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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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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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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8화. 남쪽으로

DUMMY

8화



덜컹- 덜컹-


마법이 있는 세상이었지만, 놀랍게도 이 세계의 운송 수단은 그렇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물론 영주가 김서준에게 좋은 마차를 내주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마차라는 것이 애초에 노면의 모든 충격을 엉덩이로 받아내야 하는 운송 수단.


김서준은 적응되지 않는 충격에 눈을 감고 벽에 머리를 기댄 채 휴식을 취했다.


“셰린.”

“네. 공자님.”


김서준과 다르게 셰린의 얼굴은 평온했다.


“힘들지 않아요?”

“뭐가요?”


셰린은 오히려 김서준의 질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천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차요. 엉덩이에 모래가 몇 개 튀는 것까지 다 구분이 될 정도인데요.”


“그게 왜요? 걸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데요.”


‘아 그렇겠구나.’


김서준이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대신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현대에서 살다 온 김서준에게는 시골에서 보던 경운기보다 승차감이 좋지 않은 마차가 교역이었으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정도 마차면 꽤 좋은 운송 수단일 것이다.


“아···. 괴롭네요.”

“그러니까 왜 일라이스까지 가는 선택을 하셨어요?”


셰린 역시 계속 물어보고 싶었다. 보통 귀족들은 변방으로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변방에는 사교클럽이나 인생을 즐길만한 무언가가 없었으니까.


그랬기에 변방의 귀족들도 어떻게든 내륙 중심부로 들어오기 위해 노력했다.


“살아야 하니까요.”

“제대로 대답해주세요.”


셰린은 김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본 김서준은 굳이 변방으로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 같은 사람.


“백작가에에 있으면 무서운 게 뭔지 알아요?”


선문답 같은 질문에 셰린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영주님이 공자님을 싫어한다는 거?”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 역시 맞는 말.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김서준이 백작령에 남아있다면, 잠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늘 목숨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서준을 죽일 명분을 잃은 영주는 이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김서준은 굳이 그곳에서 그것들을 경험하기는 싫었다.


“이제 마시는 물. 삼키는 밥. 그 모두에 독이 들어있을 것을 걱정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죠.”


“설마요.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하실까요?”


한다.


영주는 한다.


단순히 김서준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 죽이려고 하는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죽이고자 할 것이다.


“알면서 위험에 노출될 필요는 없어요.”


“그렇네요.”


그제야 이해를 했다는 표정으로 셰린이 납득을 했다.


“셰린은 변방으로 같이 가도 괜찮겠어요?”


“이미 돈을 선불로 다 받았기도 했고. 어차피 한 일 이년은 세상을 구경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변방에서 일 년 정도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라이스로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


김서준이 가장 먼저 섭외한 사람은 셰린이었다.


목숨을 구하는 데 있어서 셰린처럼 훌륭한 사람도 없다.


일라이스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셰린의 도움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백작 부인이 그런 김서준의 생각을 알자마자 셰린에게 1년 치 급여를 일시불로 지급하였다.


1년 치 급여를 일시불로 받자 눈이 동그래진 셰린은 일라이스가 변방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가겠노라 승낙했다.


돈에 혹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것보다는 김서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분명 1군단의 마나와 비슷한데.’


마나호흡법은 각국에서 기밀로 관리한다.


셰린 그녀가 익힌 제국 1군단의 호흡법 역시 선택받은 사람만 익힐 수 있는 흐흡법이었다.


그런데, 지금 김서준에게서 그녀와 비슷한 마나의 향기가 느껴졌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 왕국에서 제국까지는 직선상으로도 까마득한 거리에 있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굳이 여기까지 와서 마나호흡법을 팔아먹을 1군단 소속의 기사나 마법사는 없었다.


‘여기까지 오지 않더라도 팔 생각이었다면, 부르는 게 값일 테니까.’


앞뒤가 맞지 않았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호흡법 자체를 알고 있더라도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익혀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백작령에는 군단 호흡법을 알려줄 사람이 없다.


‘노리스경의 마나는 제국 일군단의 마나가 아니야.’


다른 호흡법을 익힌 사람이 김서준을 도와주기는 힘들다.


그리고 김서준이 어떻게 수련하고 노리스가 김서준을 어떻게 수련시켰는지를 본 셰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 수련 방식. 어디서도 그렇게 수련하지는 않을 거야.’


치료마법은 만능이 아니었다.


뼈와 근육을 치료해주기는 하지만, 불구를 정상인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만약 노리스의 검이 조금만 더 깊었다면, 지금 김서준이 저렇게 웃고 있을 수는 없었으리라는 것을 셰린은 잘 알고 있었다.


똑똑.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마차가 한참을 더 갔을 때.


마차의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마차의 창문을 열자 말을 타고 있는 노리스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세요? 아직 쉬는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미 마차에서 쉬고 계시는데 무슨 쉬는 시간을 찾으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뒤에서 일단의 무리가 따라옵니다.”


김서준이 창으로 고개를 내밀자 행렬의 뒷편에서 몇 기의 기마가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멈추세요.”

“네.”


김서준은 그들이 대충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끼히이잉-!


마차를 끌던 말이 우렁찬 울음을 터뜨렸고 이내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생각보다 늦었네.”

“누군지 아세요?”


김서준을 따라 내린 셰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대충은요.”


노리스가 말을 몰아 김서준의 앞을 막으려 하자 김서준이 손을 저어 노리스를 제지했다.


“노리스경. 됐어요.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노리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설마···.”

“예. 맞습니다. 좀 늦었지만 따라왔네요.”


노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삼공자님이 오르시우스를 원하실지는 몰랐습니다.”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그리고 목숨을 걸고 한 맹세인데, 쉽게 써버리기엔 아쉬우니까요.”


노리스 역시 그것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굳이 오르시우스의 목숨을 빼앗는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화풀이다.


이용이라는 어감이 좀 이상하긴 했으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하는게 좋았다.


‘심심하지는 않겠어.’


게다가 노리스 역시 김서준을 따라가기로 한 몸.


변방 영지에 오르시우스라도 있으면 덜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 워!”


말을 몰아 김서준의 앞까지 달려온 오르시우스가 말에서 내려 김서준에게 깊게 고개숙였다.


“삼공자님.”

“오셨습니까?”

“네. 챙길 것이 있어 좀 늦었습니다.”


김서준이 오르시우스의 뒤편을 바라봤다.


오르시우스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뒷편으로 오르시우스를 따르는 기사 몇이 더 있었다.


“삼공자님.”

“삼공자님.”


그들 역시 김서준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인사를 한 오르시우스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삼공자님을 호위한다!”

“예!”


우렁차게 대답을 한 기사들이 속속히 행렬로 스며들었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불만을 찾기 힘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오르시우스를 믿고 따르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제게 큰 힘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르시우스의 얼굴에서도 불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역대급 천재.’


만약 삼공자와 싸워보지 않고 노리스의 말을 들었다면 오르시우스는 노리스가 벌써 노망이 들었다며 타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삼공자의 검을 직접 받아보고 나자 오르시우스는 노리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삼공자는 천재다.


분명 오르시우스가 알기에도 삼공자는 검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귀공자.


그런 사람이 두 달을 배워 오러블레이드는 물론이고 격검술을 익혀냈다.


게다가 그 격검술은 노리스가 따로 가르쳐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믿을 수 없지만 믿어야지.’


믿을 수 없지만 믿어야 한다.

직접 눈으로 봤으니까.


‘게다가 벼락이라도 맞았는지 성격 또한 완전히 바뀌었고.’


이렇게 되고나자 그가 봐온 삼공자가 정말 지금의 삼공자가 맞는지 의심까지 들었다.


그가 알던 삼공자는 바늘에라도 찔리면 어린아이처럼 비명을 질러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두 달간 매일 같이 칼에 맞는 실전 훈련을 했다는 것은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쓴웃음을 지은 오르시우스가 말에 다시 올라타 행렬의 선두로 나아갔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김서준의 행렬이 일라이스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왕국 남부 페트론 사막에 있는 작은 영지 일라이스.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영지의 동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있어 다른 사막처럼 엄청 척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곳.


일라이스는 왕국의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그런 영지였다.


심지어 백작령의 사람 중에서도 일라이스라는 곳이 백작령 소속임을 모르기도 하니 왕국 사람들이 이곳을 알아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작은 영지였기에, 일라이스에는 시끌벅적한 날이 별로 없었다.


웅성웅성웅성


하지만 오늘은 영지민들이 영지의 입구에 나와 웅성거리느라 영지가 꽤 시끄러웠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백작이 사람을 다 보내다니.”

“괜히 세금 더 뜯어가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애끼.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는데 세금을 어떻게 더 뜯어가?”

“하긴···.”


영지민들은 각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백작이 보낸 책임관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지금까지 이런 변두리 변방 소규모 영지로 오고자 하는 귀족이 없었기에 일라이스는 가끔 책임관이 들려 세금을 수거해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이번에는 아예 머문다는데 얼마나 머문대?”


“모르지···. 근데 여기 있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 금방 가지 않을까?”


영지민들이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도로 먼 곳에서 행렬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크흠. 모두 새로 부임하시는 책임관님 앞에서 괜한 소리 하지 말게.”


혹 영지민들이 실수라도 할까봐 영지의 노인들이 연신 엄포를 놓았다.


괜히 헛소리해서 조용히 지나갈 일을 크게 키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영지민들도 그것을 잘 알았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두두두두두.


도로를 달려온 마차가 영지민들 앞에서 멈춰섰다.


기사들이 마차를 호위하듯 둘러쌈과 동시에 마차의 문이 열렸다.


“도착했습니다. 삼공자님.”

“후우. 드디어 도착했네요.”


김서준이 마차의 문을 열고 땅에 발을 디뎠다.


김서준이 마차에서 내리자 노인 몇이 김서준에게 다가와 고개를 푹 숙이며 예를 표했다.


“일라이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록 마을이 가난하여 많은 것을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거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노인의 말을 들은 김서준이 씩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백작가의 삼공자 라일입니다.”


웅성웅성


삼공자라는 말에.


다시 한번 영지민들 사이에서 소란스러움이 일었다.


설마.


이런 변방으로 삼공자를 보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02.27 00:14
    No. 1

    책임관이라.. 몹시 낯설고 보기에 따라서 현대적인 느낌도 나는 것 같..ㅇㅇ..

    중세 봉건시대답게 <세금 징수인>으로 삼아서 파견하는 것도 ㄱㅊ을 것 같고

    아니면, <장원, 봉토, 마을, 성> 등의 <관리인, 대리인>으로 보내는 것도 ㄱㅊ을 듯.

    책임관? 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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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화. 삼공자님이십니까? +3 22.02.22 4,907 114 11쪽
» 008화. 남쪽으로 +1 22.02.21 5,056 119 11쪽
7 007화. 땅을 좀 주세요. +4 22.02.20 5,205 122 11쪽
6 006화. 오러블레이드 +1 22.02.19 5,203 117 12쪽
5 005화. 천재 22.02.18 5,218 125 14쪽
4 004화 맛있게 먹었습니다. 22.02.17 5,336 111 12쪽
3 003화 이것도 저것도 다 복사 +2 22.02.16 5,641 123 13쪽
2 002화 X발 나도 몰라. +9 22.02.15 6,319 119 14쪽
1 001화 복사를 시작합니다. +5 22.02.14 7,399 1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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