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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연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가짜 아들은 회귀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최재연
작품등록일 :
2023.08.16 21:35
최근연재일 :
2023.08.21 21:52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44
추천수 :
12
글자수 :
19,619

작성
23.08.17 21:34
조회
45
추천
2
글자
8쪽

회귀하다

DUMMY

"끄응..."


시온은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몸이 물을 머금은 솜처럼 무거웠기에 일어나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뭐지? 주마등인가?'


분명 목이 잘리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주위 풍경은 자신이 어릴 때 살았던 방과 일치했다.

꽤 호화로운 방. 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은 벽지 색 등.


순간 역겨움에 구토감이 일어났다.


벌떡.


시온은 입을 막으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에 쓰레기통이 있었는데.

그는 입구에 입을 가져간 뒤 구토하기 바빴다.


우웨엑! 커헉.


한참을 뱉었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희멀근한 위액이 조금 나오더니 그게 끝.

이후로는 묘한 압박감이 가슴을 두들겼다.


털썩.


시온은 뒤로 들어누웠다.


"하, 하하. 분명 죽었는데."


10년을 넘는 세월 동안 진짜를 대신해서 살아갔다.

그러다 아버지가 진짜를 데리고 오시고, 난 이름과 방 그리고 모든 걸 빼앗기고 말았다.

절망감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지내도 된다는데.

평민처럼 살아온 '친아들'이 어색할 거라며, 친우로 함께 지내달라 했는데.


"하아... 다 때려치고 싶다."


그때를 회상한 시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양심이 있으면 하지 못할 부탁이었다.

그 결과는 파란이었다.

시온은 제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고, 그 결과 목이 잘랐다.


'분명 그럴건데.'


뭐지? 이 생생한 감각은?


"어머. 도련님 일어나셨어요?"


시온이 침대에서 헐떡이고 있는 중 한 젊은 하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시온에게 다가와 머리를 짚고 이런저런 말을 걸었는데, 시온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처음 도련님이라 부르던 호칭 때문에 몸이 굳은 것이다.

자신은 30살.

절대 도련님이라 불릴 인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름을 박탈당해 평민으로 추락했으니까.

시온은 손을 살짝 들어서 바라봤다.

젊은 시절처럼 탱탱했다.


"여긴 어디지?"

"기절하셔서 방에 모셨어요... 어제 일 기억 안 나세요?"


하녀는 전전긍긍한 지 발을 구르면서 물었지만 시온은 답하지 않고 눈알만 굴렸다.

하녀의 행동을 봤을 때,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기억상실이라고 하면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하나씩 설명해 주지 않을까?

하지만 기억상실은 여러 수법 중에서 하책이었다.


'이 얼굴...분명 내가 어렸을 때 둔 전속 하녀였어.'


"어머니는 어떻게 됐지?"


상황판단은 끝났다.

지금 시기가 언제인지 알아낼 방법으로는 시온의 어머니의 상태를 묻는 게 좋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이면 시온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들어날 시기였으니까.


"..."

"왜 대답이 없느냐 말이다!"


하녀는 답하지 않았고, 시온은 언성을 높여 훈계했다.

그러자 하녀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내가 첫 발견이었겠네."


마일드 백작가는 왕실에서도 큰 관심을 기울이던 영지였다.

서부의 방어막이라는 이름과 함께 검으로 유명했던 영지.

땅은 척박할지 몰라도, 험악한 산지로 둘러쌓인 형세라 천해의 요새라 불린 곳.

마지막으로 마일드 백작가는 긴 세월 변경의 위치를 지킨 명실상부 서부의 지배자나 다름 없는 가문이었다.

변경에 걸맞게 중립을 표명했지만, 지닌 힘이 강해 나름대로 복잡했던 영지였지.


"일단 알았으니, 나가 봐."

"도련님..."

"아프거나 그런 게 아니야.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꼭 이 라일락을 찾아주세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라일락? 다른 이가 아닌 꼭 자신을 찾으라는 말까지.

시온은 그제야 하녀의 이름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굶주림에 죽어가던 한 아이를 데리고 와 전속 하녀로 뒀었다.

그게 눈 앞의 여성이었다.

자신을 끝까지 보호했던 그의 유일한 편.


시온이 알겠다고 대충 답하자, 라일락은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 혼자 있게 된 시온.

그는 손톱을 뜯으며 낮게 읊조렸다.


"하, 이게 뭐야? 신의 장난? 하필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점으로... 과거로 온 거야?"


시온은... 아니, 다즈는 상심한 백작부인을 달래기 위해 데리고 온 가짜였다.

하지만 워낙에 몸이 약하던 백작부인은 일찍히 생을 달리하고.

그 임종을 다즈만이 지켜보았다.


이후 상황이 묘하게 꼬여갔다.

어머니 앞에서는 웃으며 챙겨주던 형들이 냉담하게 대우하고.

아버지는... 작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1년 뒤, 아버지는 나랑 비슷한 형색의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다.


"진짜 시온을..."


시온은 착잡한 마음에 짧게 혀를 찼다.

그 순간 어수선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안 됩니다. 브례른님. 이제 막 깨어났다고요."

"깨어났으면 됐지. 뭘 잘 했다고 지금까지 누워있어!"


문이 열리고 마일드 백작가의 차남 브례른이 들어섰다.

일찍히 검에 재능을 보이지 않아 행정을 맡은 둘째 형.

그는 시온을 보자 마치 더러운 쓰레기를 본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죄인의 자식이 태평하게 누워있네. 덕분에 우린 난리났지만 말이야."

"후우..."


일단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온의 기억과 한치도 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아니면 어머니의 죽음이 저 때문입니까?"


시온은 침대 이불을 들추고 일어났다.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넌! 그 자체로 위만이고 거짓이야... 대체 어머니한테 뭐라고 했기에!"


브례른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어렸던 시온은 갑작스레 변한 둘째 형의 행동에 뭐라 대답하지 못했었다.


'나한테만 유산을 남겼다고 난리 치기는.'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한테만 유산을 남겼고.

시온이 가짜라는 걸 아는 형과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뭔 짓을 한 게 아니냐며 의심을 한 것이다.


"설마 어머니가 저한테만 유산을 남겨서 그렇습니까?"


뜨금.


시온의 말에 브례른의 몸이 들썩였다.

시온은 치가 떨린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고작 하찮은 것 때문에 찾아오신 겁니까?"

"허, 하찮다고? 가짜 주제에 입만 살았구나. 조용히 나가는 게 네 신상에 좋을 거야."

"저를 내칠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인 카린느 백작님뿐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 말할 참이고요. 이만 비키시지요."


자신의 상황을 한 걸음 뒤에서 말하듯 냉정하게 말하는 시온의 모습에 브례른과 라일락의 눈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

사랑을 못 받은 탓인지 약간 모나긴 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줏대는 없었다.

이리 말하면 저리 흔들리던 갈대 같은 인간이었다.


'대체 뭐야 지금 모습은?'


브례른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에 비해 지금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언제나 자신을 싫어하고 욕하던 브례른 앞에서 당당히 얼굴을 들었고, 반박까지 했다.


"내쫓지 말라고 빌 생각이더냐?"


브례른이 이죽거리며 물었다.


"백작가에 욕심은 없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누리던 권리는 다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단, 내가 했던 임무에 대한 대가만... 원할 뿐이죠."


시온은 지금까지 누렸던 영광과 행복은 필요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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