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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뇌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 강림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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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제마뇌검
작품등록일 :
2022.10.26 23:11
최근연재일 :
2023.04.10 22:35
연재수 :
1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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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3
추천수 :
874
글자수 :
941,928

작성
22.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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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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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글자
13쪽

새로운 여정 (1)

DUMMY

또르르~륵


또다시 흘러 내리는 땀방울.


‘가만있어 봐라? 방금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린 거야? 이건 또 천 년 넘게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색다른 소리일세?’


‘아니야! 아니야. 지금 그딴 게 무슨 상관이냐! 안 된다. 정신 차려라 비넌!’


신계 행정부 직원인 비넌은 눈썹 끝을 지나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 땀을 고개를 잠깐 돌리는 척하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닦아냈다. 그리고 흔들리고 있는 동공을 진정시키며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상대는 요계와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백야단의 단장이자 전쟁 영웅인 홍용기. 하지만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불과하다. 내가 고작 행정부 직원이지만 그래도 신이라는 월등한 존재인데 이 정도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암! 안되고 말고.’


비넌은 다시 한 번 눈에 힘을 주며 부릅떴다.


“큼...이번에는 양식에 맞춰 제대로 작성한 것 같긴 하네.”


그는 목소리를 깔고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목소리를 너무 깔아 기침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지만 그런 약한 모습 따위는 보일 수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참아냈고, 그걸 참아낸 자신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나도 신이라고!’


“아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그럼 접수 좀 잘 부탁 드릴게요.”


하지만 완벽했다고 생각한 비넌의 표정과 목소리 연기에 용기는 별 반응 없이 그냥 짧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손을 흔들더니, 뒤로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재수없는 인간의 뒷모습을 계속 매섭게 노려보던 비넌은 그가 코너를 돌아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전신에 힘을 풀며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하...후~우...”


비넌은 자신의 모든 세포를 강하게 억누르던 긴장감이 쓰나미처럼 몸 밖으로 밀려 나가자 갑자기 전신에 힘이 빠지며 자신의 몸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보고를!”


그는 용기에게 받아든 서류 뭉치를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



“뭐라고?! 아니 이 자식이 이제는 간덩이가 아예 배 밖으로 나왔나?! 이 자식 어디로 갔어?!”


가브리엘은 비넌에게 건네받은 서류 뭉치를 들고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요계와의 전쟁 중에 신계 최고위원회는 총 4명의 구성원 중에서 세 명이나 잃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최고위원들을 선출해야 됐는데, 신계 1군단의 군단장 직책에 있던 가브리엘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어 비어있던 신계 최고위원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 신계 최상급 위치에 있는 그녀를 화나게 만들 수 있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물론 전쟁 이후의 수습과 관련해서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에 짜증나는 일은 많았지만 그녀가 화를 못참고 자리를 박차고 나올 정도라니?


그러나 정작 가브리엘의 분노를 자초한 당사자인 용기는 느긋하게 산타클로스의 작품을 살펴보며 감상평을 내놓고 있는 중이었다.


“음...디자인은 어마무시하게 특이하네요.”


용기는 ‘이상하네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특이하다 라고 단어를 바꿔 말했다.


“모양이 무슨 상관인가? 성능만 괜찮으면 되었지. 하하하.”


신계 군수품 개발 단장인 산타클로스는 이번에 자신이 개발한 ‘기공 기관포’의 뚜껑을 두드리며 호탕하게 답했다.


‘기공 기관포’ 는 요계와의 전쟁에서 인간들이 사용했던 M61 벌컨포의 활약을 계기로 '비슷한 무기를 신계도 개발하자' 라는 취지에서 제작되었다. 물론 작동 자체는 화약이 아닌 두 개의 상충되는 기운을 내부에서 충돌시켜 그 힘으로 발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용기는 자신이 코흘리개 시절 보았던 군고구마 통과 뻥튀기 기계 두 개를 섞어 놓은 듯한 이 기공 기관포의 황당한 외부 디자인에 쉽게 믿음이 가지는 않고 있었다.


“그렇죠. 그럼 일단 성능을—”


“야! 홍용기!”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가 용기의 말을 끊고 그와 산타클로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 가브리엘 님.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어쭈구리? 이 당당한 표정은 뭐지? 능청스럽게 보이기 위한 표정 연기인가?”


“뭐가요?”


“바로 이거! 네가 한 짓이 안 보이냐?!”


가브리엘이 손에 들린 서류 뭉치를 용기의 코앞에 들이 밀었다.


“아...이게 왜요? 신계 서류 양식에 잘 맞춰서 작성했는데요?”


“이 자식이 지금 그게 말이라고!”


가브리엘은 한 손을 들어올려 용기의 대갈통을 한 대 쥐어 박을려다 일단 심호흡을 하며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야 이 자식아. 감히 신계를 고소해?! 고소장의 제목도 가관이야. 뭐? ‘인간계에 입은 피해 복구를 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그리고 1차 피해 보상으로 금괴 10만개? 어이가 없어 돌아가실 지경이다 이놈아!”


용기는 신계 행정부에 인간계를 대표해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 적힌 사유는 간단했다. 신계가 미리 움직이지 않고 인간계를 방치하는 틈에 요계의 침공이 이루어져 인간계가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되었음으로 그에 대한 적당한 피해 보상을 하라는 것.


그리고 1차 피해 보상으로 금괴를 달라고 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첫번째로 요계의 침공으로 인간계는 70%에 달하는 인구를 잃고, 모든 국가들이 아직도 대공황 상태였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당연히 화폐의 가치는 곤두박질치다 못해 아예 아무도 신뢰하지 못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고, 심지어 종이 화폐는 아예 불쏘시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실물 경제는 대부분 물품 교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최근에 살아남은 소수의 정부들과 새로 생겨나는 각국의 신정부들이 함께 의견을 모아 금과 은을 사용한 화폐 통일화를 시도해 시장 안정과 발전을 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일반 시장에서도 점점 금과 은을 화폐로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지역별로 그 가치가 천차만별이었기에 금과 은으로 기존의 화폐를 대체 사용하는 방식도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했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양의 금이 당분간 인간들의 경제 활동에 쓰이게 될 것이라는 건 기정 사실이었기에 용기가 이걸 신계에게 청구한 것이었다.


“신계에 많이 남아 돈다고 하던데요? 그거 좀 나눠 주시면 안 돼요?”


그리고 이게 두번째 이유였다.


신계에서도 금이 나온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하지만 신계는 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원래 화폐라는 것이 없는 세상이니 금을 예술품 공예 작업에 사용하지 않는 한 쓸 일이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우화등선하는 선인들을 통해 인간계에서 금괴라는 것이 아주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알게 된 신계는 금을 채굴하여 금괴로 만들어 놓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왜냐고? 최근에 있었던 요계와의 전쟁 이전에는 다른 세상들과 차단된 채 영겁의 시간을 살아가던 그들이 뭔 할 일이 그리 많았겠는가? 그냥 금을 채굴하고 예쁘게 금괴로 만들어 놓는 작업을 하며 그냥 무료함을 달랠 뿐이었다.


“지금 금괴 10만개가 아까워서 내가 이러는 것처럼 보이냐?! 그게 문제가 아니고 절차가 문제지 임마!”


“그러니까, 그 절차와 양식에 맞춰 고소장을 잘 제출 했잖아요?”


“시끄러!”


가브리엘이 고함을 지르자 용기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 둘 사이에 흐르는 정적.


‘아마도 자존심의 문제겠지. 훗.’


용기는 가브리엘이 왜 저리 화를 내는지 알고 있었다. 단지 시치미를 떼고 있을 뿐.


일단 '인간이 신을 고소했다' 라는 부분부터 일단 신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부분이었다. 신들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인간들을 자신들보다 하등한 존재라고 여기고 살아왔으니.


그런데다가 신들이 그 고소장을 받아들여 피해 보상으로 금괴를 진짜 내어주기라도 한다면 신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역시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는 상황이 되므로 절대로 피하고 싶은 부분일 터였다.


“일단 고려는 해봄세.”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신계 최고위원회의 수장인 조하너스 신이 서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절대 안됩니다!”


가브리엘이 당혹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소리쳤다.


“가브리엘. 자네는 일단 나를 따라오게. 용기 자네는 바로 인간계로 돌아가지 말고 하루 정도 더 머물수 있겠는가?”


“아...네. 그러죠 뭐.”


용기는 조하너스의 등장으로 가브리엘에게 또다시 멱살 잡히는 일을 겪게 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는 조하너스의 등을 향해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부님...’


자신을 강제로 현경의 경지에 올려놓고 조하너스 신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를 구하기까지 했던 자신의 스승 달마.


그의 그런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용기도 그리고 조하너스도 살 수 있었고, 심지어 마계의 하데스까지 물러나게 만들었다.


용기는 조하너스 신의 영혼 속에서 머물고 있을 달마의 영혼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몇 번이나 조하너스를 조용히 찾아가 대화를 부탁했지만, 조하너스에게서는 매번 ‘달마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네. 조금 더 기다려보게나’ 라는 답변만 들려왔다.


어찌되었든 가브리엘의 분노를 일단 무사히 넘긴 용기는 산타클로스의 요청으로 기공 기관포의 성능 테스트를 지켜본 후, 그 상당한 위력에 엄지척을 해 보이고는 그곳을 나와 예전 신계 본관 건물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달마가 용기의 신체를 이용해 하데스에게 날린 ‘염체기천도’로 인해 기존의 신계 본관은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었고, 지금은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물론 ‘복구’ 라는 표현보다는 ‘새로 짓고 있다’ 라는 표현이 좀 더 잘 어울렸지만.


그래도 본관이 위치한 언덕 하단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시간의 숲’ 복구 작업은 얼마전에 모두 완료가 되어 있었고, 벌써 첫번째 손님들이 그 장소 이용을 위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그게 용기의 딸과 백음 스승이라는 게 특이 사항이긴 했지만.


“유나는 잘하고 있으려나?”


그의 딸 유나는 요계와의 전쟁 막바지에 등장한 마계의 하데스와 마족들에게 달마가 당할 당시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음을 꽤나 분개해 하였다.


그래서 그 아이는 이제 친할머니처럼 친한 관계가 된 용기의 스승인 백음 선인에게 수련을 받기를 스스로 요청했다.


물론 백음도 유나의 요청에 대환영이었다.


그녀도 달마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던 것은 마찬가지였고, 앞으로 있을 마계와의 전쟁에서 자신이 그토록 친손녀처럼 아끼는 유나가 자신의 몸 하나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를 원했음으로.


그렇게 백음과 유나, 그 둘은 시간의 숲으로 무공 수련을 위해 들어갔다.


백음의 말로는 대략 5년 정도의 수련 기간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의 숲 내부의 시간이 바깥 세상의 시간보다 365배 늦게 흘러가니, 바깥 세상의 시간으로 대략 5일 정도 그곳에서 수련을 하는 셈이었다.


“근데 이번에 유나가 나오면 나이가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야?”


용기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세기 시작했지만 중간에 막혀 버렸다.


요계와의 전쟁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었을 당시 9살이던 유나는 그동안에 시간의 숲을 야전용으로 펼쳐낸 ‘천시연현술’ 진 내부에서 보낸 시간이 꽤 되었기에 정확한 나이를 계산하기가 힘들었다.


“흠...대충 15에서 16세 정도 되는 것 같은데...젠장! 모르겠다! 저기서 정확히 언제 나오는지도 모르고.”


이제는 딸의 나이도 기억을 못하는 무정하고 못된 아빠라는 욕을 쳐먹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용기는 발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


신계와 선계는 요계와의 전쟁 후 수습 문제로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마계와의 전쟁 준비로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도 간만에 여기로 올라왔으니 남는 시간에 바쁘신 다른 스승님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일단 선계로 가볼 작정이었다.


작가의말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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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에필로그 (2) 23.04.05 87 2 13쪽
161 에필로그 (1) 23.04.04 8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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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운명의 결전 (5) 23.04.01 84 2 12쪽
157 운명의 결전 (4) 23.03.31 87 3 14쪽
156 운명의 결전 (3) 23.03.30 85 2 12쪽
155 운명의 결전 (2) 23.03.29 91 2 12쪽
154 운명의 결전 (1) 23.03.28 90 2 13쪽
153 인류의 성지를 위하여 23.03.27 89 3 14쪽
152 바르바토스 23.03.26 8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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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대한민국의 방어 전선 (1) 23.03.24 98 2 11쪽
149 신대륙 23.03.23 92 3 11쪽
148 새로운 세상 23.03.22 86 3 12쪽
147 나아가기 위한 선택 (3) 23.03.21 92 3 11쪽
146 나아가기 위한 선택 (2) 23.03.20 87 3 11쪽
145 나아가기 위한 선택 (1) 23.03.19 9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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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심연의 지배자 (1) 23.03.15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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