적 없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박태오는 심장이 쿵 하고 곤두 박칠 치듯 보다 더 커다란 공포에 삼켜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 것인지, 그는 여전히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아, 이러면 딱히 자기소개를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건가...?]


[뭐, 아무렴 어떻겠어. 그런 사소한 건 처음부터 별로 상관도 없었는데. 하하.]


자신이 내뱉은 몇 마디 말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박태오의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인지, 관리자는 공포로 인해 몸을 떠는 것 말고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는 있는 박태오의 상태를 여전히 오도카니 뒤에서 바라보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박태오에게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말을 걸면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왜 아까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거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어느 정도 모험심도 있고 제법 배짱도 있는 것 같았는데... 도대체 뭐에 겁을 먹었길래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걸까...?]


“......”


[아, 알겠다. 네놈의 희망과는 다르게 쓸만한 집들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거구나.]


[확실히 그렇다면 네놈이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은 되는군그래.]


[이곳을 초기 설정할 때 내가 유독 심연을 기울인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으니 말이야. 흐흐.]


공포로 인해 제대로 된 대화조차 되지 않고 있음에도 관리자는 마치 자문자답을 하듯 계속해서 박태오를 향해 질문을 날렸다.


처음부터 그에 대답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처럼 일방적이고, 집요하게 말이다.


[...그래. 그래서 소감은 어떤가? 아니면 쓰레기장이라고 짜증 냈던 집 안에서 이유도 모른 채 눈을 떴었을 때 기분은?]


“!?......”


[아, 혹시 대답하기 어려우면 말하지 않아도 되니 용쓰지 말게나.]


[어차피 이미 질릴 만큼 봐와서 솔직히 이미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으니까. 다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말해주었으면 해서 그런데... 괜찮나?]


“...?”


[예를 들면... 그래.]


[널 데리러 왔었던 안내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좀 들려줬으면 하는군그래.]


“?!...”


의문에 남성(관리자)으로 인한 공포로 인해 줄곧 떨려오던 박태오의 몸은 남성(관리자)의 입에서 내뱉어진 한 단어의 인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떨림이 멈추었다.


하나, 그것이 남성(관리자)을 향한 공포가 사라졌기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관리자라고 소개한 의문에 남성의 입에서 하필이면 그 상황이 언급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박태오는 다시 사고가 느려지듯 자신이 공포로 인해 떨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채 방금 전이었다면 절대로 행하지 않았을 행동을 멋대로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행동을 지금껏 줄곧 기다려온 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어, 어떻게...? 어떻게 그걸...”


지금껏 공포로 인해 굳게 닫쳐 있던 입을 천천히 움직이더니, 박태오는 서서히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까맣게 잊어버린 머리하고는 다르게 몸뚱어리는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는 공포로 인해 마치 오래되어 녹이 쓴 태엽 인형처럼 잘 움직이지 않음에도, 억지로 몸을 움직이며 조금 전 자신을 안내자라고 소개했었던 한 사이코패스와 같은 말들을 내뱉는 자신을 관리자라고 소개한 의문에 남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흣... 참 빨리도 돌아보는군그래. 박태오.]


✽✽✽


시간을 조금 거슬러, 자신의 개인 공간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얇은 막을 통해 죄인들의 행동을 살펴보던 관리자는 멍한 표정으로 박태오를 비추고 있는 빛의 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내온 건지 알 수 없던 차는 어느새 다 마신 것인지, 빈 찻잔 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테이블 위에 왼쪽 팔꿈치를 올려놓고는 권태로움에 찌든 채 말이다.


[결국은 이렇게 되어버린 건가...? 어휴... 기회를 주면 뭐 하겠어, 주는 족족 자기들 발로 차버리고 마는데.]


일방적이다 싶은 분노 어린 중얼거림과 억울함을 내뱉던 김최진이 떠난 후 자신이 정신을 차렸던 낡은 집 안에서 온몸에 걸린 담을 풀기 위해 쓸데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태오의 모습을 바라보던 관리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의 권태로움조차 풀어주지 못하는 두 죄인의 모습에 분노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은 채 그저 이미 몇 번이고 봐왔던 상황의 권태로움을 느끼면서 말이다.


[아... 재미없는 녀석들 기껏 중간에 파투 나지 않도록 일부러 손까지 써줬건만, 또 이렇게 말아먹다니... 이런 은혜도 모르는 파탄자 놈들.]


[좀 원만하게 가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는 거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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