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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돌아온 그녀들의 프로듀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0.11.27 21:05
최근연재일 :
2021.06.24 22:41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28,027
추천수 :
1,022
글자수 :
1,181,525

작성
21.05.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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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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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81. 성장을 위한 작은 조언

DUMMY

"이 쉬림프, 냄새가 이상해."


미나는 새우 요리를 먹으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원래 음식 투정을 잘 안 하던 미나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지후도 그 새우 요리를 먹어본다.


"확실히 향이 특이하네."


익숙하지 않는 향에 지후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향신료라도 쓴 걸까?


"그걸로 입가심이라도 해."


수지가 원래 미나가 마시던 라임 주스를 가리킨다.

그걸 마시자, 어느 정도 미나의 표정이 풀린다.


"이다음에는 뭐 할래?"


스테이크를 전부 먹어 치운 유진이 눈을 반짝인다.


"난 버스킹 공연 볼래."


마지막 꼬치를 먹으면서 혜민이 답한다.


"아까 사람들이 그러던데. 오늘 마술 공연이 있다고."


"진짜!?"


그 말에 유진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럼 나도 같이 갈래."


"그러자. 수지 너는 어쩔래?"


"난 아직 더 먹고 싶은 게 있어서."


수지의 시선이 푸드트럭으로 향한다.

멤버들끼리 합심하긴 했지만, 모든 음식을 전부 사오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인지, 먹지 못한 음식에 무척 미련이 많은 모양이다.


"그럴 줄 알았어···."


혜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 시선이 미나에게 향한다.


"미나 넌?"


"나도 그냥 여기 있을래."


그렇게 대답하는 미나는 스마트폰을 꺼낸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는 몇몇 장면을 뽑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곤 한다.

그거라도 보고 있겠다고 말을 덧붙인다.


"연아 넌?"


"난 윈도 쇼핑이나 할래."


그 말에 지후가 연아를 힐끔 쳐다본다.


"그럼 사장님은요?"


"난 화장실에 좀 다녀와야겠어."


"이따가 꼭 공연 보러 오세요!"


유진의 외침에 지후는 쓴웃음을 짓는다.

결국 수지와 미나, 하은만 자리에 남기로 하고 나머지는 각자 흩어진다.

지후는 야시장 끝 쪽에 있는 화장실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노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아, 저기 있네."


거기에는 혼자 수공예품을 구경하던 연아가 서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후는 조용히 다가선다.


"뭐 보고 있어?"


뒤에서 묻자, 놀란 연아가 황급히 돌아본다.

상대가 지후라는 걸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놀라게 하지 마세요."


"어···. 미안해."


지후는 머쓱해진다.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죄송해요."


미안해하는 모습의 지후를 보고 연아도 기가 죽는다.


"네가 사과할 건 없어. 내가 실수한 거니까. 그보다 뭐 보고 있었는데?"


지후는 고개를 내밀어 판매 중인 상품을 본다.

거기에는 아기자기한 액세서리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거 갖고 싶어?"


"아뇨."


연아는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이라서 다른 매대로 이동한다.

지후도 그 뒤를 쫓는다.

한참이나 파는 물건을 구경했지만, 연아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액세서리, 괜찮지 않았어?"


몇 개는 연아에게 잘 어울리는 게 있어서 사주려고 했다.

하지만 연아는 괜찮다면서 거절했다.


"저한테는 안 어울려요."


그 말에 지후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며칠 사이에 연아의 자존심이 많이 떨어졌다.

그렇게 콧대가 높았는데.


"그럼 지금부터 뭐 할 생각이야?"


이제 모든 판매 부스는 전부 둘러보았다.

혜민과 유진이 보러 간 공연이라도 볼 건가?


"모르겠어요."


연아는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왠지 작게 보인다.


"그럼 이 주변을 산책할까?"


그들이 찾은 야시장은 여의도에서 열린다.

그래서 한강이 바로 코앞이다.

연아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가자."


지후는 연아의 손을 잡고 앞서 걷는다.

평소와 달리, 적극적인 그의 모습에 연아는 당황한다.

그래도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두 사람은 시끌벅적한 야시장을 빠져나와, 강변을 따라 걷는다.

야시장에서 멀어질수록 인적이 점점 줄어든다.


"여기에 앉을까?"


대교 근처에 앉을만한 계단이 있다.

둘은 그곳에 앉아 한강과 강 건너를 바라본다.

한강은 낮에도 봤지만, 밤에 보여주는 모습은 또 다르다.


"연아야."


지후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네?"


"낮에 네가 했던 얘기 말인데."


그 말에 연아가 몸을 움찔거린다.

그 화제를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걸까?

그렇지만 꼭 말해야 한다.


"솔직히 네가 그 얘기를 해도 난 별 느낌이 없었어."


아무리 연아가 자신을 얕잡아봤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왜냐면 연아니까.

최고의 가창력으로 한번 정상에 오른 적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마."


평소처럼 하면 된다는 말에 연아는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는 안 돼요."


"어째서?"


지후의 눈이 커진다.

왜 안된다는 거지?


"왜냐면 전 사장님의 옆에 서고 싶으니까요."


위도 아래도 아닌, 그와 동등한 위치에 있고 싶다.


"그러려면 그에 맞는 능력을 가져야 해요."


하지만 지금의 연아에게는 그 능력이 없다.

갖추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이제까지 전 제가 그렇게 모자란 사람인 줄 몰랐어요."


연아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다.

혹시라도 우는 건 아닐까?

잠시 후, 손이 떨어진다.

걱정과는 달리, 연아는 울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은 울기 직전이다.


"저, 모르겠어요.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연아의 행동 기준은 지후다.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의지가 되고 싶어서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의 태도가 글렀다.

그걸 깨달은 지금은 너무 창피하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을 정도다.


"후우···."


지후는 크게 한숨을 내쉰다.


"이제까지의 네 태도를 반성하는 건 좋아."


지후는 미묘한 표정으로 연아를 바라본다.

슬픈 거 같기도 하고, 어처구니없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네 자신을 너무 깎아내리는 건 보기 안 좋아."


"···네?"


연아가 깜빡거리는 눈으로 지후를 바라본다.

늘 다정하게 대하는 지후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단호하게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대부분 연아나 멤버들이 도가 넘는 행동을 했을 때다.

지금도 그랬나?


"넌 대단해. 나도 다다르지 못한 정상에 넌 갔잖아."


지후는 예전에 프리모 퀸텟의 멤버로 활동했다.

그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과거의 연아, 조유라의 인기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졌다.

아니, 인기뿐만 아니다.


"네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야. 장담할 수 있어. 내가 평생 들어본 노래 중에서는 네 노래가 최고라고."


"그, 그런 건···."


연아가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인다.

쑥스러우면서도 무척 기뻤다.

가창력은 자신이 가진 가장 큰 자랑거리다.

그걸 지후가 장담한다고 한다고 말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네 태도 말인데."


그 말에 연아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그러자 지후와 눈이 마주친다.


"고치면 돼."


"어떻게요?"


"네가 많은 사람을 보고 배우면 돼."


연아는 늘 한 사람, 지후만을 바라봤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후는 생각해왔다.

많은 사람과 접하면서 좋은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걸로 될까요?"


"돼. 그런 걸로."


지후는 딱 잘라 대답한다.


"우리 인생은 짧아.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경험할 수는 없어."


그렇기에 타인의 경험을 보고, 거기서 느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후는 생각한다.


"지금의 네가 부족하다고? 그것도 괜찮아."


그 말에 연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녀의 놀란 모습에 지후는 싱긋 웃는다.


"배우면 돼. 그걸 위해 내가 있잖아."


지후는 연아의 소속사 사장이자, 실질적인 보호자다.

그렇기에 연아가 더 나아갈 수 있게 뒤에서 받쳐주어야 한다.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봐."


그걸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인다.

연아는 고개를 돌려 다시 강을 바라본다.

한참 동안 그러고 있다가, 갑자기 지후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여, 연아야?"


갑작스러운 접촉에 지후는 당황한다.

그의 반응을 무시한 건지, 연아는 작게 말을 꺼낸다.


"저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지후의 옆에 설 수 있는,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실 건가요?"


연아가 올려다본다.

주변은 어둡지만, 너무 가까운 탓에 촉촉이 젖은 눈동자가 아주 잘 보인다.

그 모습에 두근거려서 고개를 돌린다.


"다, 당연하지."


그래도 확실하게 대답한다.


"정말이죠?"


대답을 듣고 연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때까지 연인은 만들지 마세요."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거야?"


"그야 제가 사장님께 어울리는 여성이 되면, 대시할 거니까요. 적극적으로요."


"하아···."


정말이지,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연아의 뻔뻔함은 천성인가 싶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 말씀은 저 말고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세요?"


"그럴 리가 없잖아!'


결국 지후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면서도 한심스럽다.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른다.


"후후."


연아는 웃으면서 지후의 팔을 꽉 끌어안는다.


"열심히 할게요. 사장님에게 어울릴 만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역시 지후는 굉장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가슴을 옥죄던 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답답함이 사라지면서 연아의 기분은 날아갈 것 같다.


"읏차."


연아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지후를 미소 지으면서 내려다본다.


"가요. 가서 공연도 보고, 다른 것도 먹어봐요."


"그, 그래."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지후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그의 팔을 연아가 다시 끌어안는다.


"야시장에 도착할 때까지만 이래도 되죠?"


"어차피 안 된다고 해도 안 들을 거잖아."


"이제 사장님 말씀은 잘 들을 거예요. ···내일부터."


이왕이면 지금부터 들어주는 게 더 좋은데.

그 말이 나오려는 걸 꾹 참는다.

팔짱을 낀 채로 두 사람은 야시장으로 돌아간다.

지후는 슬쩍 연아의 얼굴을 살핀다.

아까와는 달리, 표정이 밝다.

다행이다, 연아가 자신감을 되찾아서.


"···반대로 내 미래가 저당잡힌 거 같지만."


"네?"


지후의 중얼거림에 연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신경 쓰지 마. 혼잣말이야."


그 말에 연아가 지후를 한참이나 쳐다본다.

그래도 따지지는 않고,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모습에서 조금은 성장한 거 같다고, 지후는 생각한다.




"아, 사장님."


공연을 보고 있던 혜민과 유진 옆에 선다.

그러자 유진이 맞아준다.


"공연은 재밌어?"


"네. 정말 굉장하다고요."


눈 앞에 펼쳐지는 카드 마술에 유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트릭을 쓴 게 분명한데도 전혀 방법을 모르겠다.


"어라? 연아도 왔네?"


혜민은 지후 옆에 서 있는 연아를 발견한다.


"응."


짧게 대답한 연아는 마술사의 공연에 집중한다.

그런 연아를 혜민은 빤히 쳐다본다.

아까와 표정이 다른데.

시선이 지후에게 옮겨진다.


"왜?"


시선을 눈치챈 지후가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의미 없다.

그래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지, 연아와 지후를 계속 힐끔거린다.


"감사합니다!"


지후와 연아가 늦게 도착한 탓인지, 마술 공연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젊은 마술사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정말 재밌었어."


유진은 여전히 흥분 상태다.


"나중에 마술 공연이라도 보러 갈까? 그럼 더 대단한 걸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정말요!?"


지후의 제안에 유진이 더욱 흥분한다.


"자, 자. 일단은 자리로 돌아가자."


연아가 유진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는다.


"가는 길에 푸드트럭에서 뭘 사가는 게 어때?"


"좋아!"


힘차게 대답한 유진은 주위의 트럭을 살핀다.

그러다가 한곳을 가리킨다.


"화덕피자로 할까?"


"아까 잔뜩 먹었잖아. 더 간단한 걸로 하자."


그렇게 말한 연아도 주변을 살핀다.


"저기 와플이 있는데."


"오오!"


그 말에 유진이 눈을 반짝인다.


"아이스크림도 얹어 먹을 수 있는 거 같아."


"그럼 눅눅해지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혜민도 관심이 있는지, 유진의 뒤를 쫓아 트럭 쪽으로 향한다.


"저희도 가요."


연아가 지후의 팔에 살짝 손을 댄다.

지후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혜민과 유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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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203.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21.06.03 44 2 12쪽
202 202. 최고의 생일선물 21.06.01 36 2 13쪽
201 201. 이미지 체인지 21.05.31 31 2 13쪽
200 200. 알면서도 속아주기 21.05.30 42 2 12쪽
199 199. 연속적 트러블 21.05.27 57 2 13쪽
198 198. 생일파티 준비 21.05.26 37 2 12쪽
197 197. 스텝 바이 스텝 21.05.25 36 2 12쪽
196 196. 혜민의 또 다른 목표 21.05.24 40 2 12쪽
195 195. 혜민에게는 극비비밀 21.05.22 36 2 11쪽
194 194.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원인 21.05.21 30 2 12쪽
193 193. 신데렐라 콤플렉스 거부론 21.05.20 37 2 12쪽
192 192. 선물을 위한 밑준비 21.05.19 32 2 11쪽
191 191. 도시락 소란 21.05.17 40 2 14쪽
190 190. 집안일 촬영하기 21.05.16 71 2 12쪽
189 189. 흥정과 감상회 21.05.15 59 2 11쪽
188 188. 오전 집안일 21.05.14 41 2 11쪽
187 187. 집안일 계획 21.05.13 35 2 11쪽
186 186. 바쁜 일정이 정해지다 21.05.12 40 2 13쪽
185 185. 새로운 관심사 21.05.11 72 2 12쪽
184 184. 선물 결정하기 21.05.10 69 2 12쪽
183 183. 잊고 있었던 중요한 날 21.05.09 80 3 12쪽
182 182.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다 21.05.08 74 3 12쪽
» 181. 성장을 위한 작은 조언 21.05.07 6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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