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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고 님의 서재입니다.

죽었더니 가문이 망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해상고
작품등록일 :
2022.12.23 10:27
최근연재일 :
2023.03.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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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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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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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8화 푸르른 날

DUMMY

다음 날. 하윤이 건조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김경태가 오후가 지나 일어난 것이다.


“어제 같이 걸었던 예진우입니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어제 간 국수집 주인이 난동을 부려서 난리가 났지 않습니까? 주인은 정신병원에 들어갔습니다.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까. 원래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사람이라고 하네요.”

“···. 정말 친절했었는데···.”


“불법으로 하는 식당이라 식당도 폐쇄한다고 합니다. 불법 건축물에, 불결한 건 말 할 것도 없습니다.”

“그랬습니까?”


“네. 동네 사람들도 마을 이미지 망친다고 들고 일어났다고 합니다. 오늘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이 나서서 하우스도 철거한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래요?”


“대체 그동안 어떻게 그런 걸 먹은 겁니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가 나아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그런데 여긴 어딥니까?”

“제가 어제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제 듣고 나서 오고 싶다고 하길래 모시고 간 겁니다. 잠은 잘 잤습니까?”


실은 김경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녀석은 정신을 잃었었다.


“아! 덕분에 아주 푹 잤습니다. 초면에 이거 죄송합니다.”

“편하게 쉬시고 싶은 만큼 쉬십시오. 거기가 공기도 좋고 그렇습니다.”

“계속 폐를 끼칠 수 있겠습니까? 덕분에 오랜만에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여기 계신 분 말로는 목장이 근처에 있다고 하니 구경만 하고 가겠습니다.”


일단 목장을 가면 김경태를 그리로 데려간 목적은 달성한 거였다. 이제부터는 그가 알아서 하게 두면 된다.


김태경과 김경태는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승마를 배웠고 말들에게 관심도 많았다.


김태경이 흑염을 쉽게 놓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녀의 경우는 말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보다 경마에서 우승하는 말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마방을 운영했던 거였다.


김경태의 경우는 놀이로써 말 타는 걸 좋아했을 뿐이었다. 기질대로 끝까지 하지 않았고, 커가면서 다른 놀이에 빠져 승마에 관심을 잃었다.


그는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기운이 바닥이지만 자신의 기질은 조건만 만나면 발현되기 마련이다. 예진우는 잃어버린 조건을 만나게 연결만 지어주면 되었다.


요조와 자연이를 만나고 흥이 나지 않는다면 하룻밤 잘 잔거라 됐다. 어차피 제 날짜에 따박따박 입금해준 김태경에게 밥 한 끼 사야 했다. 그때 공치사를 해도 좋을 일이다.


그날 김경태는 오크 목장의 평화로운 고요에 흠뻑 빠져들었다. 양팔용이 차려준 밥을 얻어먹고, 기다란 소파에 누워 자다가 마구간을 구경하고는 잔뜩 부려놓은 볏짚에 누워 잠들었다.


있던 곳에 없으면 볕이 잘드는 곳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날 밤 김경태는 저녁까지 얻어먹고는 손님방에서 하루 더 묵었다.


“뭔 저런 놈이 다 있냐? 젊은 놈이 뭔 놈의 잠을 저렇게 쳐 자?”

“시끄럽다. 오크 목장 최대 물주님께서 부탁하셨으니 잔말 말고 네 일이나해.”

“그 새끼는 소개시켜달라는 여자는 안 해주면서 남자 새끼들만 쳐 들이고 있어.”


양진용은 하윤까지는 참았는데 사인조 김리부터는 성질을 부렸다. 김풍 일행이 좀 싹싹하면 그런대로 괜찮았을 텐데 그들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밥을 먹자고 해도 됐다고 하고, 말을 붙여도 대꾸도 하지 않아서 요즘은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예진우가 부탁해서 그들을 위해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사다 주고는 있지만 서로 데면데면 하게 대했다.


“야! 가서 네 논, 풀이나 베라.”

“그래. 알았다. 철쌍리 청년회장님 이제 가신다.”


“필요한 건 없냐?”

“지난번에 어머니가 주신 거 아직 있다.”

“내일 요조랑 자연이 마구간은 내가 치운다.”


얼마 전에 청년회장에 선출돼서 어깨에 힘이 들어간 양진용이었다. 농업 후계자로 선진지 견학도 가고, 여기저기 회의에도 참석하는 모양이었다.


지난주에 예진우가 트랙터를 한 대 사주는 바람에 모내기를 하는데 재미를 봤다. 낡아빠진 트랙터 쓰다가 새로 산 60마력짜리 트랙터는 큰 돈줄이 되었다.


비닐하우스 로터리 쳐주고 모내기부터 축사 정리까지 못하는 게 없었다. 논밭을 갈아주고 받는 돈도 쏠쏠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요조와 자연이를 보러 오는 건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자연이 다음 달에 과정 경마장에 들어간다.”

“벌써?”

“지은이가 지극 정성이잖냐. 지은이도 내달부터는 그곳에 자주 가겠지.”

“희한한 놈이야. 걔처럼 말 좋아하는 애도 없을 거야.”

“그러게 너도 있어서. 번개랑, 바람이도 데려왔는데 어쩔는지 모르겠다.”

“야! 농사야 봄이랑 가을에만 바쁘잖냐. 어떻게 되겠지.”


몇 주 전에 양팔용과 잘 아는 목장주가 좋은 말이 있다고 해서 갔었다. 경매장에 내놓기 전에 양팔용에게 말 상태를 문의했던 거였다. 양팔용은 그곳에서 망아지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 두 마리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양팔용은 자신이 있었다. 요조도 그랬지만 자신의 직감과 눈을 믿었다. 요조도 그랬고, 자연이도 그랬다. 요조는 나이가 많았지만, 자연이는 가능성이 있었다.



**



한 주가 지났다. 용연이 울돌목 얘기를 다시 꺼냈다.


오자오를 뺀 선인들이 모두 울돌목에 가겠다고 나섰다. 예진우도 같이 가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르게 가고 싶었다.


“저는 이령씨랑 천천히 내려가겠습니다. 이틀 정도만 시간을 주세요.”

“아! 그렇게 하시죠. 그럼 일요일. 삭망이라 했으니 더 좋군요.”


예진우는 선인들과 시간을 맞추고는 이이령을 찾아갔다.

그녀에게 갈 때는 물론 도약술을 사용한다. 전화를 걸어도 좋지만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다.


특히 그녀가 일하는 모습은 섹시하기 까지 하다.


예진우는 이이령의 회사 근처에 있는 플라워 숍에 들려서 로즈마리를 샀다. 그날 들어온 싱싱한 꽃이 로즈마리라고 했다.

한 팔 가득 보라색 꽃을 안아 들고 인적이 없는 곳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외할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세심 갤러리에 있었다. 옆에 소실장도 보였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매월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하셨네요. 기획이 맘에 들어요.”

“세심 갤러리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려 노력했습니다. 아기자기한 정원하며 오래된 벽돌집의 둥그런 통창들. 갤러리와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연출을 하려고 신경 많이 썼어요. 가을까지 주말에는 관람 시간도 늘렸습니다.”


“세심 갤러리에서 하는 ‘일곱 색깔 무지개’ 전시에 작가님들이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이이령이 말총머리를 한 젊은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아닙니다. 이번 전시에서 판매되는 금액의 일부를 기부하신다고 하셔서 저희 작가들도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판매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좋은 일에 쓰인다면 저희도 좋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호텔에서와 다르게 이이령은 편안해 보였다. 이번 전시는 업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이 대거 작품을 내주었다고 한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한 부모 가정과 조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혹시 하윤도 작품을 냈나요?”

“아닙니다. 하윤 작가는 다른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확실히 활동하긴 하나 보네요.”

“그럼요! 하윤 작가, 예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하고 있어요.”


“근데 이 냄새. 로즈마리 아닌가요? 아주 좋네요. 은은하고···.”

“아! 정말 그렇네요. 6월의 꽃이 로즈마리인 거 아시죠? 관장님이 이렇게 센스가 넘치시니.”


뽀글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여자가 중년의 남성을 추켜세웠다. 그가 세심 갤러리 관장인 모양이었다.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가 로즈마리로 옮겨갔다. 예진우가 복도 끝에 있는 오래된 책상에 로즈마리를 살짝 올려놓았다.


“개코들이군. 얼른 회의나 끝낼 것이지.”


안에서 소이영의 활달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자! 그러면 내일부터 작품을 받으러 가겠습니다. 정리하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게요. 생맥주가 맛있는 식당이 있는데 어때요?”

“오오! 그럼 부회장님도 같이 가십니까?”


머리를 완전히 민 젊은 친구가 물었다. 소이영이 이이령의 눈치를 재빨리 살피고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갑시다. 오늘은 부회장님이 쏩니다.”


‘으이그! 저 왈가닥.’


예진우는 혀를 찼다. 소이영이 앞장서고 그녀의 뒤를 따라 신이 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갔다.


혼자 자리에 앉아있던 이이령이 갑자기 씩 웃더니 옆에서 있는 조희란을 불렀다.


“조실장님! 먼저 가세요. 저도 금방 따라갈게요.”

“현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조희란은 자신의 일에 철두철미한 사람이었다. 같은 동성이라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니, 이이령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었다.


“친해질 법도 한데 아직 어렵네요.”


이이령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령씨 표정도 장난 아니거든요. 엔간해서는 이령씨한테 말 걸기 힘들 거예요.”

“푸훗! 그건 왜 그럴까요?”

“흠···. 그거야 너무 예뻐서 그렇죠.”


예진우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많이 샀나 봐요.”


그가 이이령에게 들고온 꽃을 건넸다. 보라색 꽃다발을 건네자 그녀 양팔에 한가득 찼다.


그녀가 작은 꽃망울에 코를 대곤 향기를 맡았다. 투명한 그녀의 살빛이 보라색으로 물드는 것처럼 보였다.


예진우는 한 손으로 턱을 짚고는 이이령의 아름다운 모습을 쳐다보았다.


“진우씨?”

“네?!”

“제발! 그렇게 뚫어지게 보지 좀 말아요.”

“왜요?”


이이령이 꽃다발을 들어 올려 빨개진 얼굴을 가렸다.


“가야 해요. 아까 얘기 들었죠?”

“맛있는 맥주 집 간다고요?”


이이령이 꽃다발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도 그의 얼굴을 계속 쳐다봤다.


‘그녀가 날 쳐다본다. 왜지? 그냥 보는 건가? 아니면?’


“혹시 저도 따라가면 이상할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시간 돼요? 나 이게 마지막 스케줄인데 이거 끝나고 집에 같이 갈래요?”


‘장하다! 예진우. 잘했다. 예진우.‘


얼음공주가 랩을 하는 줄 알았다. 그녀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고는 꽃다발을 안은 채 일어났다.


“하하하! 공주님. 그 꽃은 내가 들게요. 혹시 오늘 밥값 내가 내면 안 될까요?”


기분을 맞춰주는 김에 이 정도쯤이야.


“당신 오늘 잃었던 점수 따는 거예요? 호호호.”


그녀가 예진우의 팔에 팔짱을 꼈다. 소녀처럼 귀여운 미소가 예뻤다. 예진우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로즈마리보다 당신 냄새가 더 좋은데요.”

“그러지 좀 말라고요.”


그가 코를 킁킁거리자 그녀가 그의 팔을 꼬집었다. 행동은 그러면서 눈은 예진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하아! 당신 또. 자꾸 놀리지 말아요. 당신이 놀리면 정신이 하나도 없단 말이 에요.”

“하하하! 알았어요. 얼른 가요. 희란씨가 쳐들어오기 전에요.”


조희란은 권윤식에게 들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나타난 예진우를 쳐다보곤 뜨악했던 표정이 금세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이이령이 끼었던 팔짱을 풀었다.


아직 남자친구로 소개 시키기는 이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예진우는 그녀에게서 좀 떨어져 안으로 들어갔다.


“진우씨 어서 와요. 사람들 저기 있네요.”


이이령이 그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기우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 날아와 꽂혔다. 둘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언뜻 보기에 닮은 곳도 있었다.


소이영이 일어나 예진우를 반겼다.


“어머! 어서 와요. 진우씨.”

“부회장님! 이분은 누. 누구십니까?”


세심 갤러리 관장이 물었다.


“결혼할 사람입니다.”


그녀가 말 한마디로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을 얼려버렸다.

역시 이이령은 대단한 여자였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멋진 여자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진우라고 합니다.”

“우와! 꿀 보이스! 목소리 정말 좋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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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더니 가문이 망한다고 돌려보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0 75화 천우령! 23.03.19 40 0 14쪽
79 74화 경회지와 연결된 호수 23.03.19 25 0 11쪽
78 73화 천왕의 동굴 23.03.19 28 0 12쪽
77 72화 그의 곁에 있는 이유 23.03.18 32 0 12쪽
76 71화 이한철의 가슴을 흔들어 놓은 조각보 장인 23.03.17 30 0 12쪽
75 70화 뿅뿅술 23.03.16 36 0 11쪽
74 69화 장인을 뵈옵니다. 23.03.15 36 0 11쪽
73 68화 일부다처제가 답인데 23.03.14 45 0 12쪽
72 67화 꿈을 엿보다. 23.03.12 37 0 13쪽
71 66화 몽마 영화관 23.03.11 38 0 12쪽
70 65화 함께 도끼를 먹은 사람들 23.03.10 39 0 12쪽
69 64화 장인들 23.03.09 44 0 12쪽
68 63화 토마호크 23.03.08 47 0 12쪽
67 62화 오자오의 변태 23.03.07 49 0 12쪽
66 61화 울돌목의 난파선 23.03.05 49 0 13쪽
65 60화 그 밤.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밤에 23.03.04 52 0 12쪽
64 59화 생애. 첫 여행 23.03.03 51 0 13쪽
» 58화 푸르른 날 23.03.02 49 0 12쪽
62 57화 걷는 인간 김경태 23.03.01 56 1 12쪽
61 56화 마루의 공감능력 23.02.28 58 1 12쪽
60 55화 가장 어여쁜 환생 꽃 23.02.26 63 1 12쪽
59 54화 하늘에 비나이다. 23.02.25 62 1 12쪽
58 53화 들개 23.02.24 64 1 12쪽
57 52화 소원은 없다! 23.02.23 61 1 12쪽
56 51화 허락은 내가 한다. 23.02.22 67 2 13쪽
55 50화 전달자 이선 23.02.21 66 1 12쪽
54 49화 나랑 결혼해 줄래요? 23.02.19 93 1 12쪽
53 48화 몽마 23.02.18 74 1 12쪽
52 47화 하늘이 선택한 사람 23.02.17 81 1 12쪽
51 46화 용연의 활약 23.02.16 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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