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0.11.27 21:05
최근연재일 :
2021.06.24 22:41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28,026
추천수 :
1,022
글자수 :
1,181,525

작성
21.06.24 22:41
조회
94
추천
2
글자
11쪽

210. 향상심과 노력이라는 재능

DUMMY

"유진아, 잠깐 얘기 좀 할까?"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리려던 유진을 지후가 부른다.


"지금요?"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런 식으로 지후가 부른 적이 있던가?

···없는 거 같은데.


"일찍 와. 딴짓하지 말고."


연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뒷문을 닫는다.

쿨한 태도에 유진은 의아해한다.


"쟤가 왠일이래요? 평소 같았으면 사장님을 물고 늘어졌을 텐데."


"그럼 갈까?"


이렇다 할 대답도 없이, 지후는 바로 차를 출발시킨다.

그 길로 사무실 건물로 향한다.


"사무실로 올라가실 건가요?"


지하 주차장에 세운 차에서 내린 유진이 묻는다.


"그럴 생각인데."


지후는 운전석에서 내리면서 대답한다.


"작업이 많이 남으신 거예요?"


"아니, 그쪽은 거의 마무리지었어."


태식에게 받은 의뢰는 전부 마쳤다.

미나의 낭독회에 쓰일 곡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그럼 카페에 가서 음료수 좀 마셔도 돼요?"


"그럴까?"


유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굳이 사무실로 갈 필요도 없으니까.


"앗싸!"


신이 난 유진은 건물 입구를 향해 뛰어간다.


"자, 잠깐!"


놓칠세라 지후도 바로 뒤를 따른다.

건물을 나온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에 들어선다.


"제가 살게요."


"응? 됐어, 내가 살게."


"아니에요. 저녁 사주셨잖아요."


유진은 음료를 고르라고 한다.

얻어 마시는 게 좀 머쓱하다.

그래도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난 아이스티로 할게."


"아이스티 하나하고 매실 에이드 하나요."


음료를 챙기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시원해~!"


매실 에이드를 한 모금 마신 유진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탈리안 음식은 맛있는데, 좀 느끼한 게 많았죠?"


"보통은 와인이랑 같이 먹으니까."


지후는 유리잔에 달린 빨대에 입을 댄다.

시원하면서 상큼한 맛에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제게 하실 말씀은 뭔데요?"


유진이 본론을 묻는다.


"그게···."


지후는 빨대에서 입을 뗀다.

그리고 자세를 바로 잡는다.


"며칠 전에 혜민이랑 싸웠지?"


"아···. 알고 계셨어요?"


유진은 머쓱해하면서 어깨를 움츠린다.


"그건 제 잘못이에요."


혜민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에 예민하게 반응한 게 문제였다.


"혜민이도 네게 굉장히 미안해했어."


"네···."


앙금은 풀렸지만, 사과는 아직이다.

나중에 미안하다고 해야지.

유진은 그렇게 마음먹는다.


"혜민이가 많이 걱정하더라."


"뭐를요?"


"네 자존심이 낮은 거."


그 말에 유진은 입을 꾹 다문다.

자존심이 낮고, 멘탈이 약하다.

그게 자신의 약점이라는 건 잘 안다.


"저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요."


"그래?"


그 말에 조금은 안심이다.

적어도 문제라는 인식은 있으니까.


"혜민이 말로는 네가 왜 그렇게 자존심이 낮은지 모르겠다더라."


"그야 전 특기가 이거다 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예능감이 있다는 말은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산해서 한 행동이다.

주변의 반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다른 애들에 비하면 전 재능이 없는걸요."


"그렇지 않아."


지후는 딱 잘라 말한다.


"네게도 장점은 많아. 혜민이도 붙임성이 좋은 건 부럽다고 했는걸."


"그거,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유진은 평소와는 다르게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남에게 미움받기 전에 친해지는 게 나아서 그럴 뿐이니까요."


그 말에 지후는 안타까워한다.

방금까지 유진은 승주나 형석, 다른 스태프와도 쉽게 친해졌다.

하지만 그게 다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었다니.


"연예계는 특히 냉혹하잖아요. 조금만 방심해도 도태되는 곳이니까."


그렇기에 유진은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은 건 아니었다.


"결국에는 그 사람들의 안 좋은 점을 이용하다가 신세를 망쳤지만요."


과거에 그런 결말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타인의 결점을 안 보려고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제가 초라하다는 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늘 다른 사람의 뒤를 쫓아야 했다.


"만약 사장님이나 다른 애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제가 있었을까요?"


"그건···."


지후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유진도 나름 연예계를 아는 만큼,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질 수 있을까?

장담하기가 어렵다.


"저도 당당해지고 싶어요."


유진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그 표정이 울적해보인다.


"그래서 늘 찾고 있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걸요."


그래서 인터넷 방송이나 카페 운영도 했다.


"전 잘 하고 있는 걸까요?"


"당연하지."


대답에 망설임이 없다.


"너에게도 좋은 점이 많아."


"예를 들면요?"


"어떤 일을 해도 포기하지 않잖아."


유진은 한 번 하기로 한 건 끝까지 책임지고 해냈다.

중간에 힘들다고 내팽개치지 않았다.

재능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큰 능력임에는 틀림없다.


"다른 애들도 그렇지만, 유진이 넌 향상심이 아주 강해."


그건 아이돌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어···."


유진이 눈을 깜빡거린다.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

향상심이라니.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건 누구나 생각하지 않나요?"


"생각이야 하지."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 무척 어렵다.

실제로 노력해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백 명 중 열 명이나 되려나?

그걸 알기에 유진의 노력하는 모습은 대단해 보인다.


"자신감을 가져."


지후가 미소 짓는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그 한마디에 유진의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이제까지 누구도 이 말을 해준 적이 없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아주 잘 하고 있다는 말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


"우우···."


"앗! 우, 울지 마!"


유진의 눈에 눈물이 맺히자, 지후는 난감해한다.

울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지후가 당혹해하는 모습에 유진은 티슈로 눈가를 닦는다.


"헤헤."


그리고 활짝 웃는다.


"저, 지금처럼만 하면 되겠죠?"


"그렇다니까."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지후.

그의 모습에 유진은 마음이 든든해진다.

조금은 자신을 좋아할 수 있을 거 같다.




"나 왔어!"


현관문을 열면서 귀가를 알린다.


"어서 와."


멤버들은 거실에 모여서 TV를 보는 중이었다.


"일찍 왔네."


"응, 음료 마시면서 몇 마디 나눈 게 다니까."


그렇게 대답한 유진은 위층으로 향한다.


"어라? TV 안 봐?"


미나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곧 9시다.

드라마할 시간이라, 세수만 하고 올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유진의 그 말에 멤버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 하려고?"


"웹예능 기획서 쓰려고."


"방향성은 잡았어?"


"아니, 아직."


그렇게 말하는 유진의 표정은 평온하다.


"왜 그렇게 태평한 건데?"


혜민은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유진을 바라본다.


"그야 난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뭐?"


멤버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쟤가 오늘따라 왜 저래?


"사장님께서 그러시더라."


유진은 당당하게 가슴을 편다.


"난 어떤 일을 해도 끝까지 해내니까,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그 말을 남기고는 위층으로 올라간다.

남은 멤버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거참."


정적을 깬 건 수지였다.


"자신감이 붙은 건 좋기는 한데···."


"좀 과한 거 같지?"


미나가 말을 잇는다.


"그 사람도 참···. 대체 뭐라고 말한 거야?"


연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뭐, 괜찮지 않아?"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혜민이 수습에 나선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우울해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렇긴 한데, 저건 역효과잖아."


수지의 말에 연아도 고개를 끄덕인다.


"유진이 쟤는 하기로 마음 먹은 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타입이니까."


그 말에 다들 입을 다문다.

연아는 말을 이어간다.


"게다가 하고 싶은 것도 많잖아. 그 뒷처리를 누가 해주겠어?"


"그야···."


다시 멤버들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대답은 정해져 있다.

뒷처리나 도와주는 건 지후의 몫이다.


"가봐야겠어."


소파에서 일어난 혜민이 위층으로 향한다.


"야, 정유진."


방문을 두드리면서 그녀를 부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유진이 고개를 내민다.


"왜?"


"잠깐 얘기 좀 하자."


그 말에 유진은 잠시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래도 들어오라면서 문을 열어준다.


"너 말이야."


혜민은 침대 끝에 걸터 앉는다.

얘기를 꺼내려는 그때,


"미안해."


"어, 어? 뭐, 뭐가?"


갑작스러운 사과에 혜민은 크게 당황한다.


"며칠 전에 내가 너 화나게 했잖아."


"아, 그거?"


그러자 혜민은 멋쩍게 뺨을 긁적인다.


"그거라면 오히려 내가 사과해야지."


유진이 힘들어할 때, 따뜻한 말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매정한 얘기만 했다.

자기가 봐도 악역이 따로 없다.


"사장님께 들었어."


유진은 의자를 끌고 와서 혜민의 맞은편에 앉는다.


"내가 자존심이 낮은 걸 걱정해줬다며?"


"그야 뭐···. 우린 동료잖아."


그 말에 유진은 활짝 웃는다.


"맞아."


맞장구치면서도 생각한다.

혜민과 자신은 대등하지 않다.

춤 실력이 대단한 그녀와는 달리, 자신은 평범하니까.

그래도 혜민은 동료라고, 대등하다고 말해준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야지.

마음 속 깊이 다짐한다.


"이걸로 얘기는 끝났지?"


"응? ···아."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혜민은 서둘러 고개를 젓는다.


"아니, 할 얘기는 다른 거야."


"뭔데?"


"지금 기획서 쓰고 있었지?"


"우웅···."


유진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책상을 쳐다본다.

거기에는 노트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한 글자도 적혀 있지 않다.


"있지."


혜민이 말을 꺼낸다.


"다 같이 생각해보자."


"다른 애들이랑?"


"그래. 그쪽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겠어?"


사실 혜민이 이렇게 말하는 건 유진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유진이 일을 벌리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들 도와줄까?"


유진이 자신없다는 듯이 묻는다.


"당연하지. 우리는 한 팀이잖아."


또 유진의 나쁜 버릇이 나올 거 같다.

혜민은 서둘러 말을 맞춘다.


"그렇지? 이제까지 카페 일도 도와줬으니까."


다행히 유진은 그 말을 믿는 눈치다.


"가자.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해둬야지."


"응."


혜민이 일어서자, 유진도 따라 일어난다.

그리고 책상 위에 있던 노트와 펜을 챙겨서 방을 나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10. 향상심과 노력이라는 재능 21.06.24 95 2 11쪽
209 209. 배달 레스토랑에서의 근무 21.06.23 36 2 11쪽
208 208. 화해를 위한 방법 21.06.21 27 2 11쪽
207 207. 본심과 불화 21.06.08 49 2 12쪽
206 206. 라테아트 도전 21.06.06 45 3 12쪽
205 205. 촬영 장소 물색하기 21.06.05 55 2 12쪽
204 204, 새로운 웹예능 기획 21.06.04 47 2 12쪽
203 203.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21.06.03 44 2 12쪽
202 202. 최고의 생일선물 21.06.01 36 2 13쪽
201 201. 이미지 체인지 21.05.31 31 2 13쪽
200 200. 알면서도 속아주기 21.05.30 42 2 12쪽
199 199. 연속적 트러블 21.05.27 57 2 13쪽
198 198. 생일파티 준비 21.05.26 37 2 12쪽
197 197. 스텝 바이 스텝 21.05.25 36 2 12쪽
196 196. 혜민의 또 다른 목표 21.05.24 40 2 12쪽
195 195. 혜민에게는 극비비밀 21.05.22 36 2 11쪽
194 194.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원인 21.05.21 30 2 12쪽
193 193. 신데렐라 콤플렉스 거부론 21.05.20 37 2 12쪽
192 192. 선물을 위한 밑준비 21.05.19 32 2 11쪽
191 191. 도시락 소란 21.05.17 40 2 14쪽
190 190. 집안일 촬영하기 21.05.16 71 2 12쪽
189 189. 흥정과 감상회 21.05.15 59 2 11쪽
188 188. 오전 집안일 21.05.14 41 2 11쪽
187 187. 집안일 계획 21.05.13 35 2 11쪽
186 186. 바쁜 일정이 정해지다 21.05.12 40 2 13쪽
185 185. 새로운 관심사 21.05.11 72 2 12쪽
184 184. 선물 결정하기 21.05.10 69 2 12쪽
183 183. 잊고 있었던 중요한 날 21.05.09 80 3 12쪽
182 182.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다 21.05.08 74 3 12쪽
181 181. 성장을 위한 작은 조언 21.05.07 5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