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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을 님의 서재입니다.

노을빛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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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을
작품등록일 :
2022.02.12 23:17
최근연재일 :
2022.05.23 20:0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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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5
추천수 :
3
글자수 :
269,427

작성
22.04.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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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한여름날의 추억 ①

DUMMY

20200821

한 사람에게 칼을 쥐여줘 보아라. 그럼 그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말이다.

누구든지 무기나 힘을 갖게 됐을 때는 어떻게 써야 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20200822

사람이 뭘 하는지만 보면 안 된다. 그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모르더라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기에 굳이 알 필요는 없다. 대신 언젠가 누군가에게 칼을 쥐여줘야 할 때 한 번쯤은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20200822

사람은 희생 덕분에 힘이 생기고 더욱 거대해졌으며 그 희생의 빛은 절대 다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막지 않는 데 나를 속인다는 생각도 했으나 장난이라기엔 그들에게는 너무나 큰 희생이었기에 곧 생각을 접었다.


20200823

몇 년의 계획을 세워도 하루 만에 망할 수도 있고 하루 만에 계획을 세워도 성공할 수 있다.


20200824

인간이란 뭐든 억지로 길게 이어 붙이려다 망한다.

나 역시 아슬아슬했다.


20200825

정말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때 우연히 온 세상은 공포에 휩싸였다.

전 세계는 그 공포만을 보기 시작했고 다른 모든 것에는 소홀해져 갔다.

그리고 이는 내게 큰 기회가 됐다.


20200826

이 세상에 정답은 없다.

대신 사회는 정답을 만든다.


20200827

이곳은 사회의 대피소이며 안식처다.

이곳은 사회의 사형대이며 쓰레기통이다.

하지만 처형은 사회가 집행한다.


20200828

사회는 쓰레기통에서 나온 것을 원치 않는다.

사회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싶어 한다.


20200829

사회는 인간이라는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인 동시에 유기체다.

연료는 인간의 생명력이다.


20200830

이곳은 하나의 사회다.

소수라도 서로 다른 모두가 사회의 형태를 만드는 어엿한 하나의 사회다.


20200831

인생의 의미란?

답은 인생이다.

즉, 인생은 인생이다.

인생은 의미 따윈 없다.


20200901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다.

태어난 데 의미를 알고 싶다면 사람을 이용하는 놈들한테나 들어야 한다.

그놈들은 인간에 의미 부여하는 데 도가 터서 금방 의미가 만들고 가치를 붙인다.

그렇게 사람의 용도가 만들어진다.


20200902

양계장의 달걀은 전부 살균처리 되어 인간의 밥상에 올라간다.

설령 알을 깨고 나와 병아리가 되었다고 해도 대다수는 인간에게 먹힐 테다.

하지만 잡아 먹힘으로 그 가치와 의미는 풍부해진다.


20200903

너무 많아 가치가 없어 보이는 그 달걀도 가치는 정해져 있으며 많은 인간에게 사랑받는다.

달걀을 보고 인간의 입에 침이 고이지 않았다면 달걀은 음식이 아니라 달걀일 뿐이었다.


20200904

썩은 달걀을 보고 입에 침이 고일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양계업자로서는 수익성이 나지 않았으면 일부러 양계장을 차릴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200905

사회는 사람마저 먹거리로 만들어 식탁 위에 예쁘게 놓아준다.

한 사람을 보고 침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는 행복해한다.

한 번쯤은 자신이 잡아먹히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


20200906

남에게 관심을 끊는 순간 모든 불편감은 사라진다.

슬픔, 절망, 분노 등 아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

설령 자기 가족일지라도.


20200907

무관심이야말로 사람이 사는 데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모든 근심은 무관심으로 해결할 수 있다.

관심이 없으면 사랑할 일이 없다.

또한 관심이 없으면 누구를 죽일 일이 없다.


20200909

남에게 관심을 거둔 나머지 자신을 아끼는 마음으로 온갖 관심을 가지고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아끼다 못해 남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만다.


20200910

적절한 관심과 욕심은 건강하고 행복한 자신을 만든다.

지나치면 죽음을 맞이할 때 웃을 수 없고, 부족하면 너무 이른 때 웃어버린다.


20200911

“인생의 주인공은 당신입니다.”라는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면 수많은 이야기를 비극으로 만들어 버린다.

차라리 모두가 똑같이 들러리라고 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말이다.


20200912

사회는 이런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우리 모두를 주인공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우리를 들러리 취급도 하지 않는 점이 문제다.


20200913

그 어떠한 예쁘장하고 잘생긴 사람이든, 보기에는 못생긴 사람이든 모두 똑같은 인간이고 언젠가는 죽는다.

몸속에는 붉은 액체로 차 있을 것이고, 머리를 때리면 쓰러질 것이며, 심장을 찌르면 죽을 것이다.

단지 지금은 살아 움직일 뿐.


20200914

사람이라는 유기체가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회 역시 유기체가 되어 얼마든지 변해 간다. 그 유기체들이 없다면 사회도 없다.


20200915

국가가 있으려면 국민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는 없다. 국민을 모으려면 힘 있는 울타리가 있어야 한다. 울타리는 법이며 법은 권력자가 만들었다.


20200916

개개인이 개성이라고 떠들며 자신을 과시한들 사회의 부품에 지나지 않고. 사회에 속해있는 한 개개인은 절대 인간이 될 수 없고 인생의 주인공은 꿈도 꿀 수 없다.


20200917

내가 생각하는 개개인이 인간이며 주인공이 되는 방법은 사회의 부품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부품을 빼버려 무너뜨린다.

하지만 사회는 이를 절대 용납할 리 없고 부품 역시 마찬가지다.


20200918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몇 년이든, 몇십 년이든 써서라도 목표를 이룰 수는 있다.

혹시 목표를 이룬 다음이 궁금하지 않은가?

역사에서는 대부분 자기 욕심이 새로운 목표가 되어 새로운 행보를 보이지만 나는 아무 의욕이 들지 않았다. 허탈감도 없었고 단지 모든 게 끝났다는 성취감뿐이었다.


20200919

정의의 사자가 되고 싶은 마음 하나 없었다.

사회의 범죄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하나 없었다.

나를 둘 다 속하게 만든 것은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아깝지만 이 사회조차도 부품으로 거부하는 인간 말종이었다.


20200920

최고의 인물상이든, 인간 말종이든 처벌하려면 권력자에게 대들어야만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사회가 전부 처리해주기를 바랐고 그 결과 인간 말종은 사회로부터 내가 원하는 만큼의 처벌을 받지 못했다.

남을 제대로 처벌하려면 내가 힘이 있어야 하고 이는 스스로 권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20200921

최근 한 달 내내 매일 보는 자네는 그런 인간 말종에 가까워지고 있어. 가능하면 빨리 잠에서 깨어나도록 해. 두 눈 제대로 뜨고 지금 자네가 직면한 사회를 바라보도록 해.

휴게소는 휴식하는 곳이지 사는 곳이 아니야.

여기서 영원히 놀고먹고 싶다면 모를까.


*


나는 당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수 말고는 아무도 없다.

현수도 혼자 게임만 할 뿐이다.

살짝 당황스럽다.

내가 이걸 본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날 직접 언급하지 않았어도 우리들의 모습은 저 글과 똑같다.

나 혼자 찔려 지레짐작하는지도 모른다.

최영이 썼나?

여기에 있는 걸 본 적은 없는데.

사실 최영은 잘 모르겠다.

최근에 얘기한 적이 없으니.

가끔 정말 안 보여서 혹시 사라졌나 싶긴 해도 멀쩡히 방에 혼자 있다.

같이 살면서도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된다.

나도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데 그건 영이도 마찬가지다.

최영이 바깥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다면 인사라도 건넬 테다.

방에서 혼자 뭘 하는지.

지루하지 않은 걸까.

컴퓨터실에 오는 것 같지도 않다.

핸드폰이 있으니까 컴퓨터실에 오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다.

우리가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 알기에 쉽게 오지 못할 수도 있다.

솔직히 모르겠다.

차라리 여기에 안 오는 편이 서로에게 좋은지.

만약 오더라도 어색한 느낌 하나 없을지.

생각해보면 늘 그래왔던 것 같다.

항상 영이랑 말하면 어딘가 어색함이 느껴졌다. 자기도 어색해하는 게 표정과 말로 드러나곤 했다. 그래도 애쓰는 모습이 귀여웠다.

지금이라도 말할 수 있다.

지금 컴퓨터실에 온다면 반겨주리라고.

개인적인 앙금 따위 이미 녹아내린 지 오래다.

그때는 그때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도 있다.

그래서 나도 부끄러운 짓을 하기도 했지.

되돌아보면 매 사 감정에 충실했던 나 자신이었다.

그때만 한 감정도 이제 별로 못 느낀다.

모든 게 나른한 느낌이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격정적인 감정 따위는.

아니···, 있긴 하네.

거의 매일 낮, 그리고 밤.

가끔은 자정 넘어 새벽.

현수랑 같이 있으면서.

음···.

“야.”

나는 현수를 불러 본다.

그러면 현수는 나를 보며 되묻는다.

“왜?”

“가자.”

“또? 또 가자고?”

“응.”

“이것만 끝나고.”

그러면서 현수는 다시 컴퓨터를 본다.

5분을 기다려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 기다려.”

현수는 이제 내가 뭘 할지 안다.

나 역시도 이 새끼가 언제 움직일지 안다.

나는 핸드폰 밑에 깔린 담뱃갑을 잽싸게 빼냈다.

그리고 먼저 컴퓨터실을 나선다.

“야!”

뒤늦게 고성이 들려오지만 이미 늦었다.

“이 씨바알···!”

욕설을 전부 듣기 전에 문을 닫아버린다.

진작에 나왔어야지 바보 같긴.

현수의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물어 꺼내고는 담뱃갑을 찌그러뜨렸다.

몇 개비가 남아있었지만 어차피 따로 많이 있으니까 상관없다.

현수가 잘 볼 수 있도록 계단 위에 구겨진 종이 쪼가리를 고이 두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며 라이터를 켰다. 그리고 내 한숨과 함께 흐릿한 연기가 피어 나왔다.

딱히 올라가서 피울 이유는 없지만 현수도 그렇고 늘 그래왔기에 2층에서 피운다.

바깥을 보는 재미도 있기에.

아쉬운 점은 반대쪽에 가면 얼굴도 내밀 수 있는데 여긴 전부 방범창에 가로막혀있고 건물마저 앞을 가로막고 있어 답답하다.

계단을 전부 오르고서야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한탄하는 건 아니다.

딱히 힘들지도 않다.

어딘가 답답한 느낌이 조금 거슬린다.

다시 한 모금 마시고 길게 뱉어본다.

답답하게 막는 무언가가 확실히 뚫리기를 바라며.

흠···.

언제부터였지?

연기를 뱉을 때마다 한숨을 내쉬게 된 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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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봄날, 그들의 이야기 ③ 22.05.16 15 0 11쪽
55 봄날, 그들의 이야기 ② 22.05.13 18 0 10쪽
54 봄날, 그들의 이야기 ① 22.05.11 27 0 9쪽
53 한여름날의 추억 ⑦ 22.05.09 22 0 9쪽
52 한여름날의 추억 ⑥ 22.05.06 19 0 11쪽
51 한여름날의 추억 ⑤ 22.05.04 22 0 9쪽
50 한여름날의 추억 ④ 22.05.02 17 0 10쪽
49 한여름날의 추억 ③ 22.04.29 15 0 10쪽
48 한여름날의 추억 ② 22.04.27 23 0 10쪽
» 한여름날의 추억 ① 22.04.25 19 0 10쪽
46 소미의 한여름 ⑩ 22.04.22 16 0 10쪽
45 소미의 한여름 ⑨ 22.04.20 14 0 10쪽
44 소미의 한여름 ⑧ 22.04.18 11 0 10쪽
43 소미의 한여름 ⑦ 22.04.15 13 0 9쪽
42 소미의 한여름 ⑥ 22.04.13 13 0 10쪽
41 소미의 한여름 ⑤ 22.04.11 12 0 8쪽
40 소미의 한여름 ④ 22.04.08 21 0 10쪽
39 소미의 한여름 ③ 22.04.06 12 0 8쪽
38 소미의 한여름 ② 22.04.04 15 0 8쪽
37 소미의 한여름 ① 22.04.01 14 0 10쪽
36 불협화음의 끝 ③ 22.03.20 14 0 10쪽
35 불협화음의 끝 ② 22.03.19 15 0 11쪽
34 불협화음의 끝 ① 22.03.18 15 0 10쪽
33 불협화음 ⑤ 22.03.17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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