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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책장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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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부기
작품등록일 :
2017.04.20 13:35
최근연재일 :
2017.05.09 22:39
연재수 :
9 회
조회수 :
770
추천수 :
2
글자수 :
51,163

작성
17.04.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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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이야기의 전에

DUMMY

좁은 곳에 사람이 올망졸망 모여 있으니 할수 없는 노릇이긴 해도 덥다고 생각했다.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피워놓은 모닥불에서 멀찌감치 떨어졌는데도 옆에는 모르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이런 날에는 말이지. 밭일 일치감치 끝내놓고 개울에서 멱이나 감으면 좋겠는 데.”


지저분한 수염을 가진 남자였다. 자식이 있으면 이미 슬슬 시집, 장가갈 나이가 될 인간이었겠지.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옆에서 일지감치 밥그릇 물린 남자가 물었다.


“그렇지요? 마누라 말아주는 국수나 먹었으면.”


사내는 대조적일 정도로 턱이 매끈했다.


“마누라는 있고?”


“하루가 멀다고 전쟁터 나가다보니 잃어 버렸 수. 자식도 데리고 도망갈 것이지.”


“거짓말도 그럴 듯하게 해야지. 요새 같은 때 전쟁 치러본 적 없는 사내가 어딨다고. 물건이 잘려서 도망갔다 그러면 믿어주겠다.”


수염이 손에든 밥그릇을 던졌다. 넘어지지는 않고 질 나쁜 팽이처럼 바닥 위를 빙그르 돈다.


“본인 이야기? 목덜미가 곱다 싶드만?”


수염이 없는 사내가 웃었다. 모르는 사람이, 특히 내가 보면 이미 아는 사인가 싶을 정도로 허물이 없었다.


“내가 보쌈한 과부가 몇인데 그러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누가 믿을 줄 알고. 안 그래요?”


두 남자가 옆에서 실실 웃고 있는 나에게 화제를 돌렸다.


“무슨 말씀이 십니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대답을 가볍게 무시하듯 수염을 쓰다듬은 남자가 묻는다.


“젊어 보이는데.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턱이 매끈한 사내가 말했다.


“아따 끄덕이지만 말고 말도 붙이고 그러요. 같이 끌려온 신세에 친해야 죽으면 시체라도 거둬주고 그러지. 지겹잖수.”


“그렇습니까.”


“거 말씨 들어보니까 여기 사람은 아인 거 같은디. 어디 촌놈이요? 저기 남쪽 말씨인데.”


이번에는 대답을 들어야 하겠다는 듯이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쌈지에서 담뱃대를 꺼내는 것이다. 나는 자기 직전가지 벗으면 안 되는 갑옷이 답답해서 자세를 고쳤다.


“출신이야 저도 여기입니다. 어렸을 때 전쟁통에 부모를 여의고 여기 저기 떠돌다가. 호적이 남아서 징집되어온 겁니다.”


“어이구 그러면 원래 농사는 짓고 있고?”


“소작 하려다가 호적이 들켜서 끌려왔는데요. 뭘, 고아주제에 욕심이 컸지요.”


수염 난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참 딱하다만 그쪽도 딱하요.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소. 이쪽 공작령이 질 전쟁은 안해. 살아만 돌아가가 같이 농사나 함지어봅시다.”


“예 저도 그리 알고 있습니다. 아니면 혜택도 못 받은 영지 같은 거 진장에 도망쳐 산적 패나 들어 갔을겁니다.”


“예끼 사람이 그라면 쓰나.” 수염이 없는 남자가 담뱃대를 건네받았다. “전쟁도 안 치른 애물단지를 산적이 용케 건네받으려고.”


그것도 그렇네요. 나는 겸연쩍게 웃었다. 기침하며 건네는 담뱃대를 거절하는데 둥, 둥. 하는 북소리가 들렸다. 여기저기서 도란도란 들리던 말소리가 멎었다. 다들 메마른 표정으로 귀에들리는 소리를 보려하고 있었다.


“아 거참 참호 판지 얼마나 되었다고 개시하게 생겼누.”


수염 난 남자가 담뱃대를 뒤집어 탁하고 털었다. 낮을 뿔피리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개전의 신호다. 엉성한 신신은 발로 불을 밟아 끈 다음 천막으로 들어가며 나를 불렀다.


“거기 나 갑옷 걸치는 것 좀 도와주시오. 안 벗고 있었던 것이 잘된 노릇이네.”


“이 놈들! 빨리 움직이지 못해?”


내가 수염의 등 쪽 갑옷 끈을 조이는데 불호령이 떨어졌다.


“예! 갑니데······. 아이고! 좀 살살 하소. 무슨 끈으로 사람 조여 죽일 일 있나?”


“이 무겁기만 한 갑옷이 효과가 있습니까?”


“당연히 별로 없지비. 근데 눈먼 화살 안 맞을 순 있어. 곧 봐봐 상대편 놈들은 옷고름에 나무판 매어놓은 것 갑옷이라 그러니까.”




북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 같이 있던 남자들의 페이스에 집결지에 도착한 우리들은 적당히 후미의 중간 쪽에 서 서게 되었다. 이곳이 눈먼 칼이든 활이든 얻어맞지 않을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난 그런 소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상대방의 군대가 대오를 맞춰 걸어오는 게 무수한 어깨너머로 보였다. 어쩐지 땅이 울리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어색한 창을 손에 꾹 쥐었다.


텅!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커다란 북소리가 들렸다. 적군이 사기진작을 위해서 울리는 북소리일까.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 참호를 지을 때 삽을 지고 소리만 지르던 백인대장이었다. 플레이트를 입자 그럴듯한 장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적은 멍청한 놈들이다! 야습에 북소리를 울리고 있지 않나. 몇 번인가. 전투를 경험한 적이 있는 병들은 알 것이다. 승리는 원래 우리의 군에······.”


쿵! 북소리가 더욱더 커졌다. 어쩐지 발밑이 불안한 것이 나 혼자만의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화 함게 있던 배태랑 두 남자도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쿵! 이제는 북소리가 귓전에서 울려도 이렇게 커다랗가 싶었다.


나는 발 돋움을 했다. 백인대장이 말을 멈추고 뒤를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퉁! 하고 북소리가 이는데, 옆의 진영에서 빛, 열, 소리가 커다랗게 울렸다. 삽시간에 시체타는 냄새가 울렸다. 나는 좌우를 두리번 거리기만 했는데, 주위가 묘하게 밝다는 사실을 간신히 인지할수 있었다.


새벽빛처럼 음울하고 어슴프레한 빛이 진군하는 적군을 들러싸고 있었다.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마법이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뭐라고? 긴장에서 터지는 고함 질문은 수십 개가 터져 올랐지만 대답하는 소리는 없었다. 백인대장이 뒤를 돌았다.


“침작해라 이것은······. 이것은 그래, 눈속임이다! 마법이 존재할 리가 없다!”


하고 자신을 말을 끝낸 백인대장의 배에 광체가 솟았다. 빛을 에워싸고 있는 칼날이 그의 배에서 솟구친 것이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백인대장의 몸에는 풀 플레이트가 입혀져 있을 텐데.


바로 옆에서 비명이 울렸다. 거기에 수염이 있단 사실을 떠올린 나는 확급히 고개를 꺾었다. 나의 옆엔 본적이 없는 인간이 한 사람 더 있었다. 간소란 여행자용 검은 두르마기를 입은 남자였는데, 가슴 앞에 두툼판 나무판자를 덧댄 모습이 어딘가 가슴에 걸렸다.


그의 손에 들린 짧은 칼이 수염의 몸통을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기이한 눈동자였다. 몸을 감싸는 푸른빛의 근원이 그 남자의 양 눈 같았다. 웃고 있는 그 눈동자를 보고 찰나에 내가 간신히 느껴낸 것은······ 광기.


나는 손에든 창을 막대기 삼아서 양손으로 휘둘렀다. 남자는 수염의 몸에 발바닥을 대고 칼을뽑았다. 흉수가 몸을 빙글 돌리자 반 토막 난 창이 세 자루 정도 허공에 떠올랐다. 그에게 공격을 감행한 용자가 나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나는 촉이 날아간 창의 막대를 집어 던졌다. 빙글 회전한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칼만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내게 등을 보인 남자는 바닥을 박차고 일어서며 창을 잃은 병사의 목을 취했다.


“히익.”


모두가 전의를 잃었다. 두 세 발짝 물러나려 애쓰지만 대열의 사이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서서 두 주먹을 말아 쥐었다. 흉수와 눈이 마주쳤다.


“이야? 너 강한 가봐 그렇지?”


흉수는 자신의 칼과 방패를 부딫혔다. 쨍하는 날카로운 소리에 내가 인상을 쓰자 곧바로 검을 휘둘러서 내 관자놀이를 배었다. 그 남자의 검격이 그리는 호의 정중앙에 내 머리가 있었다.


그 덕에 머리를 뒤로 젖혀 피할 수가 있었다. 남자가 침착하게 한 발짝만 접근해서 허리 쪽을 배었으면 같은 편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나는 하반신과 상반신이 분리 되었을 것이다. 와, 거리가 나쁜데, 나는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시끄러워 닥쳐!”


나는 소리쳤다. 곧바로 흉수가 검을 휘둘렀다. 나는 바닥을 박찼다.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던 나는 그것조차 불가능해 허리를 배였다. 남자의 동작은 갑옷을 베어머릴 만큼 위력이 있는 대신에 컸다. 그의 등판이 내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주먹을 날린다. 성공하면 건틀릿을 낀 쇠주먹을 그의 목 줄기에 처박을 수 있었다.


실패할 리가 없이 빈틈을 찔렀고, 실패했다. 그 남자의 동작은 엉상한데다. 위력적이고. 빨랐다. 그 자세에서 무슨 짓을 하면 내 오른 손을 밸 수 있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오른손에 피와 통증이 솟구쳤다. 그리고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 짜증도 함께 솟구쳤다.


“하하하! 멍청한 놈. 상대방은 마법으로 강화되어있다! 정신을 차리고 덤벼!”


“알고 있으니까. 닥치라니까!”


“상대방의 검술이 지금보다 반만 정교했으면 팔이 날아갔을 거다!”


“그것도 알아!”


나는 상처 난 오른 손을 내밀었다. 왼발을 뒤쪽으로 집어넣었다.


“뭘 안다는 거냐! 그럼 저자를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지? 너에게 왼손으로 결정타를 넣을 실력이 있나?”


머릿속에서 짖어대지 않아도 정신이 없다고! 주변에서 질러대는 죽음을 향한 단발마. 북소리가 터트리는 열기와 빛. 죽음이란 놈이 내 목덜미에 침을 흘리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나는 최대한 모든 것을 무시했다. 당장에 실력을 갖추지 못한 것을, 잘못된 판단을 이미 해버린 것이다. 오른팔이 없어진 것보다는 낫다. 마음을 비우지 못하면 당황하다 죽을 뿐이다.


‘친해져야 시체라도 걷어주지.’


내 시체를 걷어줄 인간마저 없다. 쿵! 나는 내 앞의 땅 다지듯이 발을 구른다. 나는 눈앞의 인간이 곰이라고 생각했다. 엉성한 움직임을 완전히 커버하는 압도적인 신체능력. 인간을 생대 하는 방식보다 그게 맞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주 무기-오른손-을 잃어버린 내가 단 한 타이밍 앞지를 방법이 있었다.


발을 구른 힘이 내 허리 쪽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몸에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갔으면 안된다. 그 힘을 그대로 받아들여 방향만을 전환해야 한다. 그래도 자세가 무너지면 안 된다. 진각의 에너지를 이용한 일격필살의 수. 지금의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이었다.


평소라면 두 세번 가늠해보고 질러야할 일격이었으나.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다. 망가진 오른손으로 시도하면 왼손보다는 성공률이 높다.


“머저리 같은 놈 목숨을 버릴 셈이냐?”


무릎에 충격이 일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 있어 힘의 반절을 무릎으로 잡아먹어버린 것이다. 몸속을 저미는 힘에 의해 놀란 오감이 사위를 천천하게 한다. 어깨를 뽑아버릴 듯이 검을 젖힌 남자의 모습이 눈에 비쳤다. 이대로라면 이쪽도 나도 죽는다. 원래가 동귀어진의 수다.


나는 그의 몸에 주먹을 먹이고 칼을 맞는 대신에 칼을 쥔 남자의 손에 직선으로 주먹을 날렸다.


맛이 가 버린 무릎으로 바닥을 디디고, 대지와 직선으로 뻗은 힘을 다시 한 번 직각으로 꺾었다. 한 왼손을 솟구쳐 올려 남자의 턱에 한방을 먹일 수 있었다.


“죽어!”


으적! 생명이 사그라드는 촉감이 쇠로된 건틀릿을 넘어서 타고 올랐다. 전투를 마친 나는 손가락 하나 꼼짝할 힘도 없었다. 쾅! 쾅! 여전히 북소리처럼 들리는 포격이 귓전을 울린다.


으악!


바로 코앞에서 빛을 흘리는 남자의 손에 아마도 전우일 남자가 베여서 쓰러졌다. 적은 쉬질 않았다. 그저 죽음만을 바라는 것 같았다. 저 힘은 몸뿐만이 아니라 졍신도 강화하는 종류일 것이다. 술자의 입맛대로.


“멍청한 놈. 이제 어쩔테냐?”


“어쩌긴 어째. 도와줘."


내가 말하는 사이 검이, 죽음이 눈앞에다가 왔다. 피하려고 마음먹고 움직인 몸이 무너져버린다. 하늘이 보이는데, 나의 뒹뒤에서더 칼이 한자루 날아오고 있었다. 차라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몇 초정도 생명을 연장시킨 모양이었다.


“······어째서지?”


“개소리 말고! 전쟁터 바닥에서 사라지고 싶냐!”


우뚝 나의 몸이 일어서는 게 느껴진다. 마치 조종 당하는 감각으로. 부서진 몸이 나의 의지를 한 단계 강화시켜 받아들인다. 나의 앞뒤로 쇄도 하는 죽음을 양팔로 받아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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