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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설급 힐러가 검을 들고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유하야
작품등록일 :
2023.09.26 06:50
최근연재일 :
2023.10.22 12:1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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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9
추천수 :
149
글자수 :
129,765

작성
23.10.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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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검제劍帝 (4)

DUMMY

은은한 달빛이 내리 밝히는 해변에, 자그마한 불길이 피어올랐다. 나는 주변에 나뭇가지들을 긁어모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따뜻하다.’


4층 구역은 섬과 그를 둘러싸는 해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계층 보스는 섬의 중앙에 있는 동굴 속에 잠들어 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싸우고 싶었지만······


나는 완전히 곯아떨어진 신민우를 봤다. 픽 쓰러지길래, 데굴데굴 굴려도 보고 마수 저녁밥으로 던져준다고 협박도 해봤다. 하지만, 신민우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너무 굴렸나.”


아마 신민우라면, 나와 만난 직후부터 오늘까지 잠을 줄여가며 검술 수련에 증진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오늘 하루는 종일 전투뿐이었으니, 지칠 만도 했다.


‘이젠 좀 쉬어라.’


나는 골똘히 생각을 이어갔다. 하루에 한 번, 최대 화력의 시연을 사용할 수 있다. 적설세검의 강함까지 생각하면, 웬만한 보스는 일격에 쓰러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과 모레. 총 두 번의 시연을 어느 보스에게 사용해야만 할까.


‘······역시, 7층이랑 10층이 제일 좋으려나.’


7층의 보스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정공법으로 처리하려면 시간이 몹시 많이 든다. 보스가 일정 수준의 피해를 받으면 계층 밖으로 도망치기 때문인데, 정상적인 공략으론 최소 5시간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보스를 일격에 처리할 수만 있다면 보스가 계층 밖으로 도망칠 일도 없기에, 거의 5시간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10층의 보스.


우선, 탑은 10층을 주기로 일반적인 보스보다 강한 월드 보스가 등장한다. 싱글 에어리어의 마지막 층인 10층 역시, 월드 보스라 불리는 강력한 마수가 등장한다.


음.


역시나 7층과 10층. 총 두 번 사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나는 대략으로 계획을 세워두고, 신민우의 건너편 텐트로 들어갔다.


‘잘까.’


*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나와 신민우는 일어나자마자 텐트를 정리하고, 섬의 중앙으로 향했다.


“4층의 보스부터는, 저 혼자서 안 잡아도 되죠······?”

“응. 지금 네 실력으론, 여기서부터는 무리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멈춰 섰다. 신민우가 왜 멈추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땅에 검을 박아 넣으며─


“개문.”


나와 신민우를 둘러싼 땅이 꺼지며, 순식간에 우리는 아래로 미끄러졌다. 그 아래에는, 보물상자와 보스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우와······. 이런 히든 루트가 있구나······.”


그렇게 말하며 신민우는 보물상자를 향해 달려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거 미믹이다.”


미믹. 상자로 위장한 마수의 이름이며, 상자에 손을 대는 순간 적의를 들어낸다. 웬만해선 약한 수준의 마수지만, 종종 상식을 넘어서는 강한 미믹들도 몇 존재한다.


즉, 위험하다.


신민우는 상자가 미믹이라는 말을 듣자, 기겁하며 손을 뗐다.


“이게 미믹인 건 어떻게 아셨어요···?”

“구분법이 있어.”


이 히든 루트는 4계층에서 유일하게 보스의 거처와 이어진 공간이다. 4계층은 거대한 동굴 미로의 끝에 보스가 숨어있는 구성으로, 이 히든 루트를 거치지 않는다면 최소 세 시간 이상 소모해야만 한다.


아무튼.


“도착이다.”


길의 끝자락에 거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스톤 슬라임이 잠들어 있었다.


-쿠엑.


슬라임은 우릴 보더니, 돌가루를 튀기며 뛰어올랐다. 순간 신민우가 전투 태세에 들어섰다. 그 후, 검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넌 그냥 보고만 있어.”


나는 다만 그렇게 말해주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목검을 던졌다. 슬라임은 가소롭다는 듯 그대로 나를 깔아 뭉개려 했지만,



영원척도永遠斥刀 · 정正.



나 역시 하늘로 뛰어올라 슬라임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던 목검을 붙잡으며, 아래로 내려찍었다.


쿵─


그 일격에, 슬라임은 그저 돌덩이를 튀기며 반으로 갈라졌다. 그 충격의 여파는 슬라임으로도 끝나지 않아, 그대로 동굴바닥에 거대한 흠집을 남겼다.


“······강해.”


신민우는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하긴, 이해는 된다. 언뜻 보면 ‘월광’과 ‘정’은 비슷한 부류의 검술이다.


위에서 아래를 향한 낙하 공격. 하지만 그 화력은 천차만별이었으니,


“얼마나 더 노력해야,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신민우가 감탄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슬라임의 시체를 뒤로한 채 공간의 정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슬라임을 잡고 획득한 5층 입장권을 사용했다.


화악─!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며 우리를 맞이했다. 나는 신민우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남긴 뒤, 아무런 주저도 없이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5층에서도 역시나, 이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흐읍!”


5층의 중앙, 나는 숨을 참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마력으로 공기막을 만들어 숨을 쉬며, 금빛을 내는 열쇠를 찾아냈다.


5계층, 거대 바다 신전으로 이루어진 층으로, 바다 신전을 1층부터 5층까지 차례차례 공략해야 한다.


“열쇠 사용.”


다만 일련의 과정을 넘어서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신전 앞 강에 숨겨진 열쇠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건 진짜로 다 어떻게 알고 계세요?”

“방법이 있어.”


그렇게 우리는 5층의 보스전에 돌입했다. 이번에 나는, 적설세검을 손으로 불러들였다.


‘레이피어는, 찌르기에 특화된 검이다.’


나는 바닥을 딛고 높게 뛰어올라, 생선 대가리처럼 생긴 보스의 머리에 검을 꽂아 넣었다.


-꾸에에에엑!


그리고 언제나처럼, 신전의 중앙으로 걸어가며 다음 계층의 입장권을 사용했다. 신민우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게이트가 닫히려는 걸 보고 허겁지겁 나를 따라왔다.


6층도 4층, 5층과 똑같은 방식이었다. 히든 루트를 찾아내고, 일격으로 보스를 처리했다. 그렇게, 7층에 도달했다.


*


“······이렇게 빨리 탑을 공략하다니.”


신민우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듯 보였다.


하긴, 4, 5, 6층을 하루 만에 공략하는 건, 회귀 이전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그걸 일개 플레이어인 신민우가 ‘직접’ 겪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질 만도 하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서 이만 쉬는 건가요?”


신민우가 그렇게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 이어가다, 짧게 답했다.


“오늘 9층까지 다 공략할 건데?”

“?”


신민우가 잘못 들었다는 듯 다시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9층까지 전부 다.”

“······아.”


나는 굳이 더 대화하지 않았다. 그저, 신민우에게 따라오라고 하고 7층의 히든 루트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머지않아, 7층의 히든 루트 역시 찾아냈다.


“7층은 최소 다섯 시간은 예상하고 공략해야 한다고, 아는 분이 말했었는데······.”


신민우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계속해서 투덜대기 바빴다. 나는 그런 신민우에게, 짧게 한마디 했다.


“야, 싸워.”

“네?”

“싸워봐.”

“······제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민우는 떨리는 눈으로 보스를 바라봤다. 사람이 열댓 명은 붙어도 거뜬할 것 같은 거대한 날개. 흉악한 표정과 날카로운 발톱의 박쥐.


이 보스는,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내 손으로 처리할 수 있다. 더군다나 생존력이 질길 뿐이지 공격력은 강하지 않으므로, 신민우의 연습 상대로 딱 맞았다.


“······알겠어요.”


신민우는 내가 계속 빤히 쳐다보자, 이내 체념하며 검을 들었다. 오늘 하루는 통으로 쉬었으니, 조금 정도는 굴려도 괜찮겠지.


나는 신민우가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후우······.”


순간, 신민우의 검이 공간의 마력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이제껏 본적 없는 새로운 자세를 취했다.



“월화백일月華白一 · 일섬一閃.”



회귀한 이후의 첫날, 나는 신민우에게 극광검 · 발도를 선보였다. 그리고, 월화백일은 극광검의 상위호환 격 검술.


신민우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극광검의 발도술과는 달리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불안정한 모습은 일절 없었으며, 시선, 하체, 상체, 검을 균등하게 의식하는 듯 보였다.


외부의 마력이 깃든 검을 휘두르며, 다리로 바닥을 딛고 돌진했다.


“흡!”


그렇게 그는, 엄청난 속도로 박쥐에게 다가가 공격을 선보였으며,


“앗.”


그는 일섬을 맞추지 못하였다. 박쥐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여 하늘로 공격을 피하고, 발톱으로 신민우의 등을 할퀴었다.


신민우는 잽싸게 뒤를 돌며, 박쥐를 향해 검을 휘두를 준비를 했는데.


후웅─


박쥐는 이미 재빠르게 날아가, 그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후였다. 그리고는 연속적으로 날개를 휘둘러 바람을 일으켰다.


신민우는 바람 따위 별거 아니라 생각하며 박쥐에게 달려들었는데,


“윽!”


박쥐는 바람에 마력을 실려 보냈다. 바람 사이에 깃든 마력은 마치 송곳 같은 역할을 하며, 신민우의 전신을 찔렀다.


그리고 신민우가 고통에 발버둥 치는 틈을 타, 다시금 발톱으로 등을 할퀴었다.


‘역시, 아직 시야가 좁아.’


아직 신민우는 불필요한 습관이 잔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교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궁지에 몰리고 나서야 깨닫는 것.


“으윽.”


순간, 신민우의 시야에 푸르름이 일렁였다. 방어에 사용하는 마력을 눈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확장된 시야로 박쥐의 움직임을 쫓았다.


그리고 박쥐가 신민우를 향해 날아가는 틈에,


“월화백일月華白一 · 월광月光.”


검을 초승달 모양으로 휘두르며, 박쥐의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뻔해.’


신민우가 박쥐의 움직임을 보듯, 박쥐도 자신의 움직임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신민우는, 그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싸움에 임했다.


신민우는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이번엔 전신의 마력을 깃들게 하여, 박쥐의 습격이 어디서 날아오든 대비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박쥐는, 바닥의 흙모래를 발로 쓸어서 신민우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신민우가 앞을 못 보는 사이에,


퍼억─


잽싸게 날아가며, 날개로 신민우를 쳤다.


거기까지 본 나는, 손에 적설세검을 소환했다. 모든 마력을 검과 팔에 집중하고, ‘시연’의 자세를 취했다.


‘잘 가라.’



영원척도永遠斥刀 · 시연矢然.



쾅─!


적설세검의 높은 능력치와 ‘시연’의 화력. 그리고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신체 강화. 그 일격에, 7계층의 대지가 흔들렸다.


검은 찰나의 순간, 내 손에서 쏘아지며 박쥐에게 닿았다. 박쥐는 단번에 적설세검에 몸을 꿰뚫려,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순간 전신이 저리며 격통이 일어났지만, 나는 곧바로 재생의 목걸이를 사용했다.


그리고, 처참히 쓰러져 덜덜 떨고 있는 신민우에게 다가갔다.


“패배 경험도 중요하거든.”

“······어떻게 해야, 제가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걸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짧은 대화를 끝마치고, 나는 박쥐시체를 뒤져 8층 입장권을 찾아냈다. 그리고 입장권을 사용해 게이트를 만들며, 신민우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게 지금 네 한계야.”


분하다는 듯 꽉 쥔 손이 안쓰러웠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말했듯, 패배의 경험 역시 중요하니까.


완전한 패배를 반면교사 삼아 성장하면, 언젠가 완전한 승리에 닿는다.


“가자.”


*


그 후로도 한서원과 신민우는 공략을 이어 나가, 2일 차에 10층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역시나,


“······네? 뭐라고요?”


이소은의 귀에도 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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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제劍帝 (4) +1 23.10.18 164 6 12쪽
17 검제劍帝 (3) +1 23.10.17 178 5 13쪽
16 검제劍帝 (2) +1 23.10.15 195 7 14쪽
15 검제劍帝 (1) +1 23.10.14 222 7 13쪽
14 기실화단記實花壇 (完) +1 23.10.13 236 5 12쪽
13 기실화단記實花壇 (7) +1 23.10.12 247 6 14쪽
12 기실화단記實花壇 (6) +1 23.10.11 248 5 12쪽
11 기실화단記實花壇 (5) +1 23.10.10 257 5 13쪽
10 기실화단記實花壇 (4) +1 23.10.09 273 6 11쪽
9 기실화단記實花壇 (3) +1 23.10.07 297 6 13쪽
8 기실화단記實花壇 (2) +1 23.10.06 330 5 14쪽
7 기실화단記實花壇 (1) +1 23.10.05 358 6 11쪽
6 1층의 재앙 (3) +2 23.09.30 37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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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걸음 (2) 23.09.27 452 9 13쪽
2 첫걸음 (1) 23.09.26 597 13 23쪽
1 Prologue 23.09.26 649 1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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