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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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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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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4.0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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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 혼외 자식과 변호사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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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혼외 자식과 변호사의 상관관계




벤자민, 하워드, 올리버. ‘롭 앤 포터’ 법률사무소의 세 변호사는 ‘까마귀 거리’의 유흥시설이 밀집한 12번가 거리에 방문했다. 술집과 커피 하우스, 살롱과 카바레, 도박장이 밀집한 이곳은 낮보다 저녁에 활기가 넘쳤다.


거리 대다수의 가게는 아직도 문을 열고 있었다. 벌이가 괜찮은 변호사가 주 고객인 곳이라 비교적 형편이 좋았으며, 가게의 질도 좀 더 나았다.


벤자민 일행은 하워드의 주도에 의해 주 거리 대신 샛길에 있는 ‘두 얼굴의 아가씨’라는 ‘커피 하우스’를 방문했다.

‘두 얼굴의 아가씨’는 낮에는 정상적인 커피 하우스이긴 했으나,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커피나 차보다는 술을 더 팔았으며, 거기에 음탕한 복장을 한 아가씨들이 어느새 튀어나와 서빙까지 해주는 가게였다.

벤자민은 이 점이 거북해 다른 가게로 가자고 했지만, 이에 하워드가 이리 대답하였다.


‘그게 좋은 거라고!’


‘두 얼굴의 아가씨’는 어떻게 보면 정숙한 여인, 어떻게 보면 춤추는 여자로 보이는 독특한 양철 간판을 걸었다. 그 덕분에 건물 외관은 눈에 띄지 않았어도 단골들이 헷갈리지 않고 찾을 수가 있었다. 문을 열고 가게 안을 방문하자 역시나 거의 만석으로, 코르셋으로 둔부와 가슴을 절반쯤 가린 종업원들이 바삐 탁자 사이를 오가며 음료를 나르고 있었다.


레이스로 아래를 슬쩍 가린 줄무늬 코르셋은 여자의 허리선을 더욱 얇아 보이게 하였고, 가슴과 엉덩이는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어디 성인 주점에서 춤을 춰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은 복장이었다.

가게를 방문한 점잖은 변호사들은 아닌 척해도 종업원들의 몸매를 모두 훔쳐봤는데. 바로 저게 다른 가게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커피하우스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이유였다.

커피하우스라는 이름만 있으면 변호사들이 최소한의 점잖을 떨 수 있는 최소한의 핑계를 줬으니까.

종업원은 인간 여성뿐 아니라, 신대륙 원주민 여자, 혼혈도 섞여 있었었다.


‘브리피엘 족(밝은 피부 족)’, ‘플렝고 족(깃털 귀)’, ‘펠루도 족(털복숭이)’, ‘사티레스(여자 염소 인간)’ 등등 다양했는데, 인간 여성과 다른 원주민만의 특유의 아름다움이 눈에 띄었다......... 뭐, 그래 봤자지만.


벤자민은 일행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마침 빈 테이블로 갔으며, 커피와 위스키, 설탕 등을 주문했다.


“모두 알다시피 이 도시는 ‘이름(던전/지하 감옥)’대로 죄수들이 세운 도시지. 본국의 부동산 가격 때문에 수용하기 힘든 죄수들을 아예 도망칠 수 없는 바다 건너 미지에 땅에 그냥 보내면서 말이야. 술 먹고 생각한 이 정책이 150년이 지난 후, 이 도시를 만들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야.”


벤자민의 말에 올리버가 짤막하게 지적했다.


“120년.”


“뭐?” 벤자민이 다시 물었다.


“120년이라고, 던전의 공식적인 탄생은 진짜 이주민들이 넘어오면서 시작했거든. 바로 내 조상님이지.”


“첫발을 디딘 것은 어쨌건 죄수들이야. 그들이 강경파 원주민을 무찌르고, 요새도 만들었다고.”


“하지만 진짜 도시를 건설한 건 120년 전 우리 조상님이지.” 올리버가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이 도시의 탄생과 자기 가문 역사가 함께한 걸 가장 큰 자랑처럼 굴었다.


올리버는 우리 사무소의 또 다른 변호사로, 존과 라일리 다음으로 오래 일한 직원이었다.

할아버지는 모험가이고, 아버지는 변호사로, 재밌는 건 아버지 역시 ‘롭 앤 포터’에서 일한 변호사였다는 사실인데, 그래서 일찍이 마스터인 존과도 친분이 있어 변호사 자격증을 따자마자 ‘롭 앤 포터’에 취직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아버지의 주 업무였던 재산 위탁 관리 부문 변호사가 되었다.

벤자민과 하워드에 비해 수익은 낮지만, 훨씬 안정적으로, 우리 사무소의 안정적 수입 창출기라 할 수 있었다.

깐깐한 성격에 차분한 그는 기본에 충실하며, 성실해 좋은 동료라고 할 수 있었지만, 사람이다 보니 단점도 존재하였다. 바로 지금처럼 자신의 가문과 출신에 지나칠 정도로 자존심을 부리는 거였다.

가령, 구대륙 남자보다는 집에 총이나 칼이 있는 신대륙 남자가 더 용감하다던가 말이다.(여자도 신대륙 여자가 더 남자답다고 하는데,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벤자민은 가끔씩은 그가 자신의 조상도 구대륙 출신인 것을 잊은 게 아닌가 싶었다.


“좋아 어쨌건. 고향에서 추방당한 죄수들과 별 볼 일 없던 가난뱅이들이 이 도시를 세웠는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구대륙 여느 도시들보다 부유해졌지. 노예로 삼을 수 있는 원주민들과 희귀한 몬스터, 신비한 약초, 작물, 자원 등등 완전 금광이나 다름없어. 어떤 사람의 말에 의하면 이대로만 가면 신대륙의 부자가 구대륙의 부자의 재산을 추월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


그때, 옆에 테이블 남성이 말했다. 통통하고, 검은 머리를 기름으로 빗은 사내로,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악랄해 보였다.


“그래서 본국에선 이곳에 또 새로운 과세를 매긴다고 하잖나?”


“쉽지 않을걸? 총독 각하이신, 메를린 공작 각하께서 막아주실 거야!” 다른 사내가 말했다. 그러자 또 반대 의견이 나왔다.


“그도 결국 황제 일가인데, 과연 제 형에게 반항할까?”


갑자기 정치 이야기가 나오자 커피 하우스 안은 끓는 냄비처럼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하워드가 입을 열었다. 다들 잊었을지 모르지만,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이었다.


“재밌기는 한데, 도대체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데?”


벤자민이 들켰다는 투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냥, 이 자리를 빨리 끝내고 싶었거든.”


“난 그냥 벤자민이 틀린 걸 바로 잡아줬을 뿐이야. 150년이라니.........”


그러자 하워드가 화를 냈다.


“진짜 너무하네! 너희 그래도 내 직장 동료잖아, 양심이 있어야지!”


벤자민이 반대로 물었다.


“반쯤 벌거벗은 아가씨들이 서빙하는 커피 하우스에 들린 데에 네 변호사적 양심은 어떤데?”


하워드가 당당하게 소리쳐 말했다.


“술을 한 잔 더 마시고, 팁을 더 챙겨 주라는데! 얼마나 가난하면 저렇게 천이 부족한 옷을 입겠어. 아가씨, 여기 한 잔 더!”


그러자 올리버가 성호를 그었으며, 벤자민은 고개를 저었다.


“누가 구대륙 출신 아니랄까 봐 생각하는 게 50년 전이야......... 애당초 이제 그런 거 없다고, 의심스러우면 주변을 둘러봐. 전부 변호사니까.”


벤자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들은 테니까. 이야기해 봐. 무슨 대박을 터트렸는데?”


그러자 하워드가 이야기할 기분이 들었는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선 몸을 앞으로 슬쩍 숙여 입을 열었다. 그는 확실히 어떻게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다들 리처드 알지? 나름 유명한 모험가니까.”


벤자민과 올리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워드의 말대로 그는 나름대로 유명한 모험가로, 여느 유명 모험가들처럼 부유한 이였는데, 남들보다 뛰어난 모험심을 바탕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대륙 깊숙이 들어가 진귀한 버섯이나 약초, 때때로 몬스터 모피, 보석 등을 가져오는 이였다.

일각에서는 밀수꾼이라고도 하였으나, 어찌 됐건 부유하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삼 일 전에 그가 죽었어, 슬프지만, 그의 아내에게는 썩 나쁜 이야기가 아니지. 그는 친척도 없으니, 그의 재산을 오롯이 자기가 다 물려받게 생겼으니까.”


“그러던 중 변수가 생겼군.”


벤자민이 대충 예상하며 말했고, 하워드는 박수를 치곤 벤자민을 가리켰다.


“빙고! 여기 땅콩 먹어.” 하워드가 재주를 부린 원숭이를 챙겨주듯 벤자민을 챙겨줬다.


“다들 자수성가한 모험가들이 얼마나 교만해지는지 알잖아? 마치 자신이 왕이나,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도 되는 줄 알지. 뭐, 덕분에 우리가 먹고사는 거니, 불평할 생각은 없어. 어쨌건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 리처드는 성공했고, 남자야. 보통 부유해진 남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지? 특히 모험가면?”


“여자 문제군. 혹시 혼외자식.” 올리버가 추측하며 말했고, 하워드는 그 반응을 몹시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 이제 좀 대화가 되는구만. 너도 땅콩 먹어. 리처드 역시 여느 남자처럼 여자를 좋아했는데, 그 상대는 자신이 자주 들리는 식당 점원 중 한명이야. 이름은 ‘벨라’로, 본명인지 가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와 관계를 몇 번 맺었고, 선물도 받은 애인이었다더군. 또 본인의 주장에 의하면, 지금 아내와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도 하려고 했다던데.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리처드가 죽었고, 그녀가 그의 아이를 뱄다는 거지. 그녀가 오늘 와서 물어보길 자신의 아이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지 묻더군.”


어느새 벤자민과 올리버 모두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먼저 벤자민이 물었다.


“정말 리처드의 아이가 맞는 거야?”


“본인 주장으로는 확실해.”


“본부인은 자식이 있나?”


“중요한 질문이야. 다행히도 아내와의 사이가 소원했는지 둘 사이에는 자식이 없어. 현재까지만 보면 벨라의 배 속의 아이만 있는 거지.”


그러자 올리버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부인 쪽도 가만히 당하지는 않을 텐데? 이 도시에서 그런 경우는 보기 드문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있는 거지. 나도 홀랑 털어먹을 정도로 양심이 없는 건 아니야. 그저 파이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고, 아니면 두, 세 조각.......? 어쨌건, 그 집 재산은 이미 대충 알아봤고, 내일이 되자마자 더 자세히 알아낼 생각이야.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인간적 동정심에 호소에 남편의 아이를 밴 미혼모에게 적당히 챙겨달라고 부탁할 거야. 겸사겸사 나도 한몫 챙기는 거지.”


“인간적으로 보면 남편의 아이를 밴 다른 여자에게 동정심이 안 들 것 같은데........ 만약 부인 쪽이 거절하면?”


그러자 하워드가 드디어 말하고 싶은 대목이 나왔는지, 이를 보이며 크게 웃었다.


“그럼, 나도 그냥은 안 물러나지. 공개 재판을 열거야. 그 여자도 모험가 출신이었다던데, 자존심이 아주 강한 모양이야, 그래서인지 들리는 소문으로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애인을 만들었다던데. 만약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개 재판에서 그녀의 더러운 사생활로 노래를 부르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난도질할 거야. 난도질을! 그러니 그럴 바에는 그냥 내 제안을 받아들일걸.”


그럴듯한 주장에 벤자민과 올리버는 서로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상황이라면 속이 쓰릴지는 몰라도 그냥 한 조각 떼어줄 터였다. 하워드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아는 모험가한테 들은 건데. 그 마누라 요즘 몸 상태가 안 좋데, 영 별로래. 그러니 협상하기 더욱 쉬울 거야.”


벤자민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어디가 안 좋대? 매독이라도 걸렸대?”


“아니,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고, 계속 몸에 경련이 오거나, 가끔씩 자고 일어나면 다리가 마비되어 잠시 동안 못 움직인다나? 이유는 모르지만. 어차피 관심도 없어.”


“마비?” 벤자민이 눈썹을 좌우 비대칭으로 찡그리며 물었다.


“그래, 마비.”


“마비라고?” 벤자민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 마비. 왜?”


하워드의 질문에 벤자민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확인 한번 해본 거야.”


하워드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어쨌건 자신이 한몫 잡은 것을 자축하며, 다 같이 건배할 것을 제안했다.

곧바로 잔을 비운 뒤 기분 좋게 한 잔씩 더 주문했다. 하워드는 수임료를 대충 예상해보며 그 돈으로 뭘 사야 좋을지 시끄럽게 떠들었다. 벤자민은 그 말을 듣는 척하며 한쪽으론 무언가 깊게 고민하였다.


‘마비라......’


작가의말

이번 주까지는 하루에 두 편 정도를 동시에 올리려고 합니다. 다들 재미있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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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롭 앤 포터 법률사무소 +29 19.04.02 8,483 271 16쪽
1 1. 랍의 푸줏간 +61 19.04.01 16,155 32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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