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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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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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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38

작성
22.02.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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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글자
11쪽

007화. 땅을 좀 주세요.

DUMMY

7화



지독한 적막이 감돌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이 우스갯소리로도 하지 않았던 말.

삼공자가 결투에서 승리하리라는 것.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영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수작은 없습니다.”


창백해진 얼굴로 김서준이 답했다.


“거짓말! 수작이 없고서야 네가 어떻게 기사를 이긴단 말이야!”



지금의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던 영주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저를 무시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오르시우스경을 포함한 여기 모인 기사와 병사들을 무시하시는건가요?”


검을 거둔 김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가 비열한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김서준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면 수작을 부렸는데 오르시우스경이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닥쳐라. 라일!”


김서준의 말에 화가 난 영주가 김서준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김서준의 목을 치고 싶었으나,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라일 공자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 대결에 비열한 수작은 없었습니다.”


김서준의 승리를 영주가 인정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고 있을 때.


굳은 표정의 노리스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노리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가?”


“물론입니다. 영주님. 삼공자님은 순수한 실력으로 오르시우스를 이겼습니다. 이 결투에 그것 외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크으음.”


영주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그대들도 보았지 않은가? 삼공자님이 어떻게 오르시우스를 이겼는지 말이다.”


기사와 병사들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서 있는 이유를 노리스는 잘 알고 있었다.


일반인과 문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김서준의 검에서 오러블레이드가 솟아오르는 것을 봤다.


그랬기에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오랜 고련을 통해야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오러블레이드의 경지.


김서준이 어떻게 그 경지에 올랐는지 그들은 몰랐지만, 그 경지를 이룩한 김서준을 매도할 수는 없었다.


“그대들도 인정하지 못하는가?”


노리스가 노한 표정으로 기사들을 노려보며 호통쳤다.


노리스의 호통에 다른 기사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방패 기사단은 삼공자님의 승리를 인정합니다.”

“인정합니다.”


기사들의 인정.

그것으로 끝이었다.

누구보다 삼공자를 싫어하던 방패 기사단이 삼공자의 승리를 인정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영주에게는 더는 김서준을 핍박할 명분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듯한 눈빛으로 영주가 김서준에게 물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약속···.”


영주의 물음에 김서준이 손을 들어 영주의 말을 끊었다.


“잠시만요. 셰린 잠시 이리 와주세요.”


셰린이 김서준의 부름에 깜짝 놀라면서도 엉거주춤하게 김서준에게 다가왔다.


“치료를 부탁해요. 이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서.”


“네. 잠시만요.”


고개를 끄덕인 셰린이 김서준의 허벅지를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김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오르시우스를 가리켰다.


“저 말고요. 저는 견딜만해요. 오르시우스경을 치료해주세요. 계약에는 없는 일이지만, 추가금은 치를게요.”


“안색이 창백하신 데 정말 괜찮으세요?”


김서준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오르시우스가 죽으면 안 돼.’


당장 영주가 김서준 그를 어떻게 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영주가 또 어떤 수작을 부릴지 알 수 없다.


아니 분명 수작을 부릴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 오르시우스가 죽는다면, 결투에 승리하고도 기사단과 병사들에게 더욱 미움을 사게 된다.


‘내 계획을 이루려면···.’


여기서 절대 오르시우스가 죽으면 안 되었다.


셰린이 오르시우스를 치료하는 모습에 기사들과 병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역시 당장 오르시우스에게 뛰어가 응급처치를 하고 싶었으나 오르시우스의 명예를 위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


김서준이 오르시우스를 넘겨줘야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김서준이 오르시우스를 그것도 치유마법으로 치유해주니 그들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되었느냐? 그럼 이제 네 요구를 말해 보아라.”


영주의 얼굴은 마치 똥이라도 씹은 것마냥 썩어있었다.


“제 요구는 간단합니다. 이 영지를 떠나게 해주십시오.”


웅성웅성


“라일아!”


김서준의 말이 끝나기가 백작 부인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백작 부인뿐 아니라, 영지의 다른 사람들 역시 김서준의 요구가 생각지도 못한 요구였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놀란 것과는 반대로 영주의 얼굴은 오히려 더 진중하게 바뀌었다.


“영지를 떠나게 해달라···. 그게 전부더냐?”


“예. 영지를 떠나겠습니다.”


“영지를 떠나면 어디로 가겠다는 말이더냐?”


김서준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일라이스로 보내주십시오.”

“일라이스라···.”


일라이스.


일라이스는 백작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영지였다.


백작가에서 소유하고는 있었지만, 이따금 행정관을 내려보내서 세금을 징수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통제도 하지 않았던 곳.


백작의 영지랑 너무 멀기도 멀었지만, 척박한 남부에 있었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도 했다.


‘무슨 꿍꿍이지?’


영주가 김서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대체 왜 일라이스 영지로 가겠다고 하는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목숨이라도 구해보자 이건가?’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나쁘지 않지. 오히려 눈에서 보이지 않을때···.’


영주가 씩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호랑이 입으로 걸어가겠다고 하니 굳이 말릴 필요는 없었다.


“좋다. 이번 결투의 승자인 네 의견을 따르겠다.”


영주가 김서준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모두 들으라! 결투의 승자 삼공자 라일을 일라이스의 책임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오늘부로 라일에게 그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을 선언한다.”


말을 마친 영주가 더는 보기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퇴장했고 많은 사람이 영주를 따랐다.


“후우.”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리에 힘이 풀린 김서준이 풀썩 주저앉았다.


아드레날린에 절여진 몸이 드디어 해방이라는 듯 축 늘어졌다.


“라일아!”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있던 백작 부인은 영주가 사라지기가 무섭게 김서준에게 달려왔다.


‘미안하네.’


자신에게 달려와 연신 다친 상처를 살피는 백작 부인을 보며 김서준은 속으로 미안했다.


겉은 그녀의 아들일지 몰라도 그 속은 그녀의 아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이용할게요.’


물론 김서준이 여기서 그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겠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이용할 수 밖에 없어요.’


그녀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녀를 이용해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것이 김서준의 제1 목표였다.


“삼공자님. 그런데 일라이스 영지는 왜 선택하셨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래. 라일아. 왜 굳이 그렇게 먼 곳으로···.”


노리스와 백작 부인 모두 그것이 궁금했는지 김서준에게 물어왔다.


“책을 좀 봤습니다.”

“책을요?”


노리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책과 일라이스 영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지 연관이 잘 안 되었다.


“네. 제가 살기 위해서는 일라이스 영지로 가는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어딜 가든 영주님의 마수를 피하기 위해서는요.”

“음···.”


노리스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자구책이군요.”

“네. 맞아요. 영주님이 절 싫어하는 이유가 있을 거고. 그 이유는 제가 남쪽 일라이스로 가면 대부분 해결될 문제니까요.”


노리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렇게 되면 안전해지긴 하겠습니다만···.”


노리스는 ‘그래도 영주님은 포기하지 않을겁니다.’라는 말을 삼켰다.


그걸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 먼 남부까지 꼭 가야겠니?”


백작 부인의 말에 김서준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사는 길은 그게 유일해요.”

“나도 따라가면 안 되겠니?”


백작 부인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 계셔야죠. 남부는 험하고 낙후됐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떠나실 수 없잖아요.”


두 달간 노리스에게 훈련을 받으며 김서준은 많은 사실을 들었다.


백작 부인은 백작가에서 달갑잖아 하는 존재였다.


정략결혼의 산물.


정략결혼이었기에 그녀를 죽이거나 내칠 수는 없었지만, 백작은 그녀와 관련된 것은 모두 증오했다.


아마 백작이 삼공자 라일을 싫어한 것도 그녀에게서 난 자식이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물론 더 정치공학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아아···.”


백작 부인이 고개를 푹 숙였다. 푹 숙인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녀 역시 자신이 따라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래.”


소매로 눈물을 찍어 닦은 백작 부인이 몸을 일으켰다.


백작 부인이 시종들의 도움을 받아 처소로 돌아갔고 공터에는 김서준과 노리스 그리고 기사들만 남았다.


“셰린. 저도 부탁해요.”


긴장이 풀리자 김서준의 허벅지에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네! 지금 시작할게요. 레피드 힐링!”


막 오르시우스의 치료를 마친 셰린이 구슬땀을 흘리며 김서준의 허벅지에 마나를 쏟아 부었다.


‘신기하단 말이야.’


벌어진 살이 아물고 부러진 뼈가 붙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수십, 수백 번 경험한 일이었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


김서준이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정신이 드십니까?”


혼절해 있었던 오르시우스가 깨어났는지 기사와 병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정당당하게 싸웠으면 경이 질 리 없었습니다.”

“경을 속인 겁니다.”


몇몇 병사들이 오르시우스에게 불만을 토해내는 소리 역시 들려왔다.


“닥쳐라. 더는 나를 모욕하지 마라. 방심 한 것도 나고 진 것 역시 나다.”


병사들에게 호통을 친 오르시우스가 비틀거리며 김서준에게 다가왔다.


대검을 지팡이 삼아 걸어오는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피를 많이 흘리시기에 걱정했습니다.”


오르시우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이를 꽉 깨문채 김서준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마음을 정했는지, 김서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공자님. 기사 오르시우스 패배를 인정합니다.”


‘생각보다 쿨하네.’


처음 오르시우스가 다가올 때. 혹시 보복하기 위해 다가오나 싶었다.


하지만 오르시우스는 생각보다 쿨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저 오르시우스는 결투의 결과를 받아들여 삼공자님의 처분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말을 마친 오르시우스가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이내 초라한 뒷모습으로 영주관을 나섰다.


그의 뒤로 많은 병사와 기사들이 따랐다.


“후우.”


오르시우스가 사라지고 나서야 김서준이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노리스경.”

“예. 삼공자님.”

“그 처분이라는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가요?”


노리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대답했다.


“목숨을 내놓으라면 내놓을겁니다.”


“목숨은 됐고···. 제 말이나 전해주세요.”


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처분권.


목숨을 빼앗는것 보다 더욱 유용하게 오르시우스를 써먹을 방법이 떠올랐다.


작가의말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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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화. 땅을 좀 주세요. +4 22.02.20 5,205 122 11쪽
6 006화. 오러블레이드 +1 22.02.19 5,203 117 12쪽
5 005화. 천재 22.02.18 5,218 125 14쪽
4 004화 맛있게 먹었습니다. 22.02.17 5,336 111 12쪽
3 003화 이것도 저것도 다 복사 +2 22.02.16 5,641 123 13쪽
2 002화 X발 나도 몰라. +9 22.02.15 6,319 119 14쪽
1 001화 복사를 시작합니다. +5 22.02.14 7,398 1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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