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둠속다크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마왕의 의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어둠속다크
작품등록일 :
2020.08.16 23:40
최근연재일 :
2020.09.30 03: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03
추천수 :
4
글자수 :
140,238

작성
20.08.24 19:49
조회
30
추천
0
글자
12쪽

이세계 시작 (6)

DUMMY

6.



내 눈에 참혹한 광경이 들어왔다.


방금만 하더라도, 먹다 버린 고기 뼈다귀와 깨진 술잔들 이 널려있던 바닥에는 불에 타서 흉측해진 시체들이 놓여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살덩이가 참혹하게 흩어져 여러 갈래로 바닥에 뿌려져있다.


우리를 모욕하며 즐거워하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는 사리지고, 울타리를 제외한 산채의 거의 모든 건물이 불타며 나는 나무 타는 소리와 고블린의 분노에 찬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고블린 주술사는 거대한 포효를 지르며, 서쪽 동굴에서 나타났다. 고블린 주술사는 등장하자마자, 깃발이 달린 지팡이를 휘두르며 검붉은 불길을 소환했다. 불길은 점차 커져서 광폭하게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휩쓸었고, 만취하여 해롱해롱 거리던 도적들 대부분이 불에 휩싸여 불타 죽었다. 일부 정신을 차린 소수의 도적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움직였지만, 뒤에는 고블린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불길은 포로들과 도적들 사이에 나타나서 우리를 나눠놨다. 불길의 바깥쪽에서 나와 포로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포로들의 시체를 받아먹으면서 신나해하던 고블린들이 갑작스럽게 습격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기습에 도적들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랄츠는 공격을 지휘하는 고블린 주술사를 죽이기 위해서 서쪽으로 뛰었다. 고블린 수십 마리가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고블린 주술사를 향해 돌격해 갔다.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 머리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고블린들은 치열하게 막아섰다. 죽음을 무릅쓰고 창을 휘두르고, 독침을 쏘아댔다. 심지어 몸통 박치기를 하면서까지 붙잡아 놓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의 오러 가 깃든 검을 막진 못했다. 결국 포위가 뚫리면서, 랄츠는 고블린 주술사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푸른 오러가 깃든 검을 막기 위해 고블린 주술사는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검은색 안개에 휩싸여진 지팡이를 휘두르는 고블린 주술사를 보니 사력을 다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랄츠의 검은 지팡이를 베어낼 뿐만 아니라, 주술사의 어깻죽지부터 심장까지를 단 한 번에 베어 냈다.


고블린 주술사는 쓰러지며 피를 뿜어냈고, 심장을 베어낸 순간 방심하던 랄츠는 정면에서 거의 모든 피를 맞았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랄츠는 표정이 창백해졌다.


수렵 종족인 고블린은 독을 제조하는 특징이 있는데, 독을 제조할 때 자신의 피를 넣는 본능이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고블린의 피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어, 피에 노출된 생물은 신경이 마비가 되는 효능이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력을 활용할 줄 아는 고블린 주술사의 피에는 마력이 더욱 풍부하다. 그 때문에 고블린 주술사의 피,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독성을 지니게 된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고통으로 인해 산채중앙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었다. 주변의 포로들은 혼란을 틈타 모두 도망 가버렸고, 나 혼자만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사실 나는 고블린 주술사가 등장할 때 구원을 받은 것만 같았다. 고블린 주술사의 성난 포효는 마치 세상의 불합리함에 분노하는 나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나를 구하기 위해 공격을 한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분노를 공감해 주는 생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큰 구원받았다. 그리고 쓰러지면서 마치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고블린 주술사를 보며 나는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고블린 주술사에게 큰 상처를 입은 맹수는 도주를 하려 했지만, 고블린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고블린들은 상처 입은 맹수가 지치기를 바라며, 원거리에서 활과 독침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곳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거친 산속에다가 어두운 밤임을 깨달은 고블린들은 포위를 풀고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맹수가 한발 뒤로 물러서면, 한발 쫓아가고, 한발 앞으로 다가오면, 한발 뒤로 물러서면서 상처 입은 맹수를 압박해갔다.


그러나 상처 입은 맹수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고블린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블린들은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바뀐 것에 분노하며, 적극적으로 창을 휘두르고 독침과 화살을 마구 쏘아냈다. 고블린들의 격렬한 분투에 맹수의 상처는 더욱 심해져 갔다.


이러한 상황은 계속 진행되어 현재 랄츠의 주변에는 고작 다섯 마리만의 고블린만이 남아있다. 제대로 된 갑주도 없이, 검 하나만으로 백여 마리의 고블린들의 거의 몰살시킨 것이다.


그는 산채 입구에 있는 울타리에 기대서 간신히 서 있었다. 목덜미에는 십여 개의 독침이 박혀져있었고, 종아리와 허벅지 부근에도 독침 십여 개가 박혀있었다. 그리고 왼팔은 피하기 어려운 공격을 막아내는데 이용한 탓인지 걸레 헝겊 마냥 너덜너덜해졌다. 얼굴은 미쳐 피하지 못한 공격에 볼이 깊게 베어져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흐르는 피와 살점들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턱뼈와 치아가 몹시 흉측하게 보였다.


검은 어디로 갔는지 맨손으로 울타리에 기대며 서 있었고, 고블린 다섯 마리는 독침과 활이 떨어졌는지 단검을 들고 공격해갔다. 서로 눈치를 주고받더니, 고블린 세 마리가 먼저 달려나갔다. 정면에서 공격하던 고블린은 단검을 뛰어들며 찔렀다. 랄츠는 다리를 움직여 피하지 못하는 것처럼 왼팔로 막아냈다. 오른팔로 왼팔에 박힌 단검을 뽑아낸 그는 단검을 고블린의 정수리에 박았다. 정수리에 단검이 손잡이까지 박힌 고블린은 그대로 절명했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과 왼쪽에서 고블린 두 마리가 동시공격을 해 왔다. 양 옆구리에 단검이 박힌 랄프는 오른쪽에 있는 고블린을 머리를 잡고 들어 올린 다음 그대로, 왼쪽에 있는 고블린의 머리에다가 부딪쳤다. 콰직! 이라는 소리와 함께 두개골이 박살 나는 소리가 났다.


뒤에 있던 고블린은 도약하여 목을 노렸지만, 랄츠는 놀랍게도 이빨로 단검을 잡아냈다. 단검을 붙잡힌 고블린은 단검을 빼내려고 했지만, 랄츠의 손에 목뼈가 부러져 죽었다. 마지막 남은 고블린은 접근전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단검을 날렸다. 랄츠도 째빨리 입에 있던 단검 오른손으로 옮겨와 단검을 던졌고, 고블린은 목에서 피 분수를 흘리며 쓰러졌다. 조금 늦게 던진 탓인지 랄츠의 어깨에도 단검이 박혀있었다.



랄츠는 독의 탓인지 상처 때문에 혼미한 탓인지 눈앞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그래도 나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소리쳤다.


“쿨럭! 거기... 누구냐!”

“.......”

“우리 애들 중에 하나냐? 아무나 좋으니, 창고에 가서 포션이랑 성수를 가지고 와라!”

“.......”

“혹시 너도 다친 거냐? 젠장, 쿨럭쿨럭...”


나는 조용히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였다. 옷은 피와 땀으로 젖어있었으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지독한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아무 말 않고 랄츠의 근처까지 이동했다.


저벅, 저벅, 저벅,


근처까지 말소리가 들리자, 랄프가 긴장한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너.... 너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지? 헉. 헉. 헉.”

“사는 게 참, 재미있어! 한, 두 시간 전 만에 하더라도 지금 이런 꼴이 될지 누가 어떻게 알겠어? 이래서 인생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건가? 큭큭큭!”

“헉, 헉, 헉! 포션.... 포션을 다오! 제발. 나를 살려준다면, 원하는 소원은 다 들어주마!”

“큭큭큭... 와, X 발. 진짜 재미있네 인생. 평생 나를 형님으로 모셔라, 그럼 포션을 주마.”

랄프의 표정이 순간 표독하게 변했지만, 이내 불쌍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쿨럭, 형님! 아우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래그래~ 형이면 동생 챙길 줄 알아야지! 동생, 하나 물어볼게. 동생이 형을 때려놓고 사과도 안 하는 경우는 말이야. 이거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동생?”

“죄송합니다! 형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리숙한 동생을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평생 죄를 뉘우치고, 형님의 수발을 들면서 살겠습니다.”

“에이~ 말로만 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지. 동생~“

나는 이죽거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겁니다.”

“정말? 나는 진심이 안 느껴지는데.... 대신 나는 빡빡이다를 10번 외치면 내가 믿어줄게”

“예? 뭐라고요?"

“나는 빡빡이다를. 10번. 외쳐.”

“.......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 나는 빡빡이다....(중략).... 나는 빡빡이다!”


이제는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다.

“근데 말이야, 형이 동생 부탁을 들어주는데, 수고비 같은 거는 없나?”

“있습니다. 형님! 얼마면 되겠습니까? 쿨럭! 쿨럭! 제발 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손가락을 하나 펼치며 말했다.

“큰 거 하나!”

“100 골드 말입니까? 바로 드리겠습니다.”

“아니 아니~ 큰 거 말이야!”

“1,000 골드.... 어떻게든 준비하겠습니다. 제발 빨리!”

“아니~ 큰. 거. 하. 나. 1억 골드.”


랄프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변하면서 소리쳤다.

“이 개 같은 새끼, 미친 새끼, 미친놈 같은 놈, 감히 나를 놀려?”

랄프는 나에게 한동안 마구 욕설을 뱉으면서 소리쳤다,

“하하하! 동생, 이렇게 소리칠 기력이 있다니, 이제 회복되었나 보군. 잘 됐네. 잘 됐어. 이 형님에게 1억 골드 주지 않고 회복했으니 말이야.”

“쿨럭쿨럭, 컥컥컥, 이 버러지 상인 주제의 나를 모욕해? 너는 벌레만도 못한 노예일 뿐이다. 고작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을 뿐인 버러지가!”

“응, 아니야~”

“이이익!! 약해 빠진 놈이 감히 나를 죽일 용기가 있느냐! 너도 남자라면, 직접 와서 나를 죽여봐라. 혹시 졸았느냐. 역시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머저리구나. 하하하! 쿨럭, 컥, 컥, 컥!”

기관지와 폐에도 심각한 상처 입은 모양인지 피를 토하고 있음에도, 나를 어떻게든 도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별 감흥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뭐? 죽여달라고? 원한다면 죽여줘야지.”


나는 주변에 있는 긴 나뭇가지를 몇 개 들고 여전히 불타 있는 산채 주위에서 불을 붙여왔다. 그리고는 불이 붙어있는 나뭇가지를 울타리 근처에 던져 놓았다. 산채 외곽에 있는 울타리는 아직 멀쩡했지만, 내가 불을 붙은 나뭇가지를 던지자. 금방 불에 타기 시작했다.


불에 타기 시작한 울타리를 보면서 랄프가 외쳤다.

“X발!! 버러지 같은 겁쟁이 놈! 내 죽어서도 너를 저주하겠다. 지옥이든 어디든 내 영혼을 걸어서라도 너를 영원토록 저주할 거야! 너는 평생 저주에 시달려서 죽게 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불타기 시작한 울타리는 금세 무너지기 시작했고, 랄프는 울타리에 깔려서 불에 타 죽었다. 처음으로 진정한 살의를 느끼게 해준 악인의 최후는 너무 허망하고도 비참했다.


“저주? 미친놈, 그럼 너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있는 건데?


이제 불길은 산채 전체를 덮을 만큼 거대해졌고, 안에 들어가서 빼앗긴 소지품이나 포션 등을 챙겨올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산채를 벗어나기 위해서 입구를 지났을 때였다. 산채의 입구에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목책이 있었고, 그 근처에는 고블린 시체와 사람 시체가 몇 구 있었다.


아마도 도망치는 인간과 추격하는 고블린과의 전투 흔적인 것 같았다. 단검이라도 챙기고 싶었던 나는 사람들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쓸모 있는 건 이미 다 챙긴 듯 가져갈 것이 없었다. 그럼 고블린의 무기라도 챙기려는 마음으로 고블린의 시체가 쌓여진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고블린의 시체 더미가 꿈틀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한걸음 물러서서 외쳤다.


“누구야? 살아있어?”


그러자 고블린 시체 더미에서 고블린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린 꼬마 아이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마왕의 의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대사제 시작(1) 20.09.30 9 0 13쪽
24 성황국 최고회의 20.09.25 10 0 13쪽
23 심판의 시작(8) +2 20.09.24 18 1 12쪽
22 심판의 시작(7) 20.09.23 20 1 12쪽
21 심판의 시작(6) 20.09.18 24 0 11쪽
20 심판의 시작(5) 20.09.17 23 0 12쪽
19 심판의 시작(4) 20.09.16 24 0 12쪽
18 심판의 시작(3) 20.09.11 23 0 12쪽
17 심판의 시작(2) 20.09.10 24 0 13쪽
16 심판의 시작(1) 20.09.08 25 0 13쪽
15 새로운 시작 (9) 20.09.07 22 0 12쪽
14 새로운 시작 (8) 20.09.04 22 0 12쪽
13 새로운 시작 (7) 20.09.03 23 0 12쪽
12 새로운 시작 (6) 20.09.01 23 0 12쪽
11 새로운 시작 (5) 20.08.31 25 0 12쪽
10 새로운 시작 (4) 20.08.29 22 0 14쪽
9 새로운 시작 (3) 20.08.28 23 0 12쪽
8 새로운 시작 (2) 20.08.27 29 0 12쪽
7 새로운 시작 (1) 20.08.25 26 0 13쪽
» 이세계 시작 (6) 20.08.24 31 0 12쪽
5 이세계 시작 (5) 20.08.21 33 0 14쪽
4 이세계 시작 (4) 20.08.20 42 0 11쪽
3 이세계 시작 (3) 20.08.19 41 0 13쪽
2 이세계 시작 (2) 20.08.17 58 1 14쪽
1 이세계 시작 (1) +2 20.08.16 84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