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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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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예정
작품등록일 :
2022.02.14 19:08
최근연재일 :
2022.03.21 19:22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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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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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838

작성
22.02.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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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글자
13쪽

003화 이것도 저것도 다 복사

DUMMY

3화



방으로 돌아온 김서준이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일단 시간은 벌었다.’


결투로 결과를 정하자는 김서준의 제안을 영주가 받아준 덕에 두 달간의 시간은 벌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문제네.”


두 달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검술이나 격투술에 문외한인 김서준에게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삼공자님. 노리스경이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김서준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가 개인 교사를 요청했을 때. 유일하게 응한 사람이었다.


“어서 오세요.”


김서준이 침대에서 일어나 노리스를 맞이했다.


그런 김서준을 보며 노리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를 반기시는군요.”


김서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기면 안 되나요? 저를 도와주실 분인데.”

“의외입니다. 누구라도 의외라고 할 겁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의외가 아닐겁니다.”


옛날부터 김서준의 몸에 박힌 습관이었다.


학부, 대학원 시절부터 김서준은 교수든 동료, 후배든 가리지 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는 것을 부끄럽거나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결투에서 이길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리려면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 맞았다.


비록 그 시간이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책 없이 나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판단.


“오셨으면 앉으세요. 제가 차라도 내오겠습니다.”


김서준의 말에도 노리스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김서준이 의자를 꺼내고 차를 찾기 위해 방을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을 노리스가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입니까?”

“네? 뭘요?”


무심하게 대답하는 김서준의 태도에 노리스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결투를 선택하신 이유 말입니다.”


“그냥 죽어줄 수는 없잖아요. 그냥 죽는 것은 제 취미가 아니라.”


노리스의 눈썹이 다시 꿈틀거렸다.


“그런 분이 병사들을 이끌고 무리한 작전을 하셨습니까? 사실상 자살을 택하신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 말에 김서준이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믿어주실까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노리스의 언성이 살짝 높아졌다.


“네. 기억이 나지 않아요.”

“무책임한 말이군요.”


노리스와 김서준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들어갔다.


‘뭐야?’


김서준의 두 눈을 들여다보는 노리스는 깜짝 놀랐다.


이전의 혼탁한 눈빛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총명으로 밝게 빛나는 눈이었다.


그 눈에서는 거짓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두 달간은 믿어드리죠.”

“네. 뭐. 믿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김서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의도치 않게 이 상황에 휘말렸고 병사들을 이끌고 나간 것도 그의 선택은 아니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차를 못찾겠네요. 일단 그냥 앉으세요.”


“아니요. 밖으로 나가죠.”


첫날이라 가볍게 이야기를 하러 온 노리스였지만, 그는 지금 너무 궁금했다.


‘말로는 속여도 몸은 속일 수 없다.’


밖으로 나온 김서준과 노리스가 마주보고 섰다.


“좀 이른감이 있긴한데, 시간이 두 달밖에 없는걸 생각하면 뭐. 스케쥴은 모두 일임하겠습니다.”


‘흐음.’


확실히 바뀌었다.


‘과거의 삼공자였으면 일단 여기까지 따라 나오지도 않았겠지.’


노리스가 기억하는 삼공자의 모습과 지금 눈앞의 삼공자는 너무 달랐다.


‘시험해보면 알겠지.’


사람은 몸이 힘들어지면 본성이 나온다.


“오리시우스는 대검을 쓰는 검사입니다. 그의 격검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나 삼공자의 움직임으로는 그러기 힘들 것입니다.”


노리스가 김서준의 앞을 향해 목검을 던졌다.




목검이 바닥을 몇 바퀴 굴러 김서준의 앞에 멈추었다.


“집으시지요.”


노리스의 눈이 차갑게 변했고 그런 그를 보며 김서준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목검을 집어 들었다.


“바로 실습하는 것도 좋죠. 시간이 없으니.”


말은 편안하게 했지만, 김서준은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목검의 검병에서 전해지는 단단함과 차가움을 느끼고 나서야 그가 처한 현실이 실감 났다.


그러나 미래가 암담하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뭐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와서 기초를 쌓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리스가 김서준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집이었지만, 김서준은 마치 날카로운 도끼가 그의 몸통을 쪼개오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헙!”


깜짝 놀란 김서준이 반사적으로 목검을 들어 노리스의 검을 막으려 했다.


따악-!


하지만 이미 경지에 오른 노리스의 검격을 김서준이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순간 김서준은 어깨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목검을 떨어뜨렸다.


‘실망이군.’


노리스가 표정을 구겼다.

좀 달라진 줄 알았으나 바뀐 것이 없다. 쓰레기 같은 실력은 여전했다.


“그만 하시겠습니까?”


노리스가 김서준을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


‘그만두겠지.’


사정을 두지 않고 휘두른 검이다.

삼공자라면 이 고통에 포기할 것이다.


“무슨 말입니까?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으음···.’


하지만 이번에도 삼공자는 노리스의 예상을 벗어났다.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면서도 다시 목검을 집은 김서준이 숨을 고르며 노리스를 노려보았다.


‘더럽게 아프네.’


살면서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현대인이 언제 검집으로 두들겨 맞아봤겠는가.


그리고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은 이를 꽉 깨물고 그 유혹을 떨쳐냈다.


‘이제 시작이야.’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정신.


그게 김서준을 한국대학교 최연소 교수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김서준을 일어나게 만든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복사 슬롯2 : 아르멘 격검술 복사 중 1%]

[복사 랭크가 낮아 순차적으로 복사를 진행합니다.]

[아르멘 격검술에 접촉하세요.]


‘미친···!’


노리스의 검에 맞는 순간 김서준의 머릿속에 나타난 메시지.


언어를 습득했을 때와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한 번에 습득하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되기만 한다면 얼마든 해낼 수 있다.


“다시 하시죠.”

“다치십니다.”

“안 하면 죽는데요. 죽는 것보다는 다치는 것이 낫죠.”


노리스가 김서준을 다시 물끄러미 바라봤다.


‘알 수 없군. 삼공자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야.’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뀌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


노리스가 다시 검집을 들어 올렸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저는 훈련에서는 자비가 없습니다.”


“물론입니다.”


김서준이 목검을 들어 올리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내 다시 한번 노리스의 검집이 휘둘러졌다.


*


“뭘 하고 있더냐?”

“밤 늦게까지 노리스경과 검술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고를 받은 영주가 코웃음을 쳤다.

“라일이 평생 제대로 검 한 번 잡아보지 않은 것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제와 검을 잡는다?”


영주는 무언가 삼공자 라일이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혹히 노리스가 삼공자에게 붙은 것이더냐? 아니. 아니. 노리스가 붙었다고 하더라도 별 재간은 없을거야.”


영주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오시리우스경은? 오시리우스경은 무얼 하고 있더냐? 혹 오시리우스가 삼공자를 도울 생각인가?”


그렇게 말해놓고도 영주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어림도 없지. 라일 때문에 오시리우스의 부하들이 몰살당했으니. 오시리우스가 그 자리에서 라일의 목을 치지 않은 것도 많이 참은 것일 테니.”

영주가 손가락으로 연신 의자의 손잡이 부분을 두드렸다.


그가 고민에 빠졌을 때 나오는 습관.


하지만 아무리 손잡이를 두드려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걱정하실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오시리우스의경과의 결투에서 삼공자님이 버티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지.”


영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시리우스경에게 전해서 절대 봐줌이 없어야 한다고 전하라. 영주성의 명예가 달린 일이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영주님.”


아들을 죽이라 말하는 영주의 얼굴에는 그 어떤 미안함이나 죄책감도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죽겠네.”


노리스와의 수련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김서준이 침대에 누워 앓는 소리를 냈다.


훈련이 시작된 지 벌써 이주가 지났다.


이주동안 두들겨 맞은 탓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처음 한 말대로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는지, 노리스는 김서준이 고통스러워하든 말든 연신 그의 몸을 두들겼다.


“내가 원했던 거지만, 사람을 이렇게 두들겨 패다니.”


김서준이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슬롯.”


[슬롯 1 : 다르시칸 대륙어]

[슬롯 2 : 아르멘 격검술 98%]

[슬롯 3 : blank]

[슬롯 4 : blank]

[복사랭크 D]


“그래도 거의 다 완성했네.”


김서준이 히죽 웃음을 지었다. 근 일이주일을 두들겨 맞은 보람이 있었다.


마치 온라인 게임의 스킬을 배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에 치여 사느라 게임을 즐겨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내일이면 격검술은 완성 될 것 같고···.”


궁금했다.


언어야 자연스럽게 숨쉬듯 되었는데, 격검술은 무술이다.


과연 몸으로 하는 것이 어떻게 복사될지 호기심이 일었다.


“끄응. 그런데 이러다가 내일이 오기전에 죽는건 아닐지 모르겠다.”


성한 곳이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 몸의 뼈와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똑똑똑


김서준이 근육통이 있는 곳을 마사지 하려고 할 때. 그의 귀로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오···.”


김서준이 채 대답을 하기도 전 문이 벌컥 열리며 김서준 아니 라일의 어머니인 백작 부인 얀나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


“라일! 오늘도 그 무식한 훈련을 했더냐?”


백작부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 네. 뭐.”


김서준이 작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오늘도 왔네.’


그에게 지금 있어 가장 불편한 사람을 꼽자면 백작부인 얀나였다.


김서준 그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그녀의 과도한 관심과 사랑은 김서준에게는 부담스러웠다.


그런 김서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작부인이 뒤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이리 오세요.”


‘누구지?’


지금까지 누구를 데려온 경우가 없었던 백작부인이었다.


아마 영주의 신신당부가 있었을 것이다.


“어렵게 수소문해서 찾았단다. 치료마법에 능통하신 분이란다.”


‘치료마법? 마법도 있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였다. 이 세계가 그가 살던 세상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은 며칠 살면서 파악한 상태였으나 마법이 있다는 소리는 지금 처음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공자님. 메이지 셰린이라고 합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마법사가 김서준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후드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목소리나 체구를 보아 젊은 여자인듯 싶었다.


“메이지 셰린. 부디 잘 부탁드려요.”


백작부인이 셰린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저야 돈을 받고 하는 거니 당연히 최선을 다할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후드 아래로 살짝 웃은 셰린이 김서준의 모습을 쓱 살폈다.


‘타박상이 전부네. 빨리 치료하고 돈이나 받아야겠네.’


그녀의 치료마법이라면 타박상 정도는 금새 치료할 수 있었다.


“집중할 수 있게 모두 나가주시겠어요?”


눈물이 났는지 백작 부인이 소매로 눈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김서준을 제외하고 모두가 밖으로 나가자 셰린이 김서준의 손목을 잡았다.


‘치료마법은 어떤 방식이지?’


김서준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세상의 기술 발전이 느린 이유가 마법의 존재 때문인가?’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짧게나마 김서준이 살펴본 이 세상은 생각보다 기술의 발전이 더딘 세상이었다.


그 이유가 마법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과학 역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마법처럼 보이기 마련이었으니까.


“소리를 지르시면 안 되요. 몸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고요.”


기계적으로 주의사항을 일러준 셰린이 천천히 김서준의 몸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마나를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네.’


김서준의 몸에서는 한 줌의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나 충돌의 위험이 없었기에 셰린은 점점 강하게 마나를 김서준에게 불어 넣었다.


‘뭐지?’


셰린이 마나를 불어 넣자 김서준은 몸을 따스하면서 시원한 기운이 타고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편안한 느낌.


마치 이곳에서 눈을 뜨기전에 느꼈던 편안함과 유사했다.


[슬롯3 : 제국 1군단의 마나 호흡을 복사 중. 1% ]

[복사 랭크가 낮아 순차적으로 복사를 진행합니다.]

[제국 1군단의 마나 호흡에 접촉하세요.]


‘마나 호흡?’


마나가 김서준의 몸을 한 바퀴 돌았을 때.


김서준의 머릿속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


그리고 놀란 것은 김서준 뿐 아니었다.


김서준의 몸에 마나를 불어넣던 셰린 또한 순간 그의 몸에서 느껴진 반발력에 깜짝 놀랐다.


이 반탄력은 마나를 수련하는 사람의 몸에서만 느껴지는 반탄력이었으니까.


작가의말

늘 읽어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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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화. 땅을 좀 주세요. +4 22.02.20 5,205 1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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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화. 천재 22.02.18 5,218 125 14쪽
4 004화 맛있게 먹었습니다. 22.02.17 5,336 111 12쪽
» 003화 이것도 저것도 다 복사 +2 22.02.16 5,642 123 13쪽
2 002화 X발 나도 몰라. +9 22.02.15 6,319 119 14쪽
1 001화 복사를 시작합니다. +5 22.02.14 7,399 1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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