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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책장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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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부기
작품등록일 :
2017.04.20 13:35
최근연재일 :
2017.05.09 22:39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69
추천수 :
2
글자수 :
51,163

작성
17.05.0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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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은둔자

DUMMY

“어라?”


믹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늘을 찾아서 동네 뒷산까지 왔다 몸도 쑤시고 덥기도 하여 여기가지 오는 길에 두세 번을 포기할 뻔했다.


그런 믹의 몸을 여기가지 이끈 것은 웬 다람쥐 한 마리였다. 아까 전까지 죽이니 뭐니 하는 적을 만났어도. 집안의 가보에 휘둘려 피를, 싸움을 갈구하게 된 운명이어도 믹은 아직 아홉 살의 소년이었다.


“어디 갔지?”


불러도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믹은 오히려 목소리를 낮추며 이미 그늘이 진 곳을 살폈다. 벌써 살며시 매미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늘이 살그머니 이마로 다가와 땀을 씻어도. 수색을 계속하는 믹에겐 부족했다.


좀 더 시원한 곳은 없을까? 앞을 보는 순간이었다.


흐읍. 믹은 숨을 삼켰다. 앞쪽을 바라보자 나무사이에 멧돼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지극이 먹을 게 풍족한 철이라는 것은 몰라도. 여기까지 멧돼지가 오는 일은 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는 믹이었다.


주위를 슬그머니 살폈다. 멧돼지보다 먼저 믹이 상대방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믹은 슬며시 숨을 내쉬며 숨을 만한 곳을 살폈다. 본다고 알 수가 있나. 근처 풀숲에 생쥐처럼 조용히 스며들었다.


멧돼지가 눈앞에 있어도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 한. 어린 믹에게는 아직 놀이었다. 어쩐지 저 바보 같은 멧돼지를 골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참고 있었다. 믹의 어머니는 종종 버섯이나 산나물 따위 캐러 산으로 나온다. 평소 무뚝뚝한 칼도 그녀에게 조심하란 말을 이른다. 멧돼지와 곰 때문이다.


지금가지 쫓고 있던 다람쥐라도 보이지 않는 한. 믹은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예정해 두었던 일이 일어났다. 믹이 정말 코앞에 두고 있는 나무의 줄기를 타고 다람쥐가 쪼르르 오르고 있었다.


믹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절로 몸을 일으켜 나아가려는 발을 진정시켰다.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발이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주먹만 한 돌멩이가 발끝에 채였다. 믹은 앳된 얼굴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돌멩이를 단단히 손에 쥐었다. 그의 눈동자를 지배하던 붉은 빛 대신. 소년의 치기가 눈을 반짝이게 했다. 믹은 가볍게 어깨를 푼 다음에 돌은 겨누었다. 멧돼지의 뒤쪽으로 돌을 던져 시선을 돌릴 요량이었다.


믹 본인은 아직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몸말에 어떤 게 들어와 있단 것은 이해했다. 이 돌맹이를 저 멀리가지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슴속에 가득했고, 그건 어린 시절의 실수였다.


이해하지 못하는 힘에 자신 따위는 가지면 안됐던 것이다. 힘이 실린 돌멩이는 생각한 곡선보다 완만한 포물선을 그렸다. 멧돼지를 지나쳐야 했을 궤적의 돌멩이는 이미 손끝과 의지를 벗어나 멧돼지의 이마를 가격했다.


모든 것을 예감한 믹은 눈을 찔끔 감았다. 빡 하는 소리가 앙상한 나무가 우거진 어두운 숲속을 진동한다. 곧이어 흥분한 멧돼지가 숨통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믹의 등을 전력질주로 긴장이 타고 내렸다.


그 긴장이 믹의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멧돼지가 아직 자신을 찾지 못했단 것도 알지 못 한 채 힘차게 달려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믹의 움직임을 포착한 멧돼지는 흥분감에 일단 사지를 움직였다. 쫓기는 믹은 등 뒤에서 멧돼지가 울어대는 소리에 발이 더욱더 빨라졌다. 천한 출신임에도 또래와 어울리게 했었던 재빠른 몸놀림은 산중에서 더욱더 빛을 발했다.


멧돼지는 아무래도 그 체중을 실은 돌격에 방향전환이 자유롭지 않았고. 아직 어린 믹 친구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그들을 따돌리는 요령이 야트막한 산지에서 요령을 발했다. 일부러 울퉁불퉁한 살길을 골라 두발이라는 이점으로 넘고. 눈앞에 뻔히 서있는 나무로 직전으로 쇄도하다 급작스럽게 방향을 꺾는다.


믹기 뭣도 모르고 본능적으로 행한 도주는 이윽고 성과를 가져왔다. 쾅! 나뭇잎이 떨리고 흙바닥이 일어났다. 믹은 저도 모르게 풀쩍 뛰어 올랐다가 멧돼지가 기성을 내지르는 것을 듣고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헉헉, 상황은 나빠졌다. 멧돼지는 아무래도 쉬질 않고 믹을 쫒아올 기색인 듯했다. 처음 같은 운은 두 번 일어나지 않았다. 멧돼지가 주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믹의 발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시야가 제멋대로 흔들리고, 발이 단단히 바닥을 디디지 못했다. 입가로 길고 괴로운 숨소리를 흘리며 문득 풀숲이 우거진 곳을 발견 할수 있었다. 믹은 이를 악물고 몸을 틀었다. 발이 야트막한 몸을 걷어차며 믹은 넘어져 버렸다.


다행이도 방향이 좋았다. 그대로 바닥을 구른 믹은 무릎과 팔에 까진 상처를 받으며. 목표했던 풀숲으로 진입했다.


“으앗! 아야!”


믹은 굴러 떨어지는 몸을 주체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어지러운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멧돼지에게 쫒기고 있었다.


“엉?”


믹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목구멍에서 헛바람 새는 소리를 냈다. 여기가 어디지? 머리를 크게 다쳤나 싶었다. 자신의 등 뒤를 추격하는 멧돼지마저 잊고.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으로 걸어갔다.


이 산은 믹에게 제 집만큼이나 익숙한 동네였다. 이 쓰러져 가는 집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쓰라린 팔을 붙잡고 마루에 한쪽 무릎을 올렸다.


“저기요? 누구 있어요?”


무릎을 올린 마루는 깨끗하지는 않아도 먼지는 없었다. 허나 문이 살짝 열려있는 방에는 아무도 없는지 믹의 목소리가 약하게 메아리 쳤을 뿐이었다. 믹은 아무도 없나 싶어 신발을 벗고 마루위로 올라섰다.


“거기 누구야!”


목소리가 믹의 뒤통수를 때렸다. 문고리에 가져다 대던 손이 깜짝 놀라 경련을 했다. 믹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웬 남자가 가슴팍을 드러낸 옷을 입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믹의 눈동자는 그처럼 두꺼운 팔뚝을 본적이 없었다. 흑귀단의 검으로 단련된 팔도 저것보다는 위압적이지 못했다. 도복 같은 지저분한 옷으로 감싼 몸에서 드러난 가슴팍에는 사선의 십자로 가로지르는 상처가 있었다.


“저, 저기 안녕하세요?”


남자가 가지는 생물로 서위 위압감에 믹은 먼저 인사를 했다. 커다란 보폭으로 익에게 아마도 자신의 집에 다가온 남자. 얼굴에는 태양이 닿지 못해 그림자가 졌다. 신비하게도 남자의 두 눈만은 불타듯 빛나고 있었다.


“안녕이란 말은 나와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남자는 묘한 소리를 지껄이며 믹의 발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를 두어 번 살폈다. 믹은 저도 모르게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런가.”


남자는 계속 묘한 소리뿐이었다. 그 두꺼운 팔로 팔짱을 끼고 턱을 매만진다.


“여기에는 어떻게 왔지?”


“멧돼지한테 쫓기는 바람에요.”


믹의 대답에 남자의 눈썹이 들썩였다. 남자가 매만지는 턱에는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근처에 멧돼지는 잘 나오지 않을 텐데? 심지어 요새는 먹을 것도 많아.”


“진짜예요! 그것 때문에 이렇게 다쳤는데!”


믹은 남자의 불신에 억울함이 치솟아 자신의 팔을 남자에게 들이 대었다. 어린아이답게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에요? 이 근처 뒷산에서 내가 모르는 장소는 없는데. 아저씨가 여기 주인이에요?”


남자는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웃는 게 아니었다. 그런 표정은 남을 위협할 때나 쓰인다. 그는 두꺼운 팔에 적합한 손을 흔들어 믹을 지척으로 불렀다. 믹은 쭈뼛거리면서도 그 남자에게 다가 갔다. 남자는 대수롭지 않는 동작으로 믹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믹은 아팠다.


“형이라고 불러라.”


“네! 형.”


이럴 때는 웃는 낮이 제일이다. 믹은 웃었다. 남자는 제법 만복한 얼굴로 믹이 몸에서 손을 때었다.


“제법 여기저기 다쳤구나. 멧돼지한테 쫓겼단 것은 믿어주지. 아홉 살 주제에 아홉수라니.”


“제가 아홉 살인 건 어떻게 알아요?”


남자는 턱을 만지기만 했다. 믹은 그를 신용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남자는 소년과 눈을 마주치더니 한숨을 쉬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냐?”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 뒷산에서 모르는 것은 없다며?”


믹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곧장 밀시름에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반박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이상하다는 거죠?”


“이미 존재하는 것을 부정해도 이로울 것은 없지. 내가 멧돼지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네게도 이로울 게 없을 텐데.”


“······.”


믹은 다시 입을 다물어야 했다. 믹의 반항에 찬 눈동자에 남자는 침착하게 대꾸해 주었다. 친절하지는 않았다.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안다고 하면, 이 산의 이름이 뭔지는 아냐?”


“산이 이름 같은 게 어디 있어요?”


“이 산 아래의 마을은 무당이 유명할 텐데. 무당이 이름 없는 산 근처에 산다고는 들어보지 못했다.”


여긴 내가 사는 곳이다.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믹은 혹시라도 본적이 있을까 싶어서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이렇게 튼튼한 몸의 남자는 본적이 없었다.


“그래. 너 부적 같은 거 가지고 있나?”


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뒤는게 가달았다.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 만 같은 태도였다. 어제, 멀게만 느껴지는 어제 바이스 가문의 것을 받았다.


“예. 있어요.”


“어쩌다가 그것을 받았는지 말해 보거라.”


막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부적을 어쩌다가 받았던가. 에델의 집에 방분한 덕이겠지. 눈앞의 남자는 그런 대답을 바라는 것 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믹은 멍하니, 집안의 가보와 소를 잡았던 이야기가지 술술 불어버리고 있었다. 후일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믹은 여기까지 오지 직전 벌어졌던 강바닥의 싸움을 이야기했다.


“그렇구나. 그 망치의 실물을 한번 보고 싶을 지경이구나.”


믹은 남자의 팔뚝을 보았다. 믹이 아는 가장 강한 무사는 흑귀단이다. 흑귀단도 저런 몸을 갖추지는 못하였다. 믹은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거렸다.


“아저씨도 기어 같은 거 가지고 있어요?”


“그런 건 세상에 전혀 쓸모 있는 물건이 아니야. 너같이 불운한 꼬마에게는 더더욱.”


“저는 하나도 불운하지 않아요.”


믹은 제법 단호하게 말은 이었다. 남자는 그 단단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내가 사과를 하지. 받아주겠나?”


아직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사과는 전혀 석연치 않았다. 그래도 믹은 남의 집을 멋대로 들어가려고 했던 일을 떠올린 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그래 고맙구나.”


하지만 기어에 대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믹은 남자에게 물었다.


“하지만 기어는 좋잖아요. 친구 집에 가면 기어로 밤에도 불을 밝힐 수 있다고요?”


“그딴 것 초로 충분하지. 그, 너를 공격했다는 친구도 아마 집에 무기로 쓰이는 기어를 가지고 있었을 거다.”


믹은 입을 다물었다. 싸움의 긴장과 함께 찾아오는 자신의 갈증을 믹은 부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믹의 생각은 여전히 달리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는 살럿 같이 행동하지 않아요.”


“네 기어는 너희 집안의 물건이지 않느냐. 네 아버지가 그걸 바라지 않았고. 넌 그래도 착한 아들이지 않느냐.”


대화의 도중에 두 사람은 마루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기분 좋은 그들이 지고, 서늘함은 곧 다가오는 여름이 마지막으로 내리는 자비 같았다. 그 자비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열기에는 충분했다.


“죽이는 일이 나쁘다는 것도 이해를 못하겠어요. 살럿같은 놈은 죽어도 싸잖아요.”


“생명을 거두는 일은······. 기꺼운 게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먹이기 위해 소를 잡는 일은 전쟁터의 기사보다 낫다. 이 형은 그렇게 생각한다.”


믹은 볼이 부풀어 있었다.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상생이 정말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면,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라. 지금 네가 죽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믹을 말을 잊었다. 멧돼지에게 쫒기기 시작했을 때도. 살럿에게 죽음을 협박했을 때도. 이거보다는 싱거운 일이었다.


“저는 뭔가를 이유 없이 죽이고 싶어 하는 게 아니에요. 기어를 잡으면, 나는 이런 걸 할 수 있는 인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단순한 백정의 아들이 아니고. 우리의 집안도 단순한 백정의 집안이 아니라고.”


그래도 믹은 말했다. 그런 오해는 싫었다. 어린아이다운 마음인지, 벌써 이 남자를 존경하게 되었는지는 훗날이 되면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 너에겐 그게 좋겠구나. 기어가 없이도. 뭔가 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으면 좋지.”


남자는 자신의 투박한 손을 내밀었다. “한방 제대로 갈겨봐라.”


“예?”


믹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주먹을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었던 탓이다.


“제대로 한방을 먹이면, 기어 없이. 기어 따위나 쓰는 흑귀단보다 강한 인간이 되게 해주지.”


“흑귀단보다 강하게요?”


“그럼 기어도 원래 인간의 힘이다.”


남자는 자신의 손에 턱짓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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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어 17.05.09 49 0 12쪽
8 배움 17.05.08 34 0 18쪽
» 은둔자 17.05.05 51 0 14쪽
6 싸움의끝 17.05.04 56 0 13쪽
5 17.05.02 66 0 11쪽
4 에델 17.05.02 82 0 13쪽
3 어둠에 17.04.29 66 0 13쪽
2 이야기의 전에 +1 17.04.25 97 1 13쪽
1 배경이야기 +1 17.04.20 26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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