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싸이코패스 히어로의 중원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무협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5
최근연재일 :
2024.05.09 12:22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8
추천수 :
0
글자수 :
10,064

작성
24.05.09 12:22
조회
5
추천
0
글자
11쪽

2. 신의 계시.

DUMMY

이것은 ‘골드’라는 이름을 가진 자의 치욕이다.


단지 인간을, 몇 해치운 것만으로 이 같은 치욕을 맛봐야 하다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참자, 참아. 이를 악물고 함 참아보자. 설마하니 벌써부터 살인중독엔 이르지 않았으리라.


화성식민지 히어로법에 의하면 딱 백년만 참으면 된다.


그땐 ‘엉클’도 날 어쩌지는 못한다. 무조건 ‘엉클’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그 백년 뒤까지.


두 눈 질끈 감고 앞니 꽉 깨물고, 내 본성을 은밀히 숨기기만 하면 된다.


‘엉클’이 꼬박꼬박 주는 정신유도제와 항우울제.

살인진정제로 내게 주어진 임무, 태양계에 침입하는 우주괴수를 착실히, 닥치는 대로 찢어발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욱신, 욱신... 찌릿, 찌릿... 으으, 한심하게도.


난 또다시 인간사냥이라는 못된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또 한번 저질러 버렸다.


화성 도심 속 카페에서 만난 그 여자를. 지구에서 화성으로 여행을 왔다고 했고. 그쪽에선 꽤 알아주는 여배우라던데.


그래선지. 너무 아름답고 깨끗한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트리플S 급의 초(超)히어로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어떤 거부감도 없이 다가왔다.(이때의 난, 코흘리개가 아닌, 혈기 왕성한 이십대의 모습이었으니까, 젊은 여자애가 단박에 반할만도 했다.)


화성정부는 우리들 히어로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오롯이 ‘엉클’에게만 맡기고 있었다.


때문에 내가 위험인물인지 아닌지, 이 여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하긴 내가 태어난 지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그 누가 경계할까.


이곳 화성식민지에서 날 아는 자는 거의 없다시피 한데. 지구인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녀는 내 매혹적인 미모와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가버렸다.(권위를 쓸 필요조차 없었다.)


그녀는 기다랗고 나긋나긋한 팔과다리, 길게 쭉 뻗은 관능적인 손가락을 가졌다. 그 분위기 역시 무척이나 청순하다.


만일 내가 더럽히지 않으면. 결국 다른 이가 먼저 찾아내 그녀를 더럽힐 것만 같았다. 그럴수록 조바심과 같은 병적인 강박이 엄습해왔고. 주체 못할 욕구를 느꼈다.


그렇다. 언제고 이 여자는 죽는다.

나와 같은 초상능력자가 아니었기에.


저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방어막이나 강인함 따윈 단 1%도 없었으니까.


따라서 그녀를 노린다면, 그 첫 번째는 반드시 내가 되길 바랐다.


마치 첫눈이 소록소록 내린 운동장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몰래 침입할 것만 같은 극도의 불안감.


그날 밤, 난 그녀를 가졌다. 처음엔 사랑스럽게.


하지만 종내에는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다. 물론 가능하다면 조금 더 그녀를 관찰하고 싶었다.


조금 더 관계를 지속하고 싶었다. 내가 죽이고 싶은 그날까지는... 꼭 살려두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앞서 말했다시피 너무도 평범한 인간. 지구 여자.


생체병기로서 창조된 나, ‘히어로’와는 전혀 다른 존재다. 너무나 가냘프고 연약해서 신체적으로 취약하기 짝이 없는.


그녀는 나와 관계 중에 잼이 돼서 죽었다.

물론 기분은 너무나 짜릿했다. 정말이지 최고였다.


그 상대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그것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구는, 두 배 세배, 아니, 곱절에 곱절, 그 수십 배에 이르니까.


하지만 그 감전 같은 희열도 잠시. 살인의 도취는 이내 극한의 공포로 뒤바뀌어졌다.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뿔사, ‘엉클’과의 약속을 깼으니, 이제 난 죽는 건가?

그럼, 이걸 대체 어쩌지. 난 과연 어떻게 죽을까?


전기콘센트에 머리를 처박은 채 자살하는 쥐새끼 꼴이 될까. 아님, 믹서기에 빠진 쥐새끼처럼 온몸이 갈기갈기 내찢겨지는 것일까,


것도 아님, 전자레인지에 갇힌 쥐새끼처럼 온 뱃속의 내장부터 차례차례 익어서 결국 제 입으로 길쭉한 창자를 김이 나게 질질 게워내는 꼴이 될까.


그 순간. 화성기지 내에 난데없는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더니 태양계 맨 끝. 명왕성 권역으로의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이때 ‘엉클’에게서 느끼는 공포감만 아니었으면. 무슨 수를 쓰든 항명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 안락한 화성을 놔둔 채 우주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명왕성으로의 출격은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꿔먹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절박한 때에 너무나 반가운 우주괴수의 출현이 아닌가.


나름 ‘엉클’의 생각은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자폭단추를 누르는 비효율성 보단 우선 눈앞에 닥친 우주괴수를 막아내는 것이 더 큰 급선무였을 테니까.


그건 맞는 말이다.


제아무리 빌어먹을 싸이코패스에 막장 흉악범이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인류 최강의 초 히어로.


거기다 트리플S급의 ‘압솔루트 싸이코’는 보통의 히어로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지닌다.


요컨대 함대사령관 격인 ‘엉클’의 소중한 장난감 중에서도 그 희소성이 매우 뛰어나 함부로 죽일 수가 없는 존재.


한 가지 의문은 든다.


첫 번째 연쇄살인 때도 그랬지만, ‘엉클’은 내 두 번째 살인 또한 막지 못했다.


아니, 아직은 못했는지 안했는지 모른다. 여하튼 ‘엉클’은 내 살인행각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엉클’의 말대로라면 내 대뇌반구(大腦半球) 한쪽 귀퉁이 좁은 뇌량(腦梁) 속에 콕 박힌 칩셋으로 내 살인충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분명 살인이 있기 전에 반드시 날 체포했어야 마땅했는데.


‘엉클’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한 건가.


난 입가로 모은 양손의 손톱을 질겅질겅 물어뜯었다. 그러면서 고민했다.


무엇 때문일까. 내 살인을 방조한 ‘엉클’의 속셈은.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새빨간 거짓말인지 모른다. 내 머릿속에 콕 박힌 칩셋으로 날 염탐할 수 있다는 얘기부터가 거짓일지도.


하지만 첫 번째 연쇄살인 당시. ‘엉클’은 부리나케 날 소환했다. 마치 모든 것을 미리 다 본 것처럼 당시의 상황을 너무나 세세히 잘 묘사했었다.


그것만은 진짜다. 혹, 은밀히 숨겨진 스파이로봇으로 내가 한 모든 행동을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이후로 내 마음속 번뇌는 줄지 않고 커져만 갔다.


하지만 정작 생체갑옷슈트를 입고 신형전함 ‘메두사’에 올랐을 땐. 그러한 괴로움은 신비한 마법처럼 사라져버렸다.


어차피 ‘엉클’은 내게 있어 인류의 적(敵)인 우주괴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것만은 뼈저리게 절감한다.


그렇담 정해진 답은 뻔하다.


조만간 ‘엉클’을 죽이던 그에게서 도망을 치던 양단간 결판을 내야 한다. 다른 문제는 죄다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니까.


이제 나를 비롯한 화성의 히어로들은 신형전함 ‘메두사’를 타고 명왕성에 도착했다. 우린 그곳에서 처음으로 우주괴수와 맞닥뜨렸다.


가상훈련이 아닌, 난생처음 보고 겪은 우주괴수는 그야말로 난공불락, 하나의 군신(軍神)을 방불케 했다.


그 엄청난 위용에 난 할 말을 잃고 혀를 내둘렀다. 신형전함 ‘메두사’의 엄호가 빠르게 전개됐지만 공포심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그 탓에 그간 날 괴롭히던 ‘엉클’의 존재 따윈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저 괴물 같은 우주괴수로부터의 생존이 먼저였으니까.


이때, 오징어 먹물 같은 새까만 우주의 어둠속.


갑작스레 놈들이 쏘아대는 고입자 레이저빔이 내 머리 옆을 ‘후웅’ 스쳐지나 쳤다.


그 즉시 내 왼편에 섰던 더블 S급 히어로 십여 명과 트리플 A급 히어로 삼십 명은 순식간에 증발해 사라졌다.


으헉! 이럴 수가! 너무나도 압도적인 무력.


우리 쪽 히어로들 모두, 그 등급을 떠나서 전함과 정면으로 부딪혀도 끄떡없는 생체갑옷을 착장했는데.


대관절 놈들의 무기는 어디까지 진화한 거냐.


잠깐의 패닉상태에 빠졌을 때. 또 한명의 히어로가 고통을 호소하며 내게 달려왔다. 녀석은 이곳까지 오면서 만난 트리플 S급 히어로다.


지금 그 녀석은 우주괴수의 이빨에 불알을 뜯겨 다리사이에서 선홍색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여느 트리플 S처럼 녀석도 정신질환자가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가만히 서있는 내게 유형화 된 고에너지 창을 마구 뿌려대진 않았을 테니까.


난 직감적으로 이 녀석이 지금 탈영을 감행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자 탈영병은 언제 어느 때고 즉결처분대상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순간, 굳은 몸이 풀렸다. 난 최대치로 끌어낸 초상능력으로 녀석과 함께 그 뒤를 쫓아오는 우주괴수까지 단 한 번에 종이 찢듯 박박 찢어버렸다.


와아! 이처럼 가공할 염동력이라니. 이런 능력을 가진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보통의 우주괴수라면 초상능력에 항거하는 에너지필드를 갖추기 마련이지만. 애석하게도 녀석은 그렇지 못했다.


아마도 인간의, 아니 트리플 S급의 불알을 섭취해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아님. 녀석은 꽤나 등급이 떨어지는 우주괴수일수도 있고.


암튼 그 시점을 계기로 난 눈을 떴다. 순식간에 우주공간으로 날아올라 전후좌우 위아래 할 것 없이 우주괴수를 몰아쳐대기 시작했다.


요컨대 진정한 틀리플 S급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이후에도 전투는 여러 날 지속되었다. 이틀에 한번, 나흘에 한번 꼴로 ‘메두사’로 돌아가 한두 시간쯤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출격했다.


그런 생활을 한 달쯤 반복했을까.


어느덧 명왕성에서의 대괴수전은 어찌어찌 우리의 승리로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우리 쪽 피해도 막심했다. 그건 초상능력에 내성을 가진 괴수들 덕분이라 봐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태양계 인류의 승리를 향해 한 발짝,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었다.


또 그 기간동안 난 수없이 많은 히어로들과 함께 전투를 치렀다.


그중에는 지구나 달, 화성기지에서 태어나 거의 구십년간을 우주를 떠돌며 우주괴수와 싸워온 히어로도 있었다.


그 히어로들의 몸은 죄다 엉망진창이었고 정신상태도 올바르지 못했다. (정신착란 정도가 심해서 자기 손과 발을 쇠톱으로 잘라 뜯어먹는 놈들도 있었다)


이때의 난 그간 세워놓은 계획을 착착 진행시켰다.


전투를 치르다 알게 된 사실인데, 우주괴수의 중심. 그 몸체의 중심에는 하나같이 둥그런 모양의 핏빛 구슬이 콱 박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핏빛 구슬, 그러니까 우주괴수의 코어에는 엄청난 양의 고에너지가 축적되어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녀석들의 막강한 힘을 대변하는 생체내핵.


하하, 역시 그렇군.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외계 은하로부터 차례차례 워프해 오는 놈들인 만큼. 그 에너지는 그야말로 상상초월이다.


그때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신(神)의 존재는 믿지 않지만, 이것이 신의 계시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싸이코패스 히어로의 중원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 신의 계시. 24.05.09 6 0 11쪽
1 1. 내 이름은 '골드'. 24.05.08 13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