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소설의 부족한 글쓴이 배현입니다.
노예병 크로스는 213화 완결로 나름의 결말을 짓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크로스를 아껴주신 분들, 도중에 하차하신 분들, 아직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 올리겠습니다.
저는 약 한 달간의 준비 끝에 다음 차기작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 쓰는 글도 여러분께 읽힐만한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아래는 제 잡담입니다---
완결입니다. 완결을 지으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이 글을 얼마나 쓰고 싶었는데 지금 제 심정은 기쁘다기보다 얼떨떨하네요.
특히나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완결이 다가왔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은 독자님들의 반응 때문에 너무 급한 완결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저 결말은 크로스를 처음 마적단의 노예로 그릴 때부터 생각해놓은 장면이었습니다. 오히려 연재도중 어떻게 하면 저 장면으로 이끌 수 있나, 고민할 정도였으니까요. 크로스가 더는 노예병이 아니게 된 순간 이 이야기는 닫을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을 이뤘으니, 시원섭섭하네요.
완결까지 완만하게 하강하는 연착륙을 하고 싶었지만, 제 역량이 부족해서 놀라신 독자 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완결 직전의 화에도 전혀 완결을 예상하지 못하시는 듯한, 평온한 댓글들을 보며 저는 지금도 죄책감에 빠져 있습니다. 더 계속되었어야 할 세계를 제가 멸망시켜버린 건 아닌가 해서요. 모쪼록, 다음에 더 나은 실력으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몇 번 말씀드렸듯 이 소설이 제 첫 웹 소설이자 첫 장편입니다. 그전에 주로 쓰던 건 단편이었죠. 장르가 아닌 일반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배웠던 것들은 장르소설의 문법과는 많이 달랐고, 제 소설이 이 시장에서 읽을 만한 것이 되려면 편법을 부려야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읽힐만한 내용과 문체’가 아니라,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진 못하지만 몇몇 분들은 끝까지 좋아해줄만한 내용과 문체’로 적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최대한 리얼하게, 차분한 문체로 적는 것은 그나마 지금까지 제가 배웠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봐주셨습니다.
처음 이 소설은 유료연재를 생각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쓰는 도중에도 제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습니다.
시험 삼아 쓴 것이니만큼 제가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대로 쓰는 것이 맞는지, 독자가 유료로 보는 소설이니만큼 독자의 요구에 맞추는 것이 좋은지, 입장을 둘 중 하나로 좁혀야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독자 수 감소나 하차는 감수한다.’였습니다. 앞으로도 이 생각은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고, 다수의 독자만 만족하는 소설만 나온다면 나머지 분들이 쓸쓸하니까요.
단, 이번 소설이 조금 무거운 느낌의 소설이었다면 다음 편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아직 제가 무엇을 더 잘하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전 아직 시운전이 덜 끝났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를 좋아하는 만큼 전 잠룡전설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마 차기작과 차차기작의 분위기는 (무거움-가벼움-무거움-가벼움) 순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어떤 소설을 가장 잘 쓰는지 알아보는 과정입니다만, 그래서 이번 소설을 마음에 드셔 했던 분께는 다음 소설이 덜 마음에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럴땐 그 다음 소설을 눈여겨보시는 것이...
노예병 크로스에 좋은 부분이 있었다면 좋지 않은 부분도 있겠죠. 제 눈 곳곳엔 어색하거나, 없어도 될 만한 내용들이 굳이 들어간 것이 보입니다. 그것들이 빠지지 않은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거나, 분량이 조금 부족했거나 입니다. 하루에 한 편 이상 써야 하는 일의 특성상, 가끔은 소홀한 내용을 그대로 올려보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성할만한 부분입니다.
댓글 문제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댓글에 대댓글을 달았지만, 나중에는 점점 소홀히 되더라고요. 언젠가 한번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쓰는 도중 점점 댓글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되고, 전 화보다 더 많은 수의 댓글이 달리니 기쁨보다 두려움이 더 커지더라고요. 대댓글 하나 달면서도 혹시 곡해될만한 부분이 없나, 몇 번이고 확인하게 되고요. 결과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 말고는 대댓글에는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올려주신 댓글들은 전부 감사히 다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아직 회수하지 않은 떡밥이 남아있는 것 같다면, 맞게 보신 겁니다. 굳이 회수하지 않아도 될 떡밥들은 굳이 회수하려 애쓰지 않았습니다. 차기작은 아니더라도 차차기작쯤, 다시 이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때의 주인공은 크로스일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끔 풍문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물론 확정은 아닙니다.)
아래는 의도적으로 모티브를 따왔거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작품들의 목록입니다.
-[게임] 영웅전설 3, 4, 5 - 큰뱀의 등뼈라는 산맥 이름은 여기에서 따온 것입니다. 산맥으로 교류가 단절된 지역 등의 설정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만화] 히스토리에 - 노예 소년이 마케도니아의 서기관이 되는 내용입니다. 명작입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 - 중세 십자군과 이슬람군의 예루살렘 공방에 대한 우주명작 영화입니다. 낫띵 is 에브리띵입니다.
-[게임] 마운트 앤 블레이드 - 말 타고 칼질하는 게임입니다. 마문, 크레하크스 등 몇몇 이름이 그곳에서 왔습니다. 사실 이 소설의 최초 구상은 약탈자로 시작한 주인공이 점차 성장하며 군주에까지 오르는 내용이었습니다.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 칭왕자라는 단어는 ‘칭왕병자’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주명작입니다. 작가님 제발 소설 써주세요.
이상입니다. 굉장히 구구절절이 말을 하게 되네요. 하고픈 말이 더 많지만 이만 줄이겠습니다.
가능하면 다음 연참대전을 노려서 신작을 준비해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한 번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2017. 8. 5 부족한 글쓴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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