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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반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삼대독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에드반
작품등록일 :
2020.03.20 14:54
최근연재일 :
2020.03.27 09: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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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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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59,371

작성
20.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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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천마신교 삼대독자 9화

DUMMY

마도육가의 일석, 장가의 가주 집무실은 천마신교의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황금과 보석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실내에, 역시 황금으로 만든 용 조각상까지 놓여 있다.

천마각의 최상층, 천마의 집무실도 이보다는 화려하지 않았다.

역대 장가의 가주는 이 집무실을 사용했고, 그것으로 천마신교 내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당대의 가주이자 일대장로인 장사극 또한 이 집무실을 사용했다.

올라온 서류를 대충 훑어보고 인장을 찍고, 다시 건조한 눈으로 다음 서류를 보던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소천각으로 들어가는 식재료라. 쓸데없는 영약도 섞여 있군.”

그는 인장을 찍지 않고, 붓을 들어 선을 슥슥 그은 뒤 한쪽으로 분류해 두었다.

소천각으로 들어가는 각종 자재들의 목록들은 그렇게 그의 선에서 걸러졌다.

“쓸 사람도 없는 천마각에 뭘 이리 돈을 많이 쓰지. 총관 놈을 한번 불러 혼쭐을 내야겠군.”

그러면서도 그의 입은 미소를 그렸다.

천마각은 언젠가 그가 입성할 곳.

총관을 불러서 혼을 내고 잘 구슬려, 이후를 준비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일단 그 망할 소공자 놈부터 없애야 할 텐데.”

서류를 모두 확인한 뒤, 장사극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문이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장가장의 총관.

그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뒤따라 들어오는 마인에게 손짓했다.

“······부,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집무실에 처음 온 마인이 주변을 둘러볼 생각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총관에게 눈짓해 나가게 한 뒤, 장사극이 자리를 탁자로 옮겨 손짓했다.

“앉아라.”

“그, 어, 예.”

우물쭈물하면서 탁자에 앉는 그는, 장무령이었다.

장가의 마인이지만, 방계에 속하는 그는 단 한 번도 장사극을 면전에서 대면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가 직접 자신을 불렀다는 소식을 받고, 긴장하며 이곳에 왔다.

‘소천각을 드나든 것이 들킨 것이야.’

어떻게 들켰는지는 몰라도, 딱히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고개를 숙인 채 침만 삼키고 있는 그에게, 장사극이 차를 한잔 따라 내렸다.

“합평에서 온 귀한 차다. 본디 너 정도의 일반 마인은 입에도 못 대 볼 고급품이지. 감사하게 생각해라.”

“가, 감사합니다.”

시키는 대로 한 모금 마셨지만 장무령은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고급품이라니까 대단한가 보구나 할 뿐이었다.

“소천각에 나간다고.”

푹 찌르고 들어오는 말에 장무령은 사례가 들릴 뻔했다.

겨우 기침을 억누르고 잔을 내려놓았다.

“예, 그, 그렇습니다.”

“가서 뭘 하지?”

“검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적운한테?”

장사극의 무미건조한 말투가 장무령은 더 긴장됐다.

“아니요, 소교주······.”

“소교주?”

“······소공자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장무령의 대답에 장사극이 코웃음을 쳤다.

“소공자가 검술을 가르친다고?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게냐?”

“거, 거짓이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장무령은 서둘러 부정했다.

장사극은 그를 노려보다가, 다시 잔을 가득 채웠다.

장무령이 그 잔을 내려다보고, 다시 장사극을 보고, 그러다 장사극의 고요한 눈빛에 눌려 다시 잔을 들었다.

뜨거웠지만, 목구멍이 타오르는 기분이라도 마셔야 했다.

“긴장하지 말라고 주는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다시 말해 봐라. 소공자가 검술을 가르친다고? 소상히 알려야 할 것이다.”

장무령은 분명 차를 마셨는데도 목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마른침과 함께 설명했다.

천제후가 무휘전을 나온 날부터, 다시 나타나서 그들을 끌고 가 검술을 시연하여 가르치는 지금까지.

고개를 조아리는 장무령을 장사극은 여전히 무미건조한 눈으로 쳐다보다 말했다.

“사파 검술을 가르친다라.”

“······소, 소공자는 그, 그것을 부정했습니다만, 흑사검식과 흡사하긴 합니다.”

“전대 천마의 아들 주제에 사파 검술을 알고 있다니. 심약한 줄 알았으나 정신이 나간 것이었나.”

비웃음을 숨기지 않고 만면에 떠올린 장사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무령도 흠칫 놀라 일어났다.

“나가 봐라. 앞으로도 부를 때마다 즉각 튀어오도록. 소상히 소천각의 일을 알려야 할 것이다.”

“······아, 알겠습니다.”

장무령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 서둘러 집무실을 나갔다.

장사극은 다시 총관을 불러, 용주언을 불러오게 했다.

일각 정도 후에 용주언이 나타났다.

“확인해 보셨소.”

“그래, 사파 검술을 가르치고 있다는 게 맞더군.”

장무령이 떠들고 간 이야기를, 사실 장사극와 용주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한 번 더 확인 작업을 거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용주언이 탁자에 앉아서 멋대로 차를 따라 마셨다.

“나도 용부각에게 확인했지만, 아직도 잘 믿기진 않소. 그 소공자 놈이 어디서 사파 검술을 배운단 말이오? 태어난 이후로 천마신교를 벗어난 적이 없는데.”

장사극도 맞은편에 앉아서는 비슷한 표정을 해 보였다.

“한 놈밖에 더 있나.”

“한 놈?”

“적운 말이야.”

“아, 그 재수 없는 녀석.”

천마신교에 현재 적가는 단 한 명, 적운뿐이다.

전대 천마의 눈에 들어 적운의 아버지가 천마신교에 입교했고, 그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천제후의 호위무인으로 키워졌다.

사파 검술을 어디선가 배워 왔다고 한다면, 적운 말고는 답이 없었다.

“얼마 전에 천마서고를 다녀왔다고 하던데, 거기서 비급이라도 본 거 아니오?”

“웃기는 소리. 비급 좀 봤다고 그것을 익힐 수 있는 머리시던가? 우리 소공자가?”

“하긴 그렇지. 그런 머리였다면 우리도 이 고생을 하고 있진 않겠지.”

마도육가의 장로······ 아니, 장사극과 용주언은 자신들이 모자란 소교주 천제후를 대신하여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천제후가 모자라지 않았다면 천마신교의 당대를 맡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본인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사극이 천제후를 떠올리고 한 번 더 고개를 젓더니 총관을 불렀다.

“그 멍청한 놈을 떠올리니 술이 당기는군. 한잔하고 가지.”

“그러시오. 나도 때마침 갈증도 나니.”

불려온 총관은 아무 말 없이 대낮부터 술상을 준비해 집무실로 들여보냈다.

술을 적당히 나눠 마신 뒤, 다소 벌게진 얼굴로 장사극이 말했다.

“죽여야겠어.”

“누구를?”

“적운, 그 가소로운 놈이지 누구겠어.”

천제후를 죽이려고 했던 시도는 실패했다. 다시 시도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빠르니, 그 옆의 적운을 죽여 천제후의 기를 누를 필요가 있었다.

“적운이 사라지면 지금처럼 쓸데없이 소천각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않겠지.”

“뭐,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소. 세작 놈들한테 독이라도······.”

“아니, 그럴 필요 있나.”

술잔을 든 장사극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보는 앞에서 목을 쳐야 더 효과가 좋겠지. 안 그래?”

“······호오? 솔깃한 소리군. 설마, 혼자 가실 생각은 아니시겠지.”

“좋은 구경이 될 텐데 나 혼자 즐길 수 있나. 육가 장로를 소집해 보지.”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하시오. 용가에서도 협력할 테니.”

둘이 눈을 마주치고는 씨익 웃었다.

족제비, 뱀을 닮은 그들이 지금만큼은 한 종류의 짐승같이 보였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천제후의 말에 여덟 명의 마인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아오, 빡세······.”

처음에는 십 수 명의 인원이었는데, 지금 남은 건 여덟 명.

천제후의 수련이 생각보다 고되다 보니 한두 놈씩 나오지 않았다가, 지금은 이 수가 되었다.

나오지 않는 놈을 천제후는 굳이 쫓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 남은 것을 속으로 기꺼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장무령. 너는 열 번 더 반복해라.”

“예? 왜 저만?”

“지각하지 않았느냐.”

“아, 그건······.”

장무령이 뭐라고 불만을 토로하려 하다가, 천제후와 눈이 마주치자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어차피 장사극에게 불려갔다 와서 그렇다고도 이야기할 수 없어서, 그는 구시렁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검식 연마를 다시 시작했다.

그 모습은 천제후는 은연중에 뿌듯한 눈길로 보았다.

‘제법이란 말이야.’

처음에는 사파의 검술이라고 껄끄러워하던 장무령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성실하게 천마검공을 흡수하고 있었다.

이미 기본기는 탄탄해서 가르치는 맛도 있었다.

그렇기에 천제후는 다른 마인들에 비해 장무령에게 조금 더 수련을 요구하고 있었다.

물론 장무령은 단순한 심술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지만.

“······헉헉, 다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그럼 다들 돌아가고, 내일은······.”

거기까지 말했는데, 천제후가 갑자기 눈을 돌렸다.

마인들의 눈도 마찬가지 방향으로 향했다. 연무장의 정문 쪽이었다.

“······일단 돌아가라.”

천제후의 시선이 묘하게 날카로워져 있었다.

마인들이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해 보이고 연무장을 빠져나가려는데,

그보다 한발 앞서 벌컥 연무장의 문이 열렸다.

“아, 여기 계셨소. 소공자.”

나타난 것은 장사극을 비롯한 마도육가의 장로들이었다.

족제비, 뱀, 돼지 등등.

한차례 얼굴을 마주했었기에 그 생김새에 따라 누군지는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이 연무장으로 아무렇지 않게 들어오더니, 막 나가려고 일어서 있던 마인들을 발견했다.

장무령, 용부각, 담오가 각 가주와 눈이 마주치더니 서둘러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맨앞에 선 장사극이 피식 미소를 띠었다.

“사파 검술은 잘들 배우고 있느냐?”

“예? 그, 그것이······.”

차마 마인들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데, 그들 뒤에서 적운이 뒤따라 달려 들어왔다.

“이게 무슨 행패십니까! 소교주님께서는 아직 수련 중이라고 분명 말씀을······.”

“행패라니. 적 마인, 말이 심하시군. 우린 마도육가의 장로요. 소공자를 만날 권리는 충분히 있을 텐데?”

적운이 달려와 천제후 앞에 서는 것을 보고, 뱃살을 흔들며 담우중 장로가 비웃음을 띠었다.

육자 장로들 사이로 웃음이 퍼져나가는 그때.

“웬일들이시지.”

천제후가 그 웃음을 자르고 말했다.

“본좌가 분명 몸 추스른 다음에 먼저 찾아가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새를 못 참고 똥 마른 개가 뒷간 찾듯이 기어온 것이냐?”

“뭣······! 뭣이라고!”

생전처음 들어보는 폭언에 육가 장로들의 웃음이 뚝 그쳤다.

마인들이 뜨악하여 장로들과 천제후를 번갈아 보는 동안 유일하게 침착한 것은 적운뿐이었다.

그의 주군이 정신을 차린 이후로 이제 그런 태도에 매우 익숙해진 적운이었다.

천제후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별 시답잖은 소리 할 거면 빨리 꺼져라. 본좌는 개인 수련 하기도 바쁘다.”

“······소공자, 그런 태도인 것도 얼마 남지 않았소.”

장사극이 굳은 얼굴에 조소를 머금었다. 천제후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개소리를 하시려고?”

“개, 개소리······. 크흠! 오늘은 마도육가의 일석, 일대장로로서 찾아온 것이오. 천마의 후예라고 지칭할 것이면 그에 맞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떠시오!”

천제후는 한 번 더 비웃어 주려고 했다.

그러나 장사극의 말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육가 장로들이 워낙 뒷골목 흑도처럼 굴어서 똑같이 해 준 것뿐인데, 장로로서의 자격 운운한다면 이쪽도 비슷하게는 맞춰 줘야 할 터.

짐짓 한숨을 내쉰 뒤 천제후가 뒷짐을 지고 섰다.

“그래, 천마의 후예로서의 태도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귀를 기울여 줄 시간은 있겠지. 말해 보거라.”

장사극은 장로들을 슬쩍 둘러보았다.

마인들도 있고, 적운도 있고. 분위기도 잡혔겠다, 장사극에게는 거침이 없었다.

“소공자께서 이 마인들에게 사파 검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소.”

“사파 검술 아닌데. 엄연히 천마신공의 기초가 되는 마공이니라.”

“그런 말장난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오. 사파의 검술, 흑사검식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온 것이니.”

장사극이 쳐다본 것은 장무령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장무령이 흠칫 놀라 고개를 내렸다.

그 일련의 장면을 다 보고서도 천제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래서?”

“천마신교의 대를 이으실 소공자께서 사파의 흑사검식을 마인들에게 가르치다니. 그런 어불성설이 또 있을 수 있겠소. 해서, 우리 육가 장로들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찾아온 것이오.”

천제후는 기어코 비웃음을 머금었다.

“호오, 그래. 직접 납셔서 본좌를 벌이라도 주겠다는 건가?”

“그럴 리가. 어찌 우리가 천마의 후예이신 소공자를 벌줄 수 있겠소. 봉신가로서 그래선 아니 되지. 안 그렇소.”

“맞소.”

“옳은 말씀.”

다른 장로들이 맞장구를 치는 것이 천제후는 영 아니꼬웠다. 이것들이 갑자기 쳐들어와서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것인가.

“빙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밝혀라.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

“즉, 이런 말씀이오.”

장사극이 손을 뻗었다.

“적운, 네놈을 흑사련의 간자 혐의로 체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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