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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반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삼대독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에드반
작품등록일 :
2020.03.20 14:54
최근연재일 :
2020.03.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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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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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천마신교 삼대독자 3화

DUMMY

“웬일이시오, 장 장로. 이런 시간에 사람을 부르고.”

천마신교 장로회의실의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용가의 장로, 용주언이었다.

이미 안에 들어 차를 입에 담고 있던 자는 장가의 장로, 장사극.

그는 들어오는 용주언을 힐끔 보고,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용주언이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자, 시비가 들어와 같은 차를 자리에 놓고 물러났다.

“우리 둘만 온 것이오? 다 모인다고 들었는데.”

용주언이 비어 있는 네 자리를 보고서 묻자, 장사극은 어깨를 으쓱했다.

“담 장로는 곧 올 것이오. 나머지 셋은······ 뭐, 굳이 필요가 있을까.”

같은 마도육가라고 해도, 그 안에서도 급이 나뉜다.

장가, 용가, 담가가 일석, 이석, 삼석을 담당하고 있고, 나머지 셋은 그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가깝다.

봉신가로 추앙되었던 천년 전에는 분명 그렇지 않았으나, 지금에 와서 천년 전의 위치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들 셋의 의견이었다.

잠시 후, 다시 문이 열리고 담가의 장로, 담우중이 들어왔다.

“빨리들 오셨구려.”

그가 부풀어오른 배를 퉁퉁 치면서 본인의 자리에 앉았다.

마도육가의 절반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

안건은 뻔했다.

“소공자는 어떻게 됐소.”

“거참. 지금 막 온 사람인데, 숨 좀 돌리고 합시다.”

장사극이 묻자, 담우중이 시비가 가지고 온 차를 입에 머금지도 못해서 투덜거렸다.

“어차피 술 마시다 온 것일 텐데. 숨은 충분히 돌렸다 보이오만.”

“아이고, 역시 우리 장 장로님 눈은 못 속인다니까.”

배를 두들기면서 낄낄 웃은 담우중이 다시 말했다.

“소공자는 아직 누워 있다 하오. 석명중이 숨만 겨우 붙어 있게 하는 중이라 하던데. 말년에 소천각에 배치되어서 우습게 봤는데, 제법 실력은 좋은 의원인가 보오.”

“석 의원은 마의각에서도 그 의술로서는 평가받던 인물이오. 그러게 더 잘 썼어야지.”

퉁명스레 용주언이 쏘아붙이자, 담우중이 두툼한 턱살을 흔들며 쳐다보았다.

“지금 내 계획이 허술했다, 이 말은 하고 싶은 것이오?”

“우리의 계획은 즉사였소. 그것을 이루지 못했으니 결국 실패인 것이고, 그렇다면 계획의 허술함을 비판하는 게 틀린 것도 아닐 텐데?”

“그렇게 당당하시면 용 장로께서 하시지 그러셨소. 괜찮은 독이라도 구해 와서 소공자의 목에 들이부었으면, 단번에 즉사였을 텐데?”

담우중과 용주언의 시선이 원형 탁자 위에서 부딪쳤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그 대치를 끝낸 것은 장사극이었다.

쿵!

그가 탁자를 내려치자, 담우중과 용주언이 찔끔해 시선을 내렸다.

“시끄럽소, 둘 다. 실패한 것을 책망하는 자리도 아니고,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라는 자리도 아니오.”

“알······고 있소.”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나 제대로 말씀하시오.”

담우중이 용주언을 흘기고는 다시 말했다.

“방금 말했듯, 아직 소공자는 깨어나지 못했소. 소천각에 들여보낸 간자한테 확인하니 지금도 방에 영약이다 뭐다 하면서 가지고 들어간다 하오.”

“그것을 소공자가 먹는다고?”

“먹는 건지, 버리고 나오는 건지까지는 잘 모르겠소. 석명중과 적운, 두 명만 내방한다고 하니. 하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은 확실하오.”

담우중이 단언하였다. 장사극도 고개를 끄덕이자, 용주언도 긴장했던 표정을 풀고 입을 열었다.

“죽을 거면 빨리 죽을 것이지. 지 아버지는 단번에 통했는데, 왜 그놈은 그렇게 오래 버티는 거랍니까? 진짜 독 제대로 쓴 거 맞소?”

“거참. 내가 독 다루는 게 하루 이틀이오. 소천각에 들어가는 버섯에 집어 넣는 건 또 쉬웠을까? 독은 제대로 통했소.”

“그런데 왜 아직 안 죽는 거요?”

“독이 덜 통하는 몸이라도 되나 보지.”

담우중이 받아치고는 장사극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그 허수아비 놈은 곧 죽을 거요. 그럼 마교는 우리 차지고. 안 그렇소?”

장사극도 묵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두 명의 장로를 번갈아 보았다.

“담 장로 말대로, 그놈만 죽으면 이 마교가 우리 손에 떨어질 것이오. 천년 전부터 이어져 온 천가의 세습을 끊고, 새로운 마교의 시대가 오는 것이오. 그때가 되면······ 두 분의 수고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큭큭. 수고는 무슨.”

“우리가 함께 이룬 것이지요.”

세 사람은 방금 으르렁거렸던 것도 잊고, 슬그머니 미소를 띄웠다.

“이렇게 모인 거, 술 한잔 어떻소.”

“또 술이오?”

“그럼 용 장로는 가시든가. 나랑 장 장로만 오붓이 마시겠소.”

“내가 또 그 꼴은 못 보지. 장 장로, 괜찮소?”

장사극도 고개를 끄덕이자, 담우중은 신이 나 시비를 불렀다.

그날 밤까지 육가의 장로 셋이 모인 술자리가 길게 이어졌다.


*


같은 시각.

“이 망할 몸뚱아리는 뭐가 문제지.”

열린 창문으로 싸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제후는 수련에 몰두해 있었다.

오늘치 연마는 끝내고, 이제 축기를 하고 있으나, 얼마 앉아 있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리며 일어난 것이다.

“내공이 안 모여.”

석명중이 가져다준 영약들로 이미 몸은 회복했다.

내상도 회복했고,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내공만 제대로 회복된다면 예전의 무위를 찾아가는 것도 쉬워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몸뚱아리는 이상했다.

한차례 더 소주천을 돌린 다음 단전에 모인 내공을 확인한 천제후가 인상을 썼다.

“십분지 일 정도인가.”

이전, 천무휘였던 시절에 비해, 들이는 시간에 비해 모이는 내공은 십분지 일도 되지 않았다.

천마신공의 기본조차 떼지 못한 몸이니 축기법부터 새로이 단련하고 있어서 그 속도가 더 느린 것도 있겠으나,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너무나 뒤처지는 속도였다.

“이상해······ 이 몸은 뭔가가 이상하다.”

천가의 후손임이라면 천무휘와 비슷한 신체를 타고 났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신체나 너무 달랐다.

그래, 어쩌면······.

“체질이 다른 것인가.”

상반신을 벗고 있는 몸을 동경에 비춰 살폈다.

근육은 충분히 붙어가고, 자세도 무인의 그것처럼 변해 가고 있지만, 몸의 체질 자체가 천무휘와는 다른 듯했다.

천무휘였던 시절, 그는 무림에서 ‘천마지체(天魔之體)’라는 평도 받았었다.

마공을 익히기 위해 최적환 신체라 하여 모두가 칭송했는데, 사실 그것은 거짓이었다.

다른 이보다 무공을 잘 흡수하는 체질이긴 했으나, 그것뿐.

나머지는 모두 그의 노력이었다.

노력하는 체질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에 가깝다고, 천무휘는 스스로를 평가했었다.

그렇지만 이 몸은······ 그래, 천마지체는 더더욱 아니고, 무언가가 달랐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본좌가 아니지.”

하지만, 천제후인 지금도 그의 정신을 올곧았다.

내공이 십분지 일 밖에 모이지 않는다면 뭐 어떠랴.

이 정도로도 첫 발을 떼기에는 충분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천마신공이 사라졌다는 것인데······.”

천마신결이 사라졌다.

이백 년 전 소실된 천마신결로 인해, 현재 마교에는 천마신공이 전혀 전수되고 있지 않다.

그것도 모자라, 적운 앞에서 천마보를 시연해 보였을 때, 사파의 경신법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 뒤로 몇 가지 더 기초 권각술을 보였으나, 적운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모두 사파의 것이옵니다. 대체 그 무공들을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기억을 잃은 소교주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적운의 눈길에, 그만 욱해서 한 대 칠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그렇듯,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고, 천제후는 그것을 바로잡기로 결단했다.

기초적인 준비는 되었다. 다만, 앞으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애병.

정확히는, 친우였던 척준상의 애병이었다.

그것만 있다면 축기의 속도 또한 보충할 수 있으리라.

“적운아.”

방 안에서 불렀으나, 적운은 그것을 듣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갈 곳이 있다. 나갈 채비를 해라.”

“예?”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적운에게 인상을 써주고, 천제후는 다시 말했다.

“몰래 다녀올 것이다. 길 안내를 해라.”


*


적운과 함께, 천제후는 몰래 소천각을 빠져나왔다.

석명중에게도 알리지 않고, 적운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런 길을 따라 소천각과 본교를 벗어났다.

짐승길을 통해 거친 산길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때부터는 오히려 천제후가 앞장섰다.

그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는 듯, 십만대산에서부터 남쪽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적운은 걱정스러웠다.

죽을 뻔한 고리를 넘기고 깨어난 소교주가 설마 미쳐 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도 들었다.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세를 헤쳐 나가다가 쓰러지지 않을까 심려가 되었다.

그런데, 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천제후는 이전의 심약함은 없고, 어엿한 무인처럼 나아가기만 했다.

‘이 정도로 회복을······ 아니지, 이전보다 훨씬 더 나아지셨단 말인가?’

깨어난 지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쓰러지기 전보다 훨씬 더 나은 몸을 보여주는 소교주였다.

적운이 그것에 감탄하면서 뒤를 따르는데, 한동안 직진만 하던 천제후가 우뚝 섰다.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본좌 혼자 가겠다.”

“예? 안 되십니다. 위험합니다, 소교주님.”

“위험은. 이 십만대산은 본 교의 영역이다. 누가 본좌를 위험하게 한단 말이냐.”

오만하기까지 한 장담에 적운의 말문이 턱 막혔다.

“그, 그러하오나······.”

“시끄럽고. 본좌가 없는 동안 대충 잘 맞춰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가서 석 의원이나 잘 구슬려라.”

귀찮다는 듯 손짓을 하고 천제후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갔다.

그 뒤를 적운이 몇 발자국 뒤쫓았지만, 결국 호통을 한 번 더 듣고 몸을 돌려야 했다.

멀리 골짜기 너머로 사라지는 천제후를 끝까지 바라보다가, 적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를 계속해서 서성였다.


“걱정 많은 놈.”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는 천제후의 입가에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

환생을 한 후, 그래도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적운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호위무인으로 점지당했다는 것이 빈말이 아닌 듯, 그는 매번 충직함을 보여왔다.

지금도 저렇게 언덕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천제후는 그 모습을 귀엽게 쳐다봐 준 뒤, 재차 숲을 헤치고 나아갔다.

아예 기척을 죽이고 나아가는 그는 완전히 숲에 동화되어 있었다.

그의 내공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전생에 천마였던 그에게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은 수법이었다.

아주 낮게 호흡을 하면서, 걸으면서 온몸으로 내기를 돌린다.

이는 천마신공의 기본 축기법인 천마심기공과는 다른, 천무휘가 말년에 터득한 축기법이었다.

천마신공이 사라졌다는 시대에 천마심기공을 익히면 의심을 받을 것이 뻔하기에 다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십분지 일이라도 내공이 쌓이는 것은 그래서이리라.

그 내공을 꾸준히 돌리면서, 그는 결코 지치지 않고 숲을 헤치고,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게 하루.

천제후는 드디어 목적한 곳 근처에 도착했다.

“이즈음인 듯한데······.”

천년의 시간이 흘렀기에, 지형이 그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여전한 것은 이었다.

바로 지맥의 흐름.

천년 전 찾았을 때와 같이 지맥의 흐름을 더듬어 이곳까지 온 것인데, 기운이 사방에서 혼란하여 이제부터가 오히려 관건이었다.

천년 동안 사람의 발걸음은커녕 짐승조차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천제후는 무언가를 찾아 나무를 하나씩 살폈다.

높은 고목나무들이 솟아 있는 곳을 한참 뒤지다가, 해질녘이 되어서야 그가 목적하던 것을 발견했다.

“찾았다. 마화율서(魔花栗鼠)의 집.”

지맥의 흐름이 모이는 곳.

십만대산을 비롯한, 이 일대의 기운이 태어나는 곳.

그곳에서 살아가는 영물, 율서(栗鼠, 다람쥐)가 있다.

천년 전 그것을 발견하고, 천제후는 마화율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반 율서와 크기 차이는 별다를 게 없으나, 꼬리에 피안화 같은 모양의 붉은 꼬리깃이 있다.

그것이 마화에 어울린다 하여 붙인 이름이었다.

마화율서의 집을 찾은 천제후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무를 올랐다.

가지와 가지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둥지 같은 집에 가까이 다가가 살피자, 그 안은 비어 있었다.

천제후는 손을 뻗어 집 전체를 붙잡으려 했다.

그 순간,

“······나타났느냐.”

날카로운 시선에 고개를 내렸다.

가지 끝에, 마화율서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이를 드러내며 노려보는 눈빛은, 한낱 짐승같이 보이지 않았다.

천제후는 의도했던 반응에 씨익 웃고는 말했다.

“집주인이 안에 계신가 하고 확인해 보려던 것뿐이다. 그렇게 화낼 것 없다.”

“키이익.”

마화율서가 입을 모아 기이하게 울었다.

경고의 의미. 손을 얼른 내리라는 뜻이었다.

그렇지만 천제후는 손을 내리지 않고, 몸을 날려 가지 위에 앉았다.

“믿지 못한다고 해도 별수 없다. 너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 일부러 한 짓이니까.”

“끼익?”

“동굴 하나를 찾고 있다. 천년 전 내가 친우와 함께 수련했던 곳이다. 너도 마화율서라면 알고 있을 터.”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화율서에게 천제후가 물었다.

“마검동(魔劍洞)을 알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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