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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leaf 님의 서재입니다.

달빛이 비추는 등대 아래서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snowleaf
작품등록일 :
2019.07.19 16:16
최근연재일 :
2020.02.25 14:34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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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5
추천수 :
54
글자수 :
328,798

작성
19.07.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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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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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2. 하린

DUMMY

*


“괜찮겠지?”


“에이, 생선까지 줬는데 별일 있겠어?”


“아 씨,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면 곤란한데.”


하린은 혼자 걸으며 중얼거렸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오늘은 왠지 꼭 생선을 잡고 싶었다. 그녀에게 이것은 취미였다. 이런 차가운 바람과 바다는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것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조금 더 걸어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소나무 밑에서 그녀는 젖은 옷을 벗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겨울옷과 두터운 패딩을 입었다. 그리고 등대 뒷길의 산책로를 계속해 걸어 나갔다.


“오랜만이네?”


등대지기 아저씨였다.


“저번 주에도 왔었는데. 에이 보통 1주일에 한번 씩은 오는 거 아시면서.”


“그래? 일한다고 못 봤나보다. 오늘은 왜 빈손이야?”


“아···. 뭐.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준 거 잘 먹었어. 막 잡은 거라 신선하긴 하더라.”


“다음에 잡으면 또 드릴게요.”


등대지기와 하린은 평범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처음 보자마자 알았었다.


*


몇 년 전, 지금과 비슷한 시간 이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하린은 여름옷을 입고 있지도 않았고, 젖은 채도 아니었다. 하지만 등대지기가 그녀와 지나치는 순간 그는 그녀를 불렀다.


“저기, 학생.”


하린은 뒤돌아보며 대답했다.


“네?”


“다르구나?”


“예?”


하린은 순간 움찔했다.


“다른 사람이구나?”


어두운 밤. 그녀가 본 등대지기의 눈은 그렇게 또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 속에는 의심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것이라는 의심이.


‘이사람 뭐야. 어떻게 안 거야.’


그의 말과 눈빛이 순식간에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지?”


등대지기는 계속해 말을 했다.


“무슨 말하시는 거에요? 술 드셨어요?”


‘어떡하지?’


하린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우 날카롭게 변했다. 하지만 등대지기는 그녀가 그런 눈빛을 지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단 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와서 말해. 나 여기서 일하니까.”


그리고 등대지기는 무심하게 자신의 등대로 다시 들어갔다. 그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을 관통당한 것이 당황스러웠다.


*


그 후, 하린과 등대지기는 오며 가며 만났다. 그리고 그녀가 살면서 도움이 필요할 땐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곳에서 살면서 필요한 것들, 친구를 사귀는 것,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 등등.


“그런데 아저씨.”


“어, 왜?”


“아저씨는 왜 제가 뭔지 안 물어 보세요? 처음 만났을 때 다른 거 아셨잖아요.”


등대지기는 그녀의 질문에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같아.”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의 대답에 그녀도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볼게요.”


“그래, 다음엔 반찬거리 부탁할게.”


*


“오늘 개강 총회 뒤풀이 있다는데 올 거죠?”


하린이 민준을 보며 말했다.


“아, 저는 어···.”


“와요. 저는 2학기 때부터는 바빠질 것 같아서 마지막이라 가려고요. 편입해서 과에 친구도 많이 없을 텐데 와서 놀다 가요.”


“제가 데리고 갈게요.”


옆에 있던 예준이 말했다. 그의 대답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수아도 올 거지?”


“예. 선배님, 저도 갈게요.”


“그럼 수업 끝나고 보자.”


그녀는 말을 끝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선배가 직접 와서 인사까지 해주시고 웬일이래?”


“그러니까. 그 일 있고나서 그동안 선배들이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예준과 수아가 얘기했다.


‘나한테 원하는 게 있나. 왜 저러는 거야.’


민준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 하린이 자신에게 한 행동만 생각하고 있었다.


“서민준 때문인가?”


“얘? 얘가 왜?”


“얘가 너무 빤히 쳐다봐서 온 거 아니야? 기분 나빠서?”


“그런 거 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그리고 선배 빤히 쳐다본 게 얘뿐만 이겠냐? 그냥 뒤풀이에 사람 부르고 싶었나 보지 뭐.”


“하여튼 뒤풀이 가자. 선배 말대로 학과 사람들이랑 친해지면 학교생활도 재밌어 지고 좋지 뭐.”


민준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래. 가지 뭐. 재밌겠네.”


“그럼 수업마치고 학교 정문에서 보자. 야, 이예준 가자. 수업 시간 다 됐다.”


*


“아이고, 핏덩이들 이렇게 많다. 나도 저렇게 파릇파릇 할 때가 있었는데···.”


수아가 신입생들을 보며 말했다


학교 앞 술집 안에는 학과 신입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색함과 흥분이 동시에 흐르는 분위기였다.


“영재야!!!!!!”


예준이 술집 가운데에 서 있는 남자를 불렀다.


“어, 이예준 김수아 왔어? 야, 와줘서 고맙다.”


“아이 무슨, 학과 행산데 와야지. 우리 어디 앉으면 돼?”


수아가 대답했다.


“어···, 보자···. 고학번은 저기 안쪽에 앉으면 된다.”


그가 가리키는 손끝을 보니 이미 테이블 위에 술과 안주가 모두 준비가 되어있었다.


“근데··· 누구?”


영재는 민준을 보며 물었다.


“아! 인사해라, 여기는 편입생 서민준. 나하고 중학교 때부터 친구. 우리랑 동갑이야.”


“민준아, 여기는 우리 과 학회장 이영재.”


“아, 반가워요. 동갑이니까 말 놔도 되지? 친하게 지내자!”


‘와, 이사람 친화력 봐.’


“그래, 친하게 지내자.”


“그럼 재밌게 놀고! 나는 신입생들 살피러 간다.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


그들은 영재가 지정해준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옛날 얘기를 했다.


“고등학교 때 기억 나냐? 얘 전학 간다 했을 때 너 울었잖아.”


술이 좀 들어간 예준이 낄낄 거리며 말했다.


“와 씨, 어릴 때라 그랬다. 어릴 때라!”


수아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의 말에 반박했다.


“난 그때 네가 얘 좋아하는 줄 알았어. 눈물 콧물 질질 흘려가면서. 진짜 못생겼었는데 그때.”


“야, 씨. 내가 이말 안하려고 했는데 너도 쟤 가고 울었잖아. 안 우는 척 하는데 같잖지도 않더라. 진짜.”


“울었었냐? 너?”


민준이 예준을 보며 말했다.


“울기는! 그냥 아쉬움에 눈물 한 방울 난거지.”


“그게 운거야, 등신아!”


민준은 간만의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즐거웠다. 혼자라는 느낌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술집의 분위기도 들썩들썩 했고, 신입생들이 게임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런 분위기와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것도 좋았다. 같은 학과의 학생들과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했다.


서울에서 그는 군중속의 고독과 같았다. 그 일을 겪은 이후, 사람들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정을 주지 않으니 곁에 있던 사람들도 떠나갔다. 물론 새롭게 정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반복 할 뿐이었다.


그곳은 사람이 많았지만, 그 사람의 수만큼 마음은 외로웠다. 그래서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그는 지금 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그리고 잠시나마 그 사람을 얼른 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야, 술 다 떨어졌다. 좀 가져와.”


“어, 내가 가지고 올게.”


예준은 영재에게 다가가 말한 후 냉장고로 다가갔다.


“근데 너는 졸업하면 뭐 할 거야?”

수아가 민준에게 물었다.


“흠···.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슬슬 생각해봐야 하지 않아? 안 그래도 요즘 우리나라 취업난인데. 졸업하고 취업 못하는 사람이 한바가지라더라.”


“그럼 너는? 생각해 둔 거 있어?”


“나는 영어교사? 이번 학년까지만 성적 잘 받으면 2급은 학교에서 주니까. 임용 준비해서 시험 쳐볼까 하고.”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예준이 양손에 소주와 맥주를 들고 오며 말했다.


“그냥 졸업하고 뭐 할 건지. 너는 뭐 할 건데?”


‘따르륵’


예준이 소주 입구를 돌리며 말했다.


“나는 작가. 글 쓰고 싶어.”


“작가?”


“응,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영어는 별론데 문학성적은 괜찮잖아. 공부 할 때 재밌기도 하고 나랑 잘 맞기도 하고.”


‘뻥’


그는 병따개로 맥주를 따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습작 몇 개 써봤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해. 그래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하나 내면 멋지잖아?”


“그렇지.”


“너도 얼른 뭔가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지금부터 준비하면 재수 좋으면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수도 있으니까. 요즘 애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취업준비하고 그런다더라.”


수아가 민준을 보며 말했다. 그 사이 예준은 소맥 3잔을 만들어 각자의 앞에 돌렸다.


“무거운 얘기 그만하고 먹자!”


‘짠’


“원샷이다!”


“선배님 오셨어요!?”


셋이 잔을 비우는데 멀리서 영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린이 친구 두 명과 술집에 들어왔고 영재는 버선발로 하린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 학회장 고생이 많네.”


“아, 아닙니다. 선배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영재는 쑥스러워 하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술집 안의 신입생들이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하린과 친구들의 외모에 넋이 나가 한순간 술집이 조용해 졌다.


“선배님 어디 앉으시겠어요? 선배님 편하신데 앉으세요!”


그녀는 술집을 잠깐 둘러보더니 민준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보았다. 그리고 살짝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저기 앉을게. 저기 괜찮지?”


하린은 민준이 앉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녀의 친구들인 소영과 미진에게 말했다.


“응, 저기 앉자. 조용하고 좋을 것 같아.”


“수아랑 예준이도 있네. 괜찮겠다.”


“예, 선배님들 그럼 수저랑 잔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영재는 부리나케 뛰어다녔다. 얼마나 잽싼지 발밑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보였다.


하린은 민준의 맞은편에 앉았다.


“일찍 왔네요?”


그녀가 웃으며 민준에게 말했다.


“아, 네.”


“선배,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수아가 말했다.


“그래도 되나요?”


“아, 네. 그럼요.”


민준이 대답했다.


그사이 영재가 술잔과 수저를 가져왔다.


“선배님 필요 하신 거 있으면 불러주세요.”


“응, 고마워.”


하린이 웃으며 말하자 영재는 얼굴이 붉어졌다. 안 그래도 술 때문에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는데 하린이 더욱 불을 지핀 거 같았다.


영재는 다급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잔 할까?”


*


술을 마시는 내내 민준은 편하지 않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하린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는 않았다.


‘왜 나한테 접근하는 걸까.’


그의 마음속에는 의구심이 있었다.


“우리 4학년인데 애들한테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씩 돌려야 하는 거 아니야?”


소영이 말했다.


“그럴까? 그러자. 그럼”


하린이 그녀의 말에 대답한 후 여기저기 테이블을 옮겨 다니고 있는 영재를 손짓으로 불렀다.


“예, 선배님.”


영재는 부리나케 달려왔다.


“여기 있는 사람 총 몇 명이야?”


“보자, 1학년 40명에 재학생 20명 정도 하면 한 60명 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러세요?”


“애들 아이스크림 사주려고.”


“아닙니다. 선배님. 안 그러셔도 돼요.”


영재는 손사래를 쳤다.


“아냐, 사줘야 마음이 편해서 그래.”


하린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일어났다.


“그러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아니. 내가 갔다 올게. 민준아 같이 가자?”


그녀는 민준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영재는 순간 표정이 시무룩해 졌다.


‘아···. 왜 또 나야···.’


“아, 예.”


민준과 하린은 술집을 나와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지?”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그렇네요. 확실히 학기 초라 그런지.”


그들이 걷는 길은 학생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술에 취해 길에서 비틀거리고, 모든 술집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마치 벌써부터 축제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맞지? 그 등대에서?”


그녀가 먼저 민준에게 물었다.


“아···. 네.”


“말했니?”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아뇨. 아무한테도.”


“그래?”


“네.”


민준은 대답을 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것을 모르고 몇 발자국 가던 하린은 뒤돌아서 그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걱정 안하셔도 되요. 저번에 말했다시피 그렇게 가벼운 스타일도 아니고 저.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한테 그렇게 큰 관심도 없어서.”


민준은 하린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린도 그를 쳐다봤다.


“저도 이상하게 생각 안하고 있고, 그냥 선배가 특별한 취미가 있구나. 정도니까.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민준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하린에게는 새로웠다. 신선하게 다가왔고 재밌었다.


그녀의 본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녀에게 늘 호의적이었고, 관심이 많았다. 외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본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대다수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관심이 많았다. 자신과는 다르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음···. 그래. 알겠어.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


그녀는 다시 몸을 가던 길 방향으로 돌렸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몇 발자국 걷다 자신이 웃고 있다는 걸 눈치 챘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 자신이 웃고 있는지 몰랐다.


작가의말

관심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태풍이 오고있는데 다들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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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산책 19.07.21 4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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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민영 19.07.19 3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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