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전설급 힐러가 검을 들고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유하야
작품등록일 :
2023.09.26 06:50
최근연재일 :
2023.10.22 12:1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6,350
추천수 :
149
글자수 :
129,765

작성
23.10.21 12:10
조회
92
추천
6
글자
13쪽

폭설의 전조 (2)

DUMMY

“······결국 싱글 에어리어 공략을 끝마친 건가요. 그것도 고작 3일 만에.”

“네, 그렇다고 합니다.”


거센 눈바람이 불어오는 여관 속, 이소은과 그 하수인이 대화를 나눴다. 그 화두는 당연히, 한서원과 신민우의 싱글 에어리어 공략이었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분께서 편지를 한 장 남기셨습니다.”


하수인은 그렇게 말하며, 이소은에게 한 장의 편지를 건넸다. 그 편지에 적힌 내용은 이러했다.



-오늘부로 검술 부대의 훈련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훈련이 끝나는 즉시 설원으로 향할 예정이니, 운이 좋다면 만날지도 모르겠군요.



“······끝?”

“예, 끝입니다.”


운이 좋다면 만날지도 모르겠군요. 그 말은 그저, 기약도 확신도 없는 흘러 지나가듯 뱉은 말처럼 보였다.


“이게 뭐야.”


솔직한 감상으로는, 조금 서운했다. 분명히 처음에는 신뢰하지 못했지만, 기실화단에서 겪은 카실과의 전투 덕에, 조금은 그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안부 인사라도 적어놓을 것이지······.”


이소은은 괜히 투덜대며 편지 봉투를 치웠다. 그 후, 털 달린 회색의 코트를 걸쳤다. 조금이라도 설원 공략에 거들기 위함이었다.


다만 그녀는 나가기 직전, 하수인에게 짧게 말했다.


“서원 씨에게 한 마디만 전해주시겠어요?”

“뭐라고 전해드릴까요?”

“뭐, 그냥. ‘알아서 하시죠’ 정도로 짧게 전달해주세요.”


하수인은 이소은이 조금 삐졌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소은은 여관을 나와 눈바람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지칠 대로 지친 길드원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본인이 더 힘을 써야 할 때였으니까.


*


편지는 전했으니, 나는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검술 부대 훈련······.”


이소은이 설원 공략에 나서기 전, 그녀는 내게 검술 부대의 통솔권을 맡겼다. 그들을 어떻게 훈련 시키고 어떻게 굴릴지는, 전부 내가 정하면 된다는 뜻이었는데······.


“시작할까.”


나는 이소은의 저택을 지키는 하수인에게 부탁하여, 신설 검술 부대의 인원들을 모두 소집했다.


소집령이 떨어지고 대략 30분쯤 지났을까, 열네 명의 검사 훈련병이 일제히 저택의 앞으로 모였다.


나는 흑색의 로브, ‘아레시테이아’를 걸치고 저택을 나섰다.


“반갑다.”


저택의 정원으로 나가자, 훈련병들이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검술 훈련에는 자신이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


“검술 훈련을 맡은 플레이어, 한서원이라고 한다.”


나는 간결하게 인사를 마치고 나서, 아라한에게 새롭게 받은 검. ‘성화열도’를 검집에서 꺼냈다.


그러는 즉시─



영원척도永遠斥刀 · 시일향翅佾響.



높게 뛰어오른 후, 낙하하며 두 번의 참격을 날렸다. 물론 그 누구도 실제로 베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죽음을 앞두기라도 한 듯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두 명인가.”


나는 최대한 약한 힘으로 시일향을 사용하여 훈련병들을 공격했다. 그 열네 명 중에서 고작 두 명만이, 겁에 질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방어 태세를 취했다.


“너랑 너. 두 명은 쉬어라.”


나는 겁먹지 않고 저항한 두 명을 콕 집어 훈련에서 배제했다. 그 후, 남아있는 열둘의 훈련병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각오해라.”


*


시일향을 이용한 잠깐의 시험이 치러진 후, 남은 열둘의 훈련병이 통보받은 훈련은 이러하다.


앞으로 다섯 시간 안에, 언제 어디서라도 좋으니 한서원을 향한 공격을 성공시킬 것. 거기에 더불어, 그는 파격적인 조건을 덧붙였다.


“단 한 명이라도 내게 닿는다면 전원 통과. 즉, 합격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열두 명이 협력한 끝에 한 명이 공격을 성공시키더라도 합격이라는 뜻이 된다.


“너무 얕보신 거 아닌가?”

“그니까.”


한서원이 자리를 뜬 후, 훈련병들은 옹기종기 모여 작당모의를 펼쳤다. 한서원이 말하길, 자신이 밥을 먹든 잠을 자든 아무런 때나 습격해도 된다고 했으니······


“밥 먹을 때 덮치는 건 어떤가요?”

“좋은데?”


그리하여, 열두 명의 훈련병은 한서원이 식사하는 틈에 그를 덮치기로 정했다.


열두 명 중 두 명이 한서원을 미행하며 그의 동선을 분석했고, 나머지 아홉 명의 훈련병이 천천히 한서원을 둘러쌌다.


그리고 이내, 그가 방심하고 검을 내려놓는 그 순간에!


“돌격!”


순간적으로, 사방에서 동시에 훈련병들이 한서원을 덮쳤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는 전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뛰어올라 공격을 회피했다.


하지만, 훈련병들의 기습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때를 노렸다.’


서원을 미행한 건 두 명, 그리고 기습한 건 아홉 명. 도전자는 열두 명이었기에, 아직 한 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서원이 공격을 회피했다 생각하여 방심하는 틈을 타서, 마지막 남은 훈련병이 뒤에서 서원을 급습했다.


물론,


팅─!


한서원은 식사에 쓰려던 포크를 들었다. 그 후, 꼬챙이의 사이로 검을 끼우며 가볍게 기습을 방어했다.


“혹시 등에도 눈이 달려 있으신 건가······?”


훈련병들은 멍하니 한서원을 쳐다봤다. 애초에, 어중간한 습격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던 것이다.


“다시 해.”


한서원은 다시 하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긴 뒤, 예정대로 식사를 이어갔다. 훈련병들은 허겁지겁 저택의 식탁에서 도망쳐 나와, 다시 정원에서 계획을 정립했다.


그렇게 다섯 시간이 지나······


*


“총시도 횟수, 열세 번. 성공 횟수, 영 번.”


오후 세 시쯤 되어가는 시간. 내가 지정했던 시간제한인 5시간이 전부 지나고, 나는 훈련병들 앞에 섰다.


“······실망스럽네.”


나는 의도적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훈련병들을 위협했다.


그야 일개 훈련병들은, 신민우와 같은 원석에 비하면 재능이 부족한 게 당연했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니냐?”


그들의 공격에는 주저함이 있었다. 혹여나 내가 다칠까 하는 주저함이 아닌, 그저 검을 휘두르는 행위 자체에 있어 겁을 먹고 있다.


열두 명이나 이래서야, 검술 부대는 무리일 게 뻔했다.


확실한 교정이 필요한데······.


나는 다시금 검집에서 성화열도를 꺼냈다. 그리고, 훈련병들을 향해 겨눴다.


“강하고 정교한 일격이 아니어도 되니까, 진심으로 휘둘러봐. 나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 뒤, 아침에 했던 것처럼 나는 높이 뛰어올랐다.



시일향翅佾響.



물론 이번엔 봐주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훈련병들의 오른쪽 뺨에 일제히 베인 상처가 생겼다.


“아니, 하기 싫어도 하게 만들어줄게.”


신민우에겐 재능이 있다. 하여, 목숨이 위협되지 않더라도, 설령 얼음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실전’으로 생각하고 몰입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범재. 실전이 아니라면 전투에 몰입하지 못하는, 아직 검술에 입문조차 하지 못한 자들. 그런 녀석들에겐,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 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다시 간다.”


착지한 뒤, 나는 한 번 더 검을 몸 뒤로 숨겼다.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빠르게 도망치려 했지만······



시일향翅佾響.



“끄윽!”


나는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일제히 모두를 베었다. 이번엔, 방금의 참격보다 조금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생사에 지장은 없을지언정, 통증만큼은 확대되도록.


“말했을 텐데?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진심으로 살기 위해 검을 휘둘러보라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또다시 검을 몸 뒤로 숨겼다.


그때였다.


“으, 으아아아악!”


선두에 서 있던 한 명의 훈련병이, 갑작스레 내게 윽박지르며 달려왔다. 형편없는 자세와 더불어, 마치 공격을 예고하기라도 하는 듯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누가 봐도 볼품없었지만,


“합격.”


그 훈련병은 방금 공포를 느꼈다. 피어오르는 통증에서 확산하는, 만에 하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 공포.


물론 전투에서 공포는 방해되는 감정이지만, 그것이 검을 휘두를 원동력이 된다면 나는 말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첫 합격자의 검을 가볍게 막아낸 후, 저 멀리서 구경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열한 명의 훈련병을 향해 말했다.


“나머지는? 더 없는 건가?”


그런 물음에도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한 번 더 몸 뒤에 검을 숨겼다.


시일향의 준비 자세였다.


그 모습을 본 다음에야, 남은 훈련병들도 진정으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제야 진정으로 나를 베려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가만히 그들의 자세를 바라봤다. 만약 ‘베는 시늉’만 하려는 목적이라면, 그 불순한 의도는 자세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라보아도, 그런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검술의 준비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훈련병들의 자세에선, 누구는 수비적인 면모가 드러났으며 누구에겐 치밀한 면모가 드러났다.


다르게 말하면, 모두가 각자의 특기를 살려 진심으로 검을 휘두르려 했다는 뜻이 된다.



“······전원 합격. 그러면, 내일부터 본 수업이다.”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선보이며, 다시 성화열도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 후 나는 여유롭게 돌아가려 했는데,


“······내일부터 본 수업이라니요?!”

“말이 되는 소리를? 당장 오늘만 해도 죽기 직전인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등장한 폭탄 발언에, 순간 훈련병들이 반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오늘은 그냥 기초 테스트였어. 합격자들은······ 알지? 내일 보도록.”


연속으로 폭탄 발언을 터트렸다. 그 말을 들은 훈련병들은, 마치 뭉크의 절규처럼 눈에 띄도록 절망했다.


*


그로부터 3일이 지나,


“끄으으윽······.”


나는 시체처럼 나뒹구는 열네 명의 훈련병을 보았다. 이미 대부분 눈의 생기는 없어진 지 오래였으며, 몇몇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조금 심했나?”


나는 3일간 거쳐왔던 훈련을 생각했다. 우선 체력 단련을 위해 1층에 가장 높은 리테인 산을 세 번 등반했으며, 하루에 30분씩 나와 1대1 대련 시간을 갖도록 했다.


또한 어느 상황에서도 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24시간 내내 따라다니며 빈틈이 보일 때마다 기습했다.


밥을 먹을 때도, 대화할 때도, 심지어 잠을 자는 때에조차.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곧바로 기습하여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술에 있어 기본이 되는 자세.


베기.


가로 베기 2,000번과 세로 베기 2,000번을 매일매일, 총 3일간 반복훈련으로 실시했다.


“······이 정도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나의 혼잣말에, 훈련병들이 경악하며 귀를 틀어막았다. 더군다나 눈까지 질끈 감고 있는 걸로 보아, 내가 어지간히도 싫어졌나 보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한가.’



이들에겐 재능이 없다. 하지만, 검술에 있어 재능이 꼭 필수인 건 아니다. 오직 노력의 중첩만이 가능케 하는 경지도 확실히 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의 훈련병들은, 적어도 검술 부대로써 한 사람 몫을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즐거웠다.”


나는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러자, 훈련병들이 여태껏 가장 환히 웃으며 외쳤다.


“제발, 다시는 보지 맙시다······.”


*


적설세검, 성화열도, 아레시테이아, 재생의 목걸이, 암살자의 시간, 그리고 절대자의 영역까지. 필요한 카드는 모두 갖춰졌다.


‘충분히 쉬었으니, 움직일 때가 됐다.’


나는 마지막 검술 훈련을 끝마친 후, 곧바로 1계층의 워프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역시나 내가 선언한 것은─


“14계층.”


워프를 사용하는 순간, 마력의 파장이 나를 감싸며 시야가 암전되었다. 그 후 다시 눈을 떴을 땐······


“오랜만이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무. 어둑한 하늘과 새하얀 눈송이만이 교차하는 곳.



설원雪原.



모든 일을 끝내고 나서야 겨우, 나는 설원에 첫걸음을 디뎠다.


작가의말

뭔가 주인공이 한 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얻은 건 참 많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설급 힐러가 검을 들고 회귀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설원雪原 (1) +1 23.10.22 84 4 13쪽
» 폭설의 전조 (2) +1 23.10.21 93 6 13쪽
20 폭설의 전조 (1) +1 23.10.20 135 5 13쪽
19 검제劍帝 (5) +1 23.10.19 156 6 12쪽
18 검제劍帝 (4) +1 23.10.18 164 6 12쪽
17 검제劍帝 (3) +1 23.10.17 178 5 13쪽
16 검제劍帝 (2) +1 23.10.15 195 7 14쪽
15 검제劍帝 (1) +1 23.10.14 222 7 13쪽
14 기실화단記實花壇 (完) +1 23.10.13 236 5 12쪽
13 기실화단記實花壇 (7) +1 23.10.12 247 6 14쪽
12 기실화단記實花壇 (6) +1 23.10.11 248 5 12쪽
11 기실화단記實花壇 (5) +1 23.10.10 257 5 13쪽
10 기실화단記實花壇 (4) +1 23.10.09 273 6 11쪽
9 기실화단記實花壇 (3) +1 23.10.07 297 6 13쪽
8 기실화단記實花壇 (2) +1 23.10.06 330 5 14쪽
7 기실화단記實花壇 (1) +1 23.10.05 358 6 11쪽
6 1층의 재앙 (3) +2 23.09.30 376 6 12쪽
5 1층의 재앙 (2) +1 23.09.29 378 6 10쪽
4 1층의 재앙 (1) +1 23.09.28 420 7 12쪽
3 첫걸음 (2) 23.09.27 452 9 13쪽
2 첫걸음 (1) 23.09.26 597 13 23쪽
1 Prologue 23.09.26 649 18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