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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반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삼대독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에드반
작품등록일 :
2020.03.20 14:54
최근연재일 :
2020.03.27 09: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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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59,371

작성
20.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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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마신교 삼대독자 8화

DUMMY

장무령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 소교주에게 지긴 졌다. 제대로 힘도 못 써 보고.

그게 쪽팔려서 무휘전에도 못 나오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헛소리를 들을 계제는 아니라고 여겼다.

“이보쇼, 소교주.”

“말하라.”

“한번 좀 져 줬다고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니십니까? 검공을 가르쳐요? 그럴 실력이라도 되십니까?”

장가는 검공을 주특기로 한다.

장가의 가전마공인 검마광천공은 초대 장로인 검마가 창안하여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극쾌의 검공.

천마신교 내에서 검공으로는 장가를 따라잡는 가문이 없다는 평이 있다.

그런 장가 앞에서 천제후가 검공을 가르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내 비록 검마광천공의 육성도 아직 이루지 못했으나, 소교주에게 가르침을 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리 잘라 말하는 장무령의 눈을 천제후는 지그시 쳐다보았다.

장무령의 눈에 든 것은 자만심이 아니었다. 자존심은 분명 상처 입었으나, 본인의 무공에 대한 자부심은 전혀 죽지 않았다.

또렷한 눈빛에 천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검마광천공은 분명 훌륭한 무공이다. 본좌도 인정하지. 그렇지만 결국 천마신공보다는 아래 아니겠느냐.”

천마신교의 모든 무공은 결국 천마신공으로 귀결된다.

본인이 창안한 천마신공에 대한 자부심은 천제후에게도 물론 있었다.

그가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모인 이들이 한차례 움찔했다. 그 앞에서 몇 번 극마천검을 휘둘러 보이고, 천제후가 다시 말했다.

“본좌에게 검을 배워, 너의 검마광천공에도 발전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텐데. 본좌의 말이 틀리느냐.”

“······.”

장무령은 천제후의 검을 보았다.

새까만 검신의 검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검이었다. 소교주에게 저런 검이 있었던가, 생각하기에는 소교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음이 먼저 떠올랐다.

옆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용부각과 담오를 흘끔 보고서 장무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뭐, 실력이나 한번 봅시다. 권각술은 제법이었는데, 나를 가르칠 검술 실력도 있는지 궁금하군.”

“아직 그 입은 살았구나. 건방진 놈이로고.”

그렇지만 그다지 기분 나빠 하지 않는 투로 웃은 천제후가 검으로 몇 명을 더 지목했다.

“네놈들도 따라와라. 따라와서, 가르침을 받을 것인지 그때 정하도록.”

천제후로 무휘전에도 검술을 풀어낼 생각은 없었다.

오늘 찾아온 이유는, 그동안 무휘전을 다니며 눈여겨 봐둔 후지기수들을 본인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환생한 후 꾸준한 정보 수집과 판단에 따르면, 현재 교 내에서 소교주의 세력이라고 할 만한 이들이 전혀 없었다.

고작해야 적운이나 석명중 같은, 소천각 내의 몇몇 인사뿐.

소천각 내의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보면 소천각 인원이라고 해서 완전히 믿을 순 없었다.

힘이 필요했고, 그러자면 세력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그동안 무휘전을 다니면서 실력을 쌓는 한편, 쓸 만한 인재를 살피고 다녔다.

장무령도 그중 하나.

장가의 마인이지만 장가 연무장이 아닌 무휘전에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장가에서도 겉도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용부각, 담오도 마찬가지.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인원들을 데리고 천제후는 소천각으로 돌아왔다.

무휘전보다는 좁은 소천각 연무장에 들어서자, 장무령을 비롯한 이들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한숨을 지었다.

“소천각 연무장이라고 해 봤자 별거 없군. 이런 데서 수련했던 겁니까?”

“무휘전에 비해서는 좁지만, 뭐 쓸 만한 곳이다.”

장무령이 그렇게 천제후의 등을 따르며 연무장을 둘러보다, 한곳에서 멈칫 시선을 멈추었다.

‘······검흔인가?’

연무장의 벽에, 날카로운 흔적이 몇 군데 나 있었다.

마치 검으로 그은 듯한 그 흔적은, 장무령이 봐도 최근에 만들어진 듯 생생했다.

“자, 모여라.”

설마······ 하는 생각을 하던 그의 시선을 천제후가 다시 되돌렸다.

연무장 중앙에 선 천제후가 뒷짐을 지고 선 채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무휘전을 다니면서 본좌와 이미 겨뤄 본 놈도 있을 것이고, 그중에는 여기 장무령처럼 손쉽게 당한 놈도 있을 것이다.”

“쳇.”

“물론 여전히 인정하지 못한 놈도 있을 거고.”

그 시선은 장무령을 향해 있었다. 장무령은 천제후를 노려보다, 그의 시선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자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천제후는 웃음인지 조소인지 모를 미소를 띠고 다시 말했다.

“그러니 우선은, 너희의 수위와 본좌의 수위가 어떤지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테지.”

차앙-

천제후가 극마천검을 뽑았다.

그것만으로도 지금껏 유한 편이었던 천제후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 놈씩이든, 전부든 상관없다. 일단 덤벼라. 가르침은 그 후다.”

장무령이 가장 먼저 검을 뽑아 들었다.

“일단 나부터. 납득시켜 보십쇼.”

검을 들고 그가 천제후에게 달려들었다.


*


“그래, 이 정도인가 보구나.”

천제후가 숨을 몰아 쉬면서 극마천검을 납검했다.

그를 따라왔던 십 수 명의 마인이, 그의 앞에 모두 앉아 있었다.

장무령을 시작으로 천제후는 한 명 한 명 전부 검술로서 때려눕혔다.

앞길 창창한 마인을 진심으로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모두 검면으로 쳐서 쓰려뜨렸는데, 몇 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했다.

천제후도 십 수 명을 쉬지 않고 상대했더니 솔직히 숨이 급하고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오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좌시했다.

“제법 잘 버텼다, 그래도. 본좌의 눈이 틀리지 않았군.”

그의 시선이 장무령에게로 향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그가 천제후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노려보는 투였으나, 처음보다는 눈빛이 많이 사그라들어 있었다.

“장무령, 네놈이 그래도 가장 많이 버텼다. 인정해 주마.”

“인정 따위······.”

울컥해서 내뱉으려면 장무령이 결국 말을 완성하지 못하고 입안으로 살폈다.

솔직히 무휘전에서 있었던 대결은 자신이 방심한 탓도 있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이곳까지 따라와 검술 비무를 벌인 뒤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약하고, 무공조차 제대로 모른다고 알려졌던 소교주 천제후는, 그들보다 훨씬 위의 경지였다.

입마를 이뤘다고 자부하는 장무령이지만, 그의 눈으로 보기에 천제후는 입마를 넘어 이미 강마의 수준에 올라 있는 것 같았다.

‘다 헛소문이었군. 이빨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천마의 후예가 눈앞에 있다는 것을, 슬슬 장무령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앉아라.”

천제후가 오롯이 선 채 지시하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마인들도 추슬러 모두가 그의 앞에 앉았다.

“용부각. 너는 검을 쓸 때 어깨가 너무 흔들린다.”

“담오. 너는 검술보다는 일단 기마부터 다시 시작해라. 하체가 그렇게 부족해서 원.”

그런 식으로 한 명씩 지적해 가며 이야기하던 천제후가 마지막으로 장무령 앞에 섰다.

“장무령 너는 이중에선 가장 낫다만, 검기에 예리함이 부족하다. 검마광천공의 극쾌의 묘리를 제대로 살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검끝이 살아 있어야 한다.”

“알고 있······ 아니, 알겠습니다.”

장무령의 말투가 바뀌는 것을 흡족하게 끄덕거리며 본 천제후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 뒷짐을 졌다.

“부족한 점은 있으나 가르칠 맛은 나겠구나. 이제 본좌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에 불만 있는 놈들 있느냐.”

“······.”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본다. 최종적으로는 장무령을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좋다. 그럼 오늘부터 네놈들에게 검공을 가르치겠다.”

“질문 있습니다.”

장무령이 손을 들었다.

“말해라.”

“검공이라고 하셔도······ 우리 모두 가문에서 가르치는 검공을 이미 익힌 몸입니다. 지금 와서 소교주님의 검공을 배워 봤자,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만.”

천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곧 피식 웃음을 떠올렸다.

“걱정 마라. 본좌가 가르칠 검공은 신교인이라면 당연히 배웠어야 할 가장 기초적인 검공이다. 지금은 아무도 이 검공을 연마하지 않더군.”

“기초적인 검공?”

“그렇다. 천마신교의 모든 검공의 기초가 되는······ 천마검공이다.”

천마서고에서 비록 체질에 대한 단서를 얻진 못했으나, 아무것도 없이 나온 것은 아니다.

육가를 비롯한 가문들이 가르치는 기초 무공은 점검할 순 있었고, 해서 오늘 이 자리를 계획할 수 있었다.

“천마검공을 익히면 너희가 현재 수련 중인 모든 검공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방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검공이······.”

“그런 게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수군거리는 마인들.

천제후가 다시 웃었다.

‘그렇겠지. 천마신공과 함께 소실되었을 테니.’

천마검공은 천마신공의 기초 무공이기도 하다.

천마신결이 소실된 지금, 아무도 천마검공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천마신교 내, 혹 중원 모든 무인을 통틀어 천제후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모든 마공의 기초가 되는 아홉 가지 검식이니, 잘 봐두어라.”

천마검공은 전중후, 각 삼식으로 나뉜다.

정사마를 통틀어 검술의 가장 기초는 삼재검법.

그것을 천마 천무휘가 마공식으로 바꾸고 보충한 검공이었다.

어렵지 않은 기초 검공이기에, 천제후는 전중후 총 구식을 단번에 펼쳐냈다.

이 정도 기초 검공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들이 알아볼 것이라는 생각이 섞여 있었는데.

“응······?”

“저게 뭐야.”

“저게 천마검공이라고?”

반응이 이상했다.

마지막 구식을 끝내고 검을 다시 납검한 천제후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라고 하는 것이냐. 똑바로 말해라.”

그들을 둘러보자, 장무령이 다시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방금 그것이 기초 마공이라고 하신 겁니까?”

“그렇다만. 본좌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이것이냐.”

“아니, 그게 아니고······.”

장무령이 다른 이들과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사파 무공 아닙니까?”

“뭣이?”

천제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장무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았다.

그의 손에서 천마검공과 비슷한 검식이 펼쳐졌다.

어설프지만 어떤 경로로 검이 움직이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흑사련에서 가르치는 기본 검공인 흑사검식입니다. 보시다시피 검로가 얼추 비슷합니다만?”

이번만큼은 천제후 또한 당당할 수 없었다.

적운에게 보였던 보법에 이어 이번에는 검공까지.

또다시 사파의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의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두 번이나 이런 일이 있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본인이 전생에서, 천마로서 만들어낸 무공들이 전부 사파의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이전에, 이상 상황이란 것에 먼저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그 말, 틀림없느냐.”

“틀림없습니다. 저희 다들, 정사 무공도 어느 정도 배우긴 하니까요.”

기초적인 지식에 가깝다는 말에 다른 마인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후는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정리하고, 재빨리 표정을 바꿨다.

“다시 펼쳐 보겠느냐.”

“음······ 저도 제대로 익힌 것은 아니라서······.”

장무령은 그래도 다시 한번 흑사검식을 펼쳐 보였다.

그것을 살펴보고서 천제후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검로는 비슷하나 엄연히 다른 무공이다. 다시 보아라.”

천제후가 천마검공을 다시 보였다.

흑사검식은 천마검공보다 훨씬 단순화된 검식을 사용하였다.

기초에 좀 더 어울리나 천제후가 추구하는 바와는 조금 달랐다.

“이렇듯 천마검공이 조금 더 변화에 대처가 가능하다. 비슷해도, 서로 다른 무공이라 보인다만.”

“그······렇군요.”

당당한 그 태도에 장무령도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받아들이자 용부각이나 다른 마인들도 슬그머니 동조했다.

천제후는 재차 오만한 자세로 검을 늘어뜨렸다.

“받아들였다면 오늘부터 이것을 익힌다. 일어나라.”

각자 검을 챙겨 일어나는 이들에게 천마검공을 가르치면서도, 천제후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 한다.’

천마신교가 정상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천제후는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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