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해상고 님의 서재입니다.

죽었더니 가문이 망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해상고
작품등록일 :
2022.12.23 10:27
최근연재일 :
2023.03.19 13:15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15,486
추천수 :
252
글자수 :
431,208

작성
23.03.10 11:30
조회
39
추천
0
글자
12쪽

65화 함께 도끼를 먹은 사람들

DUMMY

김풍이 준 장식이 너무 아름다워서 하윤의 함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때 양팔용의 전화가 왔다. 함을 든 채 바로 오크 목장으로 되돌아왔다.


“여어! 예진궁. 오랜만이다.”

“형! 얼굴 많이 탔네.”


남자들만 쪼르륵 다섯 명이 모였다. 각자 젓가락만 들고 숯불 옆에 서서 고기를 집어 먹었다.


“이야! 모처럼 남자들만 모이니까. 좋다.”

“고기도 좋은데 우리 주리씨가 못 먹어서 아쉽다.”

“고기에 고춧가루 뿌리는 새끼. 야! 예진우. 이 새끼 좀 갖다 버려라. 맨날 주리씨. 주리씨. 내 더러워서.”


“진용이 형도 여친 만들어요.”


커다란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하윤이 말했다.


“야! 나도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어. 시간이 없어서 못 만드는 거지. 내가 왕년에 말이야···.”


양진용의 라떼가 풀리기 시작했다. 다들 불가를 벗어나 테이블로 가서 맥주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크아! 이 집 맥주는 진짜 맛있습니다.”


김경태가 하윤에게 건배를 하고는 또 한 번 술을 들이켰다.


“여기 물이 좋아서 그래. 술 담을 때는 물도 중요한 거 같아. 유럽에서는 물이 안 좋아서 맥주를 담궈서 물처럼 마신다고 하는데. 나는 맥주도 물이 좋아야 맛있는 거 같아. 우리 주리씨도···.”


“으그. 노인네들. 다른 얘기 좀 해. 그런 얘기는 둘이 있을 때 하란 말이야.”

“하하하! 두 분은 매일 그러시던데요.”


김경태가 큰 소리로 웃었다.


“아! 진짜 좋다. 조용하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술도 좋고. 그치?”

“그래. 좋다! 후끈한 저녁에 불까지 피우고 따땃해서 좋다. 역시 이열치열이지.”

“자아! 건배합시다. 싸나이들의 멋진 밤을 위하여!”

“위하여!”


맥주병이 부서져라 부딪치곤 바닥까지 들이마셨다. 슬쩍 병을 떼었던 하윤도 다시 마셨다.


“크아! 좋다.”

“하하하!”


좋긴 정말 좋았다. 뭔가 호연지기가 커진 듯한 느낌이랄까.

두툼한 토마호크에 향신료를 치고 목장에 있던 로즈마리를 떼다가 함께 구웠다.


“냄새가 아주 끝내 주네요.”

“자아! 술 더 가져올게. 조금만 있으면 이것도 다 익을 거야. 새 맥주 마시면서 들고 뜯어먹으면 된다.”

“하하하! 저 큰 걸 입에 물고 뜯어 먹으면 꼭 산적이 된 느낌이겠어요.”


하윤이 들고 뜯는 시늉을 했다.


“선배! 벌써 시작하셨네요.”


연대표가 마무리를 하고는 목장에 나타났다. 하윤이 작업을 안 한다는 걸 듣고는 해가 떨어질 때까지 마무리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야! 연수연. 피곤할 텐데 가지 않고.”

“제가 오시라 했어요. 요즘 깐깐한 하윤이 달래면서 일하는 게 안쓰러워 보여서요.”

“내가 뭐 어쨌다고 그래.”


하윤이 일어나 연수연에게 맥주를 건네며 물었다.


“여기 맥주 일품인데 드실래요?”

“언제 2층 올리냐?”

“오늘 간신히 거푸집 설치가 끝났어. 내일도 날이 좋다고 하니까 공그리 치려고. 한 오 일정도 양생하면 뼈대는 이제 끝나지. 앞쪽 창고는 이번에 같이 쳐서 한 번에 끝내 버릴거야.”

“수고했다. 이거 하나 들고 뜯어라.”


양진용이 커다란 토마호크를 건넸다. 그녀의 얼굴만 한 크기였다.

연수연이 그걸 받아 들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하윤이 접시를 찾아 건넸다.


“고맙습니다.”

“고기 줘봐요.”


하윤이 가위와 집게를 들고 자르려 하자 양진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건 들고 뜯는 게 맛이야. 그걸 왜 잘라!”

“형. 쫌!”


하윤이 먹기 좋게 고기를 잘라 연수연에게 건넸다. 예진우도 자신의 토마호크를 하윤에 건넸다.


“내 것도 잘라줘.”


하윤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예진우의 고기를 잘랐다.


“이왕 가위 드신 김에 제 것도 부탁드립니다.”


김경태까지 말하자 입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양팔용이 쓰윽 내미는 고기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야! 하윤 너 진짜 웃긴다. 네 것 자르면서 얘 것도 해주면 되잖아.”


양진용은 하윤을 놀리는 맛에 신이 났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하윤의 얼굴이 점점 벌게지는 게 보였다.


웃음소리가 달큰한 여름밤에 울려 퍼졌다.

흥겹게 먹고 이야기하는데 멀리 산 길을 올라오는 차가 보였다.


“누가 오네?”


김경태가 먹던 고기를 내려놓고는 고개를 빼 차를 쳐다보았다.


“편히 있어요. 여기 잘 있는 거 보면 태경씨도 좋아할 거예요.”

“연락을 안 해서. 그게 좀.”


“이령씨 같은데.”

“아! 우리 이령씨가 어떻게 왔지.”


무심한 척 말을 흘리고는 이이령의 차로 달려갔다. 꼭 강아지처럼 좋아서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막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진우씨!”

“우와! 말도 없이 어떻게 왔어요.”

“표정 봐. 내가 안 왔으면 울었겠는데요.”


몇 시간에 만에 보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예진우가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았다. 뒤에서 야유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도 연락할 걸 그랬어. 우리 주리씨 스테이크 진짜 좋아하는데···.”

“아! 좋다 말았네. 사나이들의 밤이 사라졌어. 애인 있는 것들은 못말린다니까.”

“선배! 선배 여자 없어요?”

“야. 소개나 시켜주고 말해. 넌 내가 무수히. 이태껏 말했는데 어쩜 내 말을 다 귓등으로 듣냐?”

“선배가 눈이 좀 높아야지. 저래서 싫고, 이래서 싫고 그러잖아. 선배는 선배가 알아서 해.”


하윤이 씹던 고기를 입에 물고는 그들을 쳐다봤다. 양진용과 연수연은 남녀 사이가 아닌 딱 남매 포스였다.

그제서야 하윤의 표정이 좀 밝아졌다.


“두 분이 사귀시면 어떠세요?”


김경태의 말에 양진용과 연수연은 똥씹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는 하윤이 웃음을 터트렸다.


“넌 뭐가 그렇게 좋으냐? 여기 좀 주목해주세요. 이이령씨와 강열님 그리고 조희란님 이십니다.”


이이령 일행을 소개하고는 모두 자리에 앉았다.

새로 상이 차려지고 판을 바꾸어 고기도 새로 구웠다.


김경태가 이이령의 옆으로 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경태라고 합니다. 김태경이 제 누납니다.”

“아! 오랜만에 보내요. 밖에서 만나면 몰라보겠어요.”


실지로 묘한 살기와 흐릿한 눈이 사라진 김경태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미인이십니다.”


가슴에 손을 닦고는 이이령에게 악수를 청했다.


“야아! 경태야. 진우 얼굴 쳐다보고 말해라.”


양진용의 소리에 일부러 눈알을 부라린 예진우의 표정이 너무 익살스러웠다.


이이령이 그런 예진우를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부회장님. 정말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진짜 안 웃었는데.”

“에이. 설마요.”

“진짜예요. 지금은 툭하면 웃잖아요. 예전에는 뭐랄까 인간미가 좀 떨어진다고 할까. 그랬는데···.”


강열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예진우를 떠올렸다.

자기가 보기엔 하나도 웃기지 않았는데 그때도 이이령은 웃음을 터트렸던 일이 생각났다.


그를 보고는 신사매장까지 찾아가, 처음 본 남자를 위해 행커치프를 사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던 일도 생각났다.


“나도 저런 분 만나면 그러겠어요. 저런 얼굴로 나만 봐주면 웬만한 여자들 다 그럴걸요. 잘생겼지. 자상하지.”


“역시 얼굴인가!”


내일 모레면 마흔이 되는 모테 솔로 강열은 다시 한번 예진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신도 충분히 자상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됐고.

얼굴은 자기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는 여자를 사귄 역사가 없었다.

강열은 예진우가 다른 스킬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강열은 하늘로 치솟은 강열한 눈썹을 찌푸리고는 무인처럼 각진 단단한 턱을 연신 쓰다듬었다.


“돈이다. 돈. 그게 문제다.”

“설마요. 저 곱상하게 생긴 김경태씨랑 비교 해봐요. 저는 예진우씨.”

“허참! 누가 희란씨 취향이 궁금하다 했습니까?”


여름밤이 점점 깊어져 갔다.

양진용이 헛간에서 말린 쑥을 내다 불을 피웠다. 모기를 쫓기 위해서였다.


“수연아. 너 오늘 많이 마신다. 이따가 우리 집에 가서 자고 가라.”

“아냐. 숙소 가서 잘래. 이것만 마시고 가서 잘 거야. 그리고 이령씨 나중에 등이랑 벽지 봐주실래요? 진우씨가 이령씨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해서요.”

“음. 일정 확인하고 내일 전화 드릴게요.”


“워낙 빨리해달라 하시는 분이 있어서요. 미리미리 시간 될 때 골라두려고 합니다. 바쁘시면 제가 사무실로 가도 되고요. 여기 제 명함입니다.”

“그래도 너무 급하게 하진 말아주세요. 모든 지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물론입니다. 적어도 삼대가 살 수 있게. 튼튼하게 지으려고 합니다. 중간중간에 창이나 문은 바꿔야겠지만 골조는 손대지 않게 튼튼하게 지으려고요. 그 점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이령이 미소를 지었다. 연수연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가만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김경태가 물었다.


“두 분. 혹시? 그···.”

“둘이 결혼 한대. 경태는 몰랐구나.”


‘하아! 진우씨랑 우리 누나 좀 어떻게 엮어 보려 했더만 망했네.’


옆에 있던 예진우가 김경태의 표정을 보고는 씩 웃었다.


‘경태야! 태경이는 트럭으로 줘도 나는 싫다. 나보다는 저 강열 씨가 어울릴 거 같은데 둘이 만날 일이 없네.’


강열의 뚝심이면 김태경의 예민함과 변덕도 받아줄 수 있었다. 그의 무던한 성격은 자잘한 김태경의 잽에도 나가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서로 유사색이긴 한데 서로를 어떻게 알아보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윤이는 수연씨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고. 수연씨도 영 마음이 없는 거 같지 않은 것 같고. 강열씨랑 김태경이 은근히 잘 맞을 것 같은데 잘못 나섰다가 뺨 맞을 수도 있지.’


혼자 생각에 빠진 예진우가 무심코 양진용을 쳐다보곤 한숨을 쉬었다.


‘에이구. 저 화상은 누굴 붙여줘야 하나 몰라.’


연신 맥주병을 들이켜는 양진용의 불콰해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니까 어떻게 되겠지.’


기분이 좋아진 양진용이 수저를 들고는 일어났다.


“야. 좀 조용히 놀자. 오늘은 제수씨도 있는데 참아라 좀!”

“우리 아리따운 제수씨. 제 노래 안 들어 봤쮸.”


목청을 요란스럽게 가다듬고는 노래를 시작했다.

열 번을 불러도 그의 노래는 늘 똑같다. 그동안 양팔용과 예진우는 수없이 들은 노래.

양진용의 늘 찬양하는 위대한 노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아아아아.”


그의 아버지가 즐겨 불렀다는 “달타령”이었다. 한번 시작하면 12월까지 들어야 하는 무적의 노래.


생각지도 않게 김경태가 뛰어나가 양진용의 옆에서 춤을 췄다.

모인 모든 사람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 진짜 재밌다. 웃느라 소화 다됐네.”


다 함께 먹은 걸 정리하곤 헤어졌다. 양진용과 연수연을 데려다 주고 예진우 일행은 서울로 향했다.


이이령과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예전에 축지를 연마하겠다고 뛰어다녔던 생각이 났다.

밤새 한강을 수영해 오르내리던 그 쓸쓸한 밤이 생각나자 웃음이 나왔다.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니···.’


예진우는 행복해서 가슴이 뻐근해졌다.

친구들이 있고, 모든 걸 나눌 이이령이 있었다.

헛된 바람이라 여겼던 집을 짓게 되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


늦은 밤이라 자유로를 달리는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두 분 피곤하시죠?”

“아닙니다. 덕분에 아주 즐거웠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그러네요.”

“맥주가 맛있는데 두 분 거 챙겨 왔습니다. 형이 두 분 드리라고 두 병씩 주셨으니까. 집에 가셔서 시원하게 한잔씩 하십시오.”

“아!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강열씨! 뒤차랑 거리 유지하세요.”

“네?”


조희란의 말에 강열이 룸미러로 뒤차를 확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었더니 가문이 망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0 75화 천우령! 23.03.19 40 0 14쪽
79 74화 경회지와 연결된 호수 23.03.19 25 0 11쪽
78 73화 천왕의 동굴 23.03.19 28 0 12쪽
77 72화 그의 곁에 있는 이유 23.03.18 32 0 12쪽
76 71화 이한철의 가슴을 흔들어 놓은 조각보 장인 23.03.17 30 0 12쪽
75 70화 뿅뿅술 23.03.16 36 0 11쪽
74 69화 장인을 뵈옵니다. 23.03.15 36 0 11쪽
73 68화 일부다처제가 답인데 23.03.14 45 0 12쪽
72 67화 꿈을 엿보다. 23.03.12 37 0 13쪽
71 66화 몽마 영화관 23.03.11 38 0 12쪽
» 65화 함께 도끼를 먹은 사람들 23.03.10 39 0 12쪽
69 64화 장인들 23.03.09 44 0 12쪽
68 63화 토마호크 23.03.08 47 0 12쪽
67 62화 오자오의 변태 23.03.07 49 0 12쪽
66 61화 울돌목의 난파선 23.03.05 49 0 13쪽
65 60화 그 밤.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밤에 23.03.04 52 0 12쪽
64 59화 생애. 첫 여행 23.03.03 51 0 13쪽
63 58화 푸르른 날 23.03.02 49 0 12쪽
62 57화 걷는 인간 김경태 23.03.01 56 1 12쪽
61 56화 마루의 공감능력 23.02.28 58 1 12쪽
60 55화 가장 어여쁜 환생 꽃 23.02.26 63 1 12쪽
59 54화 하늘에 비나이다. 23.02.25 62 1 12쪽
58 53화 들개 23.02.24 64 1 12쪽
57 52화 소원은 없다! 23.02.23 61 1 12쪽
56 51화 허락은 내가 한다. 23.02.22 67 2 13쪽
55 50화 전달자 이선 23.02.21 66 1 12쪽
54 49화 나랑 결혼해 줄래요? 23.02.19 93 1 12쪽
53 48화 몽마 23.02.18 74 1 12쪽
52 47화 하늘이 선택한 사람 23.02.17 81 1 12쪽
51 46화 용연의 활약 23.02.16 74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