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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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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rk
작품등록일 :
2017.03.02 00:57
최근연재일 :
2017.04.22 18:30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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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8

작성
17.03.0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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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1-1

DUMMY

2017년 어느 날 대구 동성로.


후집은 사냥감을 물색하듯 걸어가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때 구부정한 모습에 멍청해 보이는 인상, 완전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후집은 조심스럽게 그 사람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대구 사투리가 그대로 느껴지는 어색한 서울말을 쓰며 연기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서울에서 여행 와서 길을 잘 모르는데 길 좀 가르쳐 주실래요? 사실은 걷는 것을 좋아해서 저기 김광석 거리에서부터, 방촌시장 따라서 여기 시내까지 왔거든요? 여기서 약령시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해요?”

“약령시는 저기 저쪽이 반월당인데, 저기로 쭉 가다가 저기 중앙파출소라고 나올 거예요. 중앙파출소 반대편에서 시작되는 골목길이 약령시에요.”

후집은 뭔가 촉이 왔다는 듯이 빙긋이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오면서 저기 방촌시장에 돼지국밥이 유명하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맛이 없더라고요. 대구 사시니깐 잘 알겠다. 방촌시장에서 국밥 먹어 봤어요?”

“저는 저희 집 말고는 잘 몰라서...”

“아니, 대구 사람이 자기 동네 맛 집도 몰라요? 하긴, 뭐 그럴 수도 있다만. 그리고 김광석 거리는 생각보다 길이 짧아서 좀 실망했어요. 좀 더 길고 볼거리 많으면 좋겠는데.”

방촌시장 돼지국밥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말일뿐이었다. 후집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이제 슬슬 본색을 드러낸 차례였다.

“그건 그렇고, 사실은요. 제가 관상을 좀 볼 줄 알아요. 관상을 보니 뭔가 부지런하게 사시는데 생각보다 소득은 없고, 항상 마음속에 고민이 있어요. 그리고 좀 외로움을 많이 타시죠? 그런데 마음에 열정이 있어요. 마음에 열이 있네.”

후집은 전혀 틈을 주지 않고 지나가던 행인을 붙잡고 자기가 잡아낸 그 사람의 특색을 다 얘기하였다. 사실 후집은 전문 관상가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관상을 볼 줄은 알았다. 무당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고, 교도소에 있는 동안 신도들의 돈을 등쳐먹고 교도소에 와서 같은 방을 쓰던 사이비 교주로부터 관상을 3년 정도 배운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아까운 재주를 교도소 출소 후에 아주 잡스럽고 상스러운 곳에 쓰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에요. 은근히 욱하는 기질이 있어. 평소에 은근히 열 잘 받고 화 잘 내죠?”

그전까지 조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후집을 보던 행인은 아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후집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저 관상 좀 볼 줄 알아요. 저 이렇게 배운 재주로 재능기부하러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거든요.”

“그러시군요.”

“혹시 궁금한 거 한 가지만 말해 봐요. 즉석에서 바로 봐 드릴게요.”

행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한 가지를 마라 하였다.

“지금 제가 직장 퇴사하고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하거든요. 이게 잘 될까요?”

“지금 관상을 보아하니 올해는 무리에요. 시험 운이 없어요. 올해는 뭘 해도 안 되는 해거든요? 올해는 차분히 준비만 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앞에 계시는 분 이런 거 잘 안 믿죠?”

“사실 이런 거는 그냥 재미로 봐야죠.”

“어허,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하시네. 이거 그렇게 허술한 게 아니에요. 관상이나 사주 같은 거는 과학이에요, 과학. 님 같이 중요한 일 앞둔 사람은 꼭 사주하고 관상 제대로 보고 뭔 가를 해야 한다고요. 집에 가시면 제 말 무시하지 마시고 꼭 사라하고 관상 보러 가세요. 오늘 저 만난 게 행운인 줄 아시고요. 그런데 혹시 기부하고 계세요?”

“가끔씩 제가 내키면요.”

“그런 식으로 하지 마시고 정기적으로 기부를 해 보세요. 남에게 베풀고 살면 그게 결국에 다 자신에게 돌아와요. 오늘부터 기부 꼭 하세요. 그런데 말이죠. 기왕 말 나온 김에 제가 제대로 사주하고 관상 봐 드릴 테니깐 잠시 시간 좀 내 줘요.”

후집은 타이밍을 잡았다는 듯이 행인을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로 잽싸게 유도하였다. 하지만 행인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은 뒤로 빼며 말을 하였다.

“죄송한데 저 약속이 있어서 지금 가 봐야 해요.”

후집은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좀 더 단호하고 강하게 말을 하였다.

“지금이 인생에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타이밍일지도 모르는데, 혹시 알아요? 제가 지금 만나신 분의 인생에 대해서 제대로 문제를 파악하고 제대로 설계를 해 줄 수도 있는데. 지금 그깟 약속쯤은 조금만 미뤄도 되잖아요. 기껏해야 20분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하지만 행인은 단호하고 상당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지금 친구하고 약속이 늦어서 바로 가 봐야 해요. 친구가 지금 화가 났거든요.”

도저히 설득한다고 자신과 얘기를 할 거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플랜 B를 쓰기로 하였다.

“그럼 그냥 가시지 말고 덕담에 대해서 기부 좀 하고 가세요. 이런 말 들었을 때 복채 값 주고 가면 액운을 막고 복을 받게 되어 있어요. 가시는 김에 한 2만 원만 주고 가세요.”

“저 지금 현금이 없는데요.”

“그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받아서 주고 가면 되겠네. 저 그 돈 받아도 제 사적으로 쓰는 게 아니고 여기저기 기부하고 다녀요.”

“죄송한데 저 카드도 안 만들고 다녀요. 생각보다 낭비벽이 심해서 신용카드 있으면 큰일 나거든요.”

‘아, 이 새끼 봐라.’

결국 모든 것이 나왔다. 후집의 목표는 이 사람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거였다. 사기 전과로 징역살이해 놓고는 출소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남을 등쳐먹을 생각부터 하는 아주 파렴치한 인간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가지 말고 여기 앞에 스타벅스 있네요. 여기서 빵이라도 하나 사 주고 가요. 지나가다가 고아원에 빵이라도 기부하고 가게.”

지나가던 행인은 지속적으로 몰아붙이는 후집에게 지쳤는지 결국 항복했다는 표정으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후집은 승리자의 미소를 살짝 띄우며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빵이 맛있을까요?”

후집은 싱글 생글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 이 빵이 가장 좋아 보이네요”

행인은 4800원짜리 빵을 골랐다.

‘이 새끼가 내가 호구로 보이나.’

후집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빵은 애들이 안 좋아해. 내가 고를게요.”

후집은 옆에 6900원짜리 빵을 골라 집었다.

“애들이 먹기에는 이런 빵이 맛있다니깐요.”

후집은 나름 이 행인을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고 있다는 쾌감에 어깨를 들썩이며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둘은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서 행인은 지갑을 꺼내 들었다.

“이거 지갑 좋아 보이네요”

“아니오. 그냥 사은품으로 받은 지갑인데요.”

“그런데 왜 이렇게 고급스러워 보여요.”

후집은 행인의 지갑을 만져보려 하였다. 하지만 행인은 이에 대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고 후집은 약간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행인은 체크카드를 꺼내어 결제를 했고, 결재를 하는 중에 후집은 점원에게 쇼핑백을 요구한 뒤에 빵을 쇼핑백에 담았다. 그리고 행인이 잡기 전에 영수증도 잽싸게 낚아채어 쇼핑백 안에 넣었다.

“영수증은 저 주시죠.”

행인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후집은 빈 테이블로 행인은 이끌었다.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서 얘기 좀 하다가 가요.”

능글맞은 표정으로 행인을 자기 뜻대로 가지고 놀 심산인 후집이었다. 하지만 행인은 앉았다가 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때, 행인은 빵과 영수증이 든 쇼핑백을 잽싸게 낚아채더니 빠른 걸음으로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후집도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러다가 왠지 자신이 역공격을 당했다는 생각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마치 다 이긴 게임에서 그만 패를 모두 내어준 기분이었다. 그대로 열이 받을 대로 받은 후집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 행인을 뒤쫓았다.

“어이, 야. 너 뭐야?”

행인은 뒤를 돌았다. 그런데 아까처럼 순진한 표정이 아닌 악마의 얼굴처럼 아주 사악한 인상이었다.

“야, 관상쟁이. 지금이 기회야, 빨리 도망쳐.”

낯빛이 변한 행인의 황당한 말이 후집을 더욱 열받게 했다.

“이 새끼가 사람을 졸로 보나. 뒤지려고 환장했냐?”

너무 열받다 보니 그만 서울말투는 온데 간 데 사라지고 대구 사투리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이야. 지금 도망쳐.”

낯빛 하나 안변하고 경고하는 행인을 보니 더욱 더 피가 거꾸로 솟았다.

“야. 넌 뒤졌어.”

성질이 뻗칠 대로 뻗친 후집은 그대로 주먹을 행인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그 순간. 갑자기 왼쪽 눈이 보이지 않더니 왼쪽 뺨을 타고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을 안 순간, 오른쪽 뺨에 아주 시원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목이 굉장히 메이는 느낌이 들더니 얼굴 전체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아악.”

후집은 미친 듯이 비명을 내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스타벅스 매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후집은 고통 속에서 매장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녔고 공포에 휩싸인 손님들을 후집을 피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후집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만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짐작조차도 되지 않았다.

“이제 정신이 드나 보네요.”

후집은 얼굴을 움직이자마자 극심한 고통에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여기 병원이고 나, 당신 담당 형사에요. 당신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되었어요. 그러게 왜 자살을 남의 영업장에서 시도를 해요? 당신 출소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모은 재산도 없을 거 아니에요. 당신이 매장에서 얼마어치의 집기들을 부쉈는지는 기억나요? 결국 지금 죽지도 못하고 깨어나서 왼쪽 눈 실명에, 극심한 통증에, 형사고소까지 당했으니 이제 어떡할 거요? 이거 민사소송도 자연스럽게 당하게 생겼는데.”

후집은 극심한 고통 와중에도 펜과 종이를 요구했다. 그리고는 힘겹게 글씨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요? 저 어떤 미친놈한테 얼굴을 흉기에 난도질 당했단 말이에요. 무슨 업무방해로 고소가 되고 이건 뭔 소리예요?’

“이 사람이 아직 정신이 온전히 안 돌아왔군. 가만있어 봐요. 내가 CCTV 동영상 폰에 저장해 놨으니.”

형사는 CCTV 영상을 후집에게 보여 주었다. 그 영상 안에서는 후집이 자신의 얼굴을 흉기로 난도질하며 아주 고통스러운 듯이 매장 이곳저곳을 휘저으며 매장 전체를 파손하고 있었다. 후집은 도저히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말이 안 되었다. 자신을 찌른 행인은? 도저히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고 복장이 터지기 시작했다. 후집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봉합된 상처들을 벌어쳐 피가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어떤 사람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길래 사주를 볼 줄 아는 사람이 그 많고 많은 행인을 놔두고 하필이면 악귀하고 얘기를 할 생각을 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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