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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설급 힐러가 검을 들고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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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야
작품등록일 :
2023.09.26 06:50
최근연재일 :
2023.10.22 12:1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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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49
글자수 :
129,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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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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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층의 재앙 (1)

DUMMY

재앙의 현현. 그 징조는 1층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그 신호탄은 누군가의 비명이었다.


“윽, 끄아악!”


붉은 선혈이 호수를 물들였다. 8계층급 마수, 주술 고블린 부대가 1층의 플레이어들을 덮친 것이다.


어떠한 물리적 가해도 가해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서로의 비명에 가려지며, 다만 서서히 죽어갈 뿐이었다.


“끄윽··· 차라리 죽여줘···”


한 플레이어가 쉼 없이 각혈을 뿜어내며 간절히 빌었다. 제발 죽여달라─ 라며.


사방이 시체로 둘러싸인 호수 속, 남자는 이미 생을 포기하였다. 마지막 소망은 그저, 편히 죽기를 바랐을 뿐이지만.


-그럴 순 없다.


‘절대로 물리적 가해를 가해선 안 된다.’라는 계약을 대가로 극강의 힘을 얻은 주술 고블린 무리. 그것들의 힘은 저주만으로 거의 모든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가 있다면, 저주는 보통 즉사卽死가 아니다. 저주는 천천히 대상을 죽음에 다가가게 만드는 것.


다르게 말하면, 죽기 직전까지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끄아아아악─!”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더니, 결국 플레이어는 의식을 잃으며 아스러졌다. 시체에 남아있는 자색 저주의 잔흔만이, 유일한 흔적이었다.


그 순간─


핏물로 물든 호수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무, 뭐야!


고블린들은 당황하며, 일제히 마력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그곳에선, 긴 은발의 여인이 저벅저벅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마저 차갑게 만드는 듯한, 눈송이가 사람이 된 듯한 여인.


여제女帝, 이소은.


“아이스 슬래셔(Ice Slasher).”


순간, 날카로운 고드름 수백 발이 고블린들을 쇄도했다.


고블린들은 형체조차 남지 않은 채, 수백의 고드름에 관통당해 쓰러졌다.


다만 그것을 전멸이라고 부를 순 없었다.


-꾸아악! 꾸웨엑!


영악한 고블린 한 마리가, 동료 고블린을 방패 삼아 호수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칫.”


이소은은 조용히 혀를 찼다. 잠시 ‘추격할까─’라며 고민도 했지만, 지금 속도도 힘겹게 따라오는 단원들을 생각하고 자제했다.


잠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호수에 가만히 서 있자, 저 뒤편에서 백영 길드의 단원들이 헉헉대며 달려왔다.


“흑······ 헉······ 벌써, 다, 처리하신 건가요?”

“네. 생존자는······”


‘없습니다’. 그 한마디가, 목 끝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결국 입만을 맴돌던 그 한마디는,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다만 이소은의 기억 속에 묻혔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이 재앙은, 반드시 제 손으로 해결하겠습니다.”


그 말뿐이었다.


*


“뭐야, 이건.”


늦은 새벽, 플레이어 무리와 대화하던 와중 고블린 한 마리가 달려왔다. 얼음덩이에 찔린 듯, 몸 곳곳에 얼어붙은 관통상이 있었다.


‘주술 고블린인가?’


주술 고블린은 8계층급 마수로, 무리를 짓는 습성까지 있기에 상당히 까다롭다. 그런데, 이런 상처투성이에다가 혼자라면······


서걱─!


일격. 그거면 충분했다.


“으악! 깜짝이야. 방금 그건······?”

“고블린입니다.”


내 말에, 남자 플레이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블린을, 일격에······?”


고블린이 죽기 직전이란 건 보지 못한 듯했다. 그 사실을 구태여 말하진 않았다. 나를 강하게 인식하는 건, 내게 나쁜 일이 아니니까.


“그보다, 하던 얘기나 마저 할까요?”


나는 고블린으로 인해 산만해진 분위기를 환기하고, 대화 주제를 되돌렸다.


그래서, 그 원래 대화 주제라 함은─



···



···



“그러면, 갚으셔야겠죠?”

““······에?””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역시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어’라는 듯,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갚으라고 해도, 그렇게 가혹한 일을 시킬 건 아닙니다.”

“그러면······ 대체 무슨······?”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내겐 재앙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러니, 내가 직접 ‘재앙’이 사는 곳에 쳐들어갈 예정이다.



암막의 숲.


서식 마수, 추정 4,000마리.


마력 농도, 통상 지역의 30% 이상.



7~8계층급 마수가 양산되며, 재앙의 시발점이 되는 그곳.


재앙의 현현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면, 필시 황금 덩이 같은 마수들을 랭커에게 빼앗길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재앙이 사는 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나는 ‘암막의 숲’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거다.


아닌 게 아니라, 막 재앙이 현현하던 당시, 회귀 전의 나는 초보 플레이어였다. 재앙이 일어났단 소식은 들었지만, 그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단 뜻이다.


하여 나는, 암막의 숲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물론 회귀 전에도 딱 한 번, 그 정보에 대해 알아보려 한 적이 있지만.



-죄송합니다. 암막의 숲에 관한 정보는 모두 폐기되었습니다.



암막의 숲에 관한 정보는, 모두 폐기처분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암막의 숲 자체도 랭커에 의해 파멸되었으니, 알 턱이 있을 리가.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할 일은.


“엘프 무리를 어디서 만났는지, 상세히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재앙을 직접 만났던 자들에게 물어, ‘암막의 숲’의 위치를 역추적하는 것이었다.


*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될 것 같아요.”


여자 플레이어의 말이었다. 그녀가 말하길, 걸어서 2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라고 했다. 지금은 밤이 늦었으니, 아침이 밝은 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여러분은 편히 주무세요. 혹여 마수가 습격하면, 제가 처리하면 되니까요.”

“······죄송해서 어떻게 그래요.”

“괜찮아요. 여러분이 편히 자는 게, 제가 마음이 편해서 그래요.”


역시 거짓말이다. 저 플레이어 무리는 이러나저러나 상처투성이인 상태. 피 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마수가 한 트럭일 것이다.


‘상상만 해도 군침이 싹 도네.’


“······감사해요.”


나는 남자와 여자에게 각각 텐트를 마련해주었다. 플레이어들은 하루 종일 도망치는 데 체력을 다 썼는지, 눕고 3분도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



···



···


아침이 밝았다.

플레이어들은 하룻밤을 푹 자고 나니 안색이 밝아졌다.


“그럼, 출발할까요?”

“네.”


그렇게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엘프 무리를 만났던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이런저런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물론 내가 저들을 개무시해서 그런 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마력 집중.


재앙의 징조 근처로 다가가는 게 끝이 아니다. 내가 찾아야 할 건, 징조가 빠져나온 ‘결계의 균열’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결계의 균열은 통상적으론 찾아낼 수 없으므로, 최대한 마력으로 감각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마력으로 강화된 예민한 감각과 더불어, 압도적인 격에 몸이 짓눌렸다.


후웅─


가볍지만, 대지가 통째로 흔들리는 듯한 마력의 흐름.


옆에 플레이어들의 상태를 보아, 이 기이함을 느끼는 건 나뿐인 듯했다.


이 흐름을 감지한 순간,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여기구나.’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귀신같이 똑같은 타이밍에 말했다.


“여기입니다.”


습격당했던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 걸까, 플레이어들은 조금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안내는 이거면 됩니다.”

“그러면, 저희는 이만 가도 될까요?”

“예.”


그렇게 나는 이별을 고했다. 고작 하룻밤에 걸친 인연이지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예. 앞으론 조심하세요.”


플레이어들을 떠나보냈다.


적막만이 남은 숲.


나는 눈에 마력을 담았다.


그러자, 시야가 확장되었다. 깨진 유리 조각과도 같이, 일그러진 마력의 파편이 눈에 들어왔다.


빛이 마력에 비쳐 주변을 내리 밝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한 광경. 나는 그곳에, 살며시 손을 뻗었다.


쩌적─


쩌저적─


그리고, 결계의 균열을 벌렸다.



쿠구구궁─!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결계는 오로지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력의 정수다. 억지로 벌리려 하니, 주변의 마력이 요동치는 건 당연했다.


‘더.’


다만 부족하다. 마수와 플레이어는 담고 있는 정보량이 다르다. 이 균열은, 마수는 통과할 수 있을지언정 플레이어는 통과하지 못할 균열이다.


‘조금만 더.’


나는 몸을 짓누르는 마력의 파동에도 멈추지 않고, 다만 계속해서 균열을 넓혔다.


얼마나 지났을까.


콰지직─!


귀가 터질 것 같은 굉음이 울리며, 결계가 열렸다.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균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1층의 임시 거처.


백영 길드의 단원은 모두 자고 있고, 오직 이소은만이 뜬 눈으로 해를 맞이했다.


‘피곤해.’


피곤했다.


피곤했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재앙에 휘말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있던 잠기운도 전부 달아나곤 했다. 이소은은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재앙의 근원을 뿌리째 뽑고 싶었다.


다만 길드원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도 사람이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


정작 본인은 전혀 휴식을 취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녀는 길드원들의 컨디션 하나하나를 고려하며 행동했다.


그때였다.


···


···


쿵─!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근처에서 마력이 요동쳤다. 이소은의 날카로운 감각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 마력은······?’


이소은은 한서원이 결계를 비틀 때 생겨난, 아주 조그마한 마력의 파장을 감지했다.

현세대 마법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소은이다. 파장을 느끼기만 했을까, 그녀는 이미 분석마저 끝마친 후였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파도처럼 흘러 지나가는 지난날의 기억.


‘주술 고블린 부대의 불길한 기운과 비슷하다.’


그 불길한 기운을 느낀 순간, 그녀는 추측했다.


재앙의 징조. 즉, 상위 계층급의 마수가 나타났으리라고.


‘가야 해!’


자는 길드원들을 깨울 수는 없다. 정말로 마수가 나타난 것이라면, 지금 당장 달려가도 늦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이소은은 홀로 뛰어갔다.


결계의 균열. 즉, ‘암막의 숲’의 입구로.


*


화사한 백색의 하늘. 그와 상반되는 우중충한 잿빛 숲. 이상하리만큼 괴이한 그 공간에, 나는 발을 들였다.


[ 히든 에어리어, 암막의 숲에 진입하셨습니다. ]


[ 미발견 구역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


[ ※ 주의 ]


[ 이곳은 매우 위험합니다. ]


‘최초 발견자라.’


이 시점까지는, 아직 아무도 암막의 숲의 존재를 알지 못했나 보다.


‘운이 좋군.’


나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여기라면, 주변의 누군가가 휘말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우우우─!


늑대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늑대가 나를 습격한다는 예고와도 같았다.


타다닥, 타다닥.


수십의 발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냥 늑대가 아니라, 늑대 무리였던 것인가.


불길한 마기魔氣와 발소리가 재빠르게 내게 접근했다. 그리고, 늑대 무리가 내 시야에 들어온 그 순간.



서걱─



선두를 달리던 늑대가 다섯 갈래로 찢어졌다.


찰나의 순간, 한 마리의 마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게 몰려오는 늑대 무리를 차례차례 절단했다.


서식 마수, 추정 4,000마리.


끝이 보이지 않는 숫자다. 다만, 나는 아직 암살자의 시간조차 발동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전력 차이라면.


‘충분해.’


나는 아직도 잔재하는 늑대 무리, 나아가 암막의 숲 모든 마수를 향해 단검을 겨눴다.


세 시간.


단 세 시간 후면, ‘1층의 재앙’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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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검제劍帝 (2) +1 23.10.15 195 7 14쪽
15 검제劍帝 (1) +1 23.10.14 222 7 13쪽
14 기실화단記實花壇 (完) +1 23.10.13 237 5 12쪽
13 기실화단記實花壇 (7) +1 23.10.12 248 6 14쪽
12 기실화단記實花壇 (6) +1 23.10.11 248 5 12쪽
11 기실화단記實花壇 (5) +1 23.10.10 257 5 13쪽
10 기실화단記實花壇 (4) +1 23.10.09 273 6 11쪽
9 기실화단記實花壇 (3) +1 23.10.07 297 6 13쪽
8 기실화단記實花壇 (2) +1 23.10.06 330 5 14쪽
7 기실화단記實花壇 (1) +1 23.10.05 359 6 11쪽
6 1층의 재앙 (3) +2 23.09.30 37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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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걸음 (2) 23.09.27 454 9 13쪽
2 첫걸음 (1) 23.09.26 599 13 23쪽
1 Prologue 23.09.26 650 1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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