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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위한 마지막 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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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tish
작품등록일 :
2018.04.22 21:20
최근연재일 :
2018.04.22 21:23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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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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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4,801

작성
18.04.2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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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프롤로그 (1화)

DUMMY

바쁜 나날이었다. 뭐가 될지 확실하지도 않은 꿈을 노리고 남들이 다가는 대학을 갔고, 군대에 끌려가 2년을 썩었다.

고등학교보다 힘든 대학 학점을 맞추기 위해서 친구도 별로 사귀지 않고, 등록금을 맞추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했다.

정신차리고 보니 스물 여섯이었다.


취미는 그림이었고, 특기는 풍경화 그리기였다. 또한 특기는 그림이었고 취미는 풍경화 그리기였다. 사실 어릴때부터 진로 희망은 그림쪽 이었다. 부모님은 대학을 가라고 하지만, 남몰래 조금씩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자라서 고등학교를 가고 그림 쪽은, 특히 나같이 풍경화만 잘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꽝인 어중간한 그림쟁이들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나는 결국 꿈을 포기하게 된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대학을 가겟다고 정한 나였지만, 이때까지 해놓은 밑바탕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알아주는 대학으로 진학을 했다. 그래서 뭐? 결국 나는 뭐가 되고 싶은걸까? 나는 무엇이 될까?

선생님이 말했다. 꿈이 없는 삶은 결국 실패한 삶이라고. 그러니까 꿈을 키우라고. 하지만 나의 인생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이미 빈껍데기였다.


대학을 왔으니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지만, 전혀 아니었다. 사실 나에게 대학이란, 맨날 술마시고 놀고 미팅가서 여자만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내 생각대로 대학을 다닌다면 졸업은 물론 퇴학의 위험도 있을것이다.

학점에 치여살고, 아르바이트에 치여살고, 과제에 치여살았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신검이 날아왔다.


군대는 나에게 있어 그나마 쉬어가는 곳이었다. 군대는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물론 민간인일때보다는 덜 자유로워도, 적어도 많은 대학생의 고민에게서 자유로웠다. 내 동기들 중에서는 흔히 말하는 관심병사는 없었고, 모두들 평범하게 재밌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중학교 다음으로 재밌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어느덧 나는 병장이 되었고, 제대할 시기가 눈앞이었다. 그리고 내 등은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제대날에 나의 발걸음은 때지지 않았다. 대학생활 이라 쓰고 지옥살이 라고 읽는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제대하고 나서는 더욱 정신이 없었다. 3년간 마땅한 휴식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쁘게 살다가 졸업하고 보니 이제는 취업의 벽이 나를 막아섰다. 삶에 피로감을 느낀 나는 잠시 쉬어가기 위해, 방구석에 틀어박히려 하고 있었다.

사건은 그때 터졌었다.


사건 하루전, 나는 유난히 피곤함을 느꼈기에, 정말로 하루종일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있었다. 대학 생활이 끝나고도 친구와 함께 같은방을 쓰고 있었다. 나와는 달리 매우 성공한 친구였다. 나와 같은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에 예쁜 여자친구에 일할 곳까지 얻은 친구였다.

집은 정말 조용했다. 친구는 '오늘 좀 늦을거야' 라는 말과 함께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있다. 친구의 달력에 적혀있는 오늘날짜에는 '휴일♡' 이라고 적혀져 있었던 것을. 보나마나 집에있는 나를 배려해서 자기가 나간 것 같지만, 점점 불편하다. 정말 좋은 친구고 성공한 친구지만, 그렇기에 이러한 배려가 나를 더 찔러온다.

그냥 나를 내쫒고 여자친구와 보내면 됐을것을..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빙글빙글 돈다.


안좋은 생각을 지우기 위해 나는 티비를 켰다. 티비에서는 요새 한창인 평창 올림픽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부럽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저기에 있는 선수든, 선수를 가르친 감독이든, 방송을 송출하는 스태프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생하게 보러온 관객이든, 누구근 지금의 나보다는 나을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우울하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티비와 불을 켜둔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서 내가 성공한 모습을 그리고있었다. 정장을 입고, 얼굴 모를 부인과 아이에게 인사를 하며 문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이웃에게 인사하는 나. 그려도 그려도 끝이 나지 않는 이미지는 점차 흐려지고,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

..

.


눈부신 아침 햇살을 맞으며 나는 일어났다. 찡그린 얼굴로 입가에 흐르던 침을 소매로 슥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티비는 그대로 켜져있었다. 아무래도 친구는 어제 들어오지 않은듯 했다.


"응? 뭐지?"


이상함을 느꼇다. 분명 정규방송 채널일텐데, 오전11시라는 늦은시간에도 지지직 거리는 백색 소음만이 화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혹시나 이 채널이 맛이 간것인가 싶어서 다른 채널로 돌려봐도 마찬가지였다.


"티비가 고장났나보네."


티비를 몇대 쳐본 나는 티비가 고장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잡았다.

아무렇지 않게 연락처에서 친구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 또한 통화권 이탈이라는 메세지만 들려줄 뿐이었다.


"뭐지, 전기가 나갔나?"


나는 방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서, 불이 들어오나 안들어오나를 확인해봤다. 하지만 불은 잘 들어왔다.

나는 전선같은게 오류를 일으킨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나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휴대폰도 안되고 티비도 나오지 않기에 지루함을 달래려고 컴퓨터를 키고 내가 자주하던 게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터넷이 켜지지를 않았다. 우리집은 공유기가 아닌 랜선을 이용한 접속방법을 했는데, 아무래도 이러한 선들을 총괄하는 곳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가만히만 있으면 따분했기에, 적당히 차려입고 문밖으로 나갔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도중,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나와 친구가 사는 곳은 번화가 근처의 작은 빌라로, 계단에 있는 창문에서 충분히 거리가 보였다. 하지만, 흘끔 본 거리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사람들이 없네? 원래는 좀 있어야 하는데, 평일이라서 그런건가?"


그저 평일이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내가 생각한것보다 상황은 심각해보였다. 골목이라 사람이 없는줄 알고 거리로 나갔더니, 차는 커녕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여기는 번화가인데 이렇게 사람이 없어도 되는거야?"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은 없었다. 사람은 커녕 지나다니는 벌레 한마리도 없었다.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조금 본격적으로 찾아보자고 생각하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누구도, 무엇도 없었다.

그리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찾은것은, 정말 최근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한입 두입 베어 문 토스트나, 먹던 와플등이 땅에 그대로 떨어져있었고, 아이스크림은 땅에 떨어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요! 아무도 없나요! 여기 사람있어요!!"


힘껏 소리쳐 보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부딪힌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꽤나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저기요! 누구없어요!? 정말 저 혼자 남은건가요!?"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거리의 티비는 그대로 켜져있었고, 도로에 차도 그대로 세워져있었다. 심지어 어떤차는 시동도 걸려 있는채로 멀쩡히 버려져있었다.

그러한 광경이 약간 섬뜩해진 나는 단숨이 집까지 뛰어들어왔다.


"말도안돼, 정말로 세상에 나 혼자 남은거야? 아닐거야, 제발 아니라고 해줘."


솟구치는 불안감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이라는 기계적인 말들 뿐이었다. 나는 방에 털썩 주저앉았다. 현실을 망각하고 싶었다. 그대로 벽에 기대어, 고개를 흔들어보았다. 하지만, 휴대폰은 여전히 권외였다.


"싫어, 아니야. 분명 꿈일거야.. 분명 꿈일거야.. 분명.."


나는 망가진 기계처럼 같은말을 계속하다, 힘이 빠져 잠들었다.


내가 깬 것은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이었다. 밖에서는 햇빛이 비춰오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의 소리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나는 담배를 피기 위해 문밖으로 나갔다. 원래는 빌라의 복도에서 담배를 폈지만, 햇빛을 등지고 아무런 불빛도 없는 복도는 여간 을씨년스러운것이 아니었다. 이런곳에서는 담배를 필 맛도 안났다. 나는 한숨을 쉬며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절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옥상으로는 처음 와보는 터라, 이런곳은 몰랐다. 건물들 사이사이로 노을이 져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멋졌다. 아무도 없지만, 모두가 갑자기 사라진듯이 불빛은 켜져, 알록달록한 모습을 자아내고있었다. 참담한 심정이었기에 더욱 그랬을까? 나는 당장 담배를 짓눌러버리고 집으로 달려가, 내가 애용하던 스케치북과 연필을 가져왔다. 그리고 옥상의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내 무릎을 책상삼아 그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지만 밝고, 아무도 없기에 조용한 거리. 그리고 건물들 사이로 사라져가는 노을. 이것둘은 나의 창작욕구를 불러오기에는 충분했다. 정말 정신없이 그려나갔다. 아무도 없는곳에 혼자남은 설움을 달래기 위해, 모든것을 잊고 그림에 집중했다. 그리고 2시간 뒤,


"다 그렸다!"


나는 휴대폰으로 그림을 비춰봤다. 이미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흘러간 지 오래지만,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은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그릴 수 있었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과 그림자가 드리운 건물들, 밝지만 쓸쓸한 거리의 모습과 어두운 빌라단지.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불타올랐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친 한가지 생각. 뭘 망설이는거야, 그리면 되는거야. 지금 이곳에는 나 하나 뿐.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걱정할 사람도 없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그리고싶은대로 그리면 되는 것이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스케치북을 꽉 채울 쯤, 내가 죽을때 쯤이면 나밖에 없는 이 세계를 향해 이 스케치북을 바치자. 라는 생각.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대략 7년만에, 나는 더 이상 꿈이없는 빈 껍데기가 아니게 되었다.



···

..

.



이것은 나의 이야기, 정처없이 떠돌며 그림을 그리는 하나의 예술. 이 스케치북은 내가 세상에게, 세계에게 주는 단 하나의 선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vantish 입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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