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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연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가짜 아들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최재연
작품등록일 :
2023.08.16 21:35
최근연재일 :
2023.08.21 21:52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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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추천수 :
12
글자수 :
19,619

작성
23.08.21 21:52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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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6쪽

장례식

DUMMY

방을 되찾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브례른이 작은 심술을 부린 탓이다.

그 사이 시온은 백작가 이리저리 둘러볼 수 있었다.

아들로 인정받았다고 하니까 하인, 하녀들의 시선도 서서히 변했다.

잡음에 휘둘러 무시하고 욕하던 눈에서 현재는 경악과 놀라움 그리고 경계가 담긴 눈으로 변했다.

브례른 도련님이 잘못 안 게 아닐까? 이상한 술법으로 백작님을 구워삶은 거라고 헛소문도 돌았다.


저택을 둘러보던 시간은 시간에 맞춰 방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라일락이 오늘치 저녁을 들고왔다.

백작부인이 돌아가신 상태다. 함께 모여 하하, 호호 하며 저녁을 나눌 상태가 아니었다.


"좀 늦었죠?"

"아냐. 안 늦었어."


라일락이 음식을 내려놓았는데, 퍽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희멀건한 스프에 빵 한 덩어리 그리고 육포 한 조각.

백작가 저녁이라고 보기에는 한 없이 낮은 식단이었다.


"죄송해요. 식당에 이런 것 밖에 없더라고요."

"저녁도 늦었잖아.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하루도 안 됐어. 호화로운 식사는 미안하지."


반대로 이런 식사도 나쁘지 않았다.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식단이었으니까.

나는 빵을 뜯어 스프에 찍었다.

축축히 젖은 빵이 내 상태와 비슷했다.

힘도 없고 작은 충격에도 주저앉고.


'지쳤나?'


모르겠다.


***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집안 사람과 대면한 적이 없었다.

장례식이 언제 진행되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듣지 못했다.

물론 과거의 기억이 있기에 일정과 과정을 알고 있지만.


'과거가 바뀌었으니.'


장례식 일정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라일락을 제외한 하인은 방문하지도 않았다.

얼어붙은 성 내 분위기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피해다녔던 것.

그런 상황 속 시온은 라일락에게 자유로운 출입을 허락했다.


"누구십니까."


그 뜻은 노크한 이가 라일락이 아닌 것.

시온은 과거 자신이 썼던 일기를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오랜... 만이군."


마일드 백작가의 가주 카린느가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시온도 볼을 긁으며 몸을 피했다.

들어올 거면 들어오시라는 의미.


"그럼 잠시 실례하마."


카린느가 들어왔다.

그는 시온의 방을 유심히 살폈다.

마치 처음 들어와 모든 게 신기하다는 시선이다.


'하긴. 먼저 찾아온 적은 없었지.'


어릴 적 '시온'의 삶을 살았을 때의 방은 사라진지 오래다.

벽지가 바래고 장식품도 나이에 따라 변모했다.

과거의 흔적은 꼼꼼히 찾지 않는 한 보기 힘든 상태.


모든 게 어색하기만 할 거다.


"차는 없어요. 물 드시겠어요?"


시온은 물컵 2개와 주전자를 챙겼다.

라일락은 이리 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다.

딱히 시중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대기할 것도 없다고 한 바.

차를 부탁하기도 힘들었다.


"아니, 나는 괜찮다."

"그럼..."


다시 컵과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웬 일로 오신 거예요?"

"...장례식은 모레 진행될 거다. 이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하인을 보내도 됐습니다."


서로 좋은 관계도 아니고. 굳이 만날 것도 없었다.

이대로 대면대면하다가 서로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시온은 그런 마음으로 첩거 생활에 들어갔으니까.


"그래도 가족이니까. 직접 알리고 싶었다."


근데 참 모를 의미가. 진짜...


***


이틀이 지나고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꽤나 다급하고 진행된 장례식은 조용하기만 했다.

라일락에게 듣기로는 가까운 친인만 부르고 작게 진행한다고 했다.

장례 행사는 전생과 다릴 바 없었다.


막내 아들을 잃고, 그 일의 잘못을 자신에게 있다고 여긴 여인.

짧게나마 내 엄마가 되어 주신 분.

죽는 순간까지 날 진짜 아들로 여기신 분.

시온은 백작부인이 안치된 관을 물끄럼히 바라봤다.


"딱하군."


검은 상복을 입고 장례식을 조용히 지켜보던 끝에 내뱉은 말이다.

그녀의 슬픔을 중화 시켰으니, 난 잘못이 없는 걸까?

아니면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아 남들에게 소외감을 선사했으니 반대로 잘못이 있는 걸까?

생에 두 번째로 맞이하는 어머니의 장례식 나는 슬픈 걸까?


"시온님 발인을 한대요. 같이 가죠."

"그래."


장례식이 끝나고 짧은 추도문도 끝났다.

시온은 관문을 닫기 위해 발을 옮겼는데 아름다운 몸에 꽃과 함께 누워 있는 어머니.

이중 자신이 건넨 꽃이 그녀의 오른 빰 옆에 있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자리. 그렇다고 남들이 침입하지 않은 곳.


"애도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관님."


시온은 관 앞에 있던 신관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녀를 추도하기 위해 친히 방문해준 자.

어쩌면 내가 가짜라는 걸 뻔히 아는 자.

아들로서 감사를 표하니 신관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가이아 품에 들어가신 그녀는 새로운 삶을 받고 다시 태어날 겁니다.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으면 언젠간 만나겠지요."


신관 나름의 위로였지만 시온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들이 아니라 공감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신관이 했던 인연의 끈이라는 말이 쓰라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연의 끈 때문에 다시 더러운 인연으로 만날 게 아닐까?

시온 나름의 생각이지만 밝힐 수 없었다.

신관을 지나친 그는 조용히 관 뚜껑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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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 23.08.21 27 2 6쪽
5 아들이다 23.08.20 35 2 7쪽
4 아들이랑 거래 23.08.19 36 2 6쪽
3 이상한 분위기 23.08.18 41 2 5쪽
2 회귀하다 23.08.17 46 2 8쪽
1 잊을 수 없는 순간 23.08.16 6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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