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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설급 힐러가 검을 들고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유하야
작품등록일 :
2023.09.26 06:50
최근연재일 :
2023.10.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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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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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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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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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검제劍帝 (3)

DUMMY

끼릭─


휠체어의 바퀴가 분주하게 굴러가며 끼릭 소리를 내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오후 2시쯤 되는 시간.


나는 신민우에게 모든 걸 가르쳤다.


그에게 재능은 충분하다. 그런 떡잎들은, 자라는 방법만 알려주면 스스로 자라나고는 한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고, 내일은 푹 쉬어. 그리고 모레엔······”

“모레는 왜요?”

“모레에도 오늘처럼 8시까지 남쪽 출입구로 와. 뭘 할지는, 그때 알려줄게.”


그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신민우는, 무언가의 고양감의 휩싸인 듯 검을 놓지 않고 있었다. 뭐, 충분히 이해된다. 지금껏 신민우는 아무런 성장도 겪지 못했으니까.



-월광月光.



초승달을 그리듯 검을 휘두른 그 참격을 떠올렸다. 월화백일의 기본이 되는 참격, 월광. 그런 월광을 성공한 만큼, 신민우는 머지않아 월화백일을 완성할 것이다.


끼리릭─


나는 빠르게 휠체어의 바퀴를 굴렸다. 이제, 1층에서 해야 할 일은 모두 처리했다. 내게 남은 건, 다가올 모레.


절대자의 영역 페널티가 끝나는 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일어났을 땐, 다크서클이 사그라든 이소은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일어나는 걸 보자마자 물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좋네요.”


그리 말하며 나는 이리저리 팔을 휘둘러 보았다.


“윽.”


순간, 손목에서 얕은 통증이 피어올랐다. 연화무아의 후유증이 조금 남아있는 것이다. 뭐, 지금의 나로서 절대 써선 안 될 기술을 사용한 것이니, 이 정도 대가는 달게 받기로 했다.


아무튼.


절대자의 영역으로 인한 페널티는 모두 회복되었다.


“큰 문제는 없어요.”

“다행이네요. 여기, 받으세요.”


이소은은 내 몸이 회복되었단 사실을 듣고 전에 사두었던 레이피어를 건넸다. 나는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그 레이피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역시, 보기만 해도 뭔가가 다른 게 느껴져.’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레이피어를 향해 손을 뻗었─



화악─!



그 레이피어를 손에 든 순간, 눈앞에 거대한 섬광이 이르렀다. 무엇도 보이지 않았고, 무엇도 들리지 않았다.


‘······뭐지?’


이상 사태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내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특성, 진행자가 발동됩니다. ]


[ 전쟁의 열쇠, 적설세검이 플레이어에게 귀속됩니다. ]


[ 남은 열쇠는 세 개입니다. ]


특성, 진행자. 어떠한 설명도, 등급도 없는 의문의 특성. 당장 발동하려고 해보아도 되는 게 없었기에, 없는 특성으로 취급하고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건 대체······.’


전쟁의 열쇠, 적설세검. 수많은 무기의 이름을 꿰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이름의 히든 아이템은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진 것도, 내 특성과 공명했기 때문인가.


‘진행자’의 능력과 관련된 건가?


그런 의문을 품고, 나는 계속해서 특성을 발동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 남은 열쇠는 세 개입니다. ]


그뿐이었다. 어쨌든 지금 알 수 있는 정보는, 이 무기는 ‘열쇠’라 불리며 내게 귀속되었다는 것과 남은 열쇠가 세 개라는 게 전부였다.


그 정보를 전부 수긍하는 순간─


“저기, 무슨 일 있어요?”


시야가 되돌아왔다. 눈앞에는 갑자기 왜 멍때리냐며 묻는 이소은이 있었다.


“······별일 아닙니다.”


「진행자」. 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러고 보니, 몸이 회복되면 탑 공략을 시작할 거라 하셨었죠?”

“네.”

“······힘내세요. 도움 못 드리는 거 죄송하고요.”


그렇게 말하며 이소은은 뒤돌아섰다. 어딘가 결의를 다진 표정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하긴, 14층이 설원. 즉 눈 지역이라고 밝혀진 지금. 이소은은 14층의 공략 준비로 한창 바쁠 것이다.


괜히 바쁘게 하지 말고, 나는 내 갈 길을 가자.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오전 7시로, 신민우를 만나기까지는 조금 남아있었다. 나는 그동안, 감도 잡을 겸 저택 정원에서 검을 휘둘렀다.


오랜만에 검을 들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당장 이틀 전만 해도, 신민우가 휘두르는 모습을 구경하기만 했지, 직접 검을 들지는 못했으니까.


그러면 우선······


나는 내게 귀속된 적설세검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그러자,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손에서 적설세검이 생겨났다.


아이템의 귀속이란 이런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 손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것. 검을 화살처럼 쏘아내는 시연과도 아주 잘 맞는다. 검을 쏘아낸 후, 곧바로 손으로 불러들일 수 있으니까.


‘시험해볼까.’


나는 왼손으로 검을 들고, 오른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전신의 힘을 뺐다. 최대한 약하게, 신체가 버틸 수준의 힘으로 한정하여.


20%, 영원척도永遠斥刀 · 시연矢然.


오른손으로 검을 가볍게 밀치며, 최대한 약하게 시연을 사용했다. 그런데,


쾅─


분명히 힘을 제한한 시연이었을 터인데, 그 화력은 무시할 게 못 됐다.


“······조심해야겠네.”


나는 처참히 쓰러진 정원의 나무를 바라보았다. 마치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 나무의 뿌리가 처참히 꺾여 있었다.


무기의 정확한 능력은 알지 못하지만. 적설세검과 더불어 성장한 종합 능력치 덕에, 힘을 제한한 시연으로도 그럴듯한 화력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바닥에 박힌 적설세검을 손으로 소환하고, 걸어서 저택을 나갔다.


‘슬슬, 진정한 공략을 시작할 때다.’


회귀한 이후 이런저런 일을 벌였다. 1층의 재앙을 처리하고, 기실화단에서 카실과의 전투도 치뤘다. 다만 탑의 본질은 역시 등반 아닌가.


소홀히 두었던 탑 등반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


나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남쪽 출입문으로 갔다. 그런데, 신민우 또한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채였다.


나는 그런 신민우에게 다가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가자. 보스 잡으러.”

“······아, 오늘은 탑 공략인가요.”

“어. 3층까지.”

“예?”


내 계획상, 오늘 안에는 최소 3층까지 공략하고, 4층에 입성해야만 한다. 그리고······


“웬만한 보스는, 너 혼자 공략해야 해.”

“······예?!”


신민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아직도 자신의 실력에 불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틀 전에 공략한 달빛 마력의 신전. 적어도 3계층 이내에선, 그 보스보다 강한 마수는 없어.”

“그 사슴이 그렇게 강한 마수였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 신전의 거대 사슴. 강함으로 따지자면, 4계층의 보스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즉, 그런 사슴을 일격에 죽인 신민우는 3층까지의 탑을 공략할 수 있는 게 당연하다.


“실전 경험은 많을수록 좋아. 위험해 보이면 내가 도울 테니까, 겁 먹지 말고 해봐.”

“······일단 알겠어요.”


그렇게 우리는 1계층의 보스가 있는 곳. 리테인 산으로 향했다. 그곳은, 1층에서 가장 높은 곳이며, 또 가장 강한 마수가 있는 곳이다.


물론 가장 강한 마수는 계층의 보스이며,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풍겼다.


하지만,



“월광月光.”



신민우의 단검에, 외부의 마력이 몰려들었다. 보통의 마력검은 신체의 마력을 소모하여 구성된다. 하지만, 신민우의 검은 달랐다.


검제의 특권.


오직 그만이 보일 수 있는 신기神技.


그는 빛나는 검을 들고 빠르게 달렸다.


-아우우우!


산에는 늑대가 살았다.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포식하여, 끊임없이 거대해진 늑대가 살았다. 늑대의 날카로운 시야가 신민우에게 닿은 순간,


-구어어어어!


늑대가 발톱을 세우며 신민우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신민우는 여유롭게 뛰어올라 발톱을 회피했다.


그 이후론, 상대도 되지 않았다.


일격.


단 한 번의 검기에, 거대한 늑대가 무참히 쓰러졌다.


다만 2층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2층의 테마는 넓게 펼쳐진 초원. 1층과는 달리 거주 구역이 없고, 온통 던전과 마수들 뿐이었다.


나는 지켜보기만 했다. 그가 습격당할 때도, 고전을 면치 못할 때도.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없는 사람이라는 듯 행동했다.


그리고 세 시간에 걸쳐, 2층의 보스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2층의 보스는, 초원의 땅속을 파고드는 거대한 두더지였다. 머리에 붉은 뿔이 있으며, 발톱에선 독이 나오고 있었다.


“······.”


신민우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게 내 역할이다. 4층부터의 공략은 내가 주도하겠지만, 그 이하는 아니다.


충분히 신민우가 공략이 가능한 영역. 나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다만 몰아붙일 것이다. 내가 처음 검의 재능을 확신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탑으로 들어가셨다던 부모님이 실종되었다. 누나 역시도 부모님을 찾기 위해 탑에 들어갔고, 돌아온 건 시체뿐이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아, 분해서 스스로 들어간 탑.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사흘 밤낮을 싸우기만 하고 나서야 내 상황을 이해했다.


하여 검은 이해의 도구이다.


신민우가 이걸 깨달았으면 한다. 그제야, 그는 비로소 검제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까.


“으, 으아아악!”


땅에서 솟아나온 두더지의 발톱과 신민우의 검이 맞닿았다.


그리고 신민우는, 대략 한 시간에 걸쳐 거대 두더지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숨도 쉬지 않은 채 3층으로 향했다.


이윽고 도달한 3층에서, 보스의 위치를 찾는 시간이 네 시간. 또, 보스와 싸우는 시간이 세 시간이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나는 조금도 신민우를 거들지 않았다.


긴 시간이 지나 오후 7시. 4층에 도착한 후,


나는 당장 씻고 나온 듯 뽀송한 반면, 신민우는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어?”


정정한다. 쓰러지기 직전인 게 아니라, 쓰러졌다. 신민우는 힘겹게 숨을 내쉬다가, 이내 피로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나는 쓰러진 신민우를 뒤로하고 여유롭게 텐트를 치며 캠핑을 준비했다.


‘신민우는 오늘 충분히 고생 했으니, 내일부터의 공략은 내가 주도한다.’


*


“······뭐라고요?”


14층, 설원의 몇 없는 거주 구역. 눈의 도시. 그 여관에서, 이소은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오늘 하루 만에, 4층에 도달했다고요···?”

“예. 신민우라는 플레이어와 여제님께서 눈여겨보시는 플레이어. 총 두 명이 파티를 맺고 공략했더군요.”


이소은은 담요로 몸을 두르며 떠올렸다.


-몸이 회복된 후부터 일주일이면 됩니다.


“일주일은 무슨······.”


이소은이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하수인이 무슨 뜻이냐며 되물었지만, 이소은은 빠르게 손사래 치며 하수인을 방에서 내보냈다.


일주일.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하루 만에 4층에 도달했다니. 이 정도 속도라면, 빠르면 5일 이내에 싱글 에어리어를 전부 공략할지도 모른다.


“최고 기록이 4일이었나?”


이소은은 가장 빠르게 싱글 에어리어를 공략한 플레이어를 떠올렸다. 랭킹 9위, 이색의 검사 사유진.


시간의 사수를 압도했다는 전적을 가진 그의 또 다른 업적. 가장 빠른 싱글 에어리어의 클리어.


“사유진, 그 사람도 두 명이 파티를 맺었었으니까. 언뜻 상황이 비슷하네요.”


이소은의 판단에 따르면, 한서원과 신민우는 사유진의 기록을 넘지 못할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이 하루 만에 공략한 1층에서 3층은 쉬운 편에 속한다. 5층, 7층, 그리고 10층 등등. 고난도 계층들은 시간을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1층에서 3층을 하루 만에 공략했다고 한들, 3층에서 10층을 하루 이틀 새에 공략하는 건 무리일 게 뻔했다.


‘5일이면, 사유진 그 사람한테 근접한 기록이네.’


이소은은 속으로 감탄했다. 5일이라면, 1등은 아닐지언정 웬만한 랭커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소은이 간과한 점이 하나 있었다.


1층부터 3층까지의 공략은, 한서원이 그 무엇도 거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소은은 머지않아 사유진의 기록이 깨질 거란 사실도 모른 채, 여유롭게 핫초코를 음미했다.


작가의말

소은이 정원에 쓰러진 나무는 하수인이 잘 처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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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검제劍帝 (2) +1 23.10.15 196 7 14쪽
15 검제劍帝 (1) +1 23.10.14 223 7 13쪽
14 기실화단記實花壇 (完) +1 23.10.13 241 5 12쪽
13 기실화단記實花壇 (7) +1 23.10.12 250 6 14쪽
12 기실화단記實花壇 (6) +1 23.10.11 250 5 12쪽
11 기실화단記實花壇 (5) +1 23.10.10 257 5 13쪽
10 기실화단記實花壇 (4) +1 23.10.09 273 6 11쪽
9 기실화단記實花壇 (3) +1 23.10.07 297 6 13쪽
8 기실화단記實花壇 (2) +1 23.10.06 330 5 14쪽
7 기실화단記實花壇 (1) +1 23.10.05 360 6 11쪽
6 1층의 재앙 (3) +2 23.09.30 380 6 12쪽
5 1층의 재앙 (2) +1 23.09.29 384 6 10쪽
4 1층의 재앙 (1) +1 23.09.28 426 7 12쪽
3 첫걸음 (2) 23.09.27 456 9 13쪽
2 첫걸음 (1) 23.09.26 603 13 23쪽
1 Prologue 23.09.26 656 1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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