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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서재입니다.

sss급 마왕이지만 알고보니 엑스트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조상우
작품등록일 :
2018.06.17 16:26
최근연재일 :
2018.11.07 06:00
연재수 :
1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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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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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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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6화-코덱스 드라우마스(3)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36화-코덱스 드라우마스(3)




오스카르가 히스토리아의 유채꽃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불길은 훨씬 빨랐다. 어느새 구원의 샘 주변은 시꺼먼 불길로 뒤덮였다.

오스카르가 눈물을 닦았다. 그가 눈가를 축 늘어뜨리고 마왕을 보았다.

“넌 정말 파괴의 화신이야. 네가 외로움에 고통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너야말로 영원히 고통 받아야 해.”

“이제 너도 곧 나처럼 될 것이다. 나처럼 무저갱에 잠겨 끝없는 외로움이 몸부림치게 될 것이야! 히스토리아를 그리워하며 말이다!”

오스카르가 눈을 치떴다.

“그래. 우선 널 천 갈래로 찢어 죽이고 나서 무저갱까지 부숴 주마!”

오스카르가 온 몸으로 푸른 불을 뿜었다.

“오늘이 네 마지막 날이다!”

마왕이 칼을 겨누었다.

“덤벼라, 용신의 주인이여!”

오스카르의 입 안에서 용신의 인장이 푸른 불꽃을 뿜으며 나타났다. 오스카르가 인장을 물고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마왕이 칼을 겨누자 마왕의 발 아래 부글거리는 수르트의 용암이 그를 향해 해일처럼 일어섰다.

오스카르가 손을 뻗었다. 정령왕의 건틀릿이 수르트의 용암을 막아내는 거대한 초록색의 방패를 뱉어 냈다. 티없이 맑은 이다볼 평원의 하늘이 오스카르에게 푸른 빛을 내리쪼였다.

“오라!”

오스카르가 포효했다. 저 아래 무저갱에 잠긴 용신의 영혼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유황을 머금은 바람을 뚫고 드라마스 요르문드의 발톱이 용신의 영혼을 휘저었다. 용신의 영혼의 조각 중 일부가 드라마스의 발톱에 휩쓸려 다시 무저갱으로 끌려 들어왔다.

- 주인이시여!

용신이 울부짖었다. 오스카르가 몸을 총알처럼 아래로 내리꽂았다. 초록 불길이 된 오스카르가 정령왕의 건틀릿으로 수르트의 용암에 주먹을 날렸다.

“비켜라!”

오스카르가 명령했다. 콰아아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용암이 뒤집어지며 시꺼매진 이다볼 평원의 땅에 구멍이 났다.

그 사이로 용신의 영혼이 솟아올랐다. 그오오오오오오, 하고 용신의 영혼이 울부짖으며 오스카르가 문 용신의 인장으로 달려들었다. 오스카르가 용신의 영혼을 받아 삼켰다.

“아아아아아아!”

오스카르가 울부짖었다. 그의 몸이 푸른 빛에 둘러 쌓이더니 좌우로 죽 길어졌다. 길고 거대한 봉 형태가 된 오스카르의 몸 위에 수십만 개의 비늘이 덮였다. 푸른 봉 안의 긴 형체가 부르르 하고 봉을 찢어 냈다. 천년 용신이 이다볼 평원으로 돌아왔다.

이다볼 평원의 하늘이 용신의 머리 위에 먹구름을 내렸다. 쏴아아아, 하고 이다볼 평원의 용암이 식어 갔다. 마왕의 몸에서 불타오르던 검은 불도 연기를 내뿜으며 사그라들었다.

비를 쫄딱 맞은 마왕이 저 하늘 위의 거대한 용신을 올려다보았다. 마왕이 이를 악물며 칼을 고쳐 쥐었다.

“6년 만이구나, 오스칼레시우스여!”

용신이 다리우스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용신의 목소리에 이다볼 평원의 산과 들이 부르르 떨었다.

“감히 내 육신을 능욕한 죄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겠느냐? 이번에는 어느 쪽 팔부터 뽑아 주랴!”

“웃기지 마라.”

마왕이 차갑게 웃었다.

“네놈의 육신이 내 몸 안에 있는데, 반밖에 돌아오지 못한 네놈이 내 상대가 될 것 같으냐? 가서 테트라그라마톤하고 손 잡고 같이 덤벼라!”

“네 이놈!”

용신이 거대한 머리를 위로 치켜세웠다.

“이번에는 내가 네놈의 뼈까지 씹어 먹어 주마!”

“하!”

마왕이 헛웃음을 쳤다. 그의 몸에서 다시 화르르르 하고 검은 불이 일었다. 그의 길고 검은 머리칼이 분노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마왕의 발 아래서 다시 수르트의 용암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용신이 길게 울며 소나기를 퍼부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용암의 바다는 식질 않았다.

용신이 부르르 떨었다.

“강하구나!”

“왜. 막상 붙어 보려니까 용기가 안 나느냐!”

마왕이 용신을 비웃었다. 그가 부글거리는 용암 위에 편안하게 올라서 있었다. 그의 검은 정장 구두가 흠집 하나 없이 반짝였다.

“그럼 어서 개처럼 엎드려라. 그럼 내 네놈의 사원이 있던 한 조각의 땅만은 돌려 주마! 내 발을 핥으며 손이 닳도록 빌어 봐라!”

용신이 저 너머 구원의 샘을 돌아보았다. 구원의 샘이 있던 썩은 물구덩이 안에서 아직도 그리피스를 삼키고 있을 베헤리트, 그것만은 아직 다쳐서는 안 되었다. 용신이 노호성을 질렀다.

“오라!”

마왕이 하늘로 몸을 솟구쳤다. 그의 몸이 검은 창이 되어 용신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디스트로피아가 울부짖으며 마왕의 손 안에서 번개를 뿜었다.

용신이 마왕을 잡아먹을 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 마왕이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마왕이 사자후를 내질렀다.

“᠒ᠵᡙᡊ!”

마왕의 입에서 뻗어나간 소리가 용신의 이빨을 부숴 버렸다. 용신이 크아아아, 하고 뒤로 물러섰다. 마왕이 본형인 검은 용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왕이 날개를 촤아- 하고 펼쳤다.

“용신이여, 사리를 잃어서 골다공증이라도 걸렸느냐?”

마왕이 킬킬 웃었다.

“어찌 그리도 이빨이 약하단 말이냐?”

마왕의 몸에 곧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현세의 모습은 세계수의 허락 없이는 이다볼 평원에서 유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육신은 세계수의 허락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오직 그의 권능을 이용하여 강제로 불러낸 것이었다. 용신이 울부짖었다.

“모후이시여!”

마왕이 세계수를 홱 하고 돌아봤다. 위그드라실은 불에 타오르는 나뭇잎을 흩뿌리며 아아아, 하고 울부짖을 뿐이었다. 마왕이 불타는 눈으로 용신을 보았다.

“아무래도 넌 내놓은 자식인가 보구나!”

“모후이시여, 형제를 죽인 저를 용서하소서!”

용신이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옵니까? 몇천년이 지나야 이 고통스러운 연극이 끝나옵니까?”

“네놈들은 하나같이 가족사부터 구질구질하구나. 내가 친히 그 더러운 피를 깨끗이 씻어 주마!”

마왕이 불덩이가 된 몸으로 짓쳐들었다. 용신이 노호성을 지르며 오스카르의 육신으로 바뀌었다. 용신이 쾅, 하고 수르트의 용암 위에 발을 디뎠다.

마왕도 원래의 육신으로 되돌아갔다. 마왕이 디스트로피아를 겨누었다. 용신의 발이 닿는 곳마다 수르트의 용암이 식어 현무암으로 변했다.

용신이 징검다리를 뛰듯이 뛰며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용신의 검이 디스트로피아와 부딪혀 불꽃이 튀었다.

“이 놈!”

용신이 입으로 푸른 불꽃을 내뿜었다.

“어찌 이리도 강하단 말이냐, 고작 인간의 그릇으로!”

챙챙챙챙챙 하고 칼을 부딪히며 용신이 탄식했다.

“나의 인과로다. 다 내 탓이다!”

마왕이 디스트로피아로 용신을 밀어 젖혔다.

“그렇다면 죽음으로 죄를 씻어라!”

용신이 아아아, 하고 포효했다. 그의 입 안에서 푸른 광선이 일었다.

“어딜 감히!” 마왕이 디스트로피아를 용신의 입 안에 쑤셔 박았다. 디스트로피아가 용신의 광선을 빨아먹고 푸른 빛으로 빛났다. 용신이 한 손으로 디스트로피아의 칼날을 콱 붙잡았다.

마왕이 용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용신이 균형을 잃었다. 디스트로피아가 용신의 귀를 베어 버렸다.

“크아아아아악!”

용신이 비명을 질렀다. 용신의 푸른 피가 디스트로피아에 튀어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왕이 소름끼치게 웃으며 칼을 그었다. 용신이 가까스로 칼을 피했다.

“크윽···”

용신이 뒤로 물러서며 헐떡였다. 그의 목줄기에 난 깊은 상처에서 푸른 피가 흘러나왔다.

“하하하하하!”

마왕이 칼에 묻은 피를 뿌리며 웃어젖혔다.

“어떠냐. 살려달라고 빌어 보겠느냐?”

용신이 칼을 고쳐 쥐었다. “닥치지 못할까!”

마왕이 빙글빙글 웃었다. “내가 얼마나 자비로운 마왕인지 모르느냐? 어서 엎드려라. 오스카르라도 살리고 싶다면!”

“닥쳐라!”

용신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용신이 번개같이 다가와 마왕의 옆구리에 칼을 내질렀다. 마왕이 당황하며 옆으로 피했다. 용신의 손이 날아왔다.

“안-”

용신이 마왕의 한쪽 눈을 뽑아 버렸다.

“크아아악!”

마왕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용신이 바짝 따라붙으며 칼을 내질렀다.

“이번엔 이쪽 눈이다!”

“어딜!”

마왕이 이빨로 용신의 검을 콱 물었다. 용신이 다시 손을 뻗었다. 마왕과 용신의 주먹이 쾅, 하고 부딪혔다.

“큭-”

용신이 신음하며 주먹을 뺐다. 마왕이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고쳐 쥐었다.

“이야아아아아!”

둘이 몇 번이고 주먹을 부딪쳤다. 쾅, 쾅 하며 주먹에서 바람이 일었다. 수르트의 용암이 두 주먹의 바람에 우르릉, 하며 뒤로 물러섰다. 용암이 빠지자 마왕의 위치가 낮아졌다. 용신이 상위에서 계속 주먹을 내질렀다. 마왕의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이 놈!”

마왕이 디스트로피아를 옆으로 그었다. 용신의 옆구리에 디스트로피아가 콱 하고 박혔다. 마왕이 칼을 마구 흔들어 댔다. 용신이 아픔을 참으며 계속 주먹을 내질렀다. 쾅, 쾅, 쾅. 결국 마왕이 뒤로 물러섰다.

“으아아아아아!”

한쪽 눈알이 뽑혀 피투성이가 된 마왕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포효했다. 용신이 자신의 피로 피범벅이 된 디스트로피아를 옆구리에서 숙 뽑아냈다. 푸른 피가 뿜어져 나와 사방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아주 잘 봤다, 네놈의 그 귀여운 칼춤!”

양 손에 칼을 든 용신이 비웃었다.

“아주 잘도 추더구나. 교황이 널 예뻐했을 만 하다!”

“닥쳐라!”

마왕의 한 쪽 눈이 시뻘갰다. 그들의 발 밑을 뒤덮은 수르트의 용암이 주인의 분노를 느끼고 사납게 울부짖었다.

“내 한 번 더 죽여 주마. 이번에는 네 혼까지 씹어 먹어 주마!”

“네놈이 혼이 뭔지나 아느냐?”

용신이 씨익 웃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수르트의 용암 때문에 그의 주변이 무저갱처럼 뜨거웠다.

“영혼이, 이 이다볼 평원이, 세계수와 무저갱이 뭔지나 아느냐? 아무것도 모르는 드라마스의 꼭두각시 아니냐!”

마왕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네놈이 나에게 다 불게 해 줄 테니 걱정 마라. 다시 못 박힐 준비나 해라!”

“디트리히, 어쩌다 그렇게 되었느냐? 드라마스가 네놈을 낳으면서 얼마나 기뻐했는 줄 아느냐? 세레니아가 너를 안고-”

용신이 말을 멈췄다. 마왕이 인상을 썼다.

“뭐라고? 지금 뭐라 했느냐?”

부르르, 수르트의 용암이 몸을 떨었다. 용신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마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뭐라고 했지?”

용신이 양 손에 든 칼을 고쳐 쥐었다. 그가 갑자기 덤벼들었다.

“죽어라!”

마왕이 하, 하고 헛웃음을 쳤다. 용신의 손에 든 디스트로피아가 한바퀴 홱 돌았다. 용신이 칼을 놓쳤다. 디스트로피아가 용신의 옆구리에 박혔다.

“크아아악!”

기습을 당한 용신이 스텝이 꼬여 헛발질을 했다. 마왕이 번개처럼 그의 앞에 나타났다. 마왕이 디스트로피아를 그의 몸에 쑤셔 박았다.

“컥-”

용신이 피를 토했다. 마왕이 손을 뻗어 그의 귀를 붙잡았다. 마왕이 용신의 귀를 뜯어내 버렸다.

“으아아아악!”

두 귀를 잃은 용신이 비명을 질렀다. 눈알이 뽑힌 마왕이 소름끼치게 웃으며 용신의 목을 붙잡았다.

“아직 멀었다!”

마왕이 디스트로피아를 휘둘러 댔다. 용신의 한 팔이 날아갔다. 용신의 두 눈에 고통이 차올랐다.

“자. 이번에는 다리를 잘라 주마.”

마왕이 크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어느 쪽을 잘라 주랴!”

“네 이놈-”

마왕이 용신의 다른 쪽 팔도 잘라 버렸다. 용신이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이빨을 악물었다. 마왕이 그를 강제로 용암 위에 무릎 꿇렸다. 용신이 진저리를 치며 마왕을 노려보았다.

“이런 방자한!”

용신의 두 눈이 혼란과 분노로 가득 찼다. 수르트의 용암이 용신의 주변에 웅, 하고 원을 그리며 물러났다.

“난 네놈의 숙부-”

“닥쳐라!”

마왕이 용신의 얼굴에 콱 하고 주먹을 날렸다. 용신이 컥컥댔다. 마왕이 용신을 내려다보며 킬킬거렸다.

“자. 이제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을 차근차근 해 봐라. 세레니아가 어쨌단 거냐?”

“죽여라!” 용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런 치욕을 당하-”

“대답하라!”

마왕이 칼을 휘둘렀다. 용신의 두 발목이 잘려나갔다.

“일단 그 거만한 태도부터 다스려 주마. 네놈이 언제 죽을 지는 이제 내가 정하겠다. 일단 못을 박아 주고 나서, 네놈이 하는 말을 듣고 언제 죽여줄지 정해줄 것이다. 내 말 알아듣겠느냐?”

“이 놈···!”

피가 빠져나가서 허얘진 용신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네놈이 어찌 감히!”

오스칼레시우스가 용신을 걷어찼다. 두 팔과 발목이 잘린 용신이 그의 발 밑을 데굴데굴 굴렀다. 오스칼레시우스가 용신의 뒤통수를 자근자근 짓밟았다. 용신의 얼굴이 수르트의 용암에 데여 시커매졌다.

용신이 크아아아- 하고 소리지르며 원래대로의 커다란 푸른 물뱀 형태로 되돌아갔다. 용신이 꼬리를 힘없이 파들거렸다. 용신이 비탄에 젖어 소리쳤다.

“왕이시여!”

순간, 하늘이 어두워졌다. 오스칼레시우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썹을 꿈쩍였다.

“또 무슨 쇼냐?”

땅에 쓰러져 파르르 떠는 용신의 거대한 몸 뒤에서 찬연한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두터운 먹구름 위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내려왔다.

거대한 흰색 마름모 형태인 테트라그라마톤의 본형이 칼날 같은 흰 빛을 뿜으며 나타났다. 테트라그라마톤이 그 거대한 모서리를 쾅, 하고 수르트의 용암 위에 꽂았다. 수르트의 용암이 연기를 뿜으며 식어가며 거대한 돌의 파도가 되었다.

테트라그라마톤이 슈우, 하고 빛을 내뿜으며 마름모를 접었다. 마름모의 윗 꼭지점이 하늘을 뚫어버릴 듯 솟아올랐다. 그 안에서 작고 하얀 무언가가 폭, 하고 솟아올랐다.

그것이 가볍게 수르트의 현무암 위에 내려섰다. 눈부시게 하얀 망토를 늘어뜨리고 아름다운 은색 갑옷을 입은 남자. 흰 뺨 아래 붉은 입술, 부리부리한 눈을 한 은발의 그리피스였다.

그리피스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용신을 보았다. 용신이 그리피스의 눈을 피했다.

“디트리히.”

그리피스가 조용히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2천년 만인가?”

마왕의 얼굴이 혼란과 놀라움으로 일그러졌다.

“네놈이··· 어떻게?”

“걱정하지 마라.”

그리피스가 세계수를 올려다보았다.

“어머니 앞에서 내가 널 두 번 죽이겠느냐.”

- 그리피스!

저 아래 무저갱에서 드라마스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 그리피스!

그리피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리피스!

드라마스 요르문드가 무저갱 위로 거대한 머리를 내밀었다. 입으로 검은 불을 뿜어 대는 거대한 검은 수소의 머리였다.

세계수가 쿠쿠쿠쿠 하고 거대한 줄기를 흔들었다. 세계수가 흔들리자 이다볼 평원의 땅 전체가 흔들렸다. 당황한 마왕이 중심을 잡으려고 땅에 디스트로피아를 콱 박고 버텼다.

세계수의 분노를 느낀 드라마스가 조용히 무저갱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피스가 한숨을 쉬며 뒤로 물러섰다.

“내가 거쳐야 할 시험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디트리히, 만날 수 있다면 다시 만나자. 잘 지내라. 다치지 말고!”

그리피스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품은 눈으로 마왕을 넘어보았다. 마왕이 혼란스러운 얼굴을 도리질 쳤다.

“네가··· 네가 바로 테트라그라마톤의··· 어째서?”

“그건 현세의 네가 알 필요 없다.”

그리피스가 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등에서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더니, 눈부신 이다볼 평원의 하늘에 한 점이 되어 사라졌다.

하늘에서 내리쬔 흰 빛이 수백만 개의 창이 되어 구원의 샘 주변에 차르르르륵 하고 내리꽂혔다. 구원의 샘이 투명한 창에 빙 둘러싸였다. 수르트의 용암이 이빨을 드러내고 짓쳐들었지만 테트라그라마톤의 창 앞에서는 연기를 뿜으며 굳어 버릴 뿐이었다.

수르트의 용암이 빛의 창 앞에서 돌벽을 쌓는 것을 보며, 마왕이 조용히 말했다.

“어쨌든 간에.”

마왕이 고개를 돌렸다.

“죽을 준비는 되었느냐?”

용신이 피투성이가 된 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전능한 오스칼레시우스여···”

용신이 입을 열었다.

“네가 이렇게까지 강해질 줄이야. 이것은 오로지 네 자신의 힘이다. 인과의 사슬을 풀어헤친 네가 진정으로 신의 반열에 다가섰구나.”

“흠. 그게 유언이냐?”

“내 주인만은 살려 다오. 오스카르는 네 아들이다!”

“안 된다. 죽어라.”

마왕이 칼을 쳐들었다. 용신의 몸통이 푸른 빛을 발하더니 샤아아, 소리를 내며 쪼그라들었다. 세계수가 나뭇잎에 붙은 불씨를 꺼뜨리며 후우, 하고 바람을 불었다.

- 돌아와요.

마왕의 귓가에 에네레실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다 잊어 줘요.

용신의 거대한 몸이 움푹 들어가더니, 세계수의 뿌리가 땅을 뚫고 우수수수 솟아올랐다.

“모후이시여!”

세계수의 뿌리가 용신의 몸을 휘감았다. 마왕이 인상을 쓰며 용신의 머리에 디스트로피아를 쑤셔 박았다.

“어딜 도망가느냐!”

용신이 신음하며 외쳤다.

“모후이시여, 저희 형제를 용서하소서!”

세계수의 뿌리에 꿰뚫린 용신이 그르르르 하고 피거품을 뿜었다. 세계수가 비명을 지르며 용신의 몸을 감은 뿌리에 힘을 주었다. 용신의 몸이 부서져 갔다. 마왕이 차갑게 비웃었다.

“꼴 좋다!”

세계수의 수만개의 뿌리 끝이 마왕을 향해 일제히 돌아섰다. 뿌리 끝이 뾰족했다. 마왕이 흠칫하며 물러섰다. 용신을 땅 밑으로 빨아들인 세계수가 그 자리에 오스카르의 육신을 밀어 올렸다.

용신과 마왕의 피를 뒤집어 쓴 오스카르의 육신이 눈을 깜빡였다. 그의 앞에 한쪽 눈알이 뽑히고 온 몸에 용신의 피를 뒤집어쓴 마왕이 있었다. 그는 마왕과 똑같은 브리태니커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마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위그드라실을 보았다. 위그드라실이 나뭇가지를 파들파들 떨었다.

“그래.”

그가 말했다. 그의 등 뒤에 천사의 날개가 돋아나고, 그의 머리칼이 시꺼멓게 물들었다.

“네가 날 그리워했다지.”

위그드라실이 아아아아, 하고 울었다. 그가 손을 앞으로 내밀자 세계수의 뿌리가 그의 손가락을 조여들었다.

“내가 준 반지를 그리피스에게 줬다지, 네가.”

그가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그래 놓고, 그 애한테서 반지를 다시 뺏어다가 드라마스한테 주려고 했다지.”

위그드라실이 아아, 하고 탄식했다.

“정말 어리석구나. 위그드라실이여, 내 너에게 진실로 말하노라.”

그가 잔잔하게 웃었다.

“내, 그날 밤 네 청을 거절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느니라.”

위그드라실이 아아아아아, 하고 울부짖으며 뿌리를 들어올렸다. 수르트의 용암에 가득 박힌 뿌리가 바삭바삭 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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