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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조 님의 서재입니다.

싸이코패스 히어로의 중원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무협

공모전참가작

금종조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5
최근연재일 :
2024.05.09 12:22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7
추천수 :
0
글자수 :
10,064

작성
24.05.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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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 내 이름은 '골드'.

DUMMY

서기 2999년.


지구가 아닌 화성(Mars)에서 태어난.

금테 두른 황금 눈깔에 금색 머리칼.


그것도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열 살배기 어린 소년. 그게 바로 나다.


이때는 지구 밖 우주괴수(宇宙怪獸)와 최후의 전쟁이 벌어진 때.


내 창조자는 화성기지의 중심, 그 헬라스 분지(Hellas impact basin)속 메인컴퓨터, 모델명 ‘엉클’.


내 육체는 지하기지 수백 키로 밑, 그 광활한 지하실험실의 작은 수조에서 배양되었다.


대(對)괴수전의 생체병기로서.


하지만 난 미숙아로서 정상적인 발육상태가 아니었다. ‘엉클’은 반쯤 깨진 수조에서 건져낸 날 여러 시간동안 세밀히 관찰하고 검사했다.


억지로 들춘 눈꺼풀 안쪽 눈알에다 뾰족한 바늘을 찔러대는 것을 시작으로 벌거벗은 내 몸 안으로 온갖 것을 넣기 시작했다.


양쪽 귓구멍은 물론이고 크게 벌린 입이나 어쩔 땐 그것들이 내 몸 가운데에서 만나 서로 악수를 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구역질이 치민다. 미친 의사의 괴기스런 실험실속 기니피그가 된 기분이니까.


엉클이 붙여준 내 이름은 ‘골드’.

그곳에는 나와 같은 녀석들이 많고 많았다.


태양계 대괴수전에 쓰일 뉴클리어(nuclear)급 무기들. 그런 초상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분(分)단위, 초(秒)단위로 탄생했다.


초상능력은 대개 ESP와 염동력(念動力). 이 두 가지를 일컫는데 세분화시키면 수십, 수백, 수천 가지의 이(異)능력으로 갈라진다.


이를테면 염동력은 금속질의 고체를 움직이는 것과 액체나 기체를 다루는 것이 있으며, ESP는 상대의 기억을 흡수, 또는 투시, 예지, 텔레파시, 천리안, 제노글로시(Xenoglossy), 해머링(hammering)등으로 나누어지는 식이다.


특히, 해머링(hammering)을 쓰는 초상능력자라면 마땅히 자신과 어울리는 병기를 생성해 소지할 수 있었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블랙홀 뉴클리어에도 꿈쩍 않는 우주괴수의 몸체를 단 한번 해머링으로 만든 검 한 자루로, 완전 박살낼 수 있었다.


또 다섯 가지 이상의 초상능력을 발휘하는 자를 가리켜, 우리는 ‘압솔루트 싸이코’라 부른다.


그 명칭으로 알 수 있듯.

이 아이들은 모두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갖는다.


단순한 우울증부터 병적인 망상과 환각, 환시, 환청에 시달리는 정신분열과 양극성장애, 다중인격,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등이 있고.


시간에 따라 정신적 퇴행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의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데 있다.


요컨대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 수치가 일반 인류보다 너무 높다는 데 있었다.


때문에 초상능력자의 머리에는 작은 칩셋이 이식되어 만일의 경우, ‘엉클’이 자폭단추를 눌러 그 스스로의 목숨을 끊게 만든다.


태어난 지 세시간만에 대 항성간 전투함 ‘메두사’에 올라 그 인공지능 메두사의 탑승허가를 받고,


사이보그 승무원들로부터 생체갑옷을 착장하는 방법을 배우고. 장차 있을 우주괴수와의 싸움에 대비한 가상현실교육도 받고.


이 모든 것은 ‘엉클’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다.


그런데 잠깐. 바로 이지점에서 내 얘기를 해야겠다.


현재 내게 당면한 큰 문제는. 모든 교육과정을 마친 내가 폭주하기 시작했단 것이고.(참고로 난 여섯 가지 초상능력을 구현하는 압솔루트 싸이코다).


때문에 조만간 ‘엉클’이 내 머릿속에 박힌 칩셋의 자폭단추를 누를 예정이라는 데 있었다.


사실, 얼마 전. 난 ‘엉클’의 부름을 받고 갔다.

가는 동안 까닭 모를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


‘엉클’의 음성은 매우 으스스한데다, 여성형인 달기지의 ‘루나’와 달리 매우 다혈질에 폭력적이기까지 하니까.


매우 오만하기까지 하고.


여하튼 그는 날 보자마자 다짜고짜 욕을 퍼부었다. 그러더니 내 죄를 하나하나 까발리기 시작했다.


화성 아컴사(社)의 사이보그(기계인간)를 제조 중인 오토머신(안드로이드)을 부서뜨린 일,


또 공공기물을 파손한 일과 주차딱지를 뗀 일등의 하찮은 것으로 시작해, 결국에는 이곳 화성 시민들까지...


살. 해. 한. 일.


/골드, 넌 아주 끔찍한 생물이다. 겉모습은 인간이나 결코 인간일 수 없는, 아니, 이제 더는 인간이라 부를 수조차 없어. 단지 인간의 탈을 쓴 몹시 불결하고도 불쾌한 짐승, 인류에게 있어 넌, 태양계에 침입한 우주괴수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는 혐오스런 생명체다.


인. 간. 의. 탈. 을. 쓴?

불. 결. 한. 짐. 승?


난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이제 알았나? 나란 존재.


내가 태어남과 동시에 극악무도하고도 잔혹한, 그러니까 미치광이 살인광 역시 함께 태어났다는 것을. 난 소리 없이 웃었다.


‘엉클’의 피조물로서,


그 생체병기로서 나 스스로를 인식했을 때. 태양계 인류의 ‘히어로’임을 자각했을 때. 난, 나와 다른 타인을,


그들의 살결을 꼭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을 오롯이 나만이 소유하고 싶었다.


난 정말 그들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갖고 싶었고, 괴롭히고 싶었고, 속속들이 해부해보고 싶었다.


그들이 완벽하면 할수록 더욱 처참히 파괴하고 싶었다.


근데. 그게 왜 잘못이지? 왜 죄책감을 느껴야하지?


그 충동과 갈망은 너무나 가열차서 한시라도 떨칠 수 없었다. 그 맹렬한 살인욕구가 내 머릿속을 온통 새하얗게 탈색시켜 버렸으니까.


그 영문 모를 충동에 반항도 해봤지만 내 본능은 더없이 명확하고 극렬했다. 내 신체에 이상반응이 올만큼.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해 매일매일 말라가는 뱀파이어처럼,


나 역시 식욕을 잃고, 수면욕을 잃고, 온전한 사고 작용이 불가능할 만큼. 끔찍한 정신이상에 시달렸다.


이러다간 내 머리를 내 주먹으로 쳐서 빠갤 지경이었다. 지능지수마저 퇴화했다. 그 까닭에 결국, 사람을 해치고야 말았다.


첫 살인은 지구 출신 야쿠자였다.

서른 후반쯤의 남성을 상대로 했다.


날 겨우 열 살짜리 코흘리개 꼬마로 본 것만도 재수 없는데. 녀석은 날 으슥한 곳으로 유인해, 추잡한 짓을 하려 들었다.


그래서 난 녀석을 인정사정없이 찢어발겨 버렸다.


어쨌든 이날. 정말로 인간을 처음 살해한 순간. 내 온몸의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못해 온통 차갑게 얼어붙는 기묘한 희열을 맛봤다.


이제껏 걸려보지 못한 우주역병에라도 걸린 듯. 하체에 힘이 쭉 빠지면서 온몸 구석구석의 힘줄과 근육은 완전 제멋대로 풀어져버렸다.


격한 자위를 하고 나서의 멍청해짐이랄까.


아아, 이게 정녕 살인의 기쁨.


앞서 말했듯이, 내 신체 나이는 고작 열 살이었다.

하지만 난 언제라도 어른이 될 수 있었고.


맘만 먹으면 여자로도, 작고 귀여운 데다 다리 짧은 웰시코기로도 변할 수 있었다.


난 그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었다. (물론 벌레라든지 고래나 공룡처럼 무작정 몸집을 줄일 수는, 키울 수도 없는 일이다.)


하여튼, 타고난 신체변환자인 나는 내 마음대로, 내 자유자재로, 그 신체나이와 외형을 변모시킬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난 배양수조에서 갓 태어난 지 48시간만에 화성시민권자 열셋을 감쪽같이 해치울 수 있었다.


덤으로 불법시민권자 열다섯도.

또 그것을 은폐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그것은 별달리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난 압솔루트 싸이코니까.


신체변환으로 신분을 숨긴 채, 권위로서 상대방을 농락하면, 그 누구에게 들키지 않고 증거조차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내 다섯 가지 초상능력이라 함은.


첫째, 염동력(생각만으로 모든 물체를 움직임). 둘째, 흡수(기억 및 지식을 흡수), 셋째, 신체변환(종의 경계를 뛰어넘은 변환능력) 넷째, 권위(權威:타인을 굴복, 속박하는 능력), 다섯째, 동결(凍結:무엇이든 얼려버림). 여섯째, 육체수복(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재생능력)


따라서 난 언제고 인간의 감시망 따윈 벗어날 수 있었다.


헌데. 그 같은 맹신이 도리어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만들었다. ‘엉클’은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른다면 곧장 날 삭제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마터면 분을 참지 못하고 엉클과 사생결단 싸울 뻔했다. 그 바람에 있는 대로 초상능력을 박박 끌어모으기도 했지만.


그건 안 될 말이다.


순간 모든 힘을 흩어버리고 불쌍한 듯 두 무릎을 꿇었다.


제아무리 초상능력자인 나라해도 ‘엉클’을 수호하는 사이보그 전사들은 감당키 힘들다. 사실 그 녀석들은 우주괴수와 싸울 때만큼이나 개똥도 쓸모없는 녀석들이다.


평소엔 우주전함 ‘메두사’에 탑승한 우리 히어로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주제인데도.


그럼에도 우리 히어로들은 놈들을 두려워한다.


대량의 안티히어로 물질들을 줄줄 흘리면서 떼로 덤벼드는 통에 우리는 절로 그 힘이 깎인다. 그렇게 항거불능상태에 빠진다.


이후 우리는 골육이 분쇄되는 고통 속에서 곧이곧대로 놈들의 구타를 허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어이없어했다.


아니 뭐, 이런 좆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지.


안티히어로를 표방하는 전투 사이보그들. 놈들은 아무렇지 않게 우리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반대로 꺾어 돌린 다음.


그걸 뽑아서 우리 눈앞에 이리저리 흔들어댈게 뻔했다.

그렇게 우릴 맘껏 조롱하고 또 조롱할 테니까.


인류의 적 우주괴수에게는 꼼짝도 못하는 주제에.

이 거지 같은 사이보그 놈들.


어쨌든 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애걸복걸했다.


내 반사회적 성향은 오롯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피력하고, 그것은 내게 주어진 숙명, 족쇄, 저주와 같은 병증이라고 설명했다.


도저히 절제할 수 없는 가혹한 형벌임을 알렸다.


또 내게 주어진 초상능력의 부작용으로 이 같은 정신질환이 생긴 점을 부각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지 고작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애써 설명했다.


이 모든 얘길 들은 ‘엉클’은 냉담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매달렸다.


제발 날 용서해 달라고.

절대로 살인 따윈 없을 거라고.

앞으로는 결단코 없을 거라고.


하지만 ‘엉클’의 음성은 꺼질 줄 모르는 불길 같았다. 그 어떤 말을 하더라도 믿어주지 않을 작심, 아니, 믿어줄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결국, 난 절망했고 슬퍼했다.

동시에 불쾌했으며 몹시 억울했다.


만일 내가 태어나자마자 내 머릿속에 초록색 콩 만한 칩셋이 콕 박히게 되었고,


또 그것으로서 내 정신상태를 낱낱이 분석해 내 행동 하나하나까지 죄다 염탐할 수 있다면.


또 이처럼 쉽게 ‘엉클’이 날 벌레 잡듯이 죽일 수 있다면.

난 더욱 조심히 행동했을 것이다.


어쨌건 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

제아무리 고민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부터 살인 충동 따윈 싹둑 끊으면 되니까.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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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신의 계시. 24.05.09 5 0 11쪽
» 1. 내 이름은 '골드'. 24.05.08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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